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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rlock_단편

[SH/JW] 이불 (녹색) │ Duvet (green)

topsecretum 기밀선녀 2013.07.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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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 Duvet (green)
  • 저자 : Mazarin221b
  • 줄거리 : 셜록이 재건축한 마음의 궁전은 221b와 같은 장소입니다. 존의 방에는 무엇을 두기로 했을까요.
  • 비고 : 기밀선녀가 번역한 글로 창작물의 권리는 모두 저자에게 있습니다. 의도에 맞지 않은 편집+오역 등이 옮겨갈 수 있으므로 불펌은 사양하겠습니다.




이불 (녹색) │ Duvet (green)





“재구성해야겠어.” 어느날 셜록이 말했다.


존은 읽고 있던 신문을 내려놓고, 무슨 뜻이냐는 시선을 보낸다. “어? 뭐라고?”


“이사하는 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재정렬이 필요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내 마음의 궁전 말이야, 존.”






정보들이 뒤죽박죽 뒤섞여 마구 흩어져 있다. 데이터, 추리, 이해, 동기, 잘 걸러내서 현재 색인 체계로 정리하지 않은 최근의 지식. 흩어진 조각들을 모아 재구성하고 갱신할 때다.



열역학 제 2 법칙과 생명체계 진화에 대한 연구


열역학 제 2 법칙


온기


냉기


화학


재구성


요리


주방






“이사는 어떻게 돼가?” 존이 묻는다. “여섯 시간동안 꼼짝도 안 하던데, 너.”


“지루하지만 필요한 일이야. 넌 전쟁에 대해 생각하면 뭐가 떠올라?”


존이 입이 우울한 모양새를 그린다. “고통이겠지. 대부분 피가 생각나고. 구조하고.”






영국군 (노섬벌랜드) 복무 경력


전쟁


군인



의료


재구성


존의 가방


화장실






요즘 들어, 의도하는 대로 기억의 전이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부분이 조금 생겼다. 예전만큼 개운한 기분이 안 든다. 물론 애초에 쉬운 일은 아니다. 지금껏 살아오며 습득한 모든 지식을 되짚어 거슬러 올라가며 새롭게 정리하는 일에는, 어떤 식으로든 자아가 반영되는 법이다. 셜록은 한숨을 지었다. 여전히 또렷이 맞아떨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자면, 학창시절에 참고 도서라고 읽어야 했던 책이 있다. 다들 재미없다고 싫어했었더랬다. 셜록은 그걸 읽고,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으며 그러고 난 후에는 들춰본 적이 없었다. 인간관계의 가치에 대한 글이라는 기억은 난다. 그걸 어디다 둬야 좋을지 모르겠다. 모든 기억엔 제자리가 있고, 자리가 정해지면서 집 안 곳곳의 지분이 팔려나가고 있는 중이다. 


단, 존의 방만 빼고.


그 장소를 거의 사용할 일 없(지만 쓸모는 있)는 기억을 위해 사용한다고 해서 문제되는 건 아닐 거다. 그리고 어차피 존은 절대 모를 테니까.


하지만 존의 방을 어떻게 상상해봐야 좋을까. 어떻게 떠올리고 어떻게 실제와 바꿔야 하는 걸까. 아. 스물 세 계단 위로 올라간다. 층계참 꼭대기에서, 문을 지나면. 그의 이불은 녹색이다.



생쥐와 인간[각주:1]


레니와 조지[각주:2]


충성심


우정


재구성


스물 세 계단 위


이불 (녹색)






재구성이 한창 진행되는 중에, 사건이 하나 생겼다. 일단 수사를 결정하고 나면 기억 활동에서 수사 모드로 딸칵 하고 순식간에 풀가동이다.


“이것 좀 보렴, 셜록.” 어느 날 저녁에 허드슨 부인이 신문을 펄럭이며 말을 건 것으로 시작했다. “저번에 그 불쌍한 여자는 시동생을 살해한 범인이 아니라고 그러지 않았니? 그런데 여기 보니까 경찰에 체포됐다고 그러네!”


읽고 있던 악보 위로 시선을 들어서 신문 기사의 제목을 흘긋 쳐다봤다. 꽃병으로 시동생의 머리를 친 사람은 메이지 카슨이 아니다. 메이지 카슨보다는, 그녀의 여동생이 학대를 받던 중에 벌인 단순한 자기보호 차원의 사고일 거라는 쪽에 확신이 간다. 저번 1년 사이에 그 집으로 걸린 전화 횟수가 수상할 정도로 많았다.


