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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JW]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남자 (The Man No One Liked) 16 본문

Sherlock_장편/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남자

[SH/JW]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남자 (The Man No One Liked) 16

topsecretum 기밀선녀 2013.06.15 22:00





16 : 레스트레이드 경의 증언 │ Lord Lestrade's Testimony





검찰측은 다음으로 검시관을 증언대에 세웠다. 그는 꼭 두더지같이 생겨서는 뿔테안경 너머로 곁눈질을 하는 인상이었는데, 우습게도 이름마저 ‘디거’[각주:1] 라고 했다. 그는 짧고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예, 살해현장에서 시신에 손을 댄 상태인 것을 보고 내심 놀랐습니다. 예, 피해자는 자신의 넥타이에 교살되었습니다. 아니오, 검찰로부터 부검을 지시받지 않아서 시신은 검시하지 않았습니다.


도날드슨은 증언을 기쁘게 맞이했다. “피해자를 발견했을 당시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었습니까?”


“처음 말씀드린 대로, 등을 대고 바로 누워 있었습니다.”


“얼굴은 덮여 있었습니까, 덮여있지 않았습니까?”


“덮여있지 않았습니다. 이불이 완전히 아래로 내려와 상체가 보였습니다.”


“흠. 알겠습니다. 자, 그럼.” 도날드슨이 책상 위 보고서 몇 장을 가까이 끌어와 들여다보았다. “피해자는 교살당했습니다. 그 외에 어떤 상해의 증후가 있었습니까? 치명적이지 않을 만한 걸로? 고인이 목숨에 위협을 느끼고 저항한 흔적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렇다면 피해자가 습격을 받고 놀랐다고 할 수 있겠네요? 아니면 그가 죽음을 환영했거나?”


스미스가 일어섰다. “재판관님, 저건 억측입니다.”


“기각하겠소. 증인은 피해자가 교살된 경위에 대해 말씀해 주시오.”


“넥타이로 목이 졸려 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피해자 자신의 넥타이에―”


“유니폼에 쓰는 보타이가 아닙니까?”


“아니요. 길고 가느다란 타이였습니다. 목에 꽉 감겨 매듭이 지어져서, 피해자의 기도를 막았습니다.”


“매듭이요?”


“그것이 이상했습니다. 그런 매듭은 전에 본 적이 없거든요. 복잡하지만 효율적인 모양이어서, 가해자가 넥타이를 재빨리 조일 수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피해자가 놀라서 저항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을까요?”


“저항을 했겠지만 소용이 없었을 겁니다. 매듭이 한 번 당겨지고 나서 그대로 풀리지 않았으니까요.”


“가해자가 방심한 틈을 타 뒤에서 공격을 했다는 가설은 어떻습니까? 그러고 나서 매듭이 앞으로 옮겨졌다면?”


“흐음…그럴 수도요. 시신의 몸 뒤편으로 피가 저류하면서 목 뒤의 멍을 가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럼 증인의 전문적인 견해에 따르자면, 피해자가 발견된 당시처럼 누운 채로 살해되었다기보다 사망 후 침대로 옮겨졌다고 볼 수 있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경찰이 검시를 의뢰하지 않았다고 하셨지요?”


“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앞서 말씀하신 의문점에 대해 경찰측과 상의한 적이 있습니까?”


“제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검찰측에서 그레고리 레스트레이드 경을 증인으로 요청합니다.”


검시관이 증언하는 동안 무료하게 늘어져 있던 기자들이 단박에 몸을 일으켜 귀를 기울였다. 고용인들 사이에서 일어난 살인에 대해 고용주는 뭐라고 증언할 것인지,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인 것이다.


스미스가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 “올 11월 23일 일어난 일에 대해 증언해 주십시오.”


