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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JW]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남자 (The Man No One Liked) 14 본문

Sherlock_장편/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남자

[SH/JW]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남자 (The Man No One Liked) 14

topsecretum 기밀선녀 2013.05.26 07:00




14 : 두 만남Two Meetings





마가렛 이스튼은 캐롤라인이 설명한 만큼이나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동생보다 살짝 키가 크고, 안개가 낀 듯한 캐롤라인의 흐린 갈색 머리과 비교되게 적갈색 머리를 하고 있다. 퍼가 달린 갈색 코트를 잘 차려입은 그녀는 동생과는 다르게 좀 더 침착한 몸짓이었고, 두 자매간에 닮은 데라곤 하나뿐이다. 동그랗고 짙은 눈에 담긴 생동감 넘치는 눈빛이 둘을 이어주고 있었다.


“마가렛 양.” 존이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 “만나뵈어 반갑습니다.”


“저도요, 왓슨 박사님. 캐롤라인이 제게… 박사님 이야기를 수도 없이 했답니다.”


“제 비밀 얘기를 모두 밝혀버린 게 아니길 바라야겠군요.” 그렇게 말하면서 웃음에 긴장감이 드러나지 않기만을 바라는 존이다. 그는 얼른 캐롤라인에게 슬쩍 눈짓했다.


그런 둘을 바라보던 마가렛 양이 장갑을 챙겨 일어섰다. “캐롤라인, 반 시간 후에 모자 가게에서 기다릴게. 외출나온 이유가 그것 때문이니까, 늦지 마.” 그리곤 존을 향해 끄덕 목례를 보내고는, “우리 동생이 말썽부리지 않게 잘 봐주시리라 믿을게요, 왓슨 박사님. 좋은 하루 되세요.” 우아하게 찻집 밖으로 총총 사라졌다.


캐롤라인은 레스트레이트 가 사람들과 함께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티미라는 구두닦이 소년을 통해 존에게 쪽지를 보내왔다. ‘월요일 낮 2시에 언니와 모자 쇼핑을 하러 갈 계획이에요. 만나서 차 한 잔 하실 수 있을까요? 마가렛도 따라줄 거예요.’


“그 아이한테 쪽지를 전해주라고 뇌물을 좀 먹였지요. 초콜릿과 반 크라운을 주니 아주 착실히 일을 해냈군요.”


캐롤라인이 자리에 앉으며 킥킥 웃자 존도 따라서 미소를 지었다.


“그럼 당신 언니는요? 마가렛 양도 매수한 겁니까?”


“마가렛은 언제나 제게 관대하니까요.”


“저 아가씨에겐 아무 말 안 했겠죠, 그러니까 저…”


캐롤라인은, 짐짓 멀뚱한 표정으로 대뜸 이렇게 말했다. “언니에게 우리 약혼했다고 말했어요.”


뭐요?” 존은 가게 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존재를 깨닫곤, 깜짝 놀란 얼굴들을 향해 설득력 없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캐롤라인의 손을 토닥였다.


“아마추어같이 왜 그러세요. 친구를 사귀었는데 도와줄 일이 있다고 얘기한 거예요. 원래 안 그러더니, 언니가 믿어주더라니까요. 자, 우리 뭐 좀 시키죠. 롤빵 하나 먹어야겠어요.”


존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어버렸다. “당신 정말 가끔 보면 아이 같다니까.”


“그래서, 무슨 정보를 얻으셨는지 이야기해 보세요.” 웨이트리스가 차를 가져다주고 돌아가자마자 그녀가 물어왔다. “다알링 부인에게 남편의 외도를 알린 사람이 당신인 거죠?”


“맞아요. 부인이 예상과는 한참 다른 반응을 보여서 나도 놀랐어요.”


“아침 내내 이모가 부인이랑 그 일로 전화를 하시더라구요. 우리 엄마에게도 전화하셨어요. 저택에는 전화가 없어서 그땐 긴 서신을 보내셨고요. 지금쯤이면 엄마가 그걸 받아보셨겠죠. 또 다른 사람은요?”


존은 제인과의 만남에서 편지가 반송되었음을 알아낸 이야기와 더불어, 제인이 다알링 부인을 특별히 언급했음을 설명해 주었다.


“오늘 아침엔 찰스 부인과 만났어요.” 그가 말을 이었다. “나도 참 남의 집에 머리 들이미는 데 쓸데없이 익숙해지고 있네요. 별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좀 하면서 맹맹한 차를 한 사발 쯤 마셔갈 때쯤, 부인이 파산 직전이었던 가계가 곧 나아질 거라고 털어놓더군요.”


“앤더슨이 죽어서?” 캐롤라인은 반짝 희망이 차면서도, 동시에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죠. 그래서 협박거리가 사라진 정황 덕분인지 어쩐지 떠보려고 앤더슨의 죽음과 관련해 이야기를 흘려봤는데, 부인은 그가 누군지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눈치였어요. 그 뒤로 이야기를 계속 하는데 이리 말하더란 겁니다. 그게, 마침내 네빌 경으로부터 벗어난 덕분이라고요!”


