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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SH] 크리스마스의 행복 (Winter's Delights) - 2 본문

Sherlock_중편/시리즈

[JW/SH] 크리스마스의 행복 (Winter's Delights) - 2

topsecretum 기밀선녀 2013.02.17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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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그들이 들어선 곳은 갖가지 식물로 그득한 커다란 온실이었다. 돌로 만들어진 허리 높이의 벤치가 벽을 따라 빙 둘려 있었고, 온실 중앙에도 있었다. 구석마다 벽에 걸린 바구니에서 푸른 화초와 꽃들이 늘어졌고, 문 밖과는 사뭇 다른 청량한 공기가 감돈다.


목도리와 다 마시고 빈 잔을 벤치에 올려놓고, 창문 꼭대기마다 예술적으로 장식된 하얀 꼬마전구를 (멜의 작품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좋아할 만한 거니까) 구경하려는 찰나 셜록이 불에 댄 듯 홱 존의 손목을 놓았다. “저, 미안해.”


“뭐가?” 이미 답을 알 것도 같았으나, 말을 뱅뱅 돌리며 혼란스러운 대화로 빠지기 전에 여기서 확실히 하고 싶었다.


셜록이 방금 들어온 문 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우리 가족들이 다들, 우리가… 우리가,”


“우리가 그렇고 그런 사이라 생각한다는 거?”


“그래, 그거. 미안해. 돌아가겠다고 해도 할 말 없어. 택시 불러줄게, 런던행 막차밖에 없을 거야. 너 가면 내가 사람들한테 잘 말해―”


“셜록, 그만.” 안 그래도 저녁 시간 내내 다같이 짜기라도 한 듯 셜록을 위한 존 왓슨이라는 시선을 받아왔는데 지금 이 녀석이 뭔가 사과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겹쳐 정신이 다 아찔했다. 하지만 일단은 셜록을 달랜다. “침착해, 응? 너 때문에 골이 다 아프다. 내가 왜 런던으로 되돌아간다는 거야?”


“모두들,” (셜록은, 저 밖의 엄청난 엘리트에다 살짝 이상하지만, 거의 이의 없이 상냥하기 이를 데 없는 홈즈 가 사람들이 모인 방을 향해 성마르게 가리켰다.) “저기 있는 친척 모두들 우리가 커플인 줄 알잖아. 결국엔 너마저도 눈치챘을 정도로 쫙 퍼졌지. 런던에서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넌 불편해 하면서 오해라고 정정했잖아. 연회장에 가득 찬 사람들 앞에 나서서 해명하기엔 참을 수 없이 멋쩍을 테고 그렇다고 오해한 채로 놔두는 것도 견디기 힘들 테니까, 그래서 네가 떠나고 싶을 거라고 생각했어. 가도 돼, 억지로 머무를 필요 없어.”


“글쎄, 난 그다지 떠나고 싶지 않아. 그리고 빌어먹을, 당연히 눈치 챘지, 참 고맙네. 이 상황에서까지 날 무시한다고 뭐가 나아지냐.” 존은 한숨을 쉬었다. “맙소사, 제발 진정 좀 해봐.”


늘 그렇듯 창백했던 안색과 대조되게 셜록의 얼굴이 말 그대로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존이 꽃 향이 벤 시원한 공기를 한가득 들이마시는 사이 셜록은 뒤로 홱 돌아 정신없이 잰 걸음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 장면은, 그 때의 기억을 날카롭게 재생시킨다. 염소 표백제의 냄새와 안절부절 못하며 권총의 뒷꼭지로 머리를 긁던 셜록의 모습, 그걸 보며 존은 총을 뺏어버리고 싶었지만 푹 퍼진 스파게티 면처럼 다리가 풀려 그럴 수 없었더랬다.


“그런데 왜 다들 우리가 사귄다고 생각하지? 그러니까, 한두 명이면 넘겨짚을 수도 있고 이해하겠는데 너희 온 친척들이 전부… 혹 누가 무슨 말 했어?”


답이 없어서, 다시 되풀이한다. “셜록, 혹시 누구―”


“맨 처음 시작한 건,” 셜록의 정신 사나운 발걸음이 멈췄지만, 여전히 시선은 존을 피하고 있었다. “물론 마이크로프트 짓이지. 망할, 빌어먹을 마이크로프트, 도움이라곤 손톱만큼도 안 되면서 추접하게 염탐이나 하고 죄다 초를 쳐놓는다고―”


“셜록.”


셜록은 웬만해선 욕을 하지 않는다. 예의나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의 (경멸적인) 말에 따르면 욕을 하는 건 어휘력 부족의 증거기 때문이다. 그리고 욕 자체야 존(상기해주자면 전직 군의관)에겐 그다지 놀랄만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화가 머리끝까지 나선, 다시 튀어나가 박쥐우산을 뺏어다가 마이크로프트를 찔러 죽이고 싶다는 듯이 문 쪽을 노려보는 셜록이란 생소할 수밖에 없다.


“셜록.” 존은 셜록의 앞으로 가서, 달래듯 다시 이름을 불렀다. “유머 감각이 이상한 사람도 아닌 것 같은데, 마이크로프트가 왜 날 네 애인이라고 알린단 말이야?”


