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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lock]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남자 │ The Man No One Liked - 21 본문

Sherlock_장편/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남자

[Johnlock]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남자 │ The Man No One Liked - 21

topsecretum 기밀선녀 2015.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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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 앤더슨과 레스트레이드 부인





21 : 최후의 용의자 │ The Last Suspect





생각에 빠져 있다 까무룩 잠이 든 모양이었다. 셜록은 귓가에 훅 이는 존의 숨결을 느끼고 깜짝 놀라 깼다가, 이내 목을 훑어내리며 속삭이는 감각에 힘을 풀었다.


“보고 싶었어요. 종일 당신 생각만 했어. 필립스 부인이 나더러 분명 좋은 일이 있었던 게 틀림없다면서 얼굴이 훤하다고 하시더군요. 이리 와요, 침대로.”


“차 먼저 마시지 않고요?”


“나중에.” 말은 더 않겠다는 듯이, 존은 일단 셜록의 앞섶으로 손을 내려 세우기 시작했다.


보통의 남녀가 신혼때 느끼는 감정이 이러할까, 조금만 상대방과의 자극이 닿아도 금세 불꽃을 터뜨렸고, 서로를 향한 집착은 식을 줄 모르고 타올랐다.


그 후 식사가 필요해져 침실에서 나왔고, 그런 다음에 거실의 난롯가 앞에 앉아 다시 평화로운 행복을 만끽했다.


샐리에게 들은 정보에 대해 존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까. 다시 말다툼이 일어나는 건 원치 않았다.


“존, 이전에… 잊으라고 했던 건 알아요. 하지만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알아보는 것만큼은 같이 논의해 줄 건가요?”


존은 신문을 치우고 눈을 감았다. “계속 미련이 남는 거죠? 나도 어젯밤에 그 얘기 한 이후로 이해해 보려고 했지만, 만약…만약에 레스트레이드 경이 범인인 거라고 칩시다. 그럼 뭐가 바뀐다고 생각해요? 앤더슨이란 친구 보아하니 뼛속까지 비열한 사람 같던걸요. 레스트레이드 부인에게 해코지를 하거나 협박을 했다면, 경이 그를 죽였다 해도 이해할 수 있죠. 옹호할 순 없더라도 이해는 가요. 그래, 당신이 맞아요. 레스트레이드 경이 진짜 범인이라고 한다면, 당신을 그런 곤경에 빠트렸으니 용납할 수 없을 겁니다.”


“오늘 샐리를 보러 갔어요.”


“누구?”


“레스트레이드 가의 하녀들 중 하나요.”


존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좀 위험하지 않나.”


“휴식 시간에 만난 거예요. 저택에서 나온 샐리를 좇아가서 맥주를 한 잔 사주고 얘기를 들었어요. 살인이 일어났던 날 밤에, 내 생각엔 앤더슨이 레스트레이드 부인과 다투고 난 다음일 겁니다, 샐리에게 돈보다 더 나은 무언가를 얻었다고 그랬답니다. 평생 쓸 만큼 대단한 거라고 했다더군요.”


“돈보다 나은 것? 정보가 더 필요하긴 하지만, 어찌 됐건 협박으로 벌어들이는 거겠죠.”


“내 생각도 그래요.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는 수입? 더 나은 일자리? 동업자? 샐리의 말로는 그가 뭘 하는 건지 알았지만, 누구에게 협박을 하는지는 자세하게 듣지 못했대요. 다른 사람은 아무도 개입되지 않은 거죠. 그리고 그 돈도 없어졌고요. 편지의 행방은, 물론 가설이긴 하지만 일단 레스트레이드 부인에게로 넘어갔다고 보면 되고, 그럼 부인이 편지와 함께 돈도 가져갔다는 게 지금으로서는 타당한 결과일 겁니다.”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서로를 보고 외쳤다. “찰스 가 사람들!”


