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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JW] 내 방이 어때서 (Unconventional Decor) 본문

Sherlock_단편

[SH/JW] 내 방이 어때서 (Unconventional Decor)

topsecretum 기밀선녀 2013.03.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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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 Unconventional Decor
  • 저자 : coloredink
  • 원문 : http://archiveofourown.org/works/171013
  • 줄거리 : 셜록은 존으로 하여금 자신의 방에서 머물고 싶지 않게 만드는 요인으로 생각되는 것들을 목록으로 작성합니다. 목록이 아주 깁니다.
  • 비고 : 기밀선녀가 번역한 글로 창작물의 권리는 저자에게 있습니다. 의도에 맞지 않은 편집+오역 등이 옮겨갈 수 있으므로 불펌은 사양하겠습니다.




내 방이 어때서? │ Unconventional Decor





“으음.” 몇 분 안 되어 존이 입을 열었다. “내 방으로 자러 갈게.” 그리곤 휙 몸을 굴려 바닥에 발을 딛더니, 한 손으로 뒤통수를 긁적이며 뜸을 들인다. 그는 어깨 너머로 고개를 돌려, 여전히 이불 위에 널브러져 있는 셜록을 바라봤다. “괜찮지?”


셜록은 관심 없는 척 표정을 비웠다. “당연히 괜찮지. 안 괜찮을 건 또 뭐야?”


“그냥 물어본 거야, 예의상.” 존은 지쳤지만 만족감에 찬 한숨을 지으며 침대에서 벗어나, 바닥에 떨어진 옷가지를 주워모았다. 방에서 떠나는 그를 지켜보던 셜록은 눈을 감고, 담아두었던 존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너른 등과 붉게 흉진 어깨, 그리고 엉덩이의 섬세한 곡선을.






다음 날 존은 셜록의 침대로 돌아왔지만, 이번에도 머물지는 않았다. 또 그 다음 날 밤은 추격전으로 런던의 반을 헤집고 돌아다니며 보냈지만, 하룻밤 지나고 다음 날이 되자 다시 한 번 셜록의 방으로 들어왔다. 그런 후 존은 도로 가버렸다.


처음엔 그런가보다 했다. 두 번째엔 의심이 들었다. 세 번째가 되어서는 거의 확실해졌다. 존은 여운이 가라앉을 때까지 주욱 침대에 머무르지만, 잠이 들 만큼 오래는 아니다. 왜 존은 이 방에서 자려고 하지 않는 걸까? 프라이버시 때문에? 아니다. 존이 가끔 가다 쓸데없이 보수적으로 굴긴 하지만(물론 셜록의 완전 느슨한 기준에 따른 거긴 해도), 보편적으로 두 사람이 몸을 섞는 사이라면 프라이버시는 이미 문제되지 않는 거다. 특히 같이 자는 류의 일이라면 더 그렇고. 이 방이 싫은 걸까? 그럴 가능성이 높은 거라고, 셜록은 진지하게 고민을 해봤다. 어쩌면 너무 추워서일 수도 있겠다. 아님 벽에 붙은 지명수배 전단지 때문이든지? 코브라 박제가 문제인가? 집의 곳곳에 널려 있는 사건 관련 용품들을 존은 거부하지 않았는데, 그게 방 안에 들어와 있는 거면 싫을 수도 있겠다. 존은 낯선 걸 싫어하니까.


좀 더 조사를 해야겠다.