“왜냐면,” 존의 머리꼭지 너머 자신의 형제가 있는 방향을 대차게 노려보며, 셜록은 씁쓸하게 대답했다. “날 이런 상황에 몰아넣으려고, 몇 달간이나 수작을 벌인 거야. 교활하고 음흉한 새끼, 살만 디룩디룩 쪄가지곤, 망할 개수작을… 죽여버리겠어.”


존은 그를 지나쳐 문으로 튀어나가려는 셜록의 팔을 붙잡아 말렸다. “뭐, 그러면 전형적인 성탄절 가족 모임에 한 발 더 다가설 순 있겠지만… 물론 이건 내 경험에 의한 얘긴 아냐. 그런데 나가기 전에, 마이크로프트가 왜 널 압박했는지 얘기해 줄 수 있겠어? 뭔지나 알아야 나중에 네가 구치소에 갇히면 보석금을 내주든가 하지.”


크게 심호흡을 하며 셜록은 팔을 놓고, 꼭 자신에게 벌을 주려는 사람처럼 비장하게 자세를 가다듬었다.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하려나, 네가 블로그에 ‘분홍색 연구’라 웃기지도 않은 제목 써서 올린 그 택시 기사 사건 때?”


“물론.” 존은, 자신의 글을 향한 모욕을 한켠으로 치우고 대답했다.


“그때 레스토랑에서, 네가 내 취향을 캐물었었지. 그런 식으로 사회적인 이름표를 때려붙여 제한해 놓으면 분류와 이해가 훨씬 수월해진다는 듯이―”


“셜록.”


“그래. 그래. 어쨌든. 난 일과 결혼했고 너와의 어떠한 성적 관계도 추구할 생각 없다고 말했던 걸로 알고 있어.”


“그래, 그랬지.” 당시에 (조금) 쓰라렸던 감정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존은 아직 그런 관심도 없었고 입도 벙끗 안 했건만(물론 충격적일 정도로 잘 생긴 새 플랫메이트 녀석의 미모를 코앞에 두고 못 알아보면 장님이나 다름없는 거긴 하지만), 셜록은 아예 처음부터 존을 향한 완전한, 일말의 관심조차 차단해 버렸다.


하지만 지금 존의 마음속에 조그만 호기심과 희망이 몽글몽글 피어나고 있었다. 자꾸 맥이 끊기는 이 고백이 혹시, 차츰차츰 셜록의 속내가 드러나는 거라면, 그게 존이 생각하는 것과 같다면… 그럼 좋겠다. 아니지, 아주 좋은 거겠다.


셜록은 헛기침을 하고 다시 존의 시선을 피했다. “음, 당시에는 분명 사실이었어. 차후에 생각해 보니 지금은, 아마도, 내 의미 전달에 착오가 있었던 듯 싶어. 그 얘기를 한 건 사건 중이었고…”


존이 열다섯 살 적, 반에서 가장 예쁜 제니퍼 톰슨이라는 여자아이에게서 발렌타인 카드를 받았을 때 그는 세상의 왕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둘은 두 달간 폭풍같은 시간을 보냈다. 제니퍼가 웬 신입생에게 빠져 그를 차버리기 전까지는. 에스파냐 혼혈이라 이국적으로 생긴 녀석이었지. 누군가의 고백에 속이 울렁거리고, 아뜩할 정도로 기뻤던 건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고백해온 사람들이 존의 반응에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던 것처럼 셜록 역시 그랬다.


“그러니까, 날 좋아한다는 말이네.” 존은 후회할 짓을 하기 전에 확실히 해두기로 했다.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푹 쉬는 셜록. “당연히 널 좋아하지, 네 강박적인 청소 구박이며 블로그에다 ‘셜록의 놀라울 만큼 무지한’ 시리즈 연재에도 거의 일 년 동안 참고 있잖아.”


짜증이 담긴 대꾸에 존은 오히려 더 기쁘다. 기대가 맞았다는 거니까. “내 말은, 나한테 끌린다는 거잖아.”


“이런, 우리가 무슨 열세 살 난 사춘기 애들도 아니고―”


“셜록!”


“그래, 그래, 알았어. 맞아. 너한테 끌려. 꼭 그래야겠다면 그리 말해 줄게. 됐어? 하지만 네가 관심 없을 확률이 높았고, 어쩌면 역겹다고 싫어할 지도 몰랐어… 물론 넌 매우 관대한 사람이니 괜한 걱정이긴 하지만… 아무 일 없을 거니까 안심해도 돼. 네게 육체적으로 끌리는 것도 여태까지 잘 참아 왔고 앞으로도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게.”


여전히 시선을 돌린 채, 셜록은 신경질적으로 말을 이었다. “지금껏 몇 달간 마이크로프트가 너한테 고백하라고 날 들들 볶았어. 구시대 노처녀들이만큼이나 로맨스에 빠진 멍청이지. 보나마나 이번에 가족 모임에서 우리 사이에 중재자 역할로 오지랖을 떨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을 걸. 지금쯤이면 성공했다고 자만감에 도취되어 있을 테지.”


“너 방금,” 어지러운 정신 속, 존은 천천히, 입 안에서 한 마디를 굴려본다. “몇 달간이라고…” 몇 달이고 궁금했었다. 셜록의 입술이 닿으면 어떤 느낌일까. “내가 관심이―”


“네가 관심 없을 확률이 매우 높고 그 경우 내가 아무 문제 일으키지 않을 테니 걱정할 것 없다고. 그래, 알아. 그렇게 말했지. 거기서 확신이 더 필요해? 서류에다 지장이라도 찍어? 전직 군의관 정도 되면 알아서―”


존이 앞으로 다가서자, 따끔하게 쏘아대던 혹평이 뚝 멈췄다. 훅 끼쳐오는 셜록의 온기를 느끼며 존은 조용히 물어본다. “혹 내가 관심 있는 상황이라면?”