해서 셜록은 존을 이끌고 요주의 그 집으로 가서, 피해자 클라크의 상처에서 튄 혈흔을 검사해 사건 당시 현장에 적어도 세 사람이 있었음을 추리해 냈다. 그 중 메이지 카슨은 동생보다 4인치가 더 크고, 열 발자국 뒤로 떨어져 문가에 있었다는 것도.


“그럼, 왜 메이지가 스스로 죄를 뒤집어쓴 걸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존이 물었다. “정당방위였으니 동생에게 형이 내려지지 않을 거고, 내려지더라도 길지 않을 텐데.”


“동생을 보호하려고 그런 거야. 동생은 약하니까 자신이 대신 재판을 견뎌내려 한 거지. 감탄스럽다고 할 수 있을 지도. 하지만 내 생각엔 메이지 카슨이 자기 여동생을 잘 몰랐어.”


잠시 생각에 잠긴 존. “존경할 만한 일이지, 동생을 지키려고 한 건. 그리고 우리가 본 것처럼 의지력도 매우 강한 사람이야.”


사건을 마무리짓고 난 후 돌아와서, 셜록은 정보가 갱신된 단어를 ― 충성심, 강인함, 가족애 ― 찾아가 한층 새로이 각인시켰다.



메이지 카슨


강인함


자매


충성심


스물 세 계단 위


이불 (녹색)






담뱃재 연구를 그만둔 지 조금 된 시기였지만, 셜록은 단 한 가지도 잊지 않고 있다. 타고 남은 사소한 담뱃대 조각들, 북슬북슬하니 쌓인 잿더미의 모습이 각인되었기 때문에, 지금도 또렷이 기억을 환기하는 중이다.



티루치라팔리[각주:3]


흑연


담뱃재


담배


슬리퍼


난롯가



이런 내용들은 찾아서 범주화하고 정렬하는 일이 간단하다. 그래도 필요 없다고 생각된 적은 없어서, 특별히 표시를 달지 않고 금방 불러올 수 있도록 한데 모아 방으로 집어넣었다. 이런 건 문제도 아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이런 정보들이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늘어나고 있었다.






사건 현장의 존은 단연 냉정함의 귀감이라고 생각하는 셜록이다. 보통 존은 현장에서 누구보다도 차분하고 침착한 데다, 조용하고 분별력이 가장 뛰어난 사람이다. 꼿꼿이 서서 셜록이 붙잡고 정신이 팔린 일을 마칠 때까지 인내심있게 기다렸다가, 들어주고, 또 거의 늘 그렇듯 셜록이 부탁하는 일이면 뭐든 도왔다.


그러니까 어느 날 그가 샐리 도노반을 구석으로(짐작컨데 듣는 귀가 없으리라고 여긴 곳으로) 데려가 신랄한 비판을 퍼붓는 장면을 목격했던 건 거의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는 거다. 셜록은 그가 문을 나가는 모습을 발견했고, 조용히 뒤를 밟았더랬다.


“앞으로 저 녀석에게 정신나간 놈이라거나, 변종이라든지 사이코패스라고 부르는 얘기 그냥 듣고 있지 않을 겁니다. 당신이든, 누구든, 다시는. 알아들었어요? 셜록은 그 중 아무 데도 해당 안 돼요. 그런 사람 아니란 거 당신도 잘 알잖습니까.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겠죠.” 샐리의 코앞으로 들어선 존은 조용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차가운 분노를 놓칠 수 있을 리 없다. 샐리는 살짝 움츠렸지만 고집스레 서서 막 대꾸할 것처럼 입술을 달싹였다. 그 순간 셜록은 헛기침을 했다.


“슬슬 돌아가야지, 존?”


존의 눈이 이쪽으로 번쩍 향한다. 분명한 놀라움와 약간의 당황을 담고. 셜록은 고개를 끄덕였다. 의리이고 우정에서 우러나온 일이었을 뿐이지, 보여주면서 생색을 낸다거나 감사를 바라지도, 상대방이(셜록이) 알아주길 바라지도 않는다. 택시 안에 조용히 앉아 생각해 본다.



