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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rlock_단편

[SH/JW] 낯선 남자 (Another Man)

topsecretum 기밀선녀 2013.06.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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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 Another Man
  • 저자 : Trillsabells
  • 줄거리 : 존이 뭔가 숨기는 게 있고, 셜록은 의심을 합니다.
  • 작가의 말 : '홈즈 뒷담화의 수요일'에 대해서 Mystradedoodles님이 그린 만화가 있어요. 모두 구경해 보세요.
  • 비고 : 기밀선녀가 번역한 글로 창작물의 권리는 모두 저자에게 있습니다. 의도에 맞지 않은 편집+오역 등이 옮겨갈 수 있으므로 불펌은 사양하겠습니다.




낯선 남자 │ Another Man





문으로 들어오는 존에게서 낯선 남자의 향기가 풍겨져왔다. 그 사실을 미처 깨닫기도 전에 셜록은 벌떡 일어나, 존의 목덜미에 코를 박고 소매며 재킷 안쪽까지 킁킁대는 중이었다. 존은 처음엔 깜짝 놀라면서 뒤로 물러나려다가, 결국 가만히 서서 냄새를 맡도록 내버려 뒀다.




“네 냄새를 맡는다고?”


“그쪽에선 당신한테 안 그러나 봐요?”


“그렇게 노골적으로는 아니지. 가끔 뭐라고 얘기를 하긴 하는데 대놓고 킁킁대는 건 아니야.”


“예민한 사람이 아닌가 보네요.”




누군가의 땀내음과 낯선 에프터쉐이브가 뒤섞인 냄새였다. 나무 광택제와 짙은 맥주의 흔적 역시 풍긴다. 존이 펍에 갔다 돌아오면 항상 뒤따라오는 냄새다. 담배 연기도 약간 맡아졌지만 진하지 않다. 흡연자들이 서성이는 펍의 바깥에서 잠시 서 있었던 걸까. 바로 방금 일어난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을 만큼 아직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누군지 모르지만 의문의 남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각자 집 방향으로 갈라지기 전에 얼마간, 딱 알 수 있을 정도로 분명하게 존의 옷에 남아 있다. 헤어지기 전에 포옹을 했다. 서로 껴안는 그런 포옹은 아니다. 체취가 그렇게 강렬하게 묻어나지는 않았다. 아마 보통 남자들이 그러하듯 악수하고 가볍게 어깨를 토닥이는 식의 포옹이었을 거다.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서, 존은 맥주 네 잔, 아니 다섯 잔을 마셨다. 평소보다 많은걸. 존은 술을 마실 때 한동안은 이게 마지막이라는 것처럼 제대로 음미하는데, 저녁에 외출할 때 그다지 기분 상한 상태가 아니었으니, 우울함을 떨치려고 마신 건 아니다. 그렇다면 대화나 아니면 뭔가에 열중하느라 얼마나 마셨는지도 잊고 계속 들이킨 거겠다. 존이 챙겨보는 축구 경기는 오늘 밤에 없었다.


셜록은 존의 손을 잡아다 앞뒤로 살펴보고, 냄새도 맡았다. 당구를 했을 때 남는 분필가루의 흔적은 없었고, 펍에서 이벤트로 내는 퀴즈 때문에 필기도구를 잡은 자국도 없었으며 카드나 다트를 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럼 남는 답지는, 존이 어느 의문의 남자와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는 설명뿐이겠다. 얼마나 즐거웠으면, 펍 입구에서 밍기적거리다 겨우 각자 귀가하게 된 걸까.




“얼마나 즐거웠으면? 어떻게 그런 말을 한대?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 표현하면 안 되는 거잖아. 짜식 자네한테 사과해야 돼.”


“하지만 늘 틀리는 법이 없으니까요. 날 한 번 쓱 보기만 해도―”


“아니면 킁킁대거나.”


“―종일 내가 뭘 하고 다녔는지 다 말해버리거든요.”


“오늘 하루 어땠냐고 물을 필요도 없겠군.”


“그런 말 안 해요.”


“음, 우리 쪽도 그래.”




