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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JW]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남자 (The Man No One Liked) 19 본문

Sherlock_장편/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남자

[SH/JW]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남자 (The Man No One Liked) 19

topsecretum 기밀선녀 2013.12.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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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  실마리What Lady Caroline's Reavealed





그날 그렇게 캐롤라인과의 일이 있지 않았더라면, 셜록은 누가 앤더슨을 죽였고 누가 편지를 돌려보냈는지 찾아내길 그냥 포기했을 지도 모른다. 다음 이틀간은 침대에서, 또 침대 밖에서 존과 함께하는 시간의 연장선으로 새 환경과 뒤바뀐 삶에 적응하느라 다른 생각을 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


월요일 아침, 그들은 런던 도심에 새로 새워진 셀프리지 백화점에 들러 옷을 듬뿍 샀다. 우선 정장 두 벌과 검정색 개버딘, 회색 헤링본 무늬로 된 트위드 재킷을 맞췄고, 셔츠는 흰색 무지 여덟, 줄무늬 넷을 해서 넉넉히 열두 장을 구했다. 거기에 새 넥타이 세 개, 깃과 깃 단추도 한 상자씩 넣었고 양말 열두 켤레와 하늘하늘한 잠옷 네 벌, 비싼 면직물까지 두 장을 샀다(둘은 너무 많이 사는 거 아니냐고 하면서도 존의 몫으로 두 장을 더 추가했다). 코트만은 마음에 드는 것이 없고 대부분의 매장에서 겨울 재고만을 파는지라, 미뤄두고 다음에 다시 찾아보기로 했다. 셜록이 원래 신던 신발은 존의 구두 수선공이 밑창을 갈러 모조리 가져갔고, 하나 있는 모자 역시 존의 중절모를 만드는 모자장인이 가져가 수선중이었다.


저민(Jermyn)가 부근의 피커딜리에 있는 자그마한 찻집에서 샌드위치로 요기를 한 후 존은 셜록을 데리고 단골 재단사의 가게로 찾아갔다. “새로 온 내 조수입니다. 막 도시로 올라온 지라 신사복이 있어야겠어요.” 거기에 존은, 이렇게 많이는 필요 없다고 하는데도 기어코 셜록에게 현금 오 파운드를 들려줬다.


런던으로 올라왔던 몇 안 되는 경험은 늘 주인집 가족과 동반되는 일이었고 그나마도 일을 하느라 행동이 제한되어서, 체류가 길어질 때에나 가끔 오후에 잠깐 시내를 둘러볼 짬이 나곤 했더랬다. 하지만 겨우 며칠 사이에 바로 이곳이 자신이 평생 속해있어야 할 곳이라며 마음이 동해지는 셜록이었다. 무수한 책방만 하더라도 죽을 때까지 보고도 남을 만큼 새 책으로 가득했다. 런던의 모든 것이 셜록을 매혹시켰다. 월요일 저녁, 마지막 환자의 진료가 끝나고 다시 한 번 서로를 껴안으며 위층의 침대로 올라가는 여정을 거치고 난 후에 셜록은 새 잠옷을 입고 느긋하니 존의 책들을 손가락으로 훑어보았다. 해부학, 화학, 생물학 등 관심있는 책들을 펼쳐놓고 인쇄용지 위에 필기를 했고, 나중에 다시 읽을 부분마다 오려낸 신문 조각을 끼워 표시해갔다. 그는 과학 서적에서 그치지 않고 인문고전과 로마 신화, 시집까지 섭렵했다. 하다못해 신문마저도 런던의 것은 더 흥미로웠다. 아마 더 이상 고용주들을 위해 신문을 빳빳하게 다릴 필요가 없고 그냥 즐기기만 하면 되므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는지도 모른다. 신문의 1면에는 다알링이 신대륙으로 도망쳤다는 기사로 빼곡했고, 셜록은 즐거운 마음으로 그것들을 읽었다. 그의 끝없는 호기심을 존은 흐뭇하게 지켜봤다.