처음 확인하기로 한 가설은 존이 거부하는 것이 방의 환경인지, 아니면 같이 자는 행위 자체인지에 대해서였다. (설마 나 자체를 거부하는 건 아니겠지? 그런 생각을 하자 가슴께가 이상하게 뒤틀리며 아팠다. 그 생각을 옆으로 치워놓기로 한다. 한 번에 한 가설에만 집중하자고.) 실행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지는 않았다. 층계참 옆 벽으로 존을 몰아붙여 정신없이 키스하고는, 엎치락뒤치락 하며 몸을 끌면서 계단을 올라갔다. 존은 거부하지 않았다. 그저 키스 중간중간 키득이며 이런 말을 할 뿐이다. “성급하네, 안 그래?” “천천히 해, 셜록. 밤은 길다구.” 하지만 그 긴 밤을 다 가지진 못하지. 뭐, 밤이 길긴 하다. 셜록은 이 가설을 시험해 볼 거다. 존을 이끈 채 방을 지나쳐 위층으로 올라가자 존이 뜻밖이라는 듯 작은 소리를 냈다.


“불만 있어?” 헐떡이는 셜록의 말에,


“아니, 그냥 ― 보통은, 안 하잖아, 여기서.” 존은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셜록이 미는 대로 매트리스에 누웠다.


끝난 후, 존은 한숨을 내쉬고 옆으로 돌아누워 셜록을 마주보았다. 그리고 졸린 얼굴에 미소를 띄운 후, 눈을 감는다. 셜록은 존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주로 존은 침대의 저 편에서 잔다. 그는 매트리스의 감도와 이불 촉감을 주의깊게 머리에 새겨놨다. 셜록이야, 존의 방에서 지내는 데 아무런 불만이 없다. 자신의 방이 더 크긴 해도 거긴 이미 짐으로 많이 차 있고, 존의 방에서 지낸다면 추가로 더 그득하게 저장할 수 있어서 좋을 테니 ― 하지만 셜록은 궁금한 거다. 대체 내 방이 어쨌길래 존이 거기서 자기 싫어하는 걸까? 이유가 있다면 내가 고칠 수 있는 종류의 문제일까? 아니면 그냥 존이 익숙한 환경을 선호하는 건가?


갑자기 존이 퍼뜩 잠에서 깬다. 원래는 잠들 의도가 아니었다는 듯이, 그러더니 눈을 몇 번 깜박였다. “셜록? 왜 그래?”


“아무것도 아냐.” 그렇게 말하면서도, 셜록의 마음속은 불시의 불안함으로 그득 찬다. 존은 셜록을 방에 초대한 적이 없는 거다. 존이라면 틀림없이, 셜록더러 당장 떠나달라고 말하기엔 너무 좋은 사람이니까. 정말 그런 거야? 그래서 그러는 거야? 셜록은 미친 듯이 샘솟는 목소리를 짓눌렀다. 도움이 안 된다. 명료하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일어나 앉으면서, 강아지 마냥 머리를 푸르르 털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 “그냥 나 ― 이제 갈까 하고, 괜찮지?”


존이 눈을 끔벅인다. “네가 그러고 싶으면.” 그러고 싶으면 이라는 말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라는 뜻인지 아니면 ‘네가 가줬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대놓고 말하기엔 마음이 약해서 말이야’라는 뜻인지 알 수가 없다. 셜록은 이런 종류의 미묘한 신호에 약하다. 그래서 그걸 이용해먹는 존에게 돌연 화가 났다. 그리고 그렇게 괜히 짜증을 내는 자신에게도 화가 난다. 여기서 괜히 말다툼으로 커져 더 언짢은 상황이 되기 전에 자리를 뜨는 게 최선이겠다. 그래서 그는 침대 밖으로 다리를 편 후 방을 나왔다.


셜록이 누운 방의 이불은 차가웠다. 양 손을 모으고 천장을 바라본다. 괜히 결론으로 도약하지 않을 것이다. 좀 더 데이터가 필요하다.






셜록은, 존을 자신의 방에서 머물고 싶지 않게 만드는 요인으로 의심되는 것들을 목록으로 작성했다. 목록은 아주 길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너무 추워서. (셜록은 자주 창문을 열어둔다. 신선한 공기가 들어와야 환기도 되고 생각을 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에게는 추운 걸 수도 있겠다.)


