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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JW]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남자 (The Man No One Liked) 10 본문

Sherlock_장편/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남자

[SH/JW]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남자 (The Man No One Liked) 10

topsecretum 기밀선녀 2013.04.28 00:19





10 : 도전 │ Challenges





“나는 죽이지 않았습니다.”


톰슨 경위가 등받이로 몸을 기댔다. 덩치에 눌린 나무 의자가 삐걱였다. “알았소. 여전히 결백을 주장하시는군.”


“예.” 셜록이 답했다. “질의응답한지 열일곱 번째입니다. 주장을 굽히지 않는 이유는 실제로 그렇기 때문입니다.”


어림잡아 한 시간 반 정도를 그렇게 대치중이었다. 시계가 없었다. 이 냉랭한 방으로 끌려왔을 때는 이미 늦은 오후였다. 창문도 없고, 그의 등 뒤로 둔탁하게 닫힌 금속 문만 있는 방에, 그와 경위가 나무 탁자 너머로 서로를 마주했다.


“현명하게 행동합시다, 로비.”


톰슨이 그 이름을 쓸 때마다 셜록은 움찔했다. 속으로는 이 놈의 면상에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내 이름은 로비가 아니야! 셜록이라고, 셜록 홈즈. 그리고 나는 당신에게 이름을 제대로 불릴 권리가 충분히 있어.” 그러나 자제를 잃고 화를 내 봤자 톰슨으로 하여금 더욱 믿음을 떨어트리는 꼴밖에 되지 않음을 안다.


톰슨은 어르는 목소리를 내었다. “댁이 저질렀다는 걸 알고 있소. 살해 동기와 기회가 있었던 건 바로 당신 뿐인데―“


“그럼 당신 주장에 따르면 내 동기는 뭡니까?”


“당신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서지. 어쩌면 시종장으로 승진할 수도 있고.”


셜록은 가슴으로 고개를 푹 떨구고 코로 숨을 찬찬히 내뱉었다. 다시 톰슨을 올려다본다. “그러니까 내가 이걸 보고 아무도 살인이라고 여기지 않을 거야, 이러면서 평소처럼 생활이 영위될 거라 생각했다고요?”


“내 생각엔 당신이 앤더슨과 화해나, 뭐 그런 걸 해 보려고 했던 것 같아, 그러다 일이 살짝 어긋난 거고.”


“맙소사! 바로 몇 초 전엔 내가 승진하려고 계획을 세웠다면서요? 그런데 이젠 홧김에 그렇게 됐다고요! 대체 어느 쪽입니까?”


“모르지, 로비. 그걸 알아내려고 여기 있는 거 아니오.”


“그 시체를 보기는 했습니까? 눕혀져 있는 모습을? 이제 그것부터 검토해보지 않겠습니까?”


무모하게 감정을 드러내긴 했지만, 막무가내인 톰슨의 아둔함을 더 이상 참아주기가 힘들었다.


“먼저, 앤더슨은 정복 차림 그대로였습니다. 겉옷만 벗었어요. 그 말은 그가 위층에 가고 나서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살해당했다는 걸 보여주죠. 겉옷을 벗었다는 건 방에 같이 있어도 편한 사람과 있었다는 걸 나타내고. 전에 거기서 만난 적이 있거나 그날 밤 방문할 것을 앤더슨이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앤더슨은 절대로 내가 방에 들어가길 허락하지 않을 거고, 셔츠 소매를 걷어붙인 모습을 보도록 하지도 않을 겁니다. 내가 밤에 산책나갔다는 걸 일러바친 것처럼 내가 그걸 집사에게 보고할 거라고 생각하니 말입니다. 우린 서로 싫어해요, 그건 인정합니다. 그러나 난 그가 해고되길 바랐지 죽이길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 넥타이 때문에 저항한 흔적이…”


목소리가 잦아든다. 그 넥타이에 분명히 무언가 있다. 묶여진 모양과 앤더슨을 그렇게 효율적으로 살해할 수 있었던 방식, 무언가 있지만 아직 알 수 없었기에, 톰슨에게 말할 수가 없다.


“…흔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내가 그의 방으로 쳐들어가 달려들었으면 당연히 방어를 하지 않았겠습니까?”


말을 자르고 들어가려는 톰슨의 반응을, “그래, 하지만―” 셜록은 무시한 채 머릿속에 떠오른 조각들을 정리해 나갔다.


“다시 돌아와서, 대상은 앤더슨과 거래를 하던 관계일 겁니다. 그가 믿고 지낸 편한 사이였고, 해서 무방비한 상태였기에 쉽게 제압될 수 있었겠죠. 그리고, 시체가 눕혀져 있는 방식. 침대 위에 정갈하게 눕혀져서 시트가 얼굴로 덮여져 있었습니다. 그건 죽은 이에 대한 존중을 나타내는데, 날 믿으십시오, 난 앤더슨에게 존중심이 없습니다.”