존이 뒷말을 이었다. “으음, 그렇다면 그 친척인 레스트레이드 부인이 방을 뒤지고 편지를 찾아낸 장본인이라는 데 더욱 신빙성이 더해지는군요. 하인이었다면 찰스 가의 불운에 대해 알 길도 없고, 안다 해도 거기까지 관심을 가질 리는 없겠죠. 편지를 돌려줄 만큼 아무리 심성이 좋다 한들.” 존은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셜록은 고개를 끄덕였다. “레스트레이드 부인은 앤더슨과 다른 사람, 즉 범인이 일을 마친 후에 방에 들어섰어요.”


“그 전에 들어갔을 가능성은?”


“아뇨, 그 전에 방이 뒤집혀져 있었다면 앤더슨은 편한 차림으로 약속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지 않았을 거예요.”


“아니면 부인과 요의 범인이 같이 등장했을 수도 있고요.”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레스트레이드 경이 범인인 쪽으로 돌아오게 되죠.” 셜록이 의자 끄트머리에 걸터앉은 채로 허공에 손짓을 하며 빠르게 말을 풀어냈다. “그 날 있었던 일을 다시 차례대로 되짚어보죠. 내가 아프다고 일을 빼서 당신에게 와 있는 사이에 딤목과 앤더슨은 테이블을 치우고, 촛불을 끄고, 기타 등등 잡다한 일을 했을 거예요. 파티가 끝난 후에, 하녀들과 앤더슨, 딤목이 객실 정리를 하고, 이제 여기부터가 중요해요. 바로 이 때 앤더슨과 레스트레이드 부인이 접촉해 협박금에 대해 입씨름을 했을 거라는 추정을 할 수 있을 거예요.”


“확신할 수 있어요? 앤더슨이 무슨 일로 여주인에게 무례를 저지르죠? 부인은 금슬도 좋으니 힘이 없는 것도 아니고.”


“샐리가 한 말에 따르면, 앤더슨이 부인께서 혼인할 당시 처녀가 아니었다는 걸 알아냈다고 하더군요.”


그 말에 존이 웃음을 지었다. “뭐, 식장에 들어설 때까지 못 기다리는 커플들이 많기는 하죠―”


“남편과의 관계가 아니래요.”


“아.”


“그래서 계속하면, 짐작컨대 분명히 그 후 곧바로 앤더슨이 샐리에게 돈보다 더 좋은 것을 얻었다고 얘기를 했을 겁니다.”


“레스트레이드 부인에게서 뭔가 얻어낸 걸까요? 정보라든지? 누군가에 대한 정보? 지위가 더 높고, 잃을 것이 많은 인물에 대해서?”


“바로 그거예요!” 셜록은 존의 명석함에 반색을 하고 환히 웃었다. “앞서 우리가 알아낸 것처럼, 앤더슨은 다알링 씨와 제인 라킨에게 협박을 가하고 있었지만, 찰스 가 사람은 예외였어요. 완전히 확신할 수는 없지만, 어찌됐건 루이자 아가씨와 약혼자 역시 목표가 될 이유가 없었을 거고요. 혼인하기 전까지는 신탁금에 손을 댈 일이 적을 테니까요. 캐롤라인 아가씨는 별다른 재산이 없는데다 앤더슨이 접근을 해왔다면 필시 우리들에게 알려왔을 거고요. 종합해 봤을 때 당시 저택에 초대된 손님들 중에서, 즉 앤더슨에게 위협을 받고 있었더라도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은 제외할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남는 인물은 ― 연금으로 생활하는 아가사 여사가 있어요. 그리고,” 그는 극적으로 한 박자 쉰 다음,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네빌 경이 있죠.”


존은 고개를 내저었다. “네빌 경은 이전에 제하자고 하지 않았나요.”


“그래요, 앤더슨이 네빌 경을 존경한다고 봤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젠 레스트레이드 부인으로부터 정보를 얻게 되었으니 새로운 시각으로 봐야 합니다. 네빌 경은 원래도 평판이 그렇게 좋은 인물이 아니지만, 살펴보면 필히 숨기고 있던 치부가 있을 거예요.”