2. 데코레이션이 좀 색다른 탓에. (셜록의 방 벽은 지명수배 전단과 갖가지 다양하고 잔인한 범죄를 기필한 신문, 잡지 기사들로 온통 도배가 되어 있다. 책장 중 하나는 주머니쥐 박제를 포함해 최근까지의 사건 전유물이 차지하고 있다. 옆구리에 글로리아 스콧 호라고 쓰여진 작은 모형배와, 노끈을 감아놓은 실패, 뒤틀린 금속 조각, 말굽 편자 등등. 그리고 방바닥엔 책, 도구들, 갖가지 쓰레기 ― 깃털, 소라껍데기, 옛날 동전 외 다수 ― 들로 어질러진 경향이 있다. 이것도 최근에 굉장히 많이 치운 거다. 마구 키스해대는 두 사람이 발 밑까지 살필 순 없으니까.)


3. 침대 매트리스가 몸에 안 맞아서. (셜록이 적당히 무른 매트리스를 선호하는 반면 존의 침대는 그보다 좀 더 단단하다. 너무 단단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딱딱한 잠자리는 어깨부터 허리의 휘어짐에 무리를 줘 기상시 불편하게 된다. 존은 옆으로 자는 편이다. 그렇다면 본인의 침대에서 자는 편이 더 익숙할 거다.)


4. 내가 코를 골아서. (셜록은 코를 안 곤다. 그 증명을 위해 몇 번 자는 동안 녹음을 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코는 안 골지만, 잠꼬대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말하는 내용을 보니 꿈 속에서 추리는 하는 것 같다. 그러니 자신의 뇌가 알아서 최적으로 가동되고 있다고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이하 등등. 셜록은 몇 가지 선지를 지웠다. 존이 자신의 이불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을 거라는 항목(셜록의 침구는 면이다. 게다가 극세사다)과 존이 이불에 실례를 한다든가(그랬으면 당연히 눈치챘겠지)하는 항목들을. 그저 존이 셜록의 침대에서 자기 싫을 뿐일지도 모른다, 는 사항엔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이유가 무엇이건, 낯익은 것에 집착을 한다거나(이쪽이 상당히 가능성 높다) 잠자리를 나누는 데 반감을 느끼는 걸로(대체 왜? 그럼 내가 변화를 유도할 수 있을 만한 권한이 있는 문제일까?)나뉠 것이다. 하다못해 셜록은, 사라에게 전화해서 존의 이상한 성향을 아무거나 아는 게 있느냐고 물어볼까 심각하게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사라와 존은 에어매트 이상으로 진도가 나가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혹 해리가 알까? 그런 버릇이 어릴 때 생긴 걸까?


아니. 한 번에 한 가지 변수만 확인할 것이다. 실험 결과가 목표 가설을 증명하지 못하면 더 나아가서 조사하면 된다. 그러니, 일단 창문을 닫기로 한다.


당연하고 해야 할까. 존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둘의 몸에 배인 땀이 식고 그가 갈 채비를 하기 전까진 그랬다. 존은 바지를 입고 나서 허리에 손을 올린 채, 잠시 그대로 서 눈을 끔벅였다. 그리곤 셜록을 향해 돌아섰다. “창문 닫았네.”


“그래.” 셜록은 명백하다는 대꾸 대신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곤, 이런 행동에 정당한 이유가 필요할 것 같아서 덧붙인다. “외풍이 좀 들잖아.”


“맙소사. 네가 무슨 펭귄이라도 되는 건지 싶던 차였는데. 뭐, 닫으니까 좋다. 추워서 거시기가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거든.” 존은 이내 옷을 마저 입고 방에서 떠났다.


