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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rlock_단편

[SH/JW] 노트 │ Notes

topsecretum 기밀선녀 2013.07.2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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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 Notes
  • 저자 : Kryptaria
  • 줄거리 : 처음 시작만 해도 별다른 뜻이 전혀 없었다. 두 개의 안락의자 중 하나가 존의 것이 되고 난 후의 어느 날 셜록은 그 의자 밑에서 웬 종이조각을 발견했다. 셜록 홈즈, 그리고 그 밑에는, 베이커 가 221B.
  • 비고 : 기밀선녀가 번역한 글로 창작물의 권리는 모두 저자에게 있습니다. 의도에 맞지 않은 편집+오역 등이 옮겨갈 수 있으므로 불펌은 사양하겠습니다.




노트 │ Notes




“…지하철 안이 완전 헬게이트였어. 금요일이 공휴일이니 주말 내내 마트도 미어터질 거고. 언제부터 런던에 이렇게 사람이 많았던 거야? 온통 붐비잖아. 크리스마스까지 이런 식이면 너도 집 밖으로 안 나가는 게 좋을 거야. 그렇게 놔두지 않을 거라고. 아무나 붙잡고 사람 치게 될 테니까. 레스트레이드는 널 체포할 거고, 그럼 난 연말 보너스를 네 보석금으로 죄다 날려야 되겠지.”


꼼짝 않고 소파에 앉은 셜록은 뭐라고 하든 그냥 잠자코 듣는 중이다. 존은 짜증이 나면 말을 격하게 마구 늘어놓는 버릇이 있다. 물론 셜록만 빼놓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늘 말을 가려서 하지만. 처음 내린 존의 인상은 정중하고 겸손한 플랫메이트였다. 선을 딱 지키는 모습이 나약하다고 생각했었는데, 48시간이 지나고 존이 총으로 그 남자를 쏘고 나선 순진한 표정으로다가 멍청한 형사 일당과 구조대원들을 모두 속아넘겼을 때 셜록은 그 생각이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착각이었음을 알게 됐다.


셜록은 눈을 빼꼼 열고, 존이 비닐봉지에서 물건을 꺼낸 다음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걸 지켜봤다. 곧 존은 주방에서 나가 위층으로 올라갔고, 그 다음엔 신발과 양말을 벗고 스웨터도 벗을 거다(집 안이 따뜻하니까). 그러고 나면 다시 내려와 저녁식사 준비를 하겠지. 그럼 필히 음식을 싸고 있던 포장과 자르고 남은 채소 찌꺼기며 나머지 여러 쓰레기들이 버려져서 봉지 위로 올라갈 거란 말이다.


그래서 셜록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주방까지 한 달음에 달려갔다. 얼른 쓰레기통에서 비닐봉지를 빼내 가운 주머니 안으로 집어넣은 다음 존이 계단을 내려올 즈음엔 셜록은 방으로 쏙 들어와 문을 닫고 숨고 있었다.


그는 할 수 있는 한 조용히 비닐봉지를 펴서 안을 살폈고, 곧 존이 늘 거기에 숨겨두는 보물을 찾아냈다. 이름하여, 쇼핑 목록.


봉지를 옆으로 던져버리고 종이를 허벅지에 문질러 편 다음, 셜록은 존이 손으로 그려낸 선과 곡선의 조합을 들여다보았다. 필기체로 찌그러진 ‘ㅇ[각주:1]의 모양이 모두 엇비슷한 걸 보니 사올 물건들을 한 번에 적었다는 거겠다. 그리고 나머지 밑의 몇 가지는 나중에 떠올라 덧붙인 것 같다.


셜록은, 존이 외출하기 전에 급하게 휘갈겨 적으면서 볼펜 끝으로 힘있게 눌린 자국을 따라 손으로 짚었다. 존이 주방에서 움직이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셜록은 손에 노트를 들고 침대 끝에 앉은 채로, 막 훔쳐온 친밀함의 한 조각을 음미했다. 존은 절대로 모를 것이다.






처음 시작만 해도 별다른 뜻이 전혀 없었다. 두 개의 안락의자 중 하나가 존의 것이 되고 난 후의 어느 날, 셜록은 그 의자 밑에서 웬 종이조각을 발견했다. 셜록 홈즈, 그리고 그 밑에는, 베이커 가 221B.