“저의 집사 그렉슨이 아침 8시 반 경 제 방으로 와 앤더슨의 사망 사실을 알렸습니다. 옷을 입고 나와서 왓슨 박사를 부르러 갔습니다 ― 그는 저택에 손님으로 온 의학 박사입니다. 우리는 시신을 보러 숙소로 올라갔고, 왓슨 박사가 앤더슨의 사망이 약 여섯에서 일곱 시간 전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저는 아내와 상의해, 최대한 혼란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저택에 평소와 마찬가지로 행동하도록 지시했습니다. 그 때엔 하인들이 모두 예배에 참석한 시각이었고, 그들이 돌아온 후에 우리, 그러니까 우리 부부는 손님들에게 한명씩 직접 찾아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했습니다. 대부분 아침식사를 각자의 방에서 받길 선택했고, 아홉 명만이 우리 가족과 함께 아침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하인들이 저택으로 돌아오고 나서 그 때 그렉슨이 그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경찰을 불렀을 겁니다. 예배 후에 돌아오니 경찰들이 도착해 하인들을 심문하고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 후, 톰슨 경위가 올라와 손님들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경위가 더 이상 수사를 위해 잡아둘 이유가 없다고 한 뒤로 우리는 정황상 초대를 일찍 파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렇겠습니다. 그리고 나서 경찰들이 어떻게 했습니까?”


“톰슨 경위가 와서 홈즈에게 혐의를 두고 있다고 알렸습니다. 저는 충격을 받았으나, 경찰들의 뜻이 확고했습니다. 그리고 홈즈를 체포해 연행해 갔습니다.”


“그렇군요. 충격을 받았다고 말씀하셨는데, 고용주로서 고용인 홈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용인으로서 매우 성실히 임무를 다하는 자입니다. 아주 사소한 사항까지 주의를 기울이고, 일이 내려지면 의심할 여지없이 완벽하게 해냅니다.


“그런 피고에게 유감이었던 부분은 없었습니까?”


“가끔…가끔 직설적으로 말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자세히 설명해 주시지요.”


“저택 운영에 대해, 예들 들자면 초대 명단이나 액자 배열 등, 다른 하인들의 일에 간여하는 경향이 있던 걸로 압니다. 그의 우월의식적인 행동과 다른 하인을 대하는 태도 때문에 그렉슨이 상당히 자주 질책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다른 하인을 대하는 태도라 하면, 난폭하고 사납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니, 아닙니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들의 업무에 날카로운 비평을 했다는 말이지, 폭력은 절대 보이지 않았습니다. 누구와도 충돌한 적이 없고, 대체로 별 얘기 없이 원만하게 지낸 쪽에 가깝습니다.”


“피고와 고인의 관계에 대해 알고 계시는 점이 있습니까?”


“친구는…친구 사이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셨는지?”


“그 둘에 대해 그렉슨의 문책이 필요했다는 이야기를 몇 번 들었습니다… 아마 그 이유가 다툼 때문이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건 전날 오후에 그렉슨 집사가 그 두 명을 격리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


“몰랐습니다.” 레스트레이드 경은 잠시 말을 멈췄고, “중요한 일이었다면 아마 그렉슨이 제게 알렸을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이번에는 확신이 부족한 말투로 되풀이했다. “당연히 알렸을 겁니다. 심각한 조짐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럼에도, 그 대립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을 하지 않았고요?”


그는 변호사의 뒤편에 서 있는 셜록을 향해 흘긋 시선을 돌렸다. “그렇습니다.”


“이외에 피고 홈즈란 인물에 대해, 배심원들이 알고 고려할 만한 이야기가 더 있습니까?”


이의를 제기하려고 몸을 움찔거리는 도날드슨을, 말로우가 팔을 잡아 앉히고 고개를 저었다.

레스트레이드 경이 한동안 대답을 못 하고 침묵하자, 스미스는 판사에게 은근히 눈빛을 보냈다.


“경께서는 선서에 따라 답변을 해주시지요.”


“제 생각엔 아무래도 그가 우리들을 염탐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 악의적인 게 아니라, 가끔… 가끔, 그는 뭔가 아는 듯한 눈치입니다.”


“무엇을 말씀입니까?”


“사람들에 대한 것, 저택으로 찾아오는 객들과, 가족에 대해서 말입니다. 마치 그가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과 같습니다. 어떻게 그러는지는 모릅니다만…” 그는 다음에 할 말이, 털어놓기가 굉장히 망설여진다는 듯이 꺼림칙한 표정을 지었다. “아내의 말에 따르면 토요일, 그러니까 요의 그 일요일 전날, 저녁 식사 전에 그가 우리 대화를 엿듣고 있던 걸 봤다고 합니다.”


