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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rlock_장편/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남자

[SH/JW]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남자 (The Man No One Liked) 15

topsecretum 기밀선녀 2013.06.09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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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 재판이 시작되다 │ The Trials Begins





셜록은 한참 서성이고 있었다. 그러고 있으니 감방 안 금이 간 벽돌과 정사각형 모양의 바닥에 난 흠까지도 모조리 알 것 같은 지경이었다. 재판은 내일인데, 체포된 이후로 줄곧 구제에 단 한 발자국도 다가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그렇게 걷고 있다가, 복도 너머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그 자리에 멈춰서 귀를 기울였다.


“왓슨 박사입니다. 내일 열릴 재판에 앞서 죄수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자 왔습니다.”


뒤따라, 간수들의 반대로 예상되는 목소리가 둔하게 들려온다. 곧 발걸음 소리와 함께, 두 남자가 감방으로 내려왔다. 셜록은 바닥으로 눈을 깐 채 가만히 섰다. 존, 지금 대체 무슨―?


간수가 감방 문을 열자 존이 안으로 들어왔다.


“홈즈 씨, 검진을 해야 하니 상의를 벗어 주십시오. 경관, 잠시 자리를 비워주시겠습니까.” 간수는 뒤돌아 철장에서 몇 발자국 떨어졌다. 그러나 완전히 둘만 내버려둔 거리는 아니다.


“존,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작은 목소리로 추궁하는데도,


대답은 않고 존은 오히려 크게 말했다. “상의요, 홈즈 씨.”


단추를 푼 셜록은 어깨 너머로 셔츠를 벗어걸쳤다. 존은 문으로부터 셜록을 가린 채, 간이침대 위로 자리를 잡게 했다.


“당신을 봐야 했어요.” 존이 속삭이며, “알아낸 정보가 좀 있어요. 그것보단, 그냥…그냥 당신을 보고 싶은 게 더 컸지만.” 가방 안에서 청진기를 꺼내 차가운 끝을 셜록의 등 여기저기에 대었다. 차가운 금속과 존의 손길에 살갗이 들뛰었다.


“시간이 별로 없어요. 간수가 우릴 얼마나 내버려 둘지 모르겠군요.” 그리고 존은 운을 띄웠다. “다알링 부인이 남편과 이혼했어요. 매독을 옮긴 죄목으로요.”


“기사 난 걸 봤어요. 신문은 보게 해주더군요.”


“그 사건이 있던 같은 주에 찰스 부부는 갑자기 목돈이 생겼고요.”


“흥미롭군요. 어디서 돈을 얻었는지 아세요?”


“아뇨. 다만 그 사람들이 네빌 경과의 채무 관계에서 벗어났다고 하더군요.”


“빚을 아주 크게 진 상태였는데, 대단히 이상한걸요. 네빌 경과 만나보셨어요?”


“아니, 그 자와 접촉할 방법이 있긴 한지 모르겠네요. 내 꼴을 보기 싫어하기도 하고.”


“유감이군요. 그 자와 만나지 못하는 게 유감이라는 뜻이었어요, 제 말은. 제가 보기엔 그는 당신 자체를 싫어해요. 캐롤라인 아가씨 쪽은 어때요. 네빌 경이나 친척들 중에 뭔가 있답니까?”


존의 청진기가 셜록의 가슴으로 옮겨갔다. 잠시 멈췄다가, 손등을 내어 셜록의 살갗을 어루만진다. “이름이 아마 샐리였나, 그 하녀가 당신을 아주 싫어한대요.”


가슴에 올려진 존의 손은, 지금 셜록에겐 부담이 됐다. “제발, 존. 그렇게 만지시면… 견디기가…”


“알아요. 나도 그러니까.” 그리고 간수의 귀가 있으니, “기침 한 번 해요.”


셜록은 시키는 대로 하곤, 이어서 조용히 말했다. “샐리에게 미움받는 건 이미 잘 알고 있었어요. 다른 건요?”


“이게 중요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캐롤라인 양이 앤더슨이 살해된 날 밤 레스트레이드 부인과 앤더슨이 언쟁을 하고 있던 걸 봤답니다. 부인이 캐롤라인 양에게 그냥 저택 관리 문제 때문에 그랬다고 했대요.”


