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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JW]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남자 (The Man No One Liked) 8 본문

Sherlock_장편/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남자

[SH/JW]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남자 (The Man No One Liked) 8

topsecretum 기밀선녀 2013.04.07 21:21





8 : 죄의 가운데Confessions and Departures





위층으로 올라온 톰슨 경위는 잘 쓰이지 않는 응접실에 자리를 잡았다. 심문받는 사람이 앉을 의자는 지하에서 하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때와 비슷한 그것이었으나, 책상으로 쓰던 탁자는 치워졌다.


레스트레이드 내외가 먼저 들어간 후, 다음에 저택의 손님들이 계층 순으로 짝지어 순서가 매겨졌다. 예상 외로 존은 거의 마지막 순번에 있는 게 아니라 중간 즈음 들어가게 되었다. 아마도 그가 의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점심식사는 암울한 분위기 가운데 거의 대화 없이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경찰에게서 풀려나자마자 얼른 기차를 잡아 떠난 것 같았다.


존은 주머니에 넣어둔 셜록의 쪽지를 손가락으로 매만져 보았다. 젊은 하녀가 그의 방에 이 쪽지를 두고는, 아래층에 무슨 일이 있는지 운을 떼기도 전에 얼른 달아나 버렸다. 쪽지로 얘기하고자 하는 바가 뭔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이걸 전해주려고 고심했다는 것은 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걱정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자 그럼.” 톰슨이 수첩을 들여다봤다. “왓슨 박사님. 몇 가지 질문을 드린 후에 런던으로 돌아가실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성심껏 돕고 싶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박사님이 시신이 있는 곳으로 안내를 받아 사망을 확인하셨다는데, 맞습니까?”


“네. 자정에서 새벽 두세 시 사이에 죽었을 거라고 추정했습니다.”


“예, 음, 그건 감사합니다. 물론 저희도 시신을 볼 검시관이 있습니다. 그 일은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물론이죠, 그저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하려는 겁니다. 그리고 이곳의 두 번째 하인 로비가―“


“홈즈 씨입니다.”


톰슨이 놀란 듯 존을 흘긋 바라봤다. “어, 예, 홈즈가, 말하자면, 이 홈즈란 자가 박사님이 여기 머무는 동안 청지기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네, 그랬습니다.”


“그럼 간밤에 언제 취침하셨습니까?”


찰나의 시간동안 존은 자신과 셜록이 같이 있었노라고 저 경관에게 말할까 생각했으나, 곧 셜록의 쪽지가 분명 무슨 뜻이 있으리란 걸 떠올렸다.


“언제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분명 자정 즈음일 겁니다.”


“그럼 로― 어, 홈즈를 자정 즈음해서 되돌려 보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 말에 존은 머리를 얻어맞은 듯 했다. 셜록이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 그가 아무것도 모른 채 시신의 정확한 사망 시간을 제공한 덕분에 셜록의 혐의가 더욱 확증되는 꼴이 되었다. “그 후일 수도 있겠죠.” 존이 우물거렸다. “말했듯이, 정확한 시간은 잘 모르겠습니다.”


존의 마음에 아주 안 들기 시작한 톰슨 경위는 서류에 메모를 끼적였다.


“그가 떠난 후 다른 일을 하셨습니까?” 톰슨의 말은 마치 외워둔 것을 그대로 암송하는 듯 했다. 이미 용의자를 결정해 놓았으니 나머지는 형식일 뿐일 테다.


“아니오.” 무력하게 대답하고는, “홈즈는 모범적인 고용인입니다!” 하고 말했다가 셜록을 옹호하면 둘 모두 의심을 살 수도 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캐롤라인을 제외한 다른 사람의 시선에 있어 그와 셜록의 관계는 주인 그리고 일시적 피지배인의 관계에 불과하다. 그에 대해 아는 척을 하거나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사람을 옹호하려 드는 건 의심스러운 행동으로 비춰질 테였다. 특히 셜록이 용의선상에 있노라고 톰슨 쪽에서 일언반구 하지 않은 상태에서 말이다.


톰슨이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더니, “알겠습니다.” 할 말을 가늠해보는 듯 했다. “그 자가 건방지고 무례한 구석이 있다는 주의를 으레 들었는데 박사님께서는 모르셨나 봅니다.”