셜록이 내려다본다. 그에게 닿지는 않지만 언제나 방어적으로 비워져 있던 공간 안으로 훌쩍 들어와 있다. 물론 지금 돌이켜 보면 모든 사람 중에서도 존에게만은 늘 허락되었던 거리였지만.


“그러면,” 목소리가 갑자기 이상하게 나온다. “네가 걱정할 일이 생기겠지. 그것도 아주 많이.”


셜록에게선 잘 말린 세탁물 냄새와, 격식을 차린 자리에 나갈 때 쓰는 에프터쉐이브의 향이 은은하게 감돌았다. 헤쳐진 옷깃 안, 보드랍게 들어간 쇄골 사이에서 따라올라가 초조하게 침을 삼키는 셜록의 목젖이 크게 울렁이는 것을 지켜본다.


“셜록.” 그렇게 속삭이는 존은, 이제 더 이상 제 목소리가 아니었다. “키스해. 지금.”


이따금씩 셜록과의 키스를 상상해보곤 했다. 이실직고하자면 ‘이따금씩’보단 조금 더 자주였지만. 처음 존의 머리에 떠오른 건, 완벽한 선을 그리는 셜록의 입술이 십대 애들 마냥 소파 위에 나란히 부둥켜안은 채 몇 시간이고 쉼없이 키스를 해댔을 때처럼 도톰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곧 (키가 껑충해서는 꼿꼿하게 서 있는) 셜록이 뻣뻣이 고개를 든 채 키스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이쪽에서 우스꽝스럽게 까치발을 들고 서야 한다는 걱정이 든다.


하지만 셜록의 고자세가 허물어졌다. 반듯한 자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긴 상체가 가까이 굽어져, 존이 얼굴을 살짝 올리는 것만으로 두 입술이 한데 포개어졌다.


첫 접촉이 살짝 빗나갔다 ― 서로에게 고개를 기울이면서 코가 부딪치고, 셜록의 입술이 턱 쪽으로 비껴졌다. 그러나 곧 셜록이 성마른 소리를 내더니, 차가운 두 손으로 존의 얼굴을 붙잡고 두 번째 키스를 했다. 그래, 이제 훨씬 나았다.


셜록의 입술은 따스하고 보드라웠다.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물론 대부분 보는 셜록의 입술선이란, 무뚝뚝하게 딱 다물거나 세상의 지루함과 아둔함을 불평할 때 으레 그러듯 심통맞게 삐죽거렸더랬다. 부드럽게 셜록의 도톰한 아랫입술을 빨아올리자 바로 입이 열리며 반응이 왔다. 따뜻한 혀로 존의 입술을 건드리고, 안으로 조금 들어와 할짝이다 금방 빠져나간다. 존의 조그만 신음에, 셜록은 얼굴을 떼고 그를 들여다보았다.


“뭘 마시고 있었어?”


허리께에 걸쳐진 셜록의 팔이 서로를 더욱 가까이 끌어당겼다. 존은 여전히 한쪽 볼을 감싸고 있는 손 안으로 녹아들 듯 기대며 대답한다. “카이피라냐. 새로 나온 거라고 에반더가 그러길래.”


“지금은 에반더 얘기 하지 말아줘.” 셜록은 낮게 중얼거리곤, 고개를 내려 다시 입맞췄다.


“내 잔을 보고 알아맞힐 줄 알았는데.”


존의 어깨 너머로 셜록의 시선이 깜빡 넘어간다. 벤치 위에 놓인 유리잔 안에서, 라임 조각과 함께 얼음이 녹아 잔을 채우고 있었다. “…아니, 몰랐어.”


그렇담 그건 시사하는 바가 있는 거다. 셜록의 입술을 느끼는 존은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아주 명백한 관찰을 놓칠 정도로 셜록이 다른 데에 열을 올렸다는 거겠다. 존은 그걸 더 파악해보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지금 너무 바쁘다.


이번에 입술이 맞닿았을 때에는 전희 없이 곧바로 허겁지겁 서로의 입 안을 헤집었다 ― 뜨겁고, 격렬하게. 확고하게 몸을 섞는 행위로 넘어가는 의식이다. 감은 눈 너머로 그러한 장면이 마구 솟아오르자 존의 무릎이 떨려왔다. 존은 눈을 감은 채 기댈 벽이나 벤치를 찾아 손을 뒤로 뻗었다.


갑자기 셜록이 확, 떠미는 바람에 존은 깜짝 놀라 일순 셜록이 거부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러나 다음 순간 셜록은 그의 허리를 붙들고 그대로 벤치에 닿을 때까지 뒤로 밀어냈다. 기꺼이 벤치에 몸을 기대고, 존은 셜록의 뒷덜미에 손을 올려 다시금 입맞춤으로 끌어내렸다. 파르르 감기는 눈꺼풀이 사랑스럽다. 격한 키스와 함께, 셜록의 재킷 밑으로 손을 올려 잡히는 대로 셔츠를 한 움큼 그러쥔다.