화요일이 되어 그는 개버딘 직물로 짠 멋진 정장을 가지러 갔다. 그는 새 옷으로 갈아입은 채로 밖으로 나왔는데, 말끔하게 차려입으니 그가 들르는 가게마다 점원들이 공손하게 인사하며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손님?”하고 맞이했다. 어엿한 신사로 여겨진다는 게 셜록에겐 놀랍기만 했다. 셜록은 직원이 깔끔하게 끈으로 묶어준 책 더미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런던이 마음에 들어요.” 저녁식사 중에 셜록이 말했다. “안 그래요?”


“소음에 공해에, 이렇게 사람들이 북적이는데요? 자동차 때문에 놀라서 말도 별로 안 다니지 않나요.” 키득이며 그렇게 말하면서도 존은 여길 떠나 다른 데서 산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인정했다.


그날 밤 늦게, 대영 박물관 앞에서 보자는 캐롤라인의 전언이 왔다. 미혼 여성이 남자에게 보내는 글이니 형식만큼은 신중했으나, 결국 끝으로 갈수록 이런 내용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두 다 말해줘요. 우리의 친구가 어떻게 곤경을 헤쳐나왔는지, 앞으로 둘이 어떻게 할 건지도요.”


수요일 아침 열 시 그들은 이집트 물건이 전시된 박람회장 앞에서 캐롤라인과 만났다. 캐롤라인은 우연히 만난 것처럼 부산스레 둘을 반겼다.


“왓슨 박사님! 여기서 뵙다니 정말 반가워요! 그리고, 홈즈 씨도. 좋아보이네요.” 그녀는 조그만 손을 뻗어 셜록의 손을 꼭 잡고 흔들었다. 동등한 지위에 있음을 의미하는 행동이었으므로, 셜록은 마음속으로 감동을 받았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이집트의 석관과 파피루스 문서를 감상하는 척 하는 동안, 셜록이 그동안의 일과(일부는 존도 처음 듣는 내용이었다) 재판이 끝난 후의 근황을 들려주었다.


“…해서, 아가씨의 외숙께서 퇴직 수당을 주고 해고하는 편으로 갔고, 이렇게 런던으로 올라온 거죠.”


“너무 대단해요, 어쩜. 한 순간도 놓칠 수가 없네요,” 캐롤라인이 감탄했다. “그래서 지금은 왓슨 박사님 밑에서 일한다 이거죠.”


다분히 의도적인 짖궂은 말투에 존은 부드럽게 나무랐다. “캐롤라인!” 이제 캐롤라인이 그저 순진한 숙녀만은 아니라는 걸 셜록도 존도 다 알게 되었지만, 그녀는 마냥 기뻐 보였다.


그녀가 목소리를 낮췄다. “범인이 다알링이었을 줄이야. 신문에서 온통 다알링이 국외로 도망쳤다는 얘기밖에 안 해요.”


셜록은 잠시 생각을 하느라 뜸을 들였다. “음. 난 다알링이 범인이라고 생각 안 해요. 진짜 범인은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어요. 진범을 밝혀내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고 싶어요.”


“홈즈. 이 얘기는 이미 끝난 거 아니었어요?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일 아닙니까.”


하지만 이미 늦었다. 캐롤라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그게 누군데요?”


“나도 몰라요.”


“그럼, 네빌 경은 어때요?”


존 역시 의심했던 사항이었다. “모르겠습니다. 공판 전에 그 사람과 얘기를 나눠볼 기회가 없었어요. 서신을 두 번 보냈고 한번은 직접 찾아가기도 했는데, 글쎄 하녀가 면전에서 문을 쾅 닫아버리더군요. 이런 얘기는 이제 그만 하고 싶지만… 네빌 경이 어떻다는 겁니까?”


두 사람의 눈길을 한 몸에 받은 셜록은, 전시된 점토 인형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글쎄요. 앤더슨은 그 사람을 존경하는 것 같았어요. 높이 추어주더군요. 누구에게나 가시돋친 혹평을 해대면서 네빌 경만은 예외였어요. 그런 사람에게 그가 협박 편지를 보냈다는 건  그다지 있음직한 일이 아닙니다.”