셜록은 손을 놓고 물러나 존의 표정을 살폈다. 의뭉스러움에 살짝 미간이 찌푸려진 모습으로, 뭔가 말해주라는 듯 옆으로 기울인 얼굴이 살짝 우스운 기색을 띠고 있다. 일말의 표정 변화도 놓치지 않으려고 존의 얼굴에 빤히 시선을 고정한 채, 그는 이렇게 물었다.


“잘 놀았어? 재밌었나봐?”




“그런데 이번엔 물어본 거로군.”


“그러니까요. 보통같으면 그냥 ‘늦었네’ 아니면 ‘펜 갖다줘’, 이런 얘기밖에 안 하는데, 그런 말을 하니까―”


“―걱정이 된다 이거지.”


“그럴 땐 뭔가 생각하는 게 있는 거거든요.”


“하지만 자네한테 말하지는 않고.”


“직접 얘기하길 원하는 거죠.”


“심문하는 것 같구만.”


“아뇨, 그건…할 때 더… 아뇨 됐어요.”





고개를 바르게 세운 존의 표정에서 미소가 흐려졌다.


“음. 뭐… 그랬지. 맞아.”


행간의 잠깐 망설이는 기색을 놓칠 셜록이 아니라서, 심장이 쿵 내리앉아 버렸다. 다음 질문이 중요한 실마리가 될 테다.


“누구 만났어?”


이럴 수가! 정말 믿을 수가 없었다. 존이 슬며시 시선을 피하고 있는 걸, 그래서 다음 순간에 파트너의 입에서 흘러나올 말이 거짓임을 셜록은 알아버렸다.


“그냥, 학창시절 친구.”


아무 말 안 해도 존은 곧 자신의 실수를 깨닫겠지. 나한테 거짓말 하는 게 소용없는 일이라는 걸 말이야.


“잘 거야?”


작게 고개를 젓고, 셜록은 도로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존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곁눈질했다.


존은 조금도 죄책감이 들거나 걱정되는 표정이 아니었다. 그냥 외투를 벗어 걸고 방으로 들어갈 뿐이었다.




“거기다 가끔 가다 나한테 심하게 집착할 때가 있어요.”


“집착?”


“그렇다니까요. 어쩔땐 마치…마치 일분일초도 양보하지 않고 내가 자기 거여야 한다는 듯 굴어요. 잠시라도 내가 다른 사람에게 눈을 돌리면 완전히… 질투 폭발하는 거죠.”


“우리는 안 그래. 뭐 서로 스케줄이 바쁘니까. 각자의 일이 있다는 걸 이해하는 거지.”


“네, 그렇긴 한데, 나한테도 자기 외의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이 있는 걸 이해하지 못하더라고요. 그러니까 그 시간을 자기랑 같이 보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다는 걸 말이죠.”


“아. 아, 그런 거라면 이쪽도 똑같아.”




셜록은 손을 모으고 예의 그 생각하는 자세로, 갓 손에 들어온 수수께끼를 정리해 보기로 했다. 그 수수께끼란, 존이 펍에서 즐거운 몇 시간을 보냈고 거기에 웬 낯선 남자가 끼어 있다는 것이다.


존에게도 인간관계라는 게 있고, 셜록 외의 세상에 나가 친구들과 교류할 필요도 있다. 셜록은 어쨌든 받아들이는 중이다. 이해가 안 가긴 하지만. 어차피 말이지, 그 인간들이랑 백날 대화를 나눈다고 해서 자신의 번쩍이는 기지에 견줄 만한 사람이 나오겠는가?[각주:1] 한번 그런 견해를 비친 적이 있는데 존은 들은 척도 않았더랬다.




“화가 났더라고요. 이 바보가.”


“삐진 거지.”


“그 쪽도 삐지고 그래요?”


“말도 마. 진짜 삐지는 게 어떤 건지 네 애인에게 가르침을 전수하고도 남을 걸. 생각해 보니 이미 그랬을 지도 모르겠군.”




그래,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인간들의 대열에 가서 시간을 낭비하는 건 전적으로 존 마음이고 존의 권리다. 하지만 포옹은….