이내 셜록은 옆으로 얼굴을 내려 귓불을 물고 목선을 따라 입맞춰 내려갔다. 그 열렬한 입술이 더 닿을 수 있도록 존은 애써 목을 곧추세웠다. 키가 조금만 더 컸으면 좋으련만. 셜록과 살게 되면서 스스로에게 그다지 작은 키는 아니라고 주문을 외워왔더랬다. 젠장할, 영국 남자 평균키는 5.9피트고 거기서 아주 조금 더 작은 것 뿐이란 말이다. 팔다리 긴 허우대와 같이 살게 된 게 존의 잘못은 아닌 거다. 게다가 이 녀석, 비쩍 말라서 실제보다 더 길어 보인다고.


그래서 머릿속에 뿅 떠오르는 묘안에 따라 존이 벤치 끝을 잡고 위로 걸터앉자, 셜록도 필시 마음에 드는 모양인지 존의 엉덩이를 감싸 자리를 잡도록 끌어당겼다. 그러나 도리어 그 때문에 무릎으로 셜록의 허리께를 치는 꼴이 됐다. 움찔 하고 고꾸라지듯 몸을 굽히는 모습을 보아하니, 허리가 아니라 좀 더 중요한 부위를 친 것 같다 ― 그 말인즉슨 밤에 기대한 활동이 모두 전면 취소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 하지만 깜짝 놀란 존이 미안함에 당황하자,  “미안해! 이런, 미안, 그러려고 그런 게―” 셜록이 짧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훌쩍 다시 다가와 존의 양 무릎을 벌리고 안으로 맞물려 들어왔다.


맙소사,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온 몸으로 셜록의 손길이 다가온다. 그렇게 느껴진다. 팔을 타고 올라와 어깨를 쥐고, 머리칼을 흐트러트린 뒤 등허리로 내려와 바짝 앞으로 끌어안는다. 벤치 끝에 걸터앉은 자세로 둘의 가슴에서 허리까지 꼭 맞닿았다. 지금 보니 셜록의 신장은 대부분 다 다리로 간 것 같다. 그의 허리선으로 올라오니 입맞추기 딱 좋은 높이가 되었다. 거기다 안쪽 허벅지에 셜록의 단단한 앞섶까지 희미하게 느껴진다. 어설프게 몇 번 입맞춘 것만으로도 금세 흥분한 거다 ― 그리고 더 가까이 부딪쳐오는 그 몸에 존의 입에서 나직한 신음이 흘렀다. 양 다리로 셜록의 허리를 꼭 감는다.


셜록의 얼굴에서 성난 붉은 기가 가라앉고, 대신 흥분으로 발그레하게 콧등에 걸쳐 볼이 달아올랐다. 숨이 점점 빨라지자 고개를 돌려 존의 귓가에 키스하고, 숨가쁜 입을 달싹였다. “널 봐. 내가 널 어떻게 하고 싶은지 넌 상상이나 갈까?”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존은 셜록의 보드라운 고수머리를 감았던 손을 내려 엉덩이를 감싸며, 거칠어진 목소리로 속삭인다. “몰라. 하지만 뭐든 ― 괜찮아, 내 대답은, ‘좋아.’”


다리 사이에 느껴지는 셜록의 탄탄한 엉덩이란, 죽을 만큼 섹시하다. 셜록은 다시 키스해 존의 말을 집어삼키고, 허리를 끌어당겨 서로의 사타구니를 맞물렸다. 몇 겹의 옷 너머로 닿는 느낌에 불가항력으로 존에게서 흐느끼는 듯한 신음이 흘러나온다.


그때 누군가가 헛기침을 하는 소리와 함께, 깜짝 놀란 존은 하마터면 셜록의 입술을 깨물 뻔 했다. 셜록이 소리난 곳을 홱 돌아다봤고, 문가에 멜과 에반더가 나타나 있었다. 얼굴이 살짝 붉어진 멜과는 달리, 에반더는 둘을 향해 빙글빙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방해해서 미안.” 별로 미안하지 않게 들린다. “마이크로프트가 만찬 준비 다 됐다고 불러오라 해서. 직접 가기 싫다고 그러더라고, 보고 싶지 않은 게 있다면서.”


양 손을 셜록의 죽여주는 엉덩이에 한 쪽씩 올린 채, 두 다리 사이에 셜록의 허리까지 붙들고 있는 모습을 들킨 상황이지만서도 존은 일순 마이크로프트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그 말을 했을 것을 떠올리니 웃음이 비집고 나오는 걸 어쩔 수 없었다.


뒤로 물러나려는 셜록의 기색에, 존은 화들짝 놀라 반사적으로 무릎을 죄여 못 가게 막았다. 지난 십 분간의 활동에 따라 (15분? 20분? 잘 모르겠다) 흥분할 대로 흥분해 바지에 죄일 정도인 앞섶 때문에 셜록의 사촌들 쪽으로 제대로 시선을 들 수가 없었다. 에반더가 괘념치 않는다는 걸 알지만 말이다. 아니지, 에반더가 괘념치 않으니까 더 문제다.


이쪽을 흘긋 보고는 셜록이 짧게 대답한다. “곧 가지.”


분명한 추방 명령임에도 에반더는 눈 깜짝 않고 할 말을 다 했다. “둘이 되게 귀엽다. 몇 달이나 사귀었으면서도, 여전히 첫키스인 것처럼 뽀뽀하네.”


“꺼져, 에브. 가서 그 웨이터나 데리고 놀아.”