고개를 번쩍 드는 셜록이다. “정말요? 그거 흥미롭군요.”


존은 이어 느릿하게 진찰을 계속했다. “그래요? 도움이 좀 되겠어요? 아무거나 좋으니 말해봐요. 나는 무력한 기분에 불안해 죽겠는데, 간수가 머잖아 끼어들 것 같군요.”


“그러겠네요. 곧 번호사와 다시 만나기로 했어요. 그나저나 힘써주신 거 고마워요. 당신이 손을 써줬다는 거 압니다.”


뒤에서 간수가 헛기침을 한 번 한다. “왓슨 선생님? 무슨 일 있습니까? 혹 죄수가 문제를 벌이면―”


“아니, 아닙니다. 건강에 이상이 없군요. 막 진료를 마친 참입니다.” 다시 셜록에게 돌아 말한다. “뭔가 내가 도울 만한 건 없어요? 당신 ― 바로 내일 재판에 들어가는데 내가 알아낸 거라곤 쓸모없는 가십거리 몇 가지 뿐이네요.” 그는 청진기를 도로 가방에 넣고 걸쇠를 닫았다. “내일 나도 갈까봐요.”


“아니요. 저는 말로우 씨와 도날드슨 씨를 믿습니다. 적어도, 뭔가 계획이 있다는 건 믿어요. 절대 섣부른 짓 하지 마세요. 이제 가셔야겠어요. 재판에 오시지 마세요! 레스트레이드 경께서 거기 계실 겁니다. 당신을 아는 다른 사람이 더 있을 수도 있고요. 오셨다간 사람들이 알아보고 말이 퍼질 거예요.”


존은, 셜록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믿고 또 새겨야 했다. 머잖아 다시 만날 거라고. 셜록이 자유의 몸으로 풀려날 거라고.


“다시 만나요, 곧.”


셜록이 미소를 지었다. “곧 만날 겁니다.”


“경관!”


감방에서 걸어나온 존은, 바로 반대편에서 빠르게 다가오던 두 남자와 부딪힐 뻔 했다. 그곳을 지나치자마자 뒤에서 한 목소리가 그를 부른다.


“왓슨 박사님 아니십니까?”


삐그덕, 마지못해 뒤돈 그의 정면에는 말로우와, 여전히 변호사라고 보기엔 한참 어려 뵈는 도날드슨이 이쪽을 마주하고 있었다.


말로우가 고개를 한 쪽으로 기울이며 묻는다. “칼리튼까지 어쩐 일로?”


“그게, 어… 피고의 검진을 부탁받았습니다.”


말로우가 그 말을 믿는지 아닌지 표정만 보아서는 알 수가 없었다. “그렇군요. 아무 이상이 없겠지요?”


“그렇습니다.”


“잘됐군요.” 두 남자, 성마른 말로우와 말 없는 도날드슨은 그렇게 말하고 감방 쪽으로 돌아서고 있었다.


돌연 존이 그 뒤를 급히 좆았다. “어떻게 되가는 겁니까? 그러니까, 강력하게 믿을 만한 증거를 갖고 계시는 겁니까?”


이번에는 도날드슨이 대답했지만, 단 한 마디 뿐이었다. “그렇습니다.”


“혹… 뭐든 좋으니 혹시 제가 도울 게 있는지… 조금 증언할 것도 있습니다만…저 사람의 변호를 위해서요.”


도날드슨과 시선을 나눈 말로우가 한 발짝 다가섰다. “왓슨 박사님, 혹 검찰에 증언하시지 않은 점이 있다면…”


“아뇨. 그게… 아닙니다. 어, 뭔가 있기는 합니다만, 그러면…그러면 다른 유형의 사소한 죄가 제게 씌워지는지라, 말하기가 난해했습니다.”


다시금 두 변호사가 시선을 교환했고, 도날드슨이 답했다. “증인으로 서시게 되면 선서에 따라 진실만을 답하셔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저희는 박사님을 변호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입을 여는 존을, 말로우가 손을 들어 막았다. “박사님은 저희 의뢰인이 아닐뿐더러, 지금 말씀주시지 않는다 해도 우리 의뢰인의 비밀 사항을 모두 알 권리는 저희에게 없습니다.”


“하지만 홈즈 씨의 사생활에 관련된 문제입니다. 무어라고 변호하실 겁니까?”


