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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rlock_장편/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남자

[SH/JW]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남자 (The Man No One Liked) 13

topsecretum 기밀선녀 2013.05.19 01:00





13 : 다알링 씨의 비밀 │ Mr. Darling's Secrets





클레어 다알링과의 만남은 예상보다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의 고민거리에 대한 암시와 진찰해 드리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 한 통 만으로 일사천리였다. 존은 정말로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다알링 부인을 이용한다는 느낌에 심히 죄책감이 들었다.


“왓슨 박사님.” 그녀는 토요일 오후 진료소에 도착했다. “박사님의 편지를 받고 정말 놀랐어요. 전직 군의관이셨다고, 맞지요? 여성 의료에까지 그리 폭넓은 이해를 지니신 줄은 몰랐답니다.”


물론 편지에서 암시한 만큼 해박하지는 않지만, 존도 여성 진료에 어느 정도 경험이 있었다. 바른 말로 아주 없지는 않다고 해야 할까. 군인이었던 시절, 동료 장병의 아내들이 현지 의사들을 별로 신뢰하지 않았기에, 산파에게 가기 전까지는 그네들의 임신 기간 동안 존이 대신 진료를 하고 출산이 순조로울지 어떨지도 검진했었더랬다. 한 번은, 어느 인도인 장교의 아내가 스물일곱 시간이나 진통을 하고 있다 해서 급히 불려간 적까지 있었다. 불쌍한 산모는 고통과 두려움으로 거의 미쳐 있었고, 결국 아이를 사산했다. 산모 역시 이틀 뒤에 패혈증으로 세상을 떴다. 이미 존이 어떻게 손쓸 도리가 없던 상황이었다.


“예, 음, 일단 검진을 해 본 후 할 수 있는 처방에 대해 상의해 봅시다.”


간단한 진료가 끝난 뒤 다알링 부인이 스크린 너머에서 옷매무새를 여미는 동안, 존은 청진기를 거둬들이는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걸로, 제인 라킨이 암시한 말로써 이미 예상하고 있던 것이 사실로 증명되었다.


“왓슨 박사님?” 스크린 밖으로 환자가 나왔다. 클레어 다알링은 평균 키의 몸집이 작은 여자로, 빗질이 필요없을 것처럼 곧은 금발머리를 지녔다. 피곤하고 핼쑥한 얼굴이었으나, 팽팽한 긴장감에서 숨겨진 강단을 느낄 수 있었다.


“이쪽으로, 이리 앉으십시오.” 존은 진단에 대한 논의를 할 때를 위해 진료소 창가에 놓아둔 안락의자를 향해 안내를 했다. “자, 그럼. 통상적인 질문 몇 가지만 더 드리겠습니다. 올해로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마흔 하나에요.”


“그렇군요.”


“가정을 꾸리기에 조금 늦은 나이라는 거 저도 알아요.” 그녀가 얼른 덧붙였다. “하지만 제 이모님께서는 마흔 넷에 둘째를 얻으셨고―”


존은 미소를 지으며 그만하면 안다는 표시로 손을 들었다. 부인에게 아이가 없는 이유가 나이 때문이 아님을 잘 안다. 그러나 가능한 완곡하게 이끌어야 할 문제다. “부군과 혼인하셨을 당시에는 나이가 어떻게 되셨는지?


“서른넷이었어요.” 부인은 말을 잠시 멈추고 손을 내려다보았다. 얼굴로 흘러내린 머리카락 가닥을 무의식중에 귀 뒤로 넘기고는, “저도…” 긴장된 표정으로 고개를 든다. “저도 이게 그이의 결함이 아니라는 걸 알아요.”


“예?” 놀라움으로 반문하는 존이다.


다시 부인의 시선이 밑으로 떨어졌다. “남편에게 아이가 하나 있어요. 어떤…어떤 적절치 못한 여자 사이에서 낳은 딸인데 가정교사가 될 수 있도록 그이가 학비를 지원하고 있지요.”


“부군께서 몇몇 적절치 못한 여성들과의 관계가 있다는 걸 아시는지… 아니, 아셨는지요?”


“아뇨― 제 말은, 그래요. 결혼하기 전에요. 하지만 남편에게, 결혼하려면 그런 관계를 그만 두라고 말했어요. 그런 것을… 용인하는 여성을 저도 몇 알지만, 저 자신은 절대 그럴 수 없으니까요.”


존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산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네.” 부인은 비탄 섞인 가녀린 음성으로 대답했다.


“몇 번쯤?”


“다―다섯 번이에요.”


“알겠습니다. 그 중 기간이 길어졌던 적은 있습니까?” 그는 최대한 달래듯 물었다.


“딱 한 번…네 달간 아이를 품었던 적이 있었어요. 정말 행복했지요, 왜냐하면 전, 전 정말로 이제…” 목소리가 잦아들며 결국엔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고 만다.


존은 환자들 용으로 비치해둔 깨끗한 손수건을 하나 꺼내 부인에게 건네주었다.


“왓슨 박사님?” 다시 고개를 든 부인의 얼굴은 원래의 단호함으로 돌아와 있다. “박사님의 소견을 들려주세요.”