에반더가 찡긋 윙크를 날렸다. “이미 달성했다네, 사촌 ― 식사 후에 랑데부가 있을 예정이야. 나한테 저 목도리의 반만큼만 행운이 따라준다면 평탄대로겠지.”


뭔가 푹신한 것 위에 앉았다는 걸 존이 깨달았을 때쯤, 멜이 숨죽여 킥킥대며 에반더의 팔을 잡고 밖으로 끌고 갔다. 덩달아 셜록도 안 웃으려고 애를 쓰면서 짐짓 그쪽을 노려보는 척을 하고 있었다.


다시 둘만 남게 된 후, 셜록이 돌아다보며 물었다. “너 괜찮아?”


바로 방금까지만 해도 키스하며 숨을 나누었던 사람에게서 듣기엔 너무 공손한 질문이다. 여전히 셜록은 평소의 차분함과는 다르게 부스스해진 모습이었고, 얼굴에 떠오른 살짝 당황한 표정이 사랑스러워서 존은 큭큭 웃음을 터트렸다.


“괜찮아.” 그는 미친 사람처럼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다 뿐이겠어. 최고지. 방금 근래 들어 최고로 뻑가는 키스를 하다 네 사촌 둘에게 좋은 구경을 시켜줬고, 이젠 내 인생 최고로 흥분한 상태에서 너희 가족과 크리스마스 만찬을 하게 생겼다고. 설상가상으로.” 그 자세에서 몸을 꼼지락거리자, 끙 하는 이상한 소리와 함께 허리를 감싸고 있던 셜록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멜이 준 목도리 위에 앉아버렸네.”


존이 밑에서 빼내 펼쳐든 목도리를 향해 셜록이 경멸적인 시선을 보냈지만, 말은 삼가고 있었다. 분명 예의를 차리는 행동이었다.


거기에다 존이 간단하게 덧붙이자, “이거 맘에 들어. 현장 나갈 때 두를까.”


셜록의 자제심이 와작 깨졌다. “그런 짓 하기만 해봐. 그 목도리는 존재만으로도 범죄 행위라고.”


“그럼 집에서만 둘러야겠네.”


“그거 두르고 있으면 절대 키스 받을 생각 하지도 마―”


“아니면 널 벗겨서 식탁 의자에 앉혀놓고 싶을 때를 대비해 갖고 있다가 이걸로 손을 묶을 수도 있지. 난 네 앞에 무릎꿇고 빨아줄 거고, 넌 그걸 다 봐야 해. 단,” 한 템포 끊은 뒤, 천천히 말을 잇는다. “날 만지는 건 안 돼. 혹시 모르니 네 발목도 단단히 붙들어 두는 게 좋겠네. 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녀석이니까.”


그런 발상을 말로 내뱉으니 슬쩍 민망하긴 했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었다.  완전히 쩍 굳어버린 셜록을 구경할 수 있었으니까.


“뭐든.” 재빨리 정신을 차린 셜록은 몸을 숙여 존의 귓가에 속삭이며, 앞섶 위로 손바닥을 살짝 올렸다. “뭐든 괜찮아. 마음대로 해봐.”


살갗에 와 부서지는 셜록의 숨결과, 기다란 손가락이 지퍼 위를 살며시 쓸어올리는 느낌에 존은 다리가 풀릴 듯 부르르 떨었다. “곧 나가야 해, 정신 차리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되잖아.”


“미안.”


하지만 도로 존을 벤치에 내려놓고 물러나는 셜록의 목소리엔 미안한 기색이 한 점도 없다. 바지의 먼지를 털어내며, 존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말없이 차가운 공기가 뜨끈해진 얼굴과 온 피부를 간질이는 욕구를 식히길 기다린다.


“저, 내키지 않으면 굳이 만찬에 가지 않아도 돼.” 존의 눈을 피해, 재킷 단추를 채우고 한 손으로 머리를 쓸어넘기며 셜록이 말한다. “우리 가족과 크리스마스 저녁식사를 같이 하는 건 좀… 고역일 수 있어. 누가 그러더군. 그러니 그냥 방에서 저녁식사를 서빙받아도 괜찮아. 너 원하는 대로 해.”


안 그래도 키스 때문에 머리가 몽롱했는데, 존에게 명령을 내리는 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할지 대답을 기다리는 셜록의 낯선 모습에 정신이 핑핑 돌 것 같았으나 존은 기어코 대답을 했다. “뭐? 셜록, 당연히 만찬에 가고 싶지. 너희 가족이 맘에 든다구. 살짝 미친 데다 말도 안 되게 재주가 많고, 어쩌면 세계 경제를 조종하는 인물들일지도 모르지만… 좋은 사람들이잖아.”


“그래.” 소매로 시선을 떨구고 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셜록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것도…좋지. 잘됐네.”


갑자기 머릿속에 팍 떠오르는 불안한 생각에 존이 농담조로 물었다. “이런, 맙소사, 혹시 저녁식사로 송아지 고기나 멧새같은 게 나오는 건 아니겠지? 무슨 희한한 걸 먹게 되는 거 아냐?”


“아니야, 존.” 온실 밖으로 나오며 셜록이 눈을 휘 굴렸다. “그리고 대체 뭣 때문에 우리 가족을 무슨 갑부 귀족처럼 보는지 모르겠군. 제스퍼 삼촌이 이번에 두 번째로 미슐랭 스타를 딴 분이라[각주:1] 조수들과 함께 주방을 맡으셨을 거야. 그 분이 내키는 걸로 요리를 하시겠지. 뭐가 나오든 괜찮으니까 걱정할 것 없어.”