(나를 위한) 존의 보호


충의


믿음


스물 세 계단 위


이불 (녹색)



그리고 그날 집으로 돌아온 후. 뉴스 방영을 기다리면서 존이 차를 만드려 움직이는 소리를 듣는 동안 셜록은 생각에 빠져 마음의 궁전 안, 그러니까 이 집의 1층 층계참 밑으로 떠밀려 내려간다. 베이커 가를 날려먹었던 폭발 사건 후의 말다툼(책임, 공포, 스물 세 계단 위, 이불(녹색)), 훔친 재떨이를 꺼내보이곤 택시 안에서 터져나왔던 서로의 웃음(즐거움, 우정, 뺨, 스물 세 계단 위, 이불(녹색)), 또한 한켠으론, 조그만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존이란 존재가 지금 얼마나 커다랗게 방을 채우고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






머리칼 안으로 들어와 두피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손길에 잠에서 깬다. 고수머리 사이를 빗어내리는 손가락이 다정하다.


존.


“이제 그만 가서 자야지.” 존이 다정하게 웃는다. “새벽 2시야.”


숨을 흡 들이키면서, 잠이 완전히 달아난다. 몽롱한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대답이란 이런 간단한 것밖에 없다. “응.”


침대에 누워 천장을 향해 멍하니, 존의 손길이 닿았던 부분의 온기를 곱씹어 본다.



재조정


빅터 트레보 (삭제)


섹스


열정


애정


온기


손길


스물 세 계단 위


이불 (녹색)



그날 밤 셜록은 한 숨도 못 잤다.






두 주가 지나갔을 즈음엔 셜록의 재구성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남은 사항들, 즉 새로운 정보, 중요한 기억을 한창 추가하는 중이다. 소파에 몸을 푹 묻은 채, 그는 음악에 대한 마지막 편린들을 새 자리에 정리하고 있었다―



펠릭스 멘델스존, 1809년 함부르크 출생


협주곡


클래식


음악


바이올린



―그의 앞으로 존이 와 선 것은 그 때였다. 존이 근처로 와 있는 게 어렴풋이 느껴졌다. 생각에 빠져있는 자신을 존이 방해할 일은 절대 없으리란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눈을 떠보는 셜록이다.


“네 마음의 궁전 안에선 좀 다르겠네, 그런가?” 존이 묻는다.


“물론 다르게 보이지. 실제로도 다르고.”


“아니, 내 말은 거… 손장난 있잖아.” 존이 무언가 잡고 있는 모양새로 손을 오므려보인다. “현실에선 너 그런 거에 익숙하지 않았으니까.”


잠시 대답에 뜸이 들어간다. “그건…업데이트 했어. 그러니까 이젠 모든 게 플랫 여기저기에 분류가 된 거지. 불러들이기도 더 쉬워졌고. 네 방도 포함됐어.” 미처 생각도 채 못하고 무의식중에 드러나는 몸짓에, 존이 키득인다. 존은 관찰력이 아주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눈앞에 보이는 걸 못 보고 지나가지는 않는다.


“내 방? 거기엔 뭐가 있는데? 무기 정보와 불쌍한 솔로남이 있나?” 


“그리고 의학 서적도.” 새빨간 거짓말이다.






필요해지면 눈 깜짝할 사이에 기억을 불러올 수도 있다.



화장실


존의 가방


의료도구


거즈



대퇴부 동맥



일반적으로 사람은 혈액의 4할을 잃으면 생명에 위험이 온다.


존의 허벅지를 세게 눌러 압박한다. 공격을 받은 것도 아니었고, 하필이면 뾰족하니 튀어나온 울타리를 넘어가다 다리가 걸려 고꾸라지며 대퇴부 동맥를 찢기고 만 거다. 셜록은 먼저 구급차를 불렀고 존의 벨트를 풀어 다리에 감은 다음 목도리로 상처 부위를 눌렀다.


“못해먹겠네.” 존이 헐떡이고 있었다. “더 이상 가택침입은 사절이야. 이제부턴 환한 대낮에 정문으로만 들어갈 거라고.”


“닥치고 피 그만 흘려.” 그렇게 대꾸하면서 셜록은, 존의 허벅지에서 선명한 진홍색 피가 흘러나오지 않게 필사적으로 다리를 붙들었다.


“미안, 친구.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괜찮아, 셜록. 괜찮을 거야.” 존이 팔을 잡아온다. “셜록, 셜록. 날 봐.”


그제야 눈을 들었는데, 표정이 대체 어땠는지 모르지만 존이 깜짝 놀라더니 셜록의 코드 깃을 움켜쥐고, 그리고 이마에다 입술을 눌렀다. “겁먹지 말고. 하루 이틀 정도면 금방 집에 돌아갈 거야. 봐, 구급차 소리 들리지. 거의 다 왔나봐.” 한숨을 쉬면서, 존의 두 눈이 내리감긴다. “정말 다행이야.” 그리고 구급대원들이 달려와 존을 들것에 눕히고 차에 싣는 동안 셜록은 뒤로 물러났다.