그럼 창문은 아닌가. 하지만 셜록은 창문을 닫아두기로 했다. 존이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그리고 당연히 존의 중요부위가 얼어 떨어지는 것도 싫었다.[각주:1]


두 번째 가설의 시험에는 상당히 준비가 필요했다. 일단 (그럴 리는 없지만 혹시라도) 존이 불쑥 들어오지 않게 방문을 닫고, 너덜너덜한 인명사전을 조심스레 치우며 일부러 큰 소리를 냈다. 사전작업이라고 해두자. 충분히 소음을 내 두면 존이 의심하지 않을 거다(존은 오히려 셜록이 계속 잠잠하게 있을 때 걱정을 하니까). 셜록은 바닥을 쓸어서 구석으로 쓰레기 찌꺼기를 몰아간 다음에, 나머지들을 모아 버렸다. 트로피 선반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감이 안 잡혀서, 존의 기준에서 봤을 때(셜록이 알아낸 범위 내에서) 반윤리적이고 괴상한 물건들(눈알이나 원래 눈알이 있었던 것들 등등)을 숨겨두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존은 셜록의 방에 발을 딛자마자 알아챘다. 그 발은 다시 뒤로 거두어졌다. 셜록은 존의 지각력에 은근히 기쁘다. 존은 키스하며 셜록의 셔츠 밑으로 밀어넣던 양손을 멈췄다. “셜록, 너 청소했어?


이런 식으로 매번 뻔한 걸 서술할 작정인가? 그렇게 되면 이 실험이 아주 지겨워질 거다. 셜록은 존의 귓가에 입술을 대고 대답했다. “응.” 그리고 설명이 필요할 테니 한 마디. “좀 어수선하길래.”


“맙소사. 복권이라도 한 장 사야겠다. 달력에다 기념일로 표시해놓든지 해야지.” 존은 그렇게 말하고는 셜록에게로 휙 돌아, 입에다 어질어질해질 만큼 키스를 마구 퍼부었다. “이건 상이라고 해둬.” 숨찬 목소리로 말한 존은 그대로 셜록을 침대에 밀어 넘어뜨렸다.


일을 치르고 난 후 셜록이 생각하길, 늘 이런 엄청난 결과가 나온다면 좀 더 부지런하게 청소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다. 존에게 있어 신선함을 떨어트릴 정도로 자주는 말고. 앞으로 실험을 해서 최적의 청소 주기를 찾을 거다.


“거기다 벽에 붙은 것도 다 떼어내고 말이야.” 존은 바지단추를 잠그며 방을 둘러봤다. “하마터면 여기가 어딘지 못 알아볼 뻔 했다니까. 뭐 미국 일급 지명수배자들이 날 쳐다보는 게 뭐 하긴 했지.”


“신경쓰였어?” 늘어지게 몸을 펴며 셜록이 물었다.


존은 으쓱, “익숙해졌지.” 하곤 몸을 숙여 셜록의 이마에 쪽 입맞췄다. “잘 자.” 그리곤 방에서 떠났다.






“나 코 안 골아.” 셜록이 말했다. 그는 발목을 꼰 채 다리를 쭉 펴서 그의 지정석에 앉아 있었고, 존은 책상에서 랩탑을 두드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 뭘 하는지 존은 눈도 들지 않고 답했다. 셜록의 혁명적인 대화 방식과 응대하는 데 확실히 요령이 늘었다. 그래서 셜록은 기뻤다. 자신이 왜 그러는지는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거다. “나도 봤어.”


홱 고개를 드는 셜록. “언제?”


“저번에 나갔다 와서 네가 무슨 균 배양인지 뭔지, 기다리다 식탁에서 곯아떨어진 거 봤었어. 코 안 골더라고.” 존은 어딘지 의기양양한 웃음을 지으며 몇 자 더 적고는, ‘전송’을 눌렀다.


셜록이 눈을 휘 굴렸다. “그건 완전히 자세가 다르잖아, 존. 보통처럼 편하게 바로 누워서 잘 때 말이야. 코 안 곤다고.”


“너는 그걸 어떻게 아는데?”