흥미가 동한 존이 눈을 반짝이며 몸을 가까이 기울였다. “네빌 경은 하인을 싫어해요. 그게 아니더라도 인간 이하로 생각하죠. 자신을 협박하려는 하인이라면 그냥 두고 있을 인물이 아닐 테고요.”


셜록을 손뼉을 쳤다! “바로 그거에요, 내 사랑. 살해 동기로 충분한가요?”


두 사람은 웃는 얼굴로 서로를 바라봤다. 이내 셜록의 흥이 조금 흩어졌다. “하지만 전부 어림짐작일 뿐이군요.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으니.”


존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그에게 물었다. “셜록 당신이 가장 먼저 현장을 봤다고 했죠? 그 다음엔 그렉슨 집사, 그리고 경과 내가 들어갔어요. 방이 어땠는지 기억나요?”


“앤더슨이 침대에 똑바로 누워 있었어요. 얼굴에 시트가 덮여졌고, 누군가가 뭘 찾으려 했던 것처럼 방이 거의 뒤엎어져 있었죠. 시트를 걷어서 안을 살펴보니 앤더슨의 목에 자기 넥타이로 목이 졸려져 있더군요. 그런데 제복에 쓰는 타이는 아니었어요. 앤더슨은 제복을 벗다 만 상태에서 소매를 걷어붙인 모양새였고요.” 그는 눈을 감았다. “그 넥타이를 맨 매듭. 그 매듭에 분명 뭔가 있는데―”


“나도 기억나네요! 아쉽게도 자세히 들여다볼 시간이 없었지만.”


“어떤 모양이었는지 기억해요, 존? 정말 기억나요?”


“아마도요.” 존은 매듭의 모양을 떠올리려는 듯 눈을 감았다.


셜록은 벌떡 일어나 책상에서 종이와 연필을 가져와서, 대략 떠오르는 것을 그린 다음 존에게 보여줬다.


“맞아요! 바로 이렇게 생겼었어.”


“그리고 왜 살해도구가 앤더슨의 넥타이죠? 왜 살인범이 그걸 썼을까요?”


“보타이보다 길어서?”


“그래요! 재판에서 검시관이 그러길 매듭이 묶인 모양이 특이하다고 했어요. 당겨지고 난 후에는 도로 풀리기가 거의 불가능한 형식으로 되어 있다구요.”


존은 무언가 말하려는 듯이 입을 열었다가, 잠시 생각해 보더니 그에게 말했다. “뭔가 생각이 날 것도 같아. 인도에서 그런 걸 봤던 기억이 나는데.” 그는 일어나서 책장으로 가 ‘인도의 신앙’이라는 제목의 책을 꺼내 짚었다. “맞아요, 여기 있네요. 인도 중부의 자객 집단 서기(the Thuggee).[각주:1]” 존이 탁자 위에 책을 올려 셜록에게 보여줬다.


“1830년대에 소탕했다고 알고 있는데요.”


“공식적으로는 그렇죠. 하지만 실제로 어떤지 누가 알겠어요. 지금도 인도에는 백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거친 삼림이 많아요. 여기 그들이 여행자를 잡아 포박할 때 썼던 매듭이 보이죠.”


“똑같은 모양은 아닌걸요.”


“그래요, 하지만 이걸 보면 그 매듭이 여기서 시작해서 더 효과적인 쪽으로 개선이 된 거라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빠르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으면서도 아주 효율이 높을 겁니다. 매는 즉시 잡힌 사람을 무력화시키겠죠. 그리고 또…” 다시 책장으로 간 존이 책을 한 권 더 빼왔다.


그는 책을 ‘인도의 신앙’ 옆에 놓았다. “이 책은 인도의 역사를 포괄적으로 총망라한 가장 좋은 책이에요. 본국의 역사가들이 직접 저술한 내용이죠.” 존은 책의 목차를 훑다가 셜록에게 찾은 내용을 건네줬다. “여기 있네요!”