셜록과의 사이를 예외로 치자면, 존은 살 닿는 걸 그다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심지어 누나가 볼에 키스하려 할 때도 움찔거리곤 한다. 물론 해리한테서 알코올 냄새가 풍기니까 그런 걸 수도 있겠다. 거기다 존은 많이 친한 사람이 아니면 포옹의 포 자도 용납하지 않는다. 그런데, 학창시절 친구를 만났다는 건 거짓말이고 말이지.


결국 ‘친구’를 만났다는 데 거짓말을 했다는 건 이런 이유밖에 없는 거다. 의문의 남자와의 관계에 뭔가 숨기는 게 있거나, 숨기는 사이가 되길 바라고 있거나, 숨기는 사이가 될 예정이라거나.[각주:2]




“지는 친구도 없대?”


“연락하는 사람들은 있죠. 동맹이라거나, 뭐 그런 거 있잖아요.”


“친구는?”


“글쎄요, 그다지. 당신은 좀 좋아하는 것 같던데요.”


“으스스해지는구만.”


“와, 반응 너무한데요.”


“나 심각해. 대체 그게 뭔 의미인지도 모르겠어. 이 인간들, 애초에 우정이란 게 뭔지 이해는 하는 걸까?”




존이 바람을 피우는 게 아니라는 건 자명하다. 하지만 존이 그럴 지도 모른다고,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미칠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엔 존의 행동이 이상했다. 일찍 일어나서 식탁에 랩탑을 차려놓고 앉아 있었는데, 존이 오더니 밝은 목소리로 이러는 거다.


“좋은 아침.”


그리곤 애정 듬뿍 담긴 손길로 셜록의 머리칼을 흩트리고 커피를 내왔다.


그 다음엔, 거실에서 신문을 읽고 있는데 뒤로 오더니, 목에 양 팔을 감고 셜록을 꼭 껴안은 채 같이 신문을 봤다.


처음에 사귀기 시작했을 때부터도 이런 행동은 하지 않았더랬다. 밤새 이렇게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셜록이지만, 동시에 존이 말도 안 되게 기분이 좋은 상태였고 그 사이의 흥분된 긴장감에 참을 수 없이 매혹되는 중이었다. 종일 존은 미소를 머금은 채다. 그것도 그냥 미소가 아니라 우쭐한 미소다. 저럴 순 없는 거다. 늘상 존을 주도하는 건 자신이었는데, 이게 대체 뭐란 말인가.


다시 예의 그 누군지 모를 남자에게로 화두가 돌아갔다. 겨우 하룻저녁 대화를 나눈 거 가지고 나와 동급의 취급이 되는 건가? ―하는 생각에, 셜록은 언제 또 이렇게 화가 난 적이 있나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약이 바짝바짝 올랐다.




“그거 아나? 자기가 대장이고 온 세상이 자기 구역이라고 생각해서 그래.”


“자기가 온 우주의 중심인 것처럼 굴죠.”


“자기가 곧 법인 것처럼 행동하지.”


“언제나 이 구역의 둘째가라면 서러운 미친놈이고요.”


“그래도 그나마 틀린 말은 안 하잖아. 안 그래?”


“그건 그래요.”




다음으론, 점심 즈음에 일어난 일이다. 존이 빵을 담아두는 통을 열었다가 죽은 쥐(각기 다른 독성 물질이 설치류에게 미치는 영향을 실험중이었다) 네 마리와 조우하고 말았다. 그걸 보고 셜록은, 존의 좋았던 무드가 한 방에 싹 깨질 거라고 틀림없이 확신했다. 그런데 존은 그냥 웃어버리더니, “하여간 셜록도 참.”처럼 들리는 뭔가를 중얼거리곤 더 이상 별 말 없이 토스트를 만드는 것이다.


잠시 후, 정말 죽은 쥐를 보고도 신경을 쓰지 않는걸까 싶어 염탐하러 다가가자 존이 버터를 가져다 주라고 부탁했다. 셜록은 그렇게 했고, 뜻밖에도 답례로 입술에 쪽 키스까지 받았다.