“예전에 녹음해봤어.” 그렇게 대답하곤, “마이크로프트가 짜증나게 굴어서.” 존이 눈썹을 치켜올리기에 한 마디 덧붙였다.


“그렇구만.” 존이 기분좋게 맞장구를 쳤다. “코 안 골아서 좋겠네.”


그러나 존은 여전히 머물지 않았다.


존은 자신의 매트리스가 셜록 것보다 더 단단하다는 사실조차 몰랐고, 두 침대 모두 편하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셜록 침구의 세제 냄새나 이불의 촉감, 또는 베개 모양과 사이즈까지 불만이 하나도 없었다. 절망적인 심정으로 해리에게 전화를 해봤다. 해리는 완전히 만취해서는 셜록을 다른 누군가로 착각해, 어젯밤 일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사라에게 전화했다. 사라는 “와, 둘이 이제야 드디어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된 거예요?” 하고 말하며 존과는 에어매트 내준 이상으로 발전한 적이 없다고 했다.


아마도 좀 더 과감한 방법이 필요할 듯 하다.






존은 수갑을 거부하지 않았다. (경찰들이 쓰는 종류가 아니라 가죽 제품이다. 존을 다치게 하는 건 싫으니까. 적어도 그래도 된다는 동의가 없다면.) 수갑에 구속된 채 셜록의 침대에 붙들리는 것도 거부하지 않았다. 실로 무아지경의 신음을 증거로 들 수 있다면 존은 대단히 즐기고 있었다. 왜냐하면 셜록도 그러니까. 셜록은 다음을 위해 이 기억을 잘 갈무리해 저장했다. (또 무엇을 해볼까? 재갈? 눈가리개? 촛농? 그리고 그는, 다음번엔 자신이 구속되어도 상관없을 거라는 생각에 놀라우면서도―즐거웠다. 존은 묶여서 자신의 통제 하에 있는 셜록의 모습을 좋아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들의 일련에 아랫배로 처음 느껴보는 뜨거운 기운이 솟아올랐다. 앞으로 며칠간 그 이미지들을 머릿속에서 떨쳐내지 못할 거다.)


끝나고 난 후, 셜록은 존의 몸뚱이에 한 팔을 걸친 채 가슴팍을 베개 삼아 누웠다. 헉헉대는 숨소리에 맞춰 머리 아래서 존의 가슴이 부풀었다 가라앉길 반복했다. 그러면서 거칠게 뛰던 심장이 점차 진정해 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마음에 든다.


“좋아.” 살짝 멍하니, 경이에 찬 목소리를 내며 존은 수갑을 흔들었다. “이제 풀어줘.”


셜록은 손가락으로 존의 유두를 동그랗게 덧그렸다. 대답을 하기 전에 딱 두 번, 숨을 셌다. “모르겠네. 이렇게 있는 게 맘에 드는데.”


“셜록.” 경고조의 목소리다. 왜 주전자 안에 죽은 새를 넣는 게 나쁜 일인지 셜록이 모르는 척 굴 때 쓰는 그것이다.


“하지만 이러면 나중에 네 어깨에 무리가 갈 테지.” 이번엔 다른 쪽 유두로 옮겨가며 셜록은 말을 늘였다.


존은 이번엔 좀 더 세게 수갑을 잡아당겼다. 성인용품 가게에서 산 얇은 싸구려라, 존이 정말 마음만 먹는다면 뜯어버릴 수 있었다. “셜록.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셜록은 고개를 들었다. 존이 입을 일자로 다문 채 눈을 가늘게 뜨고 이쪽을 보고 있다. 그게 무슨 뜻인지 깨닫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존은 몹시 화났다. 그리고 어쩌면 약간… 약간의 두려움도 담긴 거라고 볼 수 있을까? 진짜로 겁에 질린 존의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강인한 손과 흔들림 없는 눈이 아니라니, 다른 모습이 어떨는지 그것도 모르겠다.