…서기(Thuggee)들은 윌리엄 벤팅크와 지휘관인 윌리엄 헨리 슬리맨의 활약에 의해 전국적으로 소탕되었다. 서기의 만행과 그들의 잔혹성이 영국 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한편, 일각에서는 서기의 효율적인 처형 방식에 높은 관심을 사기도 했다. 더러는 군 내 여러 당파간의 제안에 의해 연구를 통해 본뜬 기술을 일부 유입해왔다. 그중에서도 17 보병 연대에서 마우 지역에 주둔하는 동안, 이 지역에 잔존하던 서기 문화에서 영감을 얻어 서기 교살 방식의 발전된 양식을 습득했다는 소문이 남아있다.



두 사람은 글을 읽고 난 후 서로를 빤히 바라봤다. “존, 귀족 인명사전(Burke's Peerage)을 갖고 있어요?” 셜록이 물었다.


“있긴 있는데, 최신 개정판은 아니에요.” 존은 책장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최근 50년 치만 있으면 충분히 최신이에요. 우리가 필요한 건 거기서 나올 거니까.”


“여깄네요.” 존이 맨 위쪽의 책장에 손을 뻗었다. 셜록은 그것을 쉽게 빼어다가 안을 빠르게 들춰봤다…


네빌 그렌빌 경, 대영 제국 기사 작위를 수여(1900), 대영 제국 공로 훈장을 수여(1895), 17 보병 연대(1877-1879), 마우…


셜록은 책을 쾅 닫고 존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 “증명됐어요!”


존이 가까이 다가와 셜록의 양 어깨를 단단히 잡았다.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약속을 지켜줘요. 그렌빌은 위험한 사람입니다. 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이걸로 확실해졌어요. 이 이상 손을 쓰려면 경찰에게 의지하는 편이 좋아요. 내가 경찰과 연락을 해보죠.” 셜록이 대꾸하려 했지만, 존이 손을 들어 막았다. “당신이 직접 발을 들이지 않는 게 나아요. 내 변호사에게 먼저 얘기해 볼게요. 당신을 위해 기금을 모았던 사람, 알죠? 그 친구가 어떻게 일을 착수하면 좋을지 묘안을 낼 겁니다.”


셜록은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일단은, 누가 이 일을 저질렀는지 알아낸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남은 의문은 어째서 그가 살인을 했는가, 그뿐이었다.


금요일이 되어 셜록은 이제 존의 일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존이 아직은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고 만류하긴 했지만, 셜록은 기운좋게 나서서 작은 진료실의 책상을 치우고 진료를 받으러 온 중년의 부인들에게 차를 끓여 나오는 등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부인들은 그에게 잘 생겼다고 칭찬을 했다.


저녁 식사 후, 아홉 시가 다 되었을까. 전화가 울린 것은 그때였다. 거실에서 존은 의학서적을, 셜록은 오비디우스[각주:2]가 쓴 책을 각자 읽고 있었다. 존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신식 통신 기계를 들인지 세 달밖에 되지 않아서 익숙하지 못했던 탓이었다.


“이 시간에 누구지?” 그는 가운의 허리끈을 질끈 메고 아래층으로 내려섰다. 셜록이 층계참 위에서 내려다보며 기다렸다.


“여보세요?”


“왓슨 박사님? 왓슨 박사님 계세요? 아무도 없어요?”


처음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이내 누가 전화를 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누구― 캐롤라인 양?”


“왓슨 박사님, 수요일에 홈즈 씨와 말씀하셨던 그거… 그, 그걸, 이모에게 그 얘길 꺼냈어요. 에둘러서 살짝 물어만 보려고 했는데… 이모가 그런 오해를 받는 게 싫지만… 그치만 계속 그 타자기가 마음에 걸려서… 오, 왓슨 박사님!” 혼비백산한 목소리로 캐롤라인이 외쳤다.


“캐롤라인 양! 어쩐 일이에요? 무슨 일 있습니까?” 존의 외침에 셜록이 곧장 아래로 내려와 수화기 옆에 섰다.