딱히 쓰레기를 치울 요량으로 그랬다거나 한 건 아니고, 그저 바이올린 케이스에서 떨어진 송진을 주울 생각이었다. 그런데 셜록은 종이조각을 치우지 않고 그 낯선 글씨를 유심히 관찰했다. 종이를 보니 바츠의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노트패드를 찢은 건데, 이건 마이크 스탬포드의 글씨체가 아니니 그 말인즉슨 존이 썼다는 거다. 아마도 둘이 처음 만난 날, 셜록이 이름과 주소를 알려줬던 바로 그 때.


셜록은 그걸 버리는 대신에 주머니에 집어넣고 그날 밤까지 잊어버렸다. 세탁소 주인이 관대하긴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거니까, 지난번 옷을 버리게 된 사건을 거듭하지 않으려고 그는 옷을 벗을 때마다 주머니의 물건을 꺼내는 버릇을 들였다. 그 날은 지갑, 면도날 두 개, 갖고다니던 성냥 한 갑(어떤 상황에서든지 불은 유용하게 쓰이니까)과 함께 종이찌꺼기가 나와서 모두 침대 옆 서랍 위에 올려놨더랬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종이조각을 발견했다. 이번에도 내버리지 않았고, 다시 살펴보는 대신에 무슨 이유에서인지 양말 서랍에 갈무리해 집어넣었다. 그때부터 시작해서 줄줄이 다른 녀석들이 합류하게 된 거다.






전화하면서 적은 메모, 할 일, 약속, 존의 서명이 딸린 영수증, 회신용 편지봉투 등등, 존이 손으로 쓴 글씨라면 사소한 거라도 뭐든 좋다. 주머니에서, 쓰레기통에서 빼내고 나아가서는 타이밍을 잘 봤다가 존의 방으로까지 잠입했다. 그러고 얻은 전리품들은 모두 셜록의 양말 서랍으로 차곡차곡 들어갔다.


말하자면 이건 아주 타당한 행동이다. 존의 서명을 위조하게 될 일이 생길 수도 있잖은가? 존이 납치당해서 필적을 확인해야 한다면? 사기꾼, 협잡꾼, 아무튼 그런 인간들로부터 전수해 내려온 숫자점이나 운세 봐주는 기술보다야 필적 분석이 백배 도움이 된다는 걸 말할 것도 없다. 그렇잖아도 수사에 항상 적용하고 있고, 셜록은 필적 확인의 대가가 되어가고 있는 참이다.


그래서 그는 존의 글씨체를 연구하면서 이걸 연습이라고 해두기로 했다. 즉 존을 기준으로 삼고 필체 연구의 통제 집단으로 만드는 거다. 펜이 남긴 흔적에는 존의 기분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일정에 따라 글씨가 급해졌다가 또박또박 변하기도 하고, 피곤하면 거의 읽기 힘들 정도로 모로 기울면서 작아진다.


이건 모두 과학을 위한 거다.


그러니까, 셜록은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했다.






“야간 열차는 절대 타면 안 되는 거였는데. 나중에 또 그럴 것 같으면 날 좀 말려줘.” 존이 기진맥진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랩탑 가방을 소파 끄트머리에 올려놓고 자그만 수트케이스를 오른손으로 옮겨들었다. “샤워 좀 하고 내일 모레까지 죽은 듯이 자야겠어.”


“재미 없을 거라고 내가 그랬잖아.” 의기양양하게 말하며 셜록은 랩탑 가방을 곁눈질했다. 기대했던 대로 사이드 포켓이 종이로 꽉 차 있었다.


“학회는 괜찮았어. 기차 타고 돌아오는 일이 거지같아서 그렇지.” 존은 끙 하고 지친 몸을 펴서, 수트케이스를 든 채 느릿하니 계단으로 터벅터벅 향했다.


내가 저 긴장한 근육을 풀어줄 수 있는데, 셜록은 충동적으로 괜한 말이 튀어나오지 않게 입술을 사려물고 참았다. 시야에서 존이 사라지자마자, 셜록은 의자에서 총알같이 튀어나가 랩탑 가방을 공략했다.


학회 일정이다. 관심있는 강연에 파란색으로 동그라미를 친 것 외에 따로 글씨를 쓰지는 않았다. 그 다음엔 서명이 있는 영수증 몇 장. 다른 의사들로부터 받은 비즈니스 명함 ― 이건 나중에 불살라버려야지. 혹여나 존이 고임금의 직업을 염두에 두고 베이커 가를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 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해야 하니까.