“이거 재미없어.” 존의 목소리는 아주 낮고 차가워서, 가슴에서 무언가 아주 오래 전에 남아 있던 익숙한 느낌의 통증이 피어났다. “이제 풀어줘.” 셜록은 조용히 손을 내밀어 수갑을 푼 뒤, 존이 일어나 앉아 손목을 문지르는 동안 침대가로 물러났다. 존은 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나갔다.


침대 한켠에 웅크리고 누운 셜록은 존이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존을 화나게 했다. 왜? 밤새 구속되어 있는 게 싫은 걸까, 아니면 이 침대에서 밤새 구속되어 있는 게 싫은 건가? 혹은 단지 말을 듣지 않으니까 화가 난 건 아닐까? 하지만 언제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던가. 그러니 전자의 두 가지 이유 중 하나겠으나, 그 중에서도 알 수 없는 건 여전했다.


내일 해리에게 다시 전화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셜록은 그런 생각들을 지워버렸다. 더 이상 조사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지금은 지쳤다는 기분이 가장 컸으니까.


눈을 감고 잠을 청해본다.






한밤중에 셜록은 으슬으슬함에 잠에서 깼다. 이불 밑으로 파고들어 눈을 감지만, 다시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 가슴 속에 무언가 묵직하게 얹혔는데, 이대로 두면 목구멍까지 기어올라올 것이다. 거실로 나가볼까. 실험을 해도 되고, 바이올린을 켤 수도 있다. (아니지. 바이올린을 켰다간 존이 깰 것이다. 이미 존을 화나게 했다고. 어쩌면 존이 좋아하는 음악으로 연주할 수도 있겠다. 그럼 적절한 화해가 될까?)


대신 그는 바지를 주워입고 밖으로 나왔다. 존의 방문은 닫혀 있었지만 잠기진 않았기에, 열어서 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존의 침대는 방의 한쪽으로 밀려나 구석을 모두 차지하고 있었다. 남은 공간이란 딱 셜록이 옆으로 몰래 들어갈 만큼만이다. 그러다 도중에, 존을 깨우고 만다.


“엉? 셜록?” 놀란 존이 베개에서 고개를 들고, 잠기운을 떨쳐내려 하고 있었다. 이렇게 셜록이 밤중에 와서 깨우는 일에는 분명 생사가 걸린 문제밖에 없다는 듯이 말이다. 말하자면 보통 그게 사실이긴 하다. “왜그래?”


“아무것도 아냐.” 셜록이 대답했다. “계속 자.”


“으응.” 존은 다시 자리에 누웠다. 얼마 안 있어 그의 호흡이 도로 깊고 고르게 가라앉았다. 셜록은 그렇게 오래도록 존을 바라봤다.






다음 날 아침 존이 먼저 일어나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제대로 설명할 순 없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살짝 불안했다. 그것만으로도 말문이 막히는지라, 그는 그저 존을 마주 쳐다봤다.


“그래서,” 존이 뗀 말문에,


“음.” 셜록의 대답.


존이 엄지로 눈썹가를 긁적였다. “혹시, 어, 한밤중에 내 침대로 온 게 무슨 이유라도 있는 거야?”


셜록은 베갯잇의 솔기를 잡아뜯다가 문득 멈췄다. 머릿속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꼼지락거리지 말고 가만히 있어. “추워서.”


“아.” 그 말을 이해하기까지 존은 잠시 시간이 걸렸다. “있잖아, 저―”


“미안해.” 셜록은 불쑥 내뱉고는, 곧바로 스스로에게 식겁했다. 그리고 존 쪽도 조용해진 걸 보니, 사과의 말에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이게 바로 셜록의 사과가 드문, 극히 드문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 사과가 드물면 효과도 훨씬 커지니까. 말을 잇는 셜록. “너 화났었잖아. 어젯밤에.”