“다알링 부인, 차마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부인께서는 아이를 가지는 데 영향을 끼치는 질병을 앓고 계십니다. 유감스럽게도 매독입니다. 부군의 혼전 행실에 대해 말씀주신 것으로 미루어 보아 남편분으로부터 병이 옮았을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이 병이… 한 편으로는 아이를 갖지 못한 일이 차라리 다행스러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이 상태로 출산했다면…” 존은 그러나 다알링 부인의 표정에 말끝을 흐리고 만다.


“매독이라구요? 하지만 전 절대…” 부인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존은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그는 부인이 눈물을 흘리고, 히스테릭하게 흥분하는 반응을 예상했기에 만약을 대비해 주머니에 후자극제[각주:1]를 준비해 뒀다. 이런 차가운 분노는 그가 예상했던 게 아니다. 부인은 고개를 저으며 짧은 웃음을 터뜨렸다. “전염에 치료까지. 치료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부인? 언제 감염되었는지 짐작 가십니까? 바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수은 치료 방법이나 그보다 진보된 방식으로 아스페나민을…”


쌀쌀맞은 시선이 마주쳐 왔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에 심하게 앓았어요. 이국땅에서 병원균을 옮아왔다고 제 의사가 그러더군요. 그이가 ‘치료’라면서 알약을 줬죠. 그 이후로 줄곧 ‘비타민’이랍시고 그 약을 받았어요.”


존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서 부인의 주치의가 증상을 모른 척 했을까. “으음, 진료를 받으셨다면―“


“오, 그럼요. 잘나신 주치의 덕분에요. 말할 것도 없이 남편이 입조심을 시켰겠지요.” 부인은 두 손에 얼굴을 묻더니, “얼마나 바보같았는지! 바보 천치였구나, 내가.” 다시 얼굴을 들었다. “내가, 배울 만큼 배우고, 교양있는 여성이, 그런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다니. 지금 치료를 받든 받지 않든, 앞으로 절대 아이를 가질 순 없겠지요, 그렇죠?”


존은 잠시 망설였으나, 오랫동안 거짓말에 속은 부인에게 또다른 거짓말을 얹는 짓은 하지 않기로 했다. “예. 첫 감염 후에, 혹은 유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만, 부인의 자궁이 많이 손상되었을 겁니다. 더 이상 아이를 가지실 수 없습니다.”


“그렇군요.” 곧바로 일어난 부인이 핸드백과 장갑을 챙겼다.


“다알링 부인, 부인께서는 지금 심각한 충격을 받으셨습니다. 차를 타다 드릴 테니 잠시 앉아 계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지인을 불러드릴까요? 여기서 마음을 추스르실 때까지 쉬시지요.”


“추스르라고요? 난 지금 온전히 추스르고 있어요. 그 자―그 남자는 내 인생을 망쳐놨어요. 내게 헛된 희망을 품게 해놓고 생명이 죽을 때마다 내 영혼을 갉아먹는 걸 몇 년간이나 지켜봤다고요. 그러면서 자기만은 거짓말을 들키지 않으려고 의료인과 작당까지 하고 말이지요. 아뇨, 됐어요. 난 충분히 정상이에요. 그 자가 무너지는 걸 볼 작정이에요. 오늘 이후로 갈 데도, 친구도 없이 빈털터리가 되면 꼴이 참 고소하겠지요. 그걸 보고 말 거예요. 같이 붙어먹던 추잡한 여자들에게 위로를 얻으러 가게 해줘야지 않겠어요. 내 집에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게 만들어야지요.”


문가로 걸어가는 부인의 등 뒤로 존이 일어섰다. 예상 밖의 분노였다. 비탄이라면 몰라도, 이런 불타는 복수심이란 당황스럽기 그지없었고, 또 이 정보가 셜록에게 무슨 도움이 될지도 알 수 없었다.


현관에 다다른 부인이 뒤돌아 물었다. “왓슨 박사, 내게 진료를 제의하신 이유가 뭐지요? 하인들에게 들었나요? 남편에 대한 얘기가 그리 동네방네 퍼졌던가요? 내 일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고 더욱이 병에 대해서는 가장 가까운 친구들 외에 한두명도 안 돼요.”


그는 잠시 망설였다. 제인 라킨의 약속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으나, 믿었던 이에게 지독하게 배신당한 이 여성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 역시 원치 않았다. “익명의 인물로부터 남편… 남편분이 협박 편지를 받고 있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자가 그동안 줄곧 창녀들과 떳떳하지 못한 짓을 저질러 왔다는 증거가 될 수 있겠네요. 솔직한 답변 고마워요, 왓슨 박사. 이제 다시는 보는 일이 없겠군요.” 그리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부인은 존의 집에서 나가 대기하고 있는 차량으로 가버렸다.






월요일 아침 신문은 온통 간통죄로 남편을 고소한 다알링 부인의 이야기와, 앤더슨의 죽음에 로버트 홈즈가 체포되었다는 기사로 도배가 되었다. 두 사건이 관련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추측성 사설이 만연했고, 존은 그런 가설에 여전히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캐롤라인에게 맡긴 저택의 직계가족을 제외하면, 정보를 캐볼 사람은 찰스 부부 하나만 남은 상황이었다.







역자의 말


큽...근데요....모든 것의 처음 3편 번역을 다 못했어요.... 3편이 끝인데.. 절망...너무 길어 마치 베니 턱처럼






  1. 여러 가지 요인으로 기절한 사람이 코로 흡입하게 하여 의식을 깨우게 돕는 화학물질.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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