“그렇죠, 물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지만 존은 몇 마디 더 덧붙였다. “저는 그를 잘 모릅니다. 어떻다고 말만 조금 나눌 수 있겠죠. 전 그가 호의적이고 좋은 사람이라고 여겼습니다.”


경위가 싹싹하게 웃음을 지었다. “좋아요, 좋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정도면 된 것 같습니다. 이제 가보셔도 좋습니다만, 추후에 연락드릴 일이 있을지 모르니 박사님의 런던 자택 주소를 남겨주십시오.”


그곳에서 나온 존은 계단을 내려가 앞문의 정원으로 나갔다. 그리곤 우거진 관목 사이에 서서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비명을 내지른 후 잘 다듬어진 나무를 지팡이로 내려쳤다.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엔 네빌 경과 다알링 부부가 이미 역으로 차를 몰고 간 후였다. 당초 계획대로 아가사 여사가 여기 머물 것인지 아니면 떠날지에 대해 얘기도 돌고 있었다. 캐롤라인은 혼란을 가중시킬 위험을 무릅쓰고 존을 불러다가, 저택을 떠나기 전에 미술 작품을 보여주는 척 회랑으로 데려갔다.


베르네[각주:1]의 정적인 판화 앞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하녀들이 그 사람 이미 체포되었다고 말해줬어요. 위층에서의 면담은 다 보여주기식 쇼였다구요.”


“젠장.” 존이 외쳤다. “미안해요, 난…나는…그 사람을 봐야겠어요.”


그녀가 우울한 눈빛으로 날카롭게 바라봤다. “불가능하단 것 아시잖아요.”


“네, 네. 여기 더 머무르려 한다면 무례한 거겠죠?”


“아주 많이요. 제…이모와 이모부에게 부당한 일이 될 거예요. 죄송해요.”


그들은 다음 벽감에 들어 있는 동상으로 배회하듯 걸어갔다.


“왓슨 박사님?”


“음?” 존은 런던으로 떠나기 전에 셜록을 만날 방법을 계속 고민해보고 있는 중이었다. 시내에 나가 방을 잡을까? 진료소를 봐달라고 부탁할 만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저도… 그 사람, 그런 일을 할 만한 시간이 없었겠죠, 그렇죠?” 그녀는 시선을 조각상 쪽으로 피하고 있었는데, 얄궂게도 그 앞에 놓인 건 나뭇잎으로 군데군데 가려진 남자 누드 조각이었다.


존이 홱 돌아 그녀를 노려보고, “당연하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소?” 열심히 입을 놀리고 있던 사람이 바빠서 남 죽이러 갈 시간이 나겠느냐까지 내뱉으려다 입을 다물었다.


“왓슨 박사님, 왓슨 박사님, 아니에요, 전 그저―, 저도 그 사람이 일을 저질렀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물어봐야 했어요.”


그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다시 조각상 쪽으로 몸을 돌렸다. “새벽까지 나와 같이 있었어요. 죽은 자의 사망 시간을 내가 잘못 검진했을 수도 있겠죠. 정확하지 않은 과학이니까, 하지만 난… 정말로 그럴 만한 시간이 없었어요. 그리고 그런 짓 하지 않았다는 거 알아요. 그냥 아는 겁니다.그리곤, “어제 내가 방으로 올라갈 적에 앤더슨은 당신 이모님과 있었잖아요. 시간이 없었죠. 그 둔한 경위에게 당신 이모님을 본 얘기 했소?”


입술을 잘근거리는 캐롤라인이다. “아뇨…그래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제 말은 그러니까, 이모가 그 자를 죽일 리가 없잖아요, 그럴 수 없다구요. 말도 안 돼요. 무슨 말을 하셨든… 저도 모르겠어요.”


존은 한숨을 내쉬었다. “알아요, 물론 당신 이모님은 그럴 힘이 없죠. 그저…그 경위가 다른 가능성을 고려해봤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오.”


침묵 속에 둘은 한동안 회랑을 걸었다. 그들은 곧 끝에 다다라 되돌았고, 존이 런던으로 가는 기차를 타야 할 때가 왔다.


“캐롤라인? 당신도 떠납니까?”