존의 표정이 부드럽게 풀어졌다. “그랬지.” 그는 숨을 푹 내쉬었다. “내가 풀어달라고 하면 풀어 줘야지. 그래야 하는 거라구. 그렇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넌 꼭 가버리지.” 이럴 순 없는 거다. 이런 식으로 제어를 못 하고 말이 툭툭 튀어나오는데, 이걸 어떻게 멈추냔 말이야?


셜록 만큼이나 존도 놀란 것 같다. “뭐?”


“끝나고 나서. 절대 내 침대에서 안 자잖아.”


“이게 다 그것 때문이었어?” 존이 한 손을 들어 얼굴을 문질렀다. “맙소사, 그래서 그런 거지? 창문도 닫고, 방 청소하고, 나더러 서른 가지 섬유유연제 냄새를 맡아보라고 한 것까지.” 그가 얼굴을 덮은 손 너머로 키득이자, 셜록은 스스로 긴장해 있었는지도 몰랐던 어깨가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왜 그냥 말하지 않고?


이번에는 셜록이 할 말을 잃었다.


그러나 존이 계속 말을 이었다. 그는 손을 내리고, 셜록을 향해 속절없이 미소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 “셜록, 나 아프가니스탄에 있었잖아. 악몽을 꾼다구. 등에 뭔가를 받치고 있어야 마음이 한 결 나아져.” 그는 옆의 벽 쪽으로 고갯짓을 해보였다. “열라게 큰 네 침대는 방 한 가운데 있는데, 나 때문에 가구 배치를 바꿔달라고 할 순 없는 거잖아. 원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야. 하지만 너 ― 너한테 그렇게 중요한 거였는지 몰랐어. 미안하다.”


이제 셜록이 존에게 질문하면 존이 그에게 답을 말해줄 거라는 (굉장해! 근사하다고! 놀라워!) 간단한 공식이 세워지고 나니, 셜록의 마음 안은 너무나 많은 질문들로 그득 차서 무엇부터 물어봐야 할지 종잡을 수 없었다. (너희 부모님은 어떻게 돌아가셨어? 사람을 죽이는 건 어떤 느낌이야? 네가 좋아하는 색깔은? 개구리 먹어본 적 있어? 날 사랑해?) 그래도, 일단 이 대화로 다시 돌아와서 역할을 다 하기로 한다. 셜록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이러했다. “나는 어때?”


존의 눈썹이 휙 치켜올라간다. “네가 어떻냐니?”


“나한테 등을 대고 자는 건 어때?” 입으로 내뱉고 나니, 꽤 괜찮은 생각 같다. 존의 등을 꼭 껴안고 피와 모래의 악몽으로부터 지켜주는 거다.


“아. 음. 뭐 시도는 해 보겠지만…” 불유쾌하게 삐쭉, 입술을 내미는 존. “글쎄―그게―내가 좀… 난폭하게 굴 수 있어서 말이야. 널 때리게 되는 건 싫어.”


“안 그럴 거야.” 셜록이 확신했다. “그게 잘 안 되면 침대 옮길게. 아님 내가 거기서 자든지. 네 매트리스가 좀 딱딱하긴 하지만.” 그리고 불평도 한 마디.


존이 웃었다. “왜 네가 그렇게 내 허리뼈 건강에 관심이 있었는지 이제 알겠구만.” 그가 몸을 숙여 셜록에게 입맞췄다. 그저 입술에 다정히 쪽 키스한 것 뿐이지만, 이 얼마나 편안하고 굉장한지 셜록은 놀라울 따름이다. “으이그, 알았어, 그럼. 맙소사, 적어도 네가 코 안 곤다는 걸 알아서 다행이네.”






역자의 말


오랜만에 제가 좋아하는 장르의 픽을 들고 왔습니다. 셜록도 존 못지 않게 삽질의 대가라는;

이 커플 보고 있으면 꽁냥질의 수준이 굉장하고 근사하고 놀랍지 않나요....><





  1. 나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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