“합당한 변론을 충분히 갖고 있습니다. 기소측은 이 사건이 신경 쓸 필요도 없는 간단한 사건이라고 생각하지요. 자, 이제 실례하겠습니다. 의뢰인과의 약속에 늦을 순 없으니까요.”


재판이 열리는 날 아침, 찬물에 몸을 씻고 난 후 면도를 위해 따뜻한 물이 주어졌다. 머리를 좀 가라앉혀보려 했지만 포마드유 없이는 불가능했다. 빗 하나만 있는 열악한 상황에, 애써 어느 정도 빗질을 해봤지만 그러고 나선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존과 마찬가지로, 셜록도 도날드슨 변호사의 젊고 순진해 뵈는 외관에 불안함을 느꼈지만, 그들과 대화를 나눠보면서 점차 말로우와 도날드슨 변호사들을 향한 믿음에 힘이 더해졌다. 빨간 머리카락 위로 눌러쓴 가발과 검은 실크 가운 덕분에, 도날드슨은 순진하게 보이는 발그레한 뺨이 여전히 드러나 보였지만 그럼에도 위엄있는 모습이었다. 위로부터 물려받은 듯한 가운은, 그의 자세를 크고 곧게 만들었다.


셜록은 말로우와 도날드슨이 있는 자리 뒤편으로 이끌려왔다. 두 명의 경비가 그의 앞에 버티고 섰다. 방청석에 있는 레스트레이드 경을 제외하면 칼리튼 홀에서 온 사람은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경의 가족들이 런던으로 올라오며 하인도 몇 따라왔을 텐데, 샐리나 집사 그렉슨 등 고용인들 중에서 아무도 여기에 불려오지 않았다니 이상했다.


방청석 안은 살인사건으로 유명해진 칼리튼 홀의 이야기를 보고 자극적인 기사거리를 찾아 몰려든 기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말로우와 도날드슨이 곧 그들에게 찾아올 만한 가치가 있는 볼거리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법원 서기가 선서를 읊고 난 후, 검찰 측 법무인 스미스가 증언대에 톰슨 경위를 요청했다. 스미스는 몸집이 후한 중년의 신사로, 꼼꼼치 못한 매무새로 보아 부인에게 사랑받지 못했고 한참이나 어린 부인과(새 결혼반지가 살찐 손가락으로 파고들었다), 무리하게 저당잡힌 형편(말할 것도 없이 젊은 부인의 요구를 들어주느라 그러겠지)만 남아, 안락한 교외 생활을 바라고 있었다. 일련의 추리를 늘어놓는 동안 셜록은 좀 더 진정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머잖아 무죄를 선고받고, 자유롭게 풀려날 거라고. 그리고 존과 같이 살게 될 거다. 하지만, 저 배심원들이 보고 있는 증거는 뻔했고 셜록은 저들의 선입견과 나약함이 자신의 운명을 잡아놓고 있음이 두려워 애써 직시하길 피하고 있었다.


톰슨 경위가 으스대며 걸어나와 선서를 했고, 비로소 재판이 열렸다.


“톰슨 경위, 올 11월 23일 아침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상히 증언해 주십시오.”


그날 저택에서 수사하던 때와 조금도 변함없이 톰슨은 거만하기 짝이없는 태도였다. “아홉시 경 칼리튼 홀으로부터 살인이 일어났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부하 경사들이 제 집으로 와서 그 사실을 알렸습니다. 저는 그때 막 아내가 차려준 푸짐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셜록이 한숨을 내쉬었다. 톰슨이 계속 이런 식으로 했다가는 재판이 끝도 없을 것이다. 다행히 그런 건 건너뛰라는 신호로 스미스가 헛기침을 했다.


“예, 그래서, 저는 부하직원들을 소집한 뒤, 어림잡아 열시 반 경이 지났을 때 저택으로 향했습니다. 저택의 그렉슨 집사가 저희를 맞아 고인의 시신이 있는 방으로 안내했고, 현장을 발견한 피고 홈즈가 그 자리에 같이 동반해 있었습니다.” 마지막 말을 강조하는 걸 보니, 이 아둔한 남자도 비꼰다는 게 무엇인지 정도는 아는 것이다.