잡담을 나누며 빈 잔을 정리하는 고용인들 외에는 텅 빈 객실을 지나면서, 존은 누가 셜록네 가족과의 만남을 ‘조금 고역이다’고 표현했는지 알 것 같았다. “3월에, 은행에서… 왜 세바스찬의 의뢰를 받아들인 거지, 둘이 안 좋게 헤어졌는데?”


이쪽을 돌아다보지도 않고 셜록이 무심하게 으쓱 했다. “우린 돈이 필요하잖아.”


나한테 돈이 필요하단 뜻이겠지, 갑자기 알 수 없게 동상처럼 보이는 셜록의 모습은 어느 아침을 떠올리게 한다. 그날 존은 돈을 좀 빌려줄 수 있느냐고 계면쩍고 민망하게 물었었다. 그런 후 곧바로, 셜록은 저가 경멸하고 있는 게 분명한 전 애인으로부터 의뢰를 수락했다. 존에게 필요한 현금을 빌려줄 수 있도록.


굳은 셜록의 표정에 어린 무언가가 이 얘기를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여기선 안 된다. 어쩌면 앞으로도 안 될지도 모르고. 해서 존은 다른 궁금증을 물었다. “엄청나게 성공한 사촌들이 저렇게 많은데, 왜 플랫메이트를 따로 구했던 거야?”


“아무도 나랑 안 살려고 하니까.”


짜증스러운 셜록의 목소리에 존은 웃음을 꾹 눌러 삼키고 짐짓 심각한 목소리로 답했다. “정말? 세상에, 믿을 수가 없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가.”


“그래, 그러게 말이야. 위로 참 고마워.” 대차게 노려보는 셜록이지만, 입가는 슬며시 호를 그리고 있었다. “나도 공동세입자로서 자격 미달인 거 알아. 당시에 스탬포드에게 그렇게 말하기도 했고.”


“하나만 더 묻자. ‘셜록’이 미들네임이면, 진짜 이름은 뭐야?”


셜록은 홀로 들어가는 문을 열고 존이 먼저 들어갈 수 있도록 뒤로 물러섰다. 호기심어린 존의 눈빛이 뒤를 돌아보자 (그의 허리 부근을 쳐다보고 있던) 셜록이 시선을 들고는 인상을 찌푸린다. “이제 우리 키스했다고, 너 내킬 때마다 날 추궁해도 괜찮다는 전권을 위임받은 걸로 여기는 거야?”


“그럴 지도.” 씨익 웃는 존. 그것도 나쁘지 않은데. “그러니까 이름이 뭔데?”


셜록이 대답을 하려고(아님 얼버무릴 작정이던지. 존은 둘 다 예상하고 있었다) 입을 여는 순간, 어디선가 멀리서 조용히 종이 울렸다.


“아.” 셜록의 즐거운 목소리. “저녁식사가 시작될 모양이야.”




참으로 안심스럽기 그지없게도, 만찬은 존이 예상했던 것처럼 고역스럽기 그지없는 상류층의 (은식기에 시중을 받으면서 숨막힐 듯한 침묵 속에 식사를 하는) 그것이 아니었다. 커다란 식탁을 빙 둘러싸고 여기저기서 활기찬 대화가 이어졌고, 셜록이 용의주도하게 식탁 한쪽 끝의 빈 자리로 존을 밀어갔다. 늦게 도착한 둘은 별다른 주목을 끌지 않았지만, 멜이 저쪽에서 체셔 고양이를 무색하게 할 웃음을 지어보이며 아는 척을 했고 셜록의 할머니도 자애로운 눈빛을 보내왔다. 존에게 있어서 어쩐지 멜의 미소보다 더 기가 죽는 시선이다.


식탁 위로 갖가지 음식들이 올려졌다. 존 자신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거북해 할 검은 타이의 웨이터들이 즐비해서 시중을 드는 게 아니라, ‘저기 끝에 있는 채소 좀 주실래요?’ 혹은 ‘랜슬럿, 할아버지께 감자 건네 드려.’ 등 수시로 여기저기서 부탁이 오갔다. 사실 줄곧 존의 온 정신은 식사 내내 허벅지로 딱 올라와 무겁게 자리를 잡고 있는 셜록의 손으로 쏠려가 있었고, 거기다 여러 코스 음식이 나올 때마다 셜록이 귓가에 붙어 설명을 속닥이는 통에 얼굴이 후끈거렸다. 다행히 잔에 계속 와인이 채워졌으므로 그 탓을 할 수 있었다. 존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숙소로 셜록을 끌고 데려가 흠씬 놀아나고 싶은 걸 꾹 참고 간신히 미개하지 아니한 인간답게 음식을 먹는 것이 다였다.


셜록 역시 주위에 잘 녹아들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 셜록의 손은 조미료나 와인을 건네달라는 부탁을 받을 때만 잠깐씩 올라갔다가 곧바로 제자리에 돌아왔다. 그렇게 잡아놓지 않으면 존이 사라지거나 어디로 가버릴지도 모른다는 듯이 말이다. 묘하게 잔망스런 행동이긴 했는데, 다만 존으로 하여금 주변에서 대화에 끌어들이고 싶어하는 셜록네 가족들에게 제대로 된 지적인 답변을 내놓는 것이 매우 힘들어진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다.