세 사람은 작은 토상 앞에 말없이 서 있다가 다음 전시물로 이동했다. 조그맣게 코를 훌쩍이던 캐롤라인이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들었을 때였다. 안에서 딸려나온 조그만 종이 한 장이 땅으로 떨어졌다. 셜록이 몸을 굽혀 종이를 주워들었고, 내용을 들여다봤다. 그리곤 돌연 캐롤라인을 향해 윽박질렀다. “아가씨, 이게 어디서 나온 겁니까?”


“쇼핑 리스트요? 이모가 주셨어요. 몇 가지 물품이랑 애들 줄 간식을 사오라고 부탁하셨거든요.”


존은 셜록이 건네준 종이를 받아들었다. 타이핑된 리스트였다. “이모님께 타자기가 있어요?”


존의 물음에 캐롤라인은 앞의 두 사람을 번갈아서 쳐다봤다. “네. 왜요?”


셜록이 성마르게 종이를 흔들어보였다. “왜 당신 이모님같은 지위에 있는 분이 타자기가 필요하죠?”


“그…그게… 이모부께서 하나 구해다 주셨는걸요.” 캐롤라인이 겁을 먹자 존이 팔을 뻗어 셜록을 제지했지만, 그럼에도 셜록은 계속 언성을 높였다.


“그러니까 왜? 하녀가 쓰는 겁니까?”


캐롤라인은 몸을 움츠렸고, 존이 주변을 살피니 행인들이 이쪽을 쳐다보고 잇었다. “이…이모가 글씨를 못 쓰셔요. 말 그대로 글을 적지 못하세요. 결혼하실 때에 낙마하셔서 오른팔을 다친 탓에 펜을 제대로 잡지 못하셔서요. 남에게 서신을 받아쓰게 하는 건 더 싫어하시구요.” 그녀는 도와달라는 눈빛을 존에게 보냈다. “왜 전에, 이제 우리 엄마가 앨리스 이모의 편지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고 했었던 거요. 왜 그래요? 무섭잖아요.”


“기억은 나지만, 그땐 이 일과 관련이 있을 줄은…” 존은 둘을 이끌고 좀 더 조용한 곳으로 향했다.


“왜 그래요? 왜 그러는데요? 얘기해 줘요.” 그녀의 눈에 곧 쏟아질 것처럼 눈물이 가득 고여들었다.


셜록은 조그만 캐롤라인에게 달려들 것처럼 노려보던 몸을 뒤로 젖혔지만, 여전히 얼굴이 뻣뻣하게 굳은 채였다. “제인 라킨이 존에게 그 편지들은, 그 협박 편지들은 타이핑된 노트와 함께 되돌아왔다고 했어요!”


캐롤라인은 당황스레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 “누구라도 타자기가 있을 수 있잖아요. 설마 그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어요! 이모는 누굴 죽이는 분이 아니라구요.”


“셜록! 그만 해요! 사람들이 쳐다보지 않습니까. 지금 당신 캐롤라인 양을 놀라게 하고 있어요.” 더욱 강하게 제지하는 존의 손길에도 셜록은 조금도 굽히지 않았다.


“바로 그날 밤에 당신 이모와 앤더슨이 말다툼을 하는 걸 봤다고 그랬잖아요! 존에게!”


“그냥 집안일 때문이었겠죠! 그만 해요. 이모는 안 그랬어요! 그럴 수도 없다구요. 그렇게 힘이 세지 않는걸요.”


“그렇죠. 레스트레이드 경이라면, 또 모를까.”


순간 셋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캐롤라인은 그제야 자신이 손수건을 꺼내 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고, 두 사람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눈가를 닦아낸 다음 작은 몸을 꼿꼿이 세웠다. “더 이상 이런 말 듣고 싶지 않아요. 당신은 우리 가족에 대해 그런 말 할 자격 없어.” 그녀는 뒤돌아 터덜터덜 멀어지다가, 발걸음을 재촉해 이윽고 박물관 관람객들 사이로 사라졌다.