“그때 저는 홈즈가 피해자의 사망 시각에 소재를 묻자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기에, 그에게 찔리는 구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의 제기합니다!” 도날드슨이 좌석에서 거의 일어설 듯 손을 올려보였다. “증인은 사실이 아니라 의견을 말하고 있습니다.”


재판정 앞의 판사가 고개를 끄덕이고 톰슨에게 경고했다. “경위, 부디 사건에 대해 목격한 대로만 사실을 증언하기 바라오.”


“에, 그래서, 말씀드렸듯이, 고인을 보기 위해 숙소로 올라갔습니다. 시신이 목이 졸린 채로 침대에 눕혀져 있었고, 방에는 사투의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저는 홈즈가 옆 방에 거주한다는 것을 확인한 뒤, 어젯밤에 무슨 소리를 듣지 못했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지난밤 오랫동안 산책을 하고 있었고, 검시관이 사망 시각으로 알린 시간에 방에 있지 않았다며 얘기를 꾸몄―얘기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심문을 위해 고용인들을 소집했습니다. 저는 곧 사건 전날 홈즈와 앤더슨이 다툼을 벌였고, 홈즈가 육체적 위해로 협박했다는 증언들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집사가 둘 중 하나를 해고하겠다며 경고했다고 합니다. 거기에 소재에 대한 홈즈의 불충분한 설명으로 미루어보아, 그에게 혐의가 있다는 걸 눈치채고 심문을 위해 서로 연행해 왔습니다.”


도날드슨이 다시 일어났다. “재판관님!”


판사가 한숨을 내쉬었다. “배심원께서는 피고의 죄의 유무에 대한 톰슨 경위의 판단을 사실이 아니라 의견으로 받아들여주시기 바랍니다.”


스미스가 톰슨에게 경고조의 눈빛을 보내며 말을 이었다. “질문을 더 진행하기 전에 한 가지, 피고가 혐의를 인정했습니까?”


보라. 경위는 갑작스레 껄끄러운 얼굴을 했다. “그다지는 아닙니다.”


“그다지라는 말씀은?”


“심문을 하는 동안 침착을 유지하지 못하는 기색이 보였습니다. 오히려 거만하고 건방진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살인에 연루되었지 않았다고 보기에는 살인의 순리에 대해 정상적이지 않은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었지요. 한편 피해자의 다른 편 방과 반대편에 거주하는 소년들은 피해자에게 대적할 힘이 없어 범인이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래서 피고는 홈즈에게 동기와 기회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지요?”


“바로 그렇습니다. 다른 누구도 그럴 수 없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톰슨 경위. 질문을 마치겠습니다.”


판사가 도날드슨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심문하시오.”


도날드슨이 자리에 섰다. “톰슨 경위, 수사에 정석이 아닌 본인만의 순서가 있습니까? 아니면 다른 증거들을 모두 제외할 정도로 홈즈 씨의 혐의에 확신을 둔 특별한 이유라도?”


톰슨의 얼굴이 더욱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지금 내 수사를 모욕한 거요? 내가 분명히 말해두는데―”


도날드슨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증인이 피고를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혐의를 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저 증인의 용의선상에 다른 의심점이 있었는지 혹은 또다른 범죄 시나리오에 대해 염두에 뒀었는지, 질문했을 뿐입니다.”


“당연히 그랬지. 난 내 임무를 다했소!”


“그렇다면 그 다른 쪽의 수사는 어떻게…?”


“나는…우리는… 그곳엔 더 이상 얻을 게 없었소.”


“으으음. 알겠습니다. 손님들을 용의자로 의심해 본 적은 있습니까?”


“뭐요? 당연히 아니오. 뭐하러 그 사람들이 하인을 살해한단 말입니까?”


“고용인들은 수발을 드는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중 어떤 건 어쩌면…살인에 대한 동기가 될 수도 있지요. 예를 들어, 불륜이라든지.”


이번에는 스미스가 체면도 잊고 펄쩍 뛰었다. “이의 있소! 그게 질문입니까, 아니면 학식있는 신사로서 그냥 하는 독백입니까?”


이해한다는 듯, 도날드슨이 목례를 건넸다. “톰슨 경위, 피고용인들 중 앤더슨 씨를 살해할 동기가 있는 이가 존재하는 것이 가능합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런 동기에 대해 수사했습니까?”