식후 커피가 나오고 나서 다들 삼삼오오 짝지어 흩어지거나 식탁 의자를 끌고 아직 얘기를 나누지 않은 친척들 쪽으로 모였다. 옥타비아 고모님이 와서 자신을 소개하며 존에게 숙소가 마음에 드냐고 물어왔다. 그녀는 키가 멀쑥하고 우아했으며, 칼같이 재단된 정장 덕분에 수십억 대의 대기업 총수처럼 보였다. 그녀가 성심껏 묻는 말에, “정말 다른 필요한 것은 더 없어요?” 존은 침대 옆 서랍에 들어있는 물건이 떠올라서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괜찮습니다.”


셜록 이 망할 녀석이 또 어디로 가버렸는지, 존은 지원 요청을 보내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아야 했다.


“어디였더라, 둘이 묵는 방이…?”


“그… 음, 아라비안 룸입니다.”


“아, 그렇지. 맞아.” 그녀가 회상에 잠겨 미소를 지었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요. 꾸미는 동안 얼마나 즐거웠는지, 내가 그 방을 특히 좋아해서 말이야. 물론 각 방마다 심혈을 기울이긴 했지만, 내 세헤라자드 방에 애착이 많이 가지요. 둘에게 그 방이 딱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당신은 이야기꾼이기도 하니까요.”


그녀가 미소를 지었고, 존이 놀라 물었다.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저택의 인테리어를 모두 직접 하신 겁니까?”


“그래요. 오래된 역사적 건물을 복원하고 인테리어를 하는 것이 언제나 내 큰 바람이었죠. 그 방의 천장을 꼭 구경해 봐요. 이 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니까.”


즉시 머릿속으로 생생한 상상들이 펼쳐졌다. 커다란 침대에 납작 등을 대고 누운 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신음을 내는 거다. 셜록의 입술이 배를 따라 점점 밑으로 내려가는데―


존을 더욱 더 혼란으로 빠트리려는 작정인지 옥타비아는 즐겁게 덧붙였다. “특히 침대 바로 위의 천장이 예술이죠. 그걸 완성하려고 아주 공을 많이 들였답니다.”


“예, 그렇군요.” 부디 창피해서 꽉 눌린 목소리로 들리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옥타비아는 매우 정중하게 존을 대하고 있었기에, 이 여인을 둘의 베드사이드 테이블에 갖가지 병과 콘돔 포장을 가져다놓은 인물이라고 생각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존이 양해를 구하고 다른 데로 피하려는데 그제야 셜록이 도로 모습을 나타났다. 그는 뒤에 멈춰서더니, 손가락으로 존의 목덜미를 쓸어올렸다. 얼굴로 열이 확 오르면서 피부가 따끔거린다.


“안녕하세요, 고모.” 예의바르게 인사하는 셜록에게서는 단 한 점의 무례함도 찾아낼 수 없었다. 바로 저번 달에만 해도 그 무례함 때문에 앤더슨이 목이라도 조르려고 달려들었는데 말이지.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 뭘. 오랜만에 보니까 좋다, 얘.” 옥타비아가 조카에게 따스한 웃음을 지었다. 잠시 존은 (오늘만 해도 처음은 아니지만) 놀랍게 그 장면을 바라봤다. 이때껏 알아온 사람들 중 셜록이 가장 자발적으로 남들로부터 고립되어 살아가는 사람인 줄로 알았는데 실은 이런 관대하고 개방적인 가족들이 많이 있었던 거다.


“둘이 어디 가려고?”


“존에게 저택 구경을 시켜줄까 하고요.” 셜록은 담백하게 대답하며 은근슬쩍 손가락을 존의 셔츠 깃 안으로 밀어넣어 톡 튀어나온 척추 돌기를 어루만졌다. “바빠서 식전에 둘러볼 기회가 없었거든요.”


“그거 좋지. 안 그래도 막 그 얘길 하고 있었거든. 너, 너희 방 침실 천장이 얼마나 장관인지 존에게 꼭 보여줘야 한다.”


그녀가 대관절 씨익 웃음을 지었다. 존은 옆을 돌아다봤다가, 셜록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달아오른 걸 발견하고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럴게요. 가자, 존.”


“너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메인 홀로 나오며 존이 물었다. “런던에서도 사람들이 줄곧 우리더러 커플이네 어쩌네 얘기를 했지만 너 아무렇지도 않았었잖아.”


셜록이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래, 뭐. 런던에서는, 너와…” 재킷을 만지작거리는 그의 목소리가 살짝 낮아졌다. “너와 키스하는 게 어떤 느낌인지 몰랐었지. 혹은 너한테서 어떤 맛이 나는지도 몰랐고. 이젠… 상황이 달라졌잖아.”


“그래, 그래. 근데 셜록, 너희 고모가 말씀하신 건… 아무래도 진심이 아니라…”


“그럴 지도 모르지. 옥타비아 고모 성정을 누가 알겠어? 절대 대놓고 직설적으로 말씀하시는 법은 없지만 아빠는 늘 고모가 짓궂은 유머감각을 발휘한다고 하시지. 너도 베드사이드 테이블에 든 것 봤지. 에반더가 고모와 아주 죽이 잘 맞기도 해 ― 심지어 커밍아웃 할 때도 제 부모님보다 고모에게 먼저 말했을 정도니까.”