“네빌 경이라구요?” 캐롤라인이 외쳤다.


“그래요! 내 대답도 딱 그짝이었어요. 빚진 돈은 어찌어찌 해서 갚은 모양이에요. 그리고, 그게 살인이 일어났던 바로 그 주의 일이라 이겁니다.”


“그 사람들이 무슨 재주로 네빌 경에게 빚진 돈을 구해냈을까요?”


“다른 이에게 빌려 돌려막기를 했다든가, 가능성은 다양하죠. 다만 그러려면 다시 빚쟁이가 생기는 건데, 아이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 뒷바라지할 만한 돈은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더군요. 어찌되었든 간에, 그 쪽으로 앤더슨과의 접점은 없어요. 그가 빚 회수인의 역할에 서서 협박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앤더슨이 샤일록[각주:1] 행세를 하고 있었다면, 더 이상 찰스 부부에겐 빚을 갚을 이유가 없어지는 거죠…” 그러나 존은 이내 머리를 저어버렸다. “아니, 부인은 정말로 앤더슨을 몰랐어요. 어느 쪽으로든 이어져 있었다면, 앤더슨을 기억하고 있었을 테죠.”


잠시 둘은 말없이 차를 마셨다.


“고용인이나 가족들 사이에서 뭔가 알아낸 게 있습니까?”


그렇게 묻자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스푼을 만지작거렸다. “아쉽게도 많이는 없어요. 박사님만큼 용기가 나지 않아서요. 몰리에게, 혹 앤더슨을 죽이고 싶어할 만한 이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완전히 사색이 되더라구요. 가엾기는. 앤더슨이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존재였다는 건 인정했어요. 샐리마저도요, 그나마 게중에 가장 가까운 인물인데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나 봐요. 다만, 샐리는 홈즈를 싫어해요. 저와 말을 섞지 않으려고 들어서 이유는 모르겠지만요. 홈즈가 세상을 너무 쉽게 살았다고, 당해도 싸다는 말만 하더군요.” 그리고는 우울하게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렇군요. 셜― 어, 홈즈가 저택의 손님에 초점을 맞춰보라고 했으니 그쪽으로 생각을 해 봅시다. 또 다른 건요? 당신 이모님께 왜 앤더슨과 언쟁을 벌이고 있었는지 물어 봤습니까?”


“네, 그냥 사소한 집안 문제라고 답하셨네요. 앤더슨이 수프를 엎질렀다든가, 크리스털 그릇을 깼다든가, 그런 걸 믿을 줄 알고.”


썩 설득력이 없는 변명이었다. 캐롤라인은 당시, 그 언쟁이 단순히 하인을 질책하는 일 이상임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셜록이라면 더 잘 알아낼 수 있을 텐데. 좌절감에 존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레스트레이드 경 쪽은 어떻습니까? 그분에게 말씀드릴 수 있겠어요?”


“네―네.” 그녀는 계속 스푼을 가지고 꼼지락거리더니, “그분은 다른 말씀 없이 재판에서 사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만 하세요. 그래서 뭔가 길게 말씀드리기가 어려워요. 안달복달하느라 혼났다니까요.” 얼굴을 찡그리며 혀를 내민다. “재판은 목요일에 열려요. 신문에 나와있으니 당신도 물론 보셨겠죠. 그레고리 이모부께서 증언하러 가실테지만, 우린 안 돼요. 변호사가 언질 해드리던가요? 검찰 쪽에서 이모부를 부르긴 했는데, 변호사와도 따로 만났나 봐요.”


“오늘 아침에 그쪽에서 사무실로 와달라는 전보를 받았어요. 내게 증언을 요청하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군요. 나도 할 말이 많으니까. 그럼 그 사람을 만날 수 있겠어요!”


“위험하지 않을까요?”


존이 으쓱 했다. “내 안전은 상관없어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모두 모았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결론이 보이지 않잖아요. 그에게 정보를 전해줘야 해요. 그는 이 조각들을 한데 모을 수 있을 겁니다. 우린 정보를 가져다주는 데 집중하자고요.“






존은 말로우의 사무실에 앉아, 변호사 도날드슨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무실 안은, 바쁜 법조인이 으레 그러하리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엉망으로 흩어진 서류 하나 없이 놀라울 만큼 깔끔했다. 서류 묶음 네 단이 완벽하게 각을 잡은 채 책상 위에 정렬되어 있고, 존이 앉은 자리 바깥쪽에는 만년필 두 자루만 평범하게 놓여 있을 뿐이다.


그 때 말로우가 뒤에 불타는 듯한 빨간 머리를 한 젊은이를 달고 돌아왔다. 아주 젊은 사내다. 존은 불안함에 쭈뼛거렸다. 이게 정말 콜린이 찾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왓슨 박사님.” 말로우가 청년을 소개했다. “법정 변호인으로 설 도날드슨 변호사입니다. 말씀드렸듯이, 살인 사건으로 기소된 칼리튼 홀의 하인 한 명을 대표해 법정에 설 예정입니다. 홈즈 씨를 기억 하십니까? 박사님의 청지기였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그가 책상을 돌아 의자에 앉는 동안, 도날드슨은 구석의 스툴에 자리를 잡았다.