이거, 정상은 아니다. 물론… 좋긴 하다. 그래, 꽤… 좋다, 한편으론. 하지만 일반적인 행동이 아닌 건 확실하다.


존에게 문자가 왔다. 존은 그걸 확인하더니 흘긋 셜록을 쳐다보곤, 키득이면서 답장을 보냈다.


2분 뒤에 돌아온 답신에 이번엔 크게 웃음을 터뜨리기까지 했다.


반시간 후 셜록은 존이 블로그 업데이트에 열중한 틈을 타 휴대폰을 슬쩍 해다가 문자메시지 내역을 확인했다.




“프라이버시란 걸 조금은 존중해줬으면 싶은 거죠.”


“선택지는커녕 그런 생각도 안 떠오르는 거지.”


“내가 자기 거니까, 나한테 속한 것도 죄다 자기 거라고 생각하나봐요.”


“누가 자신한테 반대하는 것조차도 익숙하지 않을 걸.”


“싫다고 반대해본 적 있어요?”


“있지. 자넨?”


“해봤죠.”


“참 잘 알아듣지?”


“퍽이나요.”




수신 내역에 따르면 오늘 8시부터 12시 사이에 총 세 개의 문자메시지가 저장되어 있었다. 셜록이 본 것만 해도 여섯 통을 넘게 받았으니, 나머지를 지웠다는 건데. 의문의 남자에게서 온 걸까? 존은 뭘 숨기는 거지?


문자가 좀 와주면 좋겠는데, 하고 생각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거실을 가로질러 셜록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 소리에 존은 고개를 들었다가, 셜록의 손에 들려 있는 자신의 휴대폰 역시 지잉 울리는 걸 발견했다.


존이 가늘게 눈을 뜨고 쳐다봤지만 모르는 척 하고, 새로 온 문자메시지를 읽었다.


새 메시지 1개

발신자 : G. 레스트레이드

사건이야. 셜록에게 연락했어.

올 거지?


“내 휴대폰 줘.”


존은 한 차례 웃더니 ― 또, 이상한 행동 ― 일어나서 셜록의 휴대폰을 집었다. 그걸 셜록에게로 내밀면서, 다른 한 손을 펴보였다.


“교환 협정을 맺자고.”


그 손에 존의 휴대폰을 들려주고 자신의 것을 홱 채가 문자를 확인했다. 사건 현장의 주소다. 존에게 보낸 건 현장에 오도록 이중으로 확인하기 위한 거고. 셜록은 지금 존 왓슨과 (잠재적)애인 도둑놈[각주:3]에 대한 사건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에 수사를 거절하고 싶었지만, 한편으로 플랫 밖에서는 존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하고 싶은 욕구도 들었다. 거기다, 자신이 얼마나 환상적인 인물인지 존에게 다시금 상기시켜 줄 필요도 있겠다.




“혹시… 혹시 자네… 왜 이 남자가 나와 사귀는 걸까 이런 생각해 본 적 있어?”


“가끔은요. 하지만 생각해 봐요. 완전 짜증나는 인물인데도, 우린 별로 기분 안 상하고 같이 잘 지내잖아요.”


“그렇긴 하지. 우리 말고 또 누가 이 성질머리들을 받아주겠어?”


“이 남자들한테 우리가 있다는 걸 감사해야죠."


“말 한 번 잘했어. 바로 그거지.”




셜록은 코트를 집고, 존에게 말했다.


“갈 거지?



몸을 굽혀 시신이 신고 있는 양말의 섬유를 관찰하고 있을 때, 셜록은 다시 그 냄새를 맡았다.


물론 경찰 저지선 바로 너머로 커다란 검정 세단이 미끄러지듯 멈춰서는 걸 보긴 했지만, 그냥 무시했었다. 지금 형에 대해 신경쓸 여유는 없었으니까. 특히나 시신의 귓속에 울 가닥이 들어간 걸 발견했을 때라면 말이다. 그때 마이크로프트의 방향에서 역풍이 불어왔고, 바람에 실려온 냄새에 셜록은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 냄새다, 지난밤 존의 스웨터에 희미하게 묻어나던 애프터쉐이브 내음.