“제…제가 아무래도, 협박편지를 받던 사람이 누가 더 있는 것 같다고 말을 꺼내면서, 편지가 도로 되돌려진 게 참 묘한 일 아니냐고 했어요. 그리고, 그리고 전부 타자기로 쓰인 글이랑 동봉된 게 참 이상하다고요… 거기까지는 제가 모르고 있었어야 했는데… 그, 그랬더니 이모가 사색이 돼서는, 황급히 저택에서 달려 나가셨어요. 이제 집에 아무도 없는데 어떡해요…”


“레스트레이드 경은 어디 계십니까?”


“클럽에요. 대학 동기 분들과 무슨 모임이 있다고 하셨는데, 루와 프랜시스는 댄스장에 갔고 저와 애들하고 하인들밖에 없는데, 이모가 어디로 가셨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캐롤라인 양, 진정해요. 괜찮을 겁니다. 내가 장담할게요. 하지만 그 전에, 아주 중요한 일이니 잘 들어 줘요. 외숙께서 어디에 거주하고 있죠?”


“네? 여기, 런던에 계시잖아요.”


“아뇨, 네빌 경 말입니다.”


“네빌 경이요?”


“그래요, 어쩌면 앤더슨이 네빌 경에게 협박을 가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어요. 우리도 방금 알아낸 거라 얘기할 경황이 없었군요. 당신 이모님께서 지금 큰 위협을 당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세상에.”


“캐롤라인, 어디에 거주하는지 압니까?”


“글쎄…잘…잘 모르겠어요. 그렉슨에게 물어볼게요.” 수화기를 놓는 기척 후, 머잖아 금세 목소리가 들려왔다. “노팅 힐의 뮤스 가, 홀랜드 파크 단지에 있는 41번지 저택이에요. 부디 어서 도와주세요, 왓슨 박사님.”


“지금 바로 가볼게요, 가서 부인을 모시고 오겠다고 약속할 테니 진정하고 있도록 해요. 캐롤라인 양, 만약 당신 이모부께서 집에 돌아오시면… 소신껏 아는 대로 상황을 설명드리는 게 좋을 거예요.”


존이 전화를 끊기도 전에 셜록은 옷을 갈아입으러 계단을 뛰어올랐다.


15분 뒤 그들은 이륜마차를 타고 런던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신사분들. 오늘 밤은 안개가 잔뜩 껴서 말이 좀 느립니다.” 그 말대로 길 위에 묵직한 안개가 내려앉아 앞을 보기가 힘들었다. 안개 속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다른 마차를 주의하느라 마부가 계속 고삐를 쥔 손에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뮤스 가에 도착해 셜록은 마차에서 내리며 마부에게 기다리라고 주문했다.


“이런 날씨엔 블락키가 곧잘 예민해져서 그러는데, 이놈을 데리고 주변을 돌고 있어도 되겠습니까?”


“뜻대로 하세요.”


셜록과 존은 조심스레 건물 사이로 다가갔다. 칠흑같은 거리에서 가느다란 불빛 몇 개만이 부옇게 길을 밝히고 있던 터라, 불 꺼진 저택들 사이에서 가까스로 41번지라는 명패를 찾아낼 수 있었다. “벨을 울려야 할까요?” 존이 물었다.


“글쎄요. 여기 부인이 계신지도 확실하지 않아요. 일단 겉보기로는 아무도 없는 것 같군요.”


셜록은 뒤로 물러나 위층을 살폈다. 그 때 안쪽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그 즉시 존이 어깨로 문을 밀기 시작했고, 현관이 쾅 열린 순간 안에서 레스트레이드 부인이 외투도, 모자도 없는 차림으로 황급히 튀어나왔다.