병원으로 향하는 구급차 안, 뒤켠에 앉은 셜록은 멍하니 넋을 놓아버린다. 감각이 남아있는 곳은 존과 맞잡은 손 뿐이다.



공포


고독


재조정


그만!



자신을 다잡으며 그런 감정을, 그런 상태를 미리 예상하지 말라며 야금야금 자신의 숨통을 좀먹고 있는 설레발을 떨쳐내려 애썼다. 그래서 존의 표정을 보는 대신, 그의 감긴 눈에, 가쁘게 호흡하느라 약간 넓게 이완하고 있는 콧구멍에 집중했다. 기다리자.


자신의 심장이 대체 어떤 모습으로 변해버린 건지, 무어라고 표현해야 좋은 걸까.






존은 상처를 두 번 꿰메고 수혈도 받은 후에 바로 다음 날에 집으로 돌아왔다. 안색이 파리하고 초췌해 보여서, 셜록은 부산히 움직여 커피를 끓이고 허드슨 부인이 갓 구운 머핀도 가져다가 내왔다. 이런 거에 젬병인 거 스스로도 잘 알지만, 시도는 해 볼 수 있는 거 아닌가. 미처 대비하지 못한 건, 허드슨 부인이 올라와 야단스레 조바심을 칠 거라는 사실이었다. 존마저 웃으면서 눈을 굴릴 정도로. 부인은 한 시간은 족히 호들갑을 떨고 나서야 둘을 남겨두고 돌아갔다. 


절뚝이며 거실을 걷는 존의 모습을 보며 의자에 앉은 셜록은 움찔움찔 거린다. 존은 강한 사람이고 안색도 나아졌다. 어느새 셜록은 생각할 틈도 없이 저도 모르게 튀어나가 존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뭐지, 이건?” 묻는 말에, 셜록은 고개를 절래절래 젓고는 고개를 숙여 입을 맞췄다.


그리고 존의 입술에서 느껴지는 맛에 셜록의 마음은 부풀어올라, 가슴과 손끝으로 와닿는 존의 열기, 존의 느낌, 존의 색채가 한데 모여 소용돌이치는 감각에 그만 잘게 떨고 말았다. 존, 눈부신 존, 그런 존이 열성적으로 마주 키스했고, 마침내 입술을 뗀 셜록은 팔로 허리를 감은 채 고개만 들었다.


“네가 내 마음 속에 자리를 차지해 버렸어.” 그는 그렇게 말하곤 또 고개를 내저었고, 물끄러미 쳐다보는 존에게 계속 말을 잇는다. “네 방, 내 마음의 궁전 안에… 접촉, 배려, 인상, 사람과의 관계― 이런 것들은 전부터 모두 갖고 있었어. 다만 그걸로 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던 거야. 그래서 다시 네 방으로 돌려보내 보관했었거든.”


“그런 거야?” 따사로운 미소와 함께 존이 얼굴을 감쌌다. “그런데 이전에는 이러한 것들의 자리가 없었던 거고?”


“아니, 있긴 했는데, 무작위로 흩어져서 다른 기억에 가려져 있었지. 뒤죽박죽.”


“그러니까 이제 모두 정리하고 분류해 놓고 나니까, 이걸 발견했다는 뜻이겠네, 그렇지?” 입술을 핥는 존의 시선이 잠시 자신의 입으로 와 꽂히자, 셜록은 얼굴이 뜨끈해지면서 뱃속이 기분좋게 널을 뛰는 게 느껴졌다.


“그래, 존. 이 삶에서 네가, 너의 방이 정식으로 자리를 잡아버린 것 같아, 아무래도.”


존이 미소짓고, 손을 잡는다.


스물 세 계단 위.


이불(녹색)로.







  1. 존 스타인백의 소설이자 희곡. [본문으로]
  2. <생쥐와 인간>의 두 주인공으로 절친한 친구 사이다. [본문으로]
  3. Tiruchirappalli(Trichnopoly). 인도 타밀-나두 주의 중심도시로 빅토리아 시대에 궐련을 많이 수출했으며 현재는 상징적 의미로 티루치나팔리 시가라는 이름을 붙인다고 한다.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원작 <주홍색 연구>에 관련 사항이 언급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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