그리고 셜록은 순도 백 퍼센트 금광을 발견했다. 존이 학회에서 쓴 노트다. 히죽 웃으며 무릎을 굽히고 그대로 바닥에 앉아, 소파 뒤에 모로 기댄 채로 글씨를 따라 손가락으로 훑어 본다. 내용은 관심 없다. 중요한 건 그 손으로 잡은 펜이 남긴 오돌토돌한 흔적이니까. 여러 강연으로 옮겨다니며, 종이 위에서 존의 흥미가 여울었다가 잦아지며 변하는 구간을 느낌으로 알 수 있을 것 같다. 연설에 빠져들며 빠르고 굵직하게 적어넣은 선에서 고조된 기분이 분명하게 보인다. 좀 지루한 강의는 그만큼 필기가 띄엄띄엄 나오고, 어떨 땐 낙서로 흘러간다 ― 동그라미를 그리고 괴상한 모양의 네모 안을 칠해넣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지난 사흘이 모두 손끝 아래 느껴졌다. 그는 눈을 감고 딱 몇 분간만, 체면 벗어던지고 이 느낌에 탐닉하기로 했다. 영수증과 메모 정도는 훔쳐가도 잘 모를 수 있으나, 노트패드가 아예 사라졌다간 존이 단박에 알아챌 것이다. 학회에 대한 기억이 흐려질 때쯤에 존의 방에 숨어들어 노트를 통째로 집어와야지. 하지만 그때까지는 한 달도 넘게 걸릴 테니까.


존이 거실로 돌아오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럴 일도 없어야 하고, 존은 앉은 채 졸면서 기차를 타고 오느라 많이 지쳤으니 푹신한 침대에서 제대로 자야 했다. 내려올 일이라면 기껏해야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러 가는 정도고.


그런데 마침내 눈을 뜨니, 존이 의자 바로 옆에 서서 이상한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거라. 셜록은 놀라서 펄떡 뛰었다.


더 가관인 건, 종이 위로 활짝 펼쳐져 존의 손글씨를 따라 조그맣게 손끝으로 더듬으며 음미하고 있는 자신의 손이었다. 변명할 여지가 없는 게걸스러운 동작이라 도저히 설명할 거리가 없는 행위였다.


존의 입가가 씰룩이더니 희미한 미소를 그린다. 옆으로 살며시 고개를 기울이는 존의 눈가에 웃음주름이 새겨졌다.


“네가 외과 수술에 관심이 있었는지는 몰랐는걸.” 침묵을 가르고 들어오는 부드럽고 견실한 목소리.


“그런 거 아니거든.” 그렇게 늘어지게 대답하면서도 속에서는 심장이 벌렁거렸다. 가버리라고 존에게 노트패드를 던지며 일어서는데, 웬걸 존은 꼼짝도 않고 서서 바로 코앞에 얼굴을 마주하고 있었다. 불과 몇 센티미터 떨어지지 않아 서로의 숨을 나누는 감각이란, 발전소의 변압기가 폭발하기 직전처럼 전기가 온 몸을 흐르고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맹렬하게. 짜릿하게.


가볍게 부드러운 웃음을 한 번 내뱉은 존은 노트패드를 셜록 뒤편의 의자로 던져놓은 다음 이렇게 묻더니, “괜찮은 거지?” 비로소 뒤로 물러났다.


불꽃튀기는 기류가 물러가고 나서도 잠깐 동안 셜록은, 한밤중에 날아든 번개의 여파로 앞이 깜깜해져선 아뜩하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당연하지.” 얼른 방어적으로 쏘아붙인 그는 체면이고 뭐고 일단 방으로 도망가기로 했다.






“존.” 셜록은 지금 소파에 퍼질러 누워 한 팔을 들어 익숙해도 너무 익숙한 거실의 풍경으로부터 시야를 가린 채 꼼짝도 않고 있는 중이었다. 벽지며 가구, 창 밖의 단조로운 풍경이 지겹기 짝이 없다. 불에 활활 타고 있으면 좀 봐줄만 할 텐데.


“음?”


“밖에 나가서 아무나 총으로 쏴봐. 시시하게 말고 창의적으로.”


“싫어.”


셜록은 팔로 앞을 가린 채로 한숨을 푹 쉬었다. “내 뇌가 썩어가고 있다구, 존. 가서 은행이라도 털어.”


“싫다니까.”


뭔가 재밌는 일을 좀 해보라고!”