둘은 흑백의 타일과 윤을 낸 패널로 둘러싸인 홀 중앙에 멈춰섰다. 셜록이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어디부터 시작할까?”


위쪽을 휙 올려다본 존은 옥타비아가 자신 못지않게, 진심으로 크리스마스 전통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셜록이 정문 쪽으로 돌아 설명을 했으나, “여기에 본채가 지어진 시기는―” 이내 목덜미로 올라온 존의 손길을 느끼고 입을 다물었다.


이 녀석의 정신을 흩트리는 새 능력이 생긴 건가, 존은 맘에 들어서 셜록을 가까이 끌어당겨 살짝 스치듯이, 담백하게 입맞춘다.


“불평하는 건 아닌데 말이지,” 입술이 떨어지고 셜록이 속닥이면서 따스한 기운이 존의 입으로 와 부서졌다. “저건 대체 뭐하러 있는 거야?”


셜록의 목덜미 뒤에 한 손을 올린 채로 존은 위로 흘긋 고개를 들었다. 셜록이 밝은 하얀 열매로 장식된 반짝이는 나뭇잎 뭉치[각주:2]를 보고 코웃음을 쳤다.


“웃긴 미신이라니까.” 그렇게 비죽이면서도, 존을 끌어다가 다시 키스한다. 뼈가 흐물흐물해질 듯한 느릿한 키스에 입이 다 얼얼해지던 와중, 흠 하고 헛기침을 하는 소리가 끼어든다. 존은 멋쩍게 뒤를 돌아 웃음을 제대로 숨기지도 못하고 있는 마이크로프트를 바라봤다.


“존, 확실히 우리 동생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어요. 저 녀석이 크리스마스 전통을 우습게 보는 것도 이번 해로 마지막이겠군요. 셜록, 유감이지만 연회장에서 하나 둘씩 해산하는 중이다. 볼거리를 제공하고 싶은 건 아니겠지.”


답도 듣지 않고, 마이크로프트는 존에게 끄덕 고갯짓을 해보이고는 거실 쪽으로 가버렸다.


“저 자식, 앞으로 이거 갖고 몇 달간은 우려먹을 걸.” 툴툴거리는 셜록이다.


“그러겠지. 그래도 그럴 만한 자격이 있잖아, 안 그래?”


대답으로 흥 하고 불만스런 소리를 내지만 셜록도 동의하는 거라고 존은 알 수 있다. 식사 내내 셜록이 하는 짓을 옆에서 보고 있었으니까. 셜록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마이크로프트에게 와인잔을 채워주고 가시 돋친 군말 한 마디도 없이 먼저 식후 디저트 초콜릿을 건네줬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아무도 안 보고 있는 것 같으면 작게 미소까지 지어보냈다.[각주:3] 홈즈 형제의 전례로 살펴보자면 이 현상은 아마 남들이 부둥켜안고 야단스레 고마움을 전하는 수준에 근접할 것이다.


제 형이 사라진 곳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셜록은 이제야 제 허리에 감긴 존의 팔을 알아차린 듯 이쪽을 돌아다보며 머뭇머뭇 입을 열었다. “음, 이 집을 구경하는 사람들은 대개 맨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거든.”


정말이지 셜록이 저런 어색한 목소리를 낼 날이 올 거라곤 상상도 못 했더랬다. 그러나 존은 웃음을 숨기고 엄하게 답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전통을 깨버리면 안되겠네. 앞장 서봐.”


먼저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셜록의 하체 근육이 이완과 수축을 반복하는 모습에서 눈을 떼기란 불가능하다. 어차피 눈을 뗄 생각도 없고 말이다. 층계참 꼭대기에 다다른 셜록은, 살짝 숨이 찬 듯이 웅얼거렸다. “그럼 어디부터 가볼래? 르네상스 스타일의 욕실도 있고, 아니면…”


말소리가 잦아들었다. 존의 손이 다가와 마주 깍지를 끼고, 엄지로 셜록의 손등을 쓸었다. 존은 짐짓 질문을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셜록의 시선이 탐욕스레 그의 입술로 내려왔다. “음, 내 생각에 우리 먼저―”


“알았어.”


“그러니까, 네 고모님이―”


“맞아.”


“좋아, 그럼.”


숙소의 문손잡이를 당기는 존의 뒤에서 바짝 몸을 붙여오는 게 느껴진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홱 끌어당겨 둘의 몸을 맞붙인 셜록이 손을 들어 얼굴을 감싸고, 그의 입술이 존의 눈썹에서 코의 윤곽을 따라 경건하게 부딪쳐왔다. 그리고 두 입술이 만났다.









  1. Michelin star. 미슐랭에서 주관해 세계 여행자들을 위해 각지의 호텔, 레스토랑, 펍 등 음식점을 선점하는 시스템. 해마다 미슐랭 스타라는 대회를 통해 별을 세 개까지 부여하며 많을수록 급이 높다....라는 것 같다(....). 미슐랭 스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a href="http://en.wikipedia.org/wiki/Michelin_Guide" target="_top" class="tx-link">여기</a>로. 근데 이 집안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본문으로]
  2. 겨우살이. 크리스마스 장식에 자주 보는 빨간 열매와 뾰족한 나뭇잎을 한 그것인데, 잎이 둥글고 열매가 흰 품종도 있다. [본문으로]
  3. 아.... 셜록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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