톰슨이 불쑥 끼어든다. “당신이 저지른 일에 겁이 나서 감추려고 얼굴을 덮은 거 아니오!”


“그러니까 내가 앤더슨의 방으로 쳐들어가서, 손에 집히는 무기로 재빠르고 능수능란하게 죽여 놓고는, 그러고 나선 너무 겁에 질려서 얼굴을 덮었다고요? 아니, 이게 계획적인 살인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 앤더슨의 넥타이가 무기로 쓰였으니 아니라고 답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이 일을 저지른 자는 완전히 냉철(sang-froid)했습니다. 망설임도 회한도 없었습니다. 시체를 침대에 다시 올려놓고는 얼굴을 덮었다는 데 나도 솔직히 놀랐습니다.” 혼자 갇히고 나서 생각해본 또 하나의 의문이었다.


“완전히 냉철(sang fwad)이라는 게… 뭐, 무기같은 걸 말하는 거요?” 톰슨이 물었다.


“프랑스어입니다. 문자 그대로 말하자면 냉혈한이란 뜻입니다.”


톰슨이 씨익 웃음을 지었다. “당신도 꽤나 차가운 사람이로군, 홈즈.”


“하지만 난 홧김에 사람을 죽였다고 하니, 다혈질인 사람이려니 해야 하지 않습니까.”


톰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모욕은 그만 두시오! 결국 나중에 가서 자기모순에 빠질 걸 아니까 이 헛소리를 들어주는 게지만, 내 인내심이 점점 한계에 달하고 있소. 이게 지금 자백이오?”


셜록은 대답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마지막으로, 범인은 방을 뒤졌고 앤더슨의 서랍에서 원하던 걸 찾았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회수해갈 목적이었지만 앤더슨이 거부했겠죠. 분명 그 편지들은―”


“아, 그래, 또 그 당신 편지.”


“내 편지가 아닙니다!” 화가 난 셜록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그는 눈을 감고 진정했다. “봐요, 바닥에 옅은 파랑색 리본이 세 개 있었어요. 그걸로 편지를 감싸서 보관했던 듯이 말입니다. 세 묶음, 각각 일곱에서 열 통 정도. 누군가 그걸 필요로 했고, 찾아내서 달아난 겁니다.”


“앤더슨이 보관해두던 러브레터라도 되나 보지.”


“뭐요, 내가 앤더슨에게 보낸? 내가 앤더슨의 편지를 가져가야 할 동기가 대체 뭐란 말입니까?”


“협박.” 오만한 표정이 톰슨의 얼굴로 퍼졌다. “이런 시나리오는 어떻소? 당신이 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어 앤더슨으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었소. 뭘 훔쳤다거나 하는 범법 행위거나, 뭐 사회 통념에 어긋나는 짓을 저질렀겠지. 해서 앤더슨이 그 편지를 모아뒀다가 고발할 것이 두려워 편지를 돌려받길 원한 거야. 그리곤 돈을 주겠다는 말로 그 방에 들어가서 살인을 저지른 거지. 어떻소, 그런 거요?” 그리곤 유쾌하게 웃는다. “아, 어차피 계속 말해 봤자 제발에 걸릴 걸 알고 있었소. 범죄자들은 늘 그런 식이니까.”


셜록은 이를 악물고 싶었지만, 애써 무표정을 가장했다. 사회 통념에 어긋나는 짓이라는 말은 실제로도 진실에 가까웠다.


그는 한숨을 쉬며 등받이로 힘없이 몸을 기댔다. “내 방을 수색해 봤겠죠. 편지가 한 장이라도 나왔습니까?”


“아, 똑똑하지 않다고는 못 하겠소, 홈즈. 화덕이나 집 어딘가 벽난로에서 태워버렸지 않았겠어? 어쨌든 우리가 필요한 건 충분하지. 자, 당신이 죽였소?”


“아니, 안 그랬습니다.”


불그레한 톰슨의 얼굴이 더욱 벌겋게 달아올랐다. “좋아, 굳이 어려운 길로 가겠다는데 말리지 않겠어. 법정에 서면 네…네 냉촐한 얼굴만 보고도 유죄가 바로 떨어질 거다. 내 말 명심해, 넌 죽은 목숨이야. 시간문제일 뿐이지.”






존은 손바닥 위로 커프스단추를 굴려보았다. 아침 우편으로 그것이 전해져왔다. 경찰의 짧은 서신이 동봉되었다.


왓슨 박사 귀하,

로버트 홈즈라는 사람에게서 이 물건을 찾았습니다. 박사님의 소지품임을 자백했습니다. 절도죄로 기소하고자 하시면 즉시 서에 연락주십시오.


단추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이것을 받던 때 셜록이 얼마나 진심으로 기뻐했고, 미래의 계획을 세우며 그날 밤 얼마나 둘이 행복했던가. 그는 고개를 떨궈 이마를 짚고, 금색 단추를 들어 입술에 가져다댔다.