“네. 네. 물론 기억하죠. 그는 꽤…꽤 좋은 고용인이었습니다.”


“좋습니다. 우리의 의뢰인이 모범적인 고용인이라는 의견이 일반적이더군요. 거기에 앤더슨에 대한 불만 역시 동반되긴 합니다만, 대체적으로 높이 살 만한 효율적인 저택이라고 보입니다. 바로 그 주의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말입니다. 살인에 더해서 다알링 부부의 스캔들까지, 심심할 여유 없이 일이 바쁘게 돌아가는군요. 박사님께서 마지막으로 그를 보셨겠지요.” 그러더니 갑자기 대답을 기다리듯 말을 멈췄다.


“누굴요?” 말로우의 말투는 너무 빠른 데다 질문하는 억양도 아닌지라 따라잡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홈즈 씨 말입니다.”


“예, 그렇죠, 그럴 겁니다.”


“경찰에게 홈즈 씨가 자정에 근무를 마쳤다고 증언하셨지요?”


“예, 맞습니다. 제가 법정에서 증언할 수 있습니다. 제 말은, 그에게―, 선생에게 필요하시면.” ‘신중해야지.’ 존은 속으로 되뇌었다.


“아니요. 딱히 그렇진 않습니다. 방금 검찰 측의 보고서를 보고 사실 정보를 모두 확립했음을 확인하고 오는 길입니다. 앞서 저택 주인 가족과 당시 손님이었던 분들 몇몇과도 면담을 했지요. 내일엔 다시 홈즈 씨를 만나보고 나아가 저택의 고용인들과 얘기해볼 예정입니다.”


존이 주춤 했다. “고용인들과 만나보는 걸 지금까지 미뤄두셨다니, 좀 늦은 감이 없잖아 있군요. 바로 목요일이 재판인데요.”


반달 모양의 안경 너머로 말로우의 시선이 빤히 다가왔다. “주인 가족이 런던으로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는 쪽을 택한 겁니다. 업무에 눈치를 덜 받는 상황이 되면 고용인들이 좀 더 명확한 증언을 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증언에 따른 책임감도 덜 느껴지겠고.’ 말로우의 선택이 옳을지도 모른다.


“추가로, 박사님께서 의료인으로서 시신을 확인하셨다고 보고서에 나와 있더군요.” 말로우가 말을 더했다.


“예. 레스트레이드 경이 일요일 아침에 절 깨우셨습니다. 급하게 옷을 입고 경을 따라 다락으로 갔죠. 고용인 앤더슨이 목이 졸려 죽어 있더군요, 침대 위에 가지런히 눕혀져 얼굴에 이불이 씌워진 채로 몇 시간동안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말로우가 날카롭게 시선을 옮겼다. “얼굴이 가려져 있다고 하셨습니까? 확신하십니까? 애도의 표시로 레스트레이드 경이나 집사, 그렉슨 씨가 그랬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아닐 듯 합니다. 다들 사건 현장에 손을 대지 않도록 신경을 바짝 세우고 있었으니까요.”


구석에서 도날드슨이 끼어들더니, “그거 분명 보고서에―”


“그래, 알아.” 말로우가 재빨리 답한다.


“혹시―?” 또다시 휙 지나가는 대화.


“아주 가능성이 높지. 성급하게 결정하진 말자고.”


“그래요. 이거 질문에 추가할게요―”


“그렇게 해.” 말로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종이 위에 안쇄되는 활자처럼 반듯한 서체로 글씨를 써내려갔다.


일련의 대화가 마치 속기처럼 빠르게 오고간 터라 알아듣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셜록을 도와줄 저들의 능력에 한층 안심이 들기 시작하는 존이다.


질문이 다시 존에게로 이어졌다. “혹 홈즈 씨가 방으로 돌아갈 때, 불안한 기색이 보였습니까? 혼란스럽다거나, 화나보였다거나, 아니면 우울하다든지?”


‘내게 열렬한 밤을 선사했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존은 크게 대답했다. “아닙니다, 그 주 내내 그러했듯 완벽하게 자신을 추스르고 있었습니다. 고용인의 귀감이죠, 말하자면.”


“감사합니다.” 펜촉이 종이 위로 어지러이 휘날렸고, “이만하면 충분합니다, 왓슨 박사님. 갑작스런 통보였는데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도날드슨 변호사가 밖으로 배웅해 줄 겁니다.” 말로우는 일어나지 않고 쓰던 것을 계속했다.


말하거나 물어보고 싶은 것이 산더미 같았지만, 그렇게 한다면 셜록과의 관계가 너무나 많이 드러나고 말 것이었다.






역자의 말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남자가 누구일는지, 조금 감이 오시렵니까~:D

한층한층 증거가 쌓이고, 다음 편부터는 이제 하나하나 다시 풀어나가기 시작합니다.

벌써 6할 가량 왔어요! :)





  1. Shylock,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인물로, 고리대금업자의 대명사.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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