그는 불쑥 일어나 형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저쪽에선 존과 레스트레이드 둘이서 무슨 얘기를 주고받는지 열중해서, 이쪽의 동향도 모르는 것 같았다. 마이크로프트의 재킷을 쥐고, 고개를 숙여 냄새를 들이키는 동안 마이크로프트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왜 엊저녁에 존에게서 형 냄새가 난 거지?”


말도 안 돼. 지난밤에 존과 마이크로프트가 같이 있었을 리가 없다. 그것도 펍인데. 마이크로프트는 평생 펍 가까이라면 발을 들인 적도 없다.


마이크로프트는 살짝 고개를 기울여보였다. “아침에 레스트레이드의 재킷에 존의 체취가 남아 있더구나. 난 귀국한 지 얼마 안 됐어. 너도 알다시피, 모리셔스[각주:4]에 한참 일이 있어서 말이다.”


셜록은 눈을 휘 굴렸다. 난 그런 거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고. 마이크로프트도 그런 셜록을 아주 잘 알고 말이다.


“그러니 내가 맡았을 땐… 얼마나…친밀한 행동을 했는지 알기엔 냄새가 많이 흐려져 있었지.”


“펍에서 맥주 다섯 잔을 마시고 헤어지기 전에 문가에서 악수한 다음 가볍게 포옹했어.” 셜록은 그렇게 말하고, 존과 레스트레이드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레스트레이드는 평소 사건 현장에서와 어울리지 않게 얼굴이 환했고, 말하면서 손동작이 요란했다. 존이 한 손을 입가에 가져다댄 걸 보니 웃음을 참으려는 것 같다. 둘의 거리가 평소보다 가까웠다.


레스트레이드는 그저께 마이크로프트의 집에서 보냈다. 그러니 다음날 출근하기 전에 마이크로프트의 새 애프터쉐이브를 썼을 거다. 그리고 그날 저녁을 존과 보냈고, 오늘 아침엔 내내 존에게 문자를 날렸다. 그리고 지금, 딱 붙어서 웃는 꼴을 보고 있자니―


존과, 레스트레이드. 안돼, 그럴 리가.




“문제는, 이 사람이 날 계속 감시하려 든다는 거야. 내가 없으면 아주 안절부절 못하면서 말이지.”


“난 어쩔 땐 얘가 지금까지 어떻게 혼자 살아남았는지 의아할 지경이라니까요.”


“솔직히 자문탐정 일을 빼면 뭘 잘 하는 게 없긴 하지.”


“그러게 말이에요.”


“내 애인은 별의 별 걸 다 알더라고.”


“잡학다식이란 거겠죠.”


“근데 확실히 사람이 유치하긴 해, 그렇지?”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자네도 우리만큼 같이 오래 지내다 보면 이 사람의 삽질이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알게 될 거야.”




마이크로프트를 흘긋 쳐다보니, 입이 지그시 다물어져있다. 진지한 걱정거리가 있다는 의미다. 형제는 두 남자에게로 걸어갔고, 다가오는 걸 본 존이 환하게 웃었다.


“마이크로프트!”


존의 목소리에 놀란 기색은 없다. 딱 걸렸다는 당황스러움도 없고, 자기가 하는 일에 부끄러움마저 없다. 정말 만나서 반갑다는 표정일 뿐이다.


“발가락 나았어요?”


풉 웃음을 터뜨리면서, 레스트레이드가 거의 허리가 굽혀질 정도로 배를 잡고 웃어댔다. 놀란 마이크로프트의 입이 슬며시 벌어졌다. 셜록은 자신의 눈이 형의 발로 내려간 걸 깨닫고 얼른 다른 데로 거뒀다. 격렬한 반응이 나오자 존은 완전히 흥이 돋은 모양이었다.


“약속을 깨버리다니.” 레스트레이드가 헐떡이며 비난했다.


“우리 둘이 언제까지나 비밀을 지킬 순 없는 거잖아요.” 존이 대꾸했다. “저 둘이 모이면 알아내는 건 시간문제죠.”