존은 셜록의 팔을 붙들고 사람이 별로 없는 방으로 끌고 갔다. “정말 믿을 수가 없군요. 나와 캐롤라인의 우정이 박살날 뻔 했다고요. 당신이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게 된 게 대체 누구 덕인지 압니까? 우리 사이에 대해 모두 안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 어떻다는 거예요? 그 아가씨 이모님이 타자기를 갖고 있고 앤더슨과 언쟁을 벌였다는 사소한 사실 뿐이잖아요. 앤더슨은 부인의 고용인이란 말입니다! 더 이상 무슨 일 내기 전에 이…이…집착은 그만 둬요.”


존 역시 그대로 뒤돌아, 용서를 구하기 위해 캐롤라인이 사라진 쪽으로 서둘러 뒤쫓아갔다. 홀로 남은 셜록은 전시물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귀신에라도 홀린 것 같았다. 집착이라. 집착, 무례하고 한편으론 잔인하기 그지없었던 집착. 어쩌면 분노일 수도 있다. 단지 그 방향이 캐롤라인 쪽으로 잘못 분출되었을 뿐. 자신을 감옥에 몰아넣고, 죽음 직전에까지 이르게 만든 누군가를 향한 분노. 정말이지 레스트레이드 부부에게 죄를 돌리고 싶지 않았지만, 증거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는 박물관 개장 시간이 끝날 때까지 서성이며 구경했다. 가끔 습관적으로 호기심에 끌리는 버릇이 나올 때면 문젯거리들을 잊을 수 있었지만, 금방 현실로 돌아오곤 했다. 더 이상 박물관에서 머무를 수 없게 되었을 때서야 그는 베이커 가로 돌아갔다. 자신의 집으로. 처음 이 집에 도착했던 날과는 다르게 221번지 건물의 1층 창문은 불이 모두 꺼져 캄캄한 모습이었다. 그나마 2층의 거실 커튼 너머로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빛이 보였고, 그는 새로 생긴 열쇠를 꺼내 문을 열고 들어가 벽을 따라 짚으며 층계참을 올랐다. 거실 문은 침실의 문과 마찬가지로 굳게 닫혀 있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신 다음 그는 거실 문을 열었다.


난롯가 옆에 존이 앉아 있었다. 의자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아 있었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다. 재킷은 이미 벗어던진 후였고, 조끼 단추와 타이 역시 느슨하게 풀려 있었다. “캐롤라인에게 편지를 보냈어요.” 그는 거두절미하고 말했다. “당신이 고된 일을 겪느라 지치고 경황이 없어서 그랬다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오늘 일에 대해 사과하고, 모두 없었던 일로 해줄 수 있겠냐고 썼는데 아직 답장이 없군요.”


방 안으로 완전히 들어온 셜록은 망설이며 소파 부근에서 미적거렸다. “고마워요. 내가 직접 편지를 더 써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당신 이름으로 보내더라도 이상한 게 되려나요?”


존은 무표정한 얼굴을 들어 바라보았다. “잊을 수 있는 거죠?”


셜록은 소파 끄트머리에 걸터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쓸었다. “모르겠어요, 존. 나…난…감옥에 있었을 때 정말 두려웠어요. 죽거나 먼 곳으로 유배될 수도 있었고, 무서웠어요. 존을 다시는 볼 수 없을까봐요. 나도 그곳에 날 몰아넣은 자가 레스트레이드 가문 사람일 거라 생각하는 게 내키지 않지만, 누구인지 찾아내지 못하면 이대로 정신이 나가버릴 지도 몰라요. 오늘 낮까지만 해도 내가…내가 얼마나 분노해 있었는지 스스로도 모르고 있었어요.” 그가 고개를 들었다. “이해할 수 있겠어요?”