방청석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럼 그날 저녁 부인과 눈을 마주친 건 셜록의 착각이 아니었던 것이다.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스미스의 심문은, 시간을 할애해준 데에 대한 감사와 더불어 레스트레이드 경에게 지루할 정도로 뻔한 아첨을 늘어놓는 것으로 끝났다.


도날드슨의 차례가 돌아왔다. 겉으로 보기에는 공손하면서도, 그의 질문은 톰슨 경위와 검시관 디거를 심문하던 때와 같이 날카롭고 재빠르게 빈틈을 칠 것이다.


“오늘 재판에 몸소 자리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경과 가족분들에게 힘든 기간이었을 것으로 압니다. 자, 이제 홈즈 씨가 공격적이지 않고 성실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이번엔 피해자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스미스가 헐레벌떡 일어났다. 재판이 진행됨에 따라,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임이 확실했다. “이의 제기합니다! 지금 재판을 받는 주체는 피해자가 아닙니다.”


“재판관님, 동기를 알아내기 위함입니다.”


판사가 손을 내저으며 답했다. “허가하오. 계속 하시오, 도날드슨 변호인. 하지만 신중하게 진행하시오.”


“물론입니다. 자, 레스트레이드 경. 앤더슨 씨는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고인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도 경의 섬세한 의식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한 남자의 생사가 달린 일입니다.”


셜록은 말로우와 도날드슨이 지능적으로 재판을 주도해 나가는 한편 교묘하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모습에 감탄하면서도, 사실 결과적으로 그들이 어떤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의 변호인들은 일단 기소를 기각하는 방향으로 작전을 진행할 것이라 했고, 그게 잘 되지 않아도 비장의 카드가 하나 더 있다는 눈치였다. 그러니 지금 셜록이 보건데, 어차피 앤더슨이 누구에게건 호감으로 비춰질 리 없는 인물인데 거기에 레스트레이드 경의 개인적인 의견을 보태 못을 박는다고 해서 사건에 무슨 의미가 있을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앤더슨을 무능하고 못된 인간으로 (원래 그렇지만) 구체화해서 보여주면, 더욱 살해할 동기가 커지는 것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그가 열네 살 적부터 우리 가문에서 일했다는 사실을 먼저 말씀드려야겠습니다. 내가 알기로 그는…그는 하인으로서의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모양이었습니다.”


터무니없는 이야기로군. 그 사람들이 수발드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경이 어떻게 알겠는가? 일부는 자신의 일을 긍지로 여기고, 더러는 그렇지 않기도 하다. 그게 다일 뿐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종종 업무를 소홀히 하곤 했습니다. 심한 질책과 처벌을 받으면서도 그랬습니다. 그렇게…그렇게 오래간 저택에 같이 있어왔다는 사실만 아니었으면, 아마 그를 계속 포용하고 있지 않았을 겁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도날드슨이 매끄럽게 말을 받았다. “그러니까, 홈즈 씨와 앤더슨 씨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앤더슨 씨를 해고하는 쪽에 가깝겠군요.”


“누구든 해고하는 것이 마음 편한 일은 아닙니다! 특히나 지금처럼 명절이 다가올 시기에는 말입니다. 애초에 몰인정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가솔들의 분위기를 흩트리는 꼴이 되고 말 겁니다. 현재 실제로도 그러는 중이고 말입니다!” 레스트레이드 경이 기분상한 목소리로 대꾸하자,

도날드슨은 그의 고충을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두 사람 모두, 스스로가 정말로 해고될 위기에 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겠군요? 특히나 명절이 다가오니 말입니다.”


“그 쪽에 가깝겠습니다. 홈즈 역시 열여섯 살부터 저택에서 함께 지냈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무언가 진정으로 용서할 수 없는 일이 있던 걸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면 상대방을 죽이고 싶어할 만한 일 말이지. 셜록이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전혀 난폭한 성정이 아니었고?”


“말했던 대로, 그렇습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앤더슨이 와서 볼을 꼬집기도 했다고 그러더군요. 물론, 그 땐 앤더슨 역시 아이들보다 조금 나이가 많은 정도였으니 어느 정도의 관용은 해줘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청소년의 잔인성이라, 알겠다는 듯 도날드슨의 입꼬리가 슬쩍 말려올라갔다.