“하지만 내가 들려준 얘길 그대로 말해버리면 어떡하나.” 레스트레이드가 덧붙였다. “입장 바꿔서 내가 셜록에게 그 보일러 얘길 해버리면 어떨 것 같아?”


셜록의 입이 딱 벌어졌고, 존이 얼른 손을 들었다.


“알았어요, 알았어. 휴전하자고요.”


“둘이서 우리 얘길 한 거로군요.” 마침내 마이크로프트가 말했다. “펍에서.”


마이크로프트가 말하는 ‘펍’이라는 발음에는, 그곳이 마치 누구도 들어가길 꺼리는 악행과 병폐의 소굴이라는 듯한 혐오감이 그득 담겨 있었다.


“너네 형이 레스트레이드와 자는 사이라고 미리 얘기해 주지 그랬어.” 멍한 셜록을 나무라는 존이다.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라.”


“뭘 이해해?”


“홈즈 가 사람과의 삶 말이지.” 뒷말은 레스트레이드가 마무리지었다. “이제 우리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러 갈 거거든. 수요일은 홈즈에 대해 불평하는 날이라서.”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기분 좋았잖아.” 셜록이 말하자,


“어제 저녁에 즐겁게 보냈으니까. 네 얘길 하면서.” 존은 그의 코트 깃을 잡고 끌어다가 쪽 입술을 맞췄다. “넌 바보야, 알간? 질투나 하고.”


“너도 말해줄 수 있었으면서.”


“물론 그럴 수 있었지. 마치 내가 너 두고 바람피우기라도 한 것처럼.”


“그건 그다지 있음직한 일이 아닌 걸.”


존이 웃으면서, 다시 입을 맞췄다.


“둘이 뒤에서 우리 얘길 하는 게 괜찮은 일인지 난 잘 모르겠군요.” 셜록을 놓아주자마자, 마이크로프트가 한 마디 했다.


존과 레스트레이드는 눈썹을 휙 치켜올리면서 뒤로 돌았고,


“같이 갈래요?” 마지막으로 레스트레이드가 한 마디 던졌다.




“그런데 우리 꼼짝도 못 하게 빠져버렸잖아요?”


“완전무결하게.”


“그럴 만한 가치는 충분하죠.”


“오, 물론이지.”


“한 잔 더?”


“좋지.”


“마이크로프트? 셜록?”


“됐어.”


“고맙지만 괜찮습니다.”


“잠깐만 기다려요. 금방 올게.”


“마이크로프트, 아직도 그 셰리 만지작거리고 있는 겁니까?”


“흠.”


“아, 깐깐하게 굴지 말고요. 그렇게 나쁜 술은 아니라고요.”


“그럴 지도 모르지요. 제일 고급 셰리라면.”


“그나저나 셜록 자네, 저녁 내내 물만 마실 거야?”


“알코올은 생각하는 데 방해돼요.”


“너… 너 지금 기록중이야?”


“나중에 참고하려고요.”


“가만 보자, 오, 여기가 네 구역이고 네가 이 방의 제일가는 미친놈이라 이거지, 허?”


“어느 정도는.”


“거만한 짜식같으니.”


“왔어요. 자, 받아요.”


“건배.”


“우리 무슨 얘기 하고 있었죠?”


“완전히 빠졌다는 얘기.”


“아, 그랬지. 그러니까, 자, 오해하지 말고 들어봐요. 섹스는 정말 좋은데…”







역자의 말


원래 제목엔 이런 뜻이 내포되어 있을 겁니당. 내 남자에게서 낯선...남자의 향기가 난다

이건 그냥 질투가 아니라 의처(부)증 수준이라며....

매번 생각하는 거지만 질투 폭발하는 셜록은 근사해귀여워.


그나저나, 잠깐 나온 마형님과 레레 커플도 연륜이 느껴져서 좋다 :)



  1. 이 밑도끝도 없는 자뻑을 세인트 존이 배우면 안 될 텐데....-_-;;; [본문으로]
  2. 야, 야;; [본문으로]
  3. potential boyfriend thief. 얘는 뭘 먹고 살아서 이런 표현을 할까:D [본문으로]
  4. 아프리카 동쪽 섬나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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