눈을 감고 셜록을 도울 방도를 생각해보려 하지만, 그러기엔 마음이 너무 심란하다. 생각할 수 있는 거라곤, 셜록을 처음 봤을 때 줄지어 서 있던 사람들 속 당당하고 아름다운 그 모습 뿐이었다. 난 몰랐어… 그때부터 이미 빠져 있었던 거야.


그리고 처음 마주친 그 방에서의, 즉각적인 끌림과 함께 피어난 육욕을. 그러나 떠올려 보건데 거기엔 둘의 사이가 급속도로 친근해질 수 있었던, 열정을 뛰어넘는 동료애 역시 존재했다.


그 후 그날 밤과, 또 다음날 밤. 완벽한 희열의 밤. 잠옷 아래 다리 사이로 피가 몰려온다. 손을 올려 내리누르지만, 땀으로 흠뻑 젖은 육신의 맛과 내음을 음미할 수 없는 지금 거부권은 주어지지 않는다. 하릴없이 잠옷을 걷어올려 이미 미끈한 액체를 흘리고 있는 성기를 쥐었다. 자신에게 몸을 묻던 셜록의, 경애로 가득 찬 창백한 눈동자를 떠올린다. 셜록의 손이 존의 위로 겹쳐지고 좀 더 세게, 좀 더 깊게 정신없이 몰아쳐 온다. 마침내 두 몸뚱이 위로 사정을 해낸 존이 신음과 함께 눈을 떴을 때는, 주방에 홀로 덩그러니 앉아 있는 현실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 오르가즘엔 아무런 기쁨도 없었다. 또다시 생각한다. 신이 이렇게 잔인할 순 없다. 전쟁에서 한 가지 배운 점이 있다면 삶과 신은 절대 공평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기적적으로 서로의 존재를 발견했는데, 둘이 세웠던 계획들이 모두 허무하게 스러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부엌을 바라보며, 셜록과 아침 식사를 하며 웃는 일상은 어떨지, 사랑하는 사람과의 완전함에서 나오는 모든 기쁨과 유치함에 대해 생각했다. 그런 것을 가져본 남자가 대체 몇이나 있을까?


그리고 지금 셜록이 죽음을 앞에 두고 있다. 존은 지금껏 수없이 그랬듯 다시 신을 찾았다. “하느님, 제발, 그의 결백을 밝혀 자유롭게 풀어주소서. 제가 절대 그를 가질 수 없게 된다 해도, 서로 함께하지 못한다고 해도 부디 그를 살려주세요.”


감방에 무방비하게 외로이 갇혀 있을 셜록을 생각하면 좋았던 때의 기억을 회상하는 것조차 힘들었고, 공허해진 마음에 존은 울고만 싶어졌다.


마침내 마음을 추스른 그는 편지 꾸러미 중 캐롤라인 양에게서 온 서신으로 시선을 집중했다.



친애하는 왓슨 박사님께,


지난 주 레스트레이드 경의 댁에서 친분을 나눌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알려드리고자 하는 일이 있어요. 박사님의 청대로 우리의 친구를 방문했어요. 상황이 상황이지만 그래도 무사히 지내고 있는 것 같아요. 무모한 일 하지 말라고 박사님 걱정을 가장 많이 했어요. 하지만 우리에게 도움을 줄 만한 다른 새 친구들에 대해 좀 더 알아보라는 언급을 하더군요.


편지 몇 통이 사라졌어요. 누군가가 그걸 노리고 가져갔어요. 편지 주인들이 몹시도 그걸 돌려받고 싶었나 봐요. 박사님의 재치와 매력으로 누가 그 편지를 썼는지 조사해 볼 수 있겠지요.


어떻게 지내시는지 듣고 싶네요. 이번 주 말에 런던에 올라가니 만나서 차라도 마셔요.


당신의 진실한 친구

캐롤라인 웨스털리 올림



캐롤라인이 의도했을 행간을 짚어내며 존은 생각을 해본다. 셜록은 이쪽에서 당시 저택의 손님들에 대해 조사해, 앤더슨을 살해할 동기가 있을만한 인물을 알아보길 원하는 것이다. 편지가 사라졌고, 그걸 돌려받길 원하는 사람이 있었다. 앤더슨이 저택의 손님 중 누군가에게 협박 편지를 보내고 있었다는 뜻인가?


존에게 있어서 그 사람들은 같은 손님으로서 초면이었을 뿐 더 이상의 접점이 없었다. 하인에게 협박을 받고 있었느냐고 물어보기가 참 난해한 것이다.


그렇다면, 만나서 친분을 쌓는 시도부터는 해볼 수 있을 테다. 그는 책상 앞에 앉았다.


제인에게,

며칠 전 레스트레이드 경과 귀부인 댁에서 뵈었을 때 매우 친절하셨던 것과 같이 제가 전화하는 것을 괘념치 않으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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