톰슨 경위는 뚱한 표정으로, “아니오.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는 시비조로 내뱉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알겠습니다.” 질문이 모두 끝난 것처럼 도날드슨이 서류로 시선을 내렸는데, 곧 다시 날카롭게 물어왔다. “괜찮으시면 몇 가지만 더 질문하겠습니다. 사투의 흔적이 있다고 하셨는데, 정확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방이 어질러져 있었습니다.”


“어질러져 있다, 흠. 단지 피해자가 원래 어수선하게 지내는 버릇이 있던 것일 수도 있지요. 어질러진 정도를 묘사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어떤 증거에 의해 몸싸움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까?”


그 말에 셜록은 슬쩍 웃음을 숨겨야 했다. 집사 그렉슨이라면, 방을 어질러놓는다는 생각만으로도 뒷목을 잡으며 쓰러질 것이다.


“물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습니다. 가구며, 옷가지며.” 이런 질문의 요체를 알 수 없었기에, 톰슨은 점점 태도가 방어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가구요? 부서진 것은 없었습니까? 작은 방 안에서 두 성인 남성이 싸움을 벌일 경우 으레 보이는 증거라든지?”


“모르겠습니다.”


“모르겠다고요? 현장에 있지 않았습니까?”


“수사는 내 부하들이 모두 했소! 내 일은…그 후에…증거를 가늠해 보는 거요.”


“그런데도, 증인은 현장에서 바로 피고의 범행을 결론내렸다는 거지요… 별다른 증거도 없이.”


“철―철수를 한 거요, 증거에 따라.”


“놓쳐버린 증거 말씀이십니까.”


“전… 당신! 당신 지금 진실을 왜곡하고 있소. 이것 봐요, 당신이야 고작 몇 번 사건을 구경한 게 다겠지만 난 오랫동안 형사 일을 해왔소. 난 살인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안단―!”


도날드슨이 곧장 손을 들어올리며 외쳤다. “재판관님, 부디 증인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만 자제할 수 있도록 지시해 주십시오.”


“톰슨 경위. 질의응답 외에는 사설을 삼가시오.” 판사의 말에,


“지금 제가 재판을 받는 게 아니잖습니까!” 톰슨이 소리쳤다.


방청석에서 수군거림이 크게 흘러나왔다. 그것이 톰슨에 대한 처우 때문인지, 아니면 톰슨의 태도를 비판하는 쪽인지 셜록은 알 수가 없었다.


도날드슨은 소란이 잦아들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가, 계속했다. “계속해 주십시오, 톰슨 경위. 피해자가 저항을 했다고 하셨지요. 교살된 방법에 하나라도 수상한 점은 없었습니까?"


“뭐요? 아니오. 그 사람은 분명 교살되어 죽었소!”


마치 톰슨의 우매함에 질렸다는 듯이 도날드슨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교살되었냐는 질문이었습니다. 맨손입니까, 흉기? 밧줄?”


“본인의 타이에 의해서 교살되었소.”


“으흠. 그러면 고인이 침대에 눕혀있던 모습에 특별한 점은 없었습니까?”


“침대에 누워 있었소.”


“그러니까 죽음을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고 평온하기까지 한 모습이었다는 거지요?”


“그―그렇소.”


“그리고 얼굴은 덮여져 있었습니까?”


부루퉁한 대답에, “기억이 안 납니다.”


다시금 도날드슨의 눈썹이 치켜올라간다. “기억이 안 난다고요?”


“보고서에 나와 있을 겁니다.”


“그래, 보고서 말이지요.” 그는 파트너 말로우에게로 고개를 돌려, 넘겨주는 몇 장의 서류를 받아들었다. “보고서에는 아무 말도 나와있지 않습니다.”


그랬더니 다시금 톰슨이 자신감을 되찾은 듯 의기양양해졌다. “그럼 덮여지지 않은 거요.”


“그 발언 확신하십니까?”


“물론이오!”


“감사합니다. 괜찮다면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증인의 기나긴 경력 중 수사를 지휘한 살인사건은 몇 건입니까?”


톰슨 경위는 대답하고 싶지 않은 듯이 입술을 약간 사리물고 두 손을 맞잡았다. “한 건이오.”


“이 사건 외에 한 번이란 말씀이십니까?”


“이번 한 번이오.”


“감사합니다. 질문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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