그 뒤로 네빌 경이 고함을 내지르며 존을 거칠게 떠밀고 쫓아갔다. “거짓말이나 하는 네년 입을 혼쭐을 내줘야겠다, 이 창녀야!”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어두운 안개 속에서 마차가 유령처럼 홀연히 나타나더니, 코앞으로 달려왔다. 레스트레이드 부인이 깜짝 놀라 길 한가운데 얼어붙은 채로 저택을 돌아다봤다. 셜록이 몸을 날려 부인을 감싸고 달려오는 마차 앞에서 벗어나자마자, 바짝 뒤좇던 네빌 경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겁을 먹은 블랙키가 울며 몸을 흔들자 마차가 뒤흔들렸고, 발굽이 네빌 경의 머리를 쳐냈다. 존은 확실하게 보지 못했지만, 인도와 아프가니스탄에 있던 시절동안 뼈가 으스러지며 피와 뒤섞이는 소리를 수없이 들어왔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말이 울부짖으며 다시 앞발을 들었지만 뒤에 매달린 마차의 무게에 당겨서 쓰러진 사내의 몸뚱이를 밟을 수가 없었다.


“멈춰! 도둑이야!” 존이 외쳤다. 길에 늘어선 저택 안에서 하나 둘씩 불이 밝혀졌다. 존은 일부러 누군가를 좇는 척 길을 따라 몇 미터 달려갔다. 마부가 내려 말을 진정시켰지만 흥분한 말은 다시 한 번 몸뚱이를 내려쳤다.


“갑자기 튀어나왔수다. 저는 모르는 일이예요.” 마부가 당황해서 안절부절 못 하는 사이, 저택에서 나온 사람들이 어둠 속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멀리서 경찰의 호각 소리가 들렸다. 존은 얼른 길 건너편으로 다가갔다. 셜록이 곧 쓰러질 것 같은 레스트레이드 부인을 붙들고 있었다.


“부인께서는 괜찮으세요?” 그는 셜록에게 물으며 레스트레이드 부인의 얼굴을 살폈다.


“놀라시기만 했어요.”


“거리 끝으로 가서 마차를 타고 베이커 가로 돌아가요. 먼저 가 있는 동안 내가 주의를 돌릴게요.”


셜록이 레스트레이드 부인을 품에 들고 반대편으로 사라지자, 존은 몰려든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들어갔다. “지나갈게요, 의사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봤어요.” 사망을 확인하기 위해 맥을 짚을 필요조차도 없었다. 두꺼운 발굽에 치인 머리가 부서져서 피와 뇌수가 자갈길 사이로 흩어져 있었다. 마부는 아예 울먹거리면서도, 여전히 겁을 먹고 투레질을 하는 말을 쉬지 않고 달랬다. “이 남자가 오는 걸 못 봤습니까?”


존이 묻자 마부가 떠듬떠듬 대답했다. “아―아뇨. 누군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이, 이 사람이 튀어나와서 달려들더니―”


“내가 봤습니다.” 존이 말했다. “검은 옷을 입은 도둑이 큰 길을 향해 도망가더군요. 날 밀치고 갔기에 압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확신이 깃든 목소리에 사람들이 존의 말을 믿기 시작했다. 경찰이 도착했을 즘엔 너도나도 상상의 도둑을 봤다며 진술하는 목격자가 나왔다.


베이커 가로 가는 마차 안에서 레스트레이드 부인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 건지 어리둥절하게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윽고 셜록을 알아보지 못하고 도로 공황 상태에 빠졌다. 셜록은 힘이 빠진 부인을 데리고 221번지의 2층 거실에 앉혀놓고, 존이 오기를 기다렸다.





22 : 레스트레이드 부인의 마지막 증언 (완) →



역자의 말


오.... 일년만에 연재를 재개하다니 제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죠?? ㅇㅁㅇ?? 벌써 일년이라니?

이런 엉딩이를 맞아도 시원찮을 짓을!!

(이라고 말하며 또 번역 안 하고 다른 거 기웃거리는 저....)


마지막 한 편이 남았습니다.




  1. 1830년대까지 약 6백년간 인도 대륙에서 여행자들을 상대로 학살을 해온 자객 집단. 기본적으로 살인 행위를 신앙을 밑바탕으로 한 제물 공양의 방편으로 여겼으며, 칼을 쓰지 않고 항상 교살을 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본문으로]
  2. 로마의 시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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