존의 안락의자가 삐걱이는 소리에 약간이나마 안도감이 든다. 이어서 발자국 소리. 팔을 내려볼까도 싶지만 그건 반칙이다. 존이 길모퉁이에 있는 가게를 창의적인 방법으로 습격할 거란 기대는 그닥 안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무료하게 뒹구는 것보다야 뭐든 낫지 않겠나. 마지막으로 맡았던 사건은 벌써 3주 전이었고 그나마도 채 한 시간이 안 돼 해결했다. 빌어먹을, 어떻게 사건 해결보다 수표 입금하는 일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는 거냐고. 그건 아마 지금 어딘가는 행복한 월급날이기 때문이고, 또 지구상에 사는 사람들 중에 도대체 인터넷 뱅킹이란 걸 들어보질 못한 인간들이 있기 때문이겠다. 정말이지 앞으로는 존이 의뢰비를 정산하게 해야겠다.


손목에 닿는 손길에, 떠돌며 방황하던 생각들이 금세 한데 모인다. 존의 손은 작지만 놀라울 만큼 힘이 세서, 셜록을 의자에 쉽게 못박아둘 수 있었다. 가운의 소매가 팔꿈치로 걷어올려지며 팔뚝이 드러난다.


팔꿈치 안쪽에서 시작된 섬세하고 부드러운 감각에 셜록은 헉 하고 움츠러들었다. 날카롭게, 위에서 아래로, 또 대각선으로. 감각이 사라졌다가 이번엔 팔뚝 조금 아래서 곡선을 그리며 다시 다가왔다.


셜록은 팔에 딱 힘을 주고 긴장한 채 숨을 멈췄다. 손목을 쥔 오른손이 더 강하게 그를 붙들었고, 존은 나머지 왼손에 든 펠트펜으로 무언가를 적어넣기 시작했다. 자음 , 그 다음엔 모음 .


존의 이름이다, 그 생각이 들면서 손목에 닿은 존의 손과 펜의 감촉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셜록의 온 세계가 좁혀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자음 을 적어넣으며 존이 입을 열었다. “좀 걸리긴 했는데,” ― 잠깐 뜸을 들였다가 ― “네가 뭘 모으고 있는지 알아냈거든.” ― 크게 를 써나간다.  이건 존의 미들네임인 거다 ― “그리고 연관점을 찾아내는 데는” ― , 마지막으로 모음 로 마무리하고 다시 쉬었다가 ― “훨씬 더 오래 걸렸어.” ― 한 칸 옆으로 와서 을 크고 또렷하게 그려넣었다. “처음엔 그게, 내가 쓴 글씨인 줄 알았거든” ― 유려하게 나머지 글자를 완성한 다음 새 칸으로 옮겨가 으로 ― “하지만 사람이 다 너같을 순 없으니까, 이렇게 오래 걸린 게 내 탓은 아닌 거야.” ― 그리고 신중하게, “그러니까, 바로 나였던 거지?” 마지막 을 그리며 물었다.


존이 손을 놓자, 갑작스런 부재에 셜록은 아예 온 몸이 차가워진 마냥 한 차례 부르르 떨었다.


“내가 쓴 글씨가 중요한 게 아니었던 거야, 그렇지?” 존은 셜록을 잡은 손끝에 힘을 주고, 펜촉을 지그시 눌러 손바닥 안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대답해 봐.”


“아니야.” 이건 대답도 아니고 끙 앓는 소리에 가까운 것 같다.


“그럼 왜?”


한켠에서 아직 돌아가고 있는 머리로 셜록은, 이게 그냥 존의 필적을 분석해서 기분이나 건강상태에 따른 글씨의 변화를 확인하려는 과학적인 이유였을 뿐이라고 설명하고 싶지만 ― 그건 너무 복잡하고, 구구절절한 변명 같다.


“셜록?” 존은 아주 조용하게 물어옴과 동시에, 펜 끝으로 한 번, 두 번, 쿡 쿡 찌르고는 곡선을 그었다 ― 벽에 노란 스프레이로 그려진 것과 같은 웃는 얼굴이다. 빠르게 그려진 선은, 확신에 차 있다는 거다.


행복한 건가?


존이 소파 가장자리에 걸터앉으면서 쿠션이 파고드는 소리와 함께 옆구리에 존의 허리가 닿았다. 그리고 셜록의 가슴에서 왼팔을 치워내는 존이다. “아무 말 안 하기로 한 거야?”


셜록은 대답을 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존이 해진 티셔츠 자락을 걷어올리는 통에 이내 헙 입을 닫고 말았다. 존은 몸을 숙여 셜록의 몸통 위로 펜을 올리더니 또렷하게 하지만 내용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무언가 적기 시작했다.