도로 불길로 눈을 돌린 존은 이를 악물었다 풀길 반복하며 잠시 뜸을 들이다가, 조용하게 대답했다. “그래요.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전혀 도움이 못 되요. 나도 경험해 봤으니까, 마조우크가 죽었을 때. 나 혼자 적군 기지로 쳐들어가서 모두 죽여버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바보같은 짓을 하다 결국엔 어깨에 총을 맞는 걸로 끝난 거죠.”


두 사람은 혼자만의 생각, 혼자만의 추억에 빠져 말없이 앉아 있었다. 난롯가의 시계가 9시를 알리는 소리에 존은 생각을 떨쳐내고 원래의 의사 존 왓슨으로 돌아왔다. “주방에 차려놓은 게 좀 있어요. 뭐라도 먹었어요? 배가 고플텐데.”


셜록은 배고프지 않았다. 다시는 허기를 느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아뇨, 고마워요. 배고프지 않아요.”


“음, 나는 차를 마셔야겠네요. 물 끓여올게요.”


“존?”


“응?”


“만약에…만약에 그 증거가 고용인들 중 누군가를 가리켰다면, 그 때도 지금처럼 화를 내실 건가요? 캐롤라인 아가씨의 일은 제쳐두고요. 늘 내게 상냥하게 대해준 아가씨인데, 그건 정말 끔찍한 처사였어요. 내가 저지른 잘못을 할 수만 있다면 되돌리고 싶어요. 하지만 범인이 그렉슨 씨, 집사 그렉슨 씨거나 운전수 리차드였다고 해도 존은 그만 잊어버리라고 하실 수 있겠어요?”


“당신이 뒤를 캐다가 그들에게 해를 입을 지도 모른다면, 물론 잊으라고 할 겁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바닥을 내려다봤다. “뭘 묻고 싶은 건지 알아요. 난 레스트레이드 가 사람들이 상류층이라는 이유 때문에 혐의가 없다고 보는 게 아닙니다. 그저 믿을 수가 없어서 그래요. 그 사람이 남을 죽이는 냉혈한일 거라고는 상상이 안 가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존은 한층 부드럽게 일렀다. “물 끓여 올 테니 기다려요.”


존이 주전자를 가지고 올라온 후, 셜록은 존이 가까이 다가가는 걸 허락해 줄지 확신이 가지 않아 그의 의자 가까운 쪽의 바닥으로 내려와 앉았다.


“존?”


“으음?”


“기억나세요, 첫날밤에 당신과 나 이야기 나눈 것. 마조우크 얘기 하셨을 때 있잖아요. 내가 애인을 다섯, 어, 넷 정도 거쳤다고 했죠?”


“그랬죠.”


“당신도 느꼈―아셨겠지만, 그 중 처음 둘을 빼고는 얘기하지 않았었어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죠.”


셜록은 고개를 떨군 채로 두 무릎을 끌어당겨 안았다. “세 번째… 내 세 번째 애인은 피터였어요. 피터 레스트레이드, 레스트레이드 경의 아들.”


“아.” 존은 큰 반응 없이 말을 잇길 기다렸다.


“옥스포드에서 주말마다 내려오곤 했어요. 그가… 우리는… 애초에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네요. 그가 저택에 올 때마다 내가 시중을 들었고, 그러다 같이 밤을 보내게 됐죠.” 셜록은 초조하게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난 내가 사랑을 하는 줄로만 알았어요. 나더러 잘생겼다고, 내가 자신에게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했으니까.”


그의 손끝이 러그 위를 움켜쥐었다.


“하루는… 찰스란 친구와 내려왔어요. 나는 그 사람을 볼 생각에 행복해서, 기대감에, 어, 그런 기대감에 가득 차 방으로 갔어요. 그런데 대신에 나더러 찰스에게 가달라고 제안을…부탁을…찰스에게 가라고 말하더군요. 가서 봉사하라고…마치…마치 내가―”


존은, 셜록의 옆으로 내려앉아 러그를 움켜쥔 손을 감쌌다. “셜록, 정말 유감이에요. 그가 당신에게 그런 말을 할 권리는 없는 건데.”