“물론입니다. 정리하자면, 즉 살인은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날 만한 일이 아니라는 거겠지요?”


얼굴이 벌게진 스미스가 펄쩍 뛰었다. “재판관님! 이건 더 이상 넘어갈 수 없습니다. 유도 심문입니다!”


“방금의 발언은 철회하겠습니다.” 도날드슨은 재빨리 말하고 레스트레이드 경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결론적으로 경의 고용인으로 있는 동안 두 사람의 대립으로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는 말씀이지요?”


“맞습니다.”


“레스트레이드 경, 홈즈 씨가 사건 현장을 발견한 이후 경과 왓슨 박사, 그리고 그렉슨 씨가 그 다음으로 시신이 있는 방에 들어갔다고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피해자의 얼굴이 가려져 있었습니까, 가려져 있지 않았습니까?”


당시를 회상하느라 집중하는 레스트레이드 경의 눈썹 사이에 깊은 골이 파였다. “얼굴이…얼굴이 가려져 있었습니다! 이불로 덮여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렇군요. 경께서 그 이불을 걷으셨습니까?”


“단 한 번, 시신을 보기 위해 그랬습니다. 이후 경찰에게 양도하기 위해 그렉슨이 다시 이불을 덮어놓았습니다.”


“경위의 증언대로 방 안이 어질러져 있었습니까?”


그는 다시 한 번 기억을 떠올리면서 머뭇거렸다.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래요, 맞습니다. 침상에 다가가면서 옷가지들 위로 넘어가야 했을 정도였습니다.”


“옷가지들 위로 넘어갔다. 가구가 부서져 있다거나 하지는 않았습니까?”


“가구는 부서지지 않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확신하십니까?”


“거의 그렇습니다.”


“어떤 연유로 그렇게 확신하시는지요?”


“경찰이 시신을 수습하고 나서, 그렉슨이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의 목록을 작성했습니다. 새로 대체해야 할 물품이 있었다면 내게 알렸을 겁니다.”


“그렇다면 방 안이 어질러져 있었다고 함은, 어떤 뜻입니까?”


“방금 증언했듯이, 방 안으로 들어가면서 물건들을 좀 치워야 했습니다. 서랍 안의 물건들을 모두 바닥으로 쏟아낸 것처럼 보였습니다.”


“마치— 그러니까 마치 무언가를 찾느라 서랍을 뒤졌다는 인상이었습니까?”


“네, 네. 바로 그런 모양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질문을 마치겠습니다.”


기소측에서 요청한 증인은 이제 더 이상 없었다. 톰슨의 증언에서 살인의 기회가, 검시관의 증언에서 방법이, 그리고 레스트레이드 경의 증언에서는 동기가 밝혀졌다고 저들은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변호측은 이렇다 할 만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았다.


점심식사를 위해 잠시 재판이 휴정되었고, 그동안 셜록은 법원의 유치장으로 돌아가 양철 식판에 나온 차갑고 무미건조한 음식을 제공받았다.


다시 개정된 뒤, 도날드슨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증인을 신청하기 전에 발언권을 얻는 일이었다. 허가가 떨어지자 그는 앞으로 나서서 이렇게 선언했다.


“재판관님, 피고측의 변호인단은 검찰의 기소에 대한 전면적인 기각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법정 안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조용! 조용!” 판사가 외쳤다. “방청석은 법정의 규율에 따라 엄숙을 지키시오. 필요하다면 퇴정을 명하겠소.”


기자들의 소란이 진정되고, 종이 위의 연필들이 도날드슨의 다음 말만을 기다렸다.


판사는 냉정한 눈빛으로 도날드슨을 내려다봤다. “이유는?”


“기소측은 제 의뢰인의 혐의에 대한 정당성을 전혀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앞서 보셨듯이, 피고는 범행의 기회를 지니고 있었지만 저택에 있던 다른 사람들 역시 해당될 수 있었습니다. 살해 방법 ― 넥타이로 복잡한 매듭을 지어 교살하고, 사후 시신이 놓인 모습 역시, 홧김에 일으킨 범죄라고 표현한 톰슨 경위의 증언과 전혀 다릅니다. 방 안이 어질러져 있었는데, 두 명의 성인 남성이 몸싸움을 벌인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수색한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더 나아가서, 레스트레이드 경의 증언에서 저희 의뢰인이 공격적이거나 정신이 이상한 인물이 아님을 들었습니다.