“넌 모든 걸 읽지만 정작 네 코앞에 있는 건 몰라.” 그의 목소리에서 재미있다는 기색이 살짝 비친다. “내가 쓴 글씨를 모두 읽었어?”


셜록은 얼굴을 가린 팔을 내려 소파 밖으로 떨구고, 어질어질한 기분으로 존을 올려다봤다. “모두.”


그 시선을 존이 웃는 표정으로 마주한다. 멈추지 않고 써나가는 글씨. “너처럼 거만한 녀석에게 이런 말 하기 미안한데, 넌 읽기는 하지만 이해하지는 않아.”


“뭐―” 펜이 배 쪽으로 내려가면서 계속 간질이는 통에 셜록은 움찔거리며 반문했지만,


“움직이지 마. 그래, 뭘 찾아냈어?” 존이 손바닥으로 몸을 밀어 딱 눕혔다. “얘기해 봐.”


펜의 감촉과, 가까워진 존의 온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지만 셜록은 어쨌든 대답을 했다. “영수증. 노트.”


“그리고 못 찾은 건?” 못 찾은 거라니, 그런 기억은 없다.


빤히 쳐다봐도 존은 펜으로 자국을 남기고 있는 셜록의 배 위만 보고 집중하는 중이다. “난―무슨―”


“내 소유 증명서 말이야.”[각주:2] 셜록이 긴장해서 일어나려 하자 존은 다시 그를 밀어 눕히며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아니, 그대로 있어. 셜록, 이게 바로 네가 찾지 못한 거야. 넌 냉장고에 시체 조각을 넣어놓고―”


“실험이야―”


“주방을 화학 폐기물 위험 지역으로 만들어 놓고―”


“안전해― 표식도 해 놨고―”


“여자친구를 오래 사귈 수도 없는 데다―”


“그 여자들 중 아무도―넌―”


“넌 매주 꾸준히 날 목숨의 위험이 느껴지는 데로 몰아넣지―”


“너한텐 스릴이  필요하잖아, 그렇지 않음 무너질 거라고―”


“그런데, 그런데도.” 존이 펜을 옆으로 던지면서 말을 끊었다. “난 여전히 여기 있어, 셜록. 네가 놓친 건, 내가 늘 이렇게 말하고 있다는 거야. 난, 너 없이 아무 데도 안 가.”


셜록은 눈앞의 남자를 빤히 바라보며,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존과의 모든 순간을 방금 깨우친 새로운 시선으로 검토해 봤다. 존은 사실을 말하고 있다. 온전히, 완벽한 진실이다. 그걸 안 순간 셜록의 기억은 하나도 빠짐 없이 새롭게 다시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마지막으로 몸을 일으켜 보니 이번에는 존도, 자리를 비키진 않았지만 말리지 않고 놓아줬다. 셜록은 티셔츠를 걷어올리고 자신의 몸에 적힌 글씨를 내려다봤다.


존 왓슨의 소유. 발견하면, 베이커 가 221B 번지로 돌려주세요. 먹이를 주지 말 것.


웃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셜록은 잉크 묻은 손가락을 뻗어 얼굴을 어루만지는 손길에 존을 향해 눈을 들었다. “자꾸 나 없이 쏘다니니까.”


“그러지 않는 게 좋겠어?” 점점 커지는 미소 사이로 묻는 셜록이다.


“네가 어디에 있는지 항상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지. 그렇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널 안전하게 지키겠어?”


셜록은 존의 손 안으로 고개를 기울이고, 망설임이나 불편한 기색 따위 한 점 없는 눈동자를 들여다봤다. “안전한 건 지루하잖아.”


존은 조용하게 키득이며, 셜록의 배에 아로새겨진 글자 위로 손을 얹었다. “그럼 네가 딴 생각 않게 계속 재미있게 해줘야겠네.” 그리고 다정하게 입을 맞췄다.







역자의 말


그냥 단조로운 일상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를 보면 물리기 마련인데, 베이커 가에서는 셜록의 기이한 행동(+세인트 존의 다정함)과 맞물려 소소한 이야기도 재미있기만 하다.

요즘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아서 걱정이셨다면, 잠시 이 글로 행복한 공상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1. 원문은 'e'이지만 한글로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e'만큼 자주 쓰이는 'ㅇ'로 바꿨다. 이하 내용 역시 비슷한 이유로 한글 자모로 번역. [본문으로]
  2. "My final rent cheque," 뒤의 내용과 관련지어 간단하게 옮겼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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