“존, 더 끔찍한 건, 난 제발로 갔어요. 가서 그가 워―원하는 대로, 내가 마치 원래부터 창부였던 것처럼 해줬단 말이에요.”


놀랍게도 존은 그 말을 듣고도 떨어지기는커녕 더 가까이 다가왔다. “셜록. 이 불쌍한 사람. 정말, 정말 안됐어요.”


“내 발로 직접 갔다구요, 존.” 그는 비참하게 절규했다. “난 성인이라구요. 피터보다 크고, 찰스보다도 훨씬 더 크니까, 둘 다 때려눕힐수도 있었는데, 그런데도 갔어요. 싫다고, 그러고 싶지 않다고, 그런 부탁 하지 말라고 말하지도 못하고요.”


존이 덜덜 떨리는 셜록의 몸뚱이를 감싸 끌어안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던 거예요. 당신 탓이 아니에요. 당신 때문이 아니라고요.”


“내가 경멸스럽지 않아요? 나약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아니야! 세상에, 아니에요! 내가 왜 경멸을 해요? 당신이 나약하다는 생각도 안 해요. 그게 두려웠던 겁니까? 내가 당신을 판단할까봐? 난 당신을 사랑해요, 무슨 일이 있어도 그건 못 바꿔. 내가 당신을 지켜주고 싶어요.” 그는 셜록을 감싸안은 팔에 힘을 주고 떨리는 몸이 진정될 때까지 달랬다. 머리칼에, 이마에, 볼에 입을 맞춘 후 존은 입술을 부드럽게 맞댔다.


입맞춤이 격렬해지기 전에, 셜록이 말했다. “존, 나는 스스로에게 다시는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돼버렸잖아요. 감옥에 있는 동안 무력한 기분에 견딜 수가 없었어요. 난 이유를 알아야겠어요. 나도 레스트레이드 가 사람이 아니길 바래요. 아니면 적어도 레스트레이드 경 그분이 살인자가 아니기를요. 하지만 앤더슨이 죽은 후 부인이 그 방에 들어가서, 편지를 수거해 피해자들에게 되돌려줬다는 게 분명해졌어요.”


존은 헝클어진 셜록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그럴 지도 모르죠. 부인께서 당신이 정말 살인을 저질렀다고 여겼기 때문에 전혀 변호를 해주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난 내가 봤던 그 멀쩡한 내외가 누굴 죽인 후 법정에 당신이 대신 끌려가는 걸 방관했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네요.”


괴로운 신음소리를 내며 셜록이 고개를 저었다. “그게 다 무슨 소용입니까? 내겐 아무런 증거도 없는걸요. 게다가 도움을 준 사람에게 모욕까지 줬고요.”


“그럼 이렇게 두고 볼 겁니까? 잠시만이라도, 잊어줘요. 나를 봐서, 우릴 위해서 그래줄 수 없겠어요? 이제 여기서, 런던에서 나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잖아요. 레스트레이드 가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당신을 다치게 할 수 없어요.” 다시금 존은, 더 이상의 말은 하지 말라는 듯이 강하게 입을 맞췄다.


셜록의 입술이 망설이듯 조금씩 벌어졌고, 이윽고 그는 존의 어깨에 팔을 감고 꼭 끌어안았다. 그렇게 둘은 꼭 껴안은 채로, 곧 난롯가의 카펫 위로 누워 허겁지겁 서로의 옷을 벗기고 몸을 맞댔다.


셜록은 뜨거운 입술로 존의 턱과 목덜미에 다급하게 입을 맞췄다. 카펫 위로 누워 존을 끌어당기고, 서로를 빈틈없이 껴안을 수 있게 다리를 벌려 맞이했다. 존의 호흡이 가빠지고 젖은 숨이 얼굴을 촉촉이 간지럽힐 때까지도 셜록은 그의 다정한 눈동자에 시선을 떼지 않고 바라보며 이름을 속삭였다. 그 순간만큼은 존이 시키는 대로 모두 하고 싶었고, 존의 눈 안에 보이는 세상 외의 모든 것을 잊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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