어느 것 하나 맞물리는 사실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톰슨 씨는 제 의뢰인에게 혐의를 품었습니다. 기껏해야 무능하게 수사를 하는 척 했고, 그것도 악의적인 방향이었습니다. 현장에 있던 증거들이 검시관이 와서 보기도 전에 톰슨 씨가 시신을 들쑤시면서 망가졌을 수도 있는데, 이런 내용은 검찰의 보고서에 전혀 나와 있지 않지요. 추가로, 톰슨 경위는 않은 것으로 보이고 말입니다.

요컨대, 이 사건의 수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엉망이었다는 말씀입니다.”


스미스의 입이 떡 벌어졌고 판사는 당황스런 얼굴이었다. 셜록은 위험을 무릅쓰고 몰래 배심원단을 살폈다. 그들 역시 도날드슨의 발언에 놀란 표정이었다. 그러나 화가 났다기보다는 오히려 공권력의 오용에 분개한 듯 했다. 그중에서 한두명은 곧 재판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 차를 마실 생각에 즐거운 표정이지만 말이다.


마침내 판사가 입을 열었다. “양 측의 대표는 앞으로 나오시오.”


스미스와 도날드슨이 재판대 쪽으로 모이고 나서 한동안 열띤 토론이 이루어졌다. 스미스가 마구 팔을 휘두르며 어필하는 반면, 도날드슨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동상처럼 서 있었다.


판사가 몇 마디 짧게 하고 나서 스미스는 상당히 진정을 했다. 다시 자리로 돌아온 도날드슨이 보일 듯 말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말로우가 의자에서 일어나 기다란 팔다리를 휘적이며 밖으로 향했다.


“재판을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판사가 공표했고, “이제 변호측에서 증인을 부르시오.” 그러면서 미연에 항의를 듣지 않겠다는 양 손바닥을 들어보였다. “양 측 모두 충분히 최후 변론을 할 기회를 주겠소.”


자신있다는 양 스미스가 거만한 미소를 지었음에도 도날드슨은 태연히 목례만 했다. “물론입니다, 재판관님. 이를 위해 변호측에서 증인을 부르기 전에 잠깐의 휴정을 청합니다.”


바로 방금 전 점심시간으로 휴정했던 걸 생각하면 이상한 요청이었다. 하지만 판사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허락했다. “십 분이면 충분하겠소?”


“충분합니다.”


소송의 기각을 유도하는 시도는 실패했다. 변호사들이 숨기고 있는 비장의 무기가 무엇일는지 셜록은 머릿속으로 가늠해 보았다.


10분 후 판사가 돌아오고 모두 다시 자리에 앉은 것을 확인한 뒤, 도날드슨은 마지막으로 서류를 재검토한 후 입을 열었다. “변호측에서 첫 증인을 요청하겠습니다.” 노련한 언변가들이 다들 그러하듯, 그는 자신의 의뢰인은 말할 것도 없고, 법정의 모든 이들이 다음 말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고 뜸을 들이면서 능숙하게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클레어 다알링 부인을 증인으로 요청합니다.”


이십 여개의 펜이 이십 여개의 수첩 위로 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법정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고개가 문가로 향했다.






역자의 말


법정 용어 따위.... 드라마로 배웠음ㅠ.ㅠ

그 말이 이 말 같고 저말이 그말같고. 몰라요.... 하여간 경찰서랑 법원이랑 병원은 일하러 가는 거 아니면 안 갈수록 좋다고 그랬어. (관계자 분들은 너그럽게 용서를^^;;;)

여튼 뜬금없이 백과사전 끼고 업에도 없는 법정 용어 공부를 하게 될 줄이야. 이제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는데 셜록이랑 존은 여전히 비운의 원거리 연애(?)중이고. 하지만 재판은 다음 편으로 모두 끝납니다. 재회만 남았어요.

(혹 더 나은 대체용어를 아시는 분들은 살짝 댓글로다가....소곤소곤)






  1. Digger. 땅을 파는 존재라는 뜻.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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