“네? 아뇨. 주말에 가족들이 다같이 런던으로 나갈 기회를 보고 있어요. 모두 같이 가지 않아도 이모부는 가실 거예요. 앤더슨에게 친척이 없다고 하니 그레고리 이모부께서 장례를 준비하셔야 하거든요.”


그녀는 괴로운 얼굴로 잠시 멈췄다가, “거기다, 재판도요. 재판도 열리게 되겠죠.” 곧 환하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존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걱정할 일 없을 거예요! 그 사람은 결백하니까 유죄를 선고할 만한 증거를 아무것도 못 들겠죠.”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는 아주 똑똑한 사람이잖아요. 그리고 불가사의한 것도 좋아하구요.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꽃병이 깨져 있고 자질구레한 장신구들이 사라졌는데 제가 누명을 써서 크게 벌을 받을 뻔 했던 적이 있어요. 그가 구해줬어요, 전 옷장 안에서 단 것을 먹고 있었거든요. 물론 알고 보니 범인이 어린 왕자님이라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갔지만요. 우리가 도우면 그가 살인자를 밝힐 수 있을지도 몰라요!”


존이 그녀의 양 어깨를 붙들고는, “당신이라면 할 수 있죠! 여기 남아 있게 되면, 구치소로 그를 보러 갈 수 있잖아요!” 눈이 동그랗게 커져선 어깨 너머를 살폈다. “당신이 그 사람 연인이라고 핑계를 못 대는 게 아쉽군요. 그럼 아주 일이 쉬워질 텐데.” 말을 멈추고 그녀를 내려다본다. “그렇게 해줄 수는 없는 거겠죠?”


이번에는 캐롤라인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왓슨 박사님! 안 돼요, 당연히 안 되죠. 그럴 수 없어요, 제 말은, 그게…”


그는 고개를 저었다. “미안해요. 당신이 옳아요. 그런 걸 부탁하면 안 되는 건데.” 그러나 곧 다시 맹렬한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만나러 갈 수는 있겠죠.”


그녀는 발끝을 내려다봤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그냥 체포된 우리 집 하인을 보러 왔다고 할 수는 없답니다, 왓슨 박사님. 저고 그러고는 싶어요. 그러니까, 저도 돕고 싶지만, 제 자신과…자매들도 생각해야 해요. 정말…정말 죄송해요.”


존은 자신이 부탁하는 바를 생각해 보았고, 그리곤 무엇이 위태로운지 떠올렸다. “제발, 캐롤라인 양. 당신은 모험을 원하잖아요. 모험이란 것은 바로 이런 거예요. 용감하고 슬기로워야 하는 것. 당신이라면 핑계거리를 찾아낼 수 있어요. 어렸을 때 자신에게 뭐라고 구실을 댔는지 생각해 봐요. 할 수 있다는 거 압니다. 부디 날 위해서, 그 사람을 위해서요. 제발.”


그를 올려다보는 캐롤라인의 입술이 작게 앙다물어졌지만 눈에선 빛이 났다. “알았어요, 왓슨 박사님. 시도해 볼게요. 기약은 못 드리지만, 해볼게요.”


“고마워요, 캐롤라인 양. 할 수 있는 건 모두 해 봅시다.” 그는 포옹을 할까 생각했다가, 대신에 손을 맞잡고 꼭 쥐었다.


그들은 응접실로 돌아갔다. 아가사 여사가 결국엔 저택을 떠나 다른 친척들에게 참견하러 가기로 한 모양이었다. 여사와 같이 역으로 가는 게 적절한 행동일 테다. 존이 방으로 올라왔을 땐, 이미 짐이 모두 꾸려져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연행은 조용하게 이루어졌다. 셜록은 체포 사유와 피고인의 권리에 대해 경고를 들으며 수갑이 채워져, 다른 하인들 앞에서 연행되어 나갔다. 대부분 그의 눈을 피해 시선을 돌렸다.


작은 마을이라 유치장 역시 한 칸밖에 없었고, 순경의 지시에 따라 셜록은 벨트와 넥타이, 신발끈을 풀어 넘겨주었다.


“주머니에 든 것 꺼내 보시오.”


바보, 이 멍청이. 그는 스스로를 꾸짖었다. 그래 봤자 지금으로선 별 도리가 없기에, 주머니에서 손수건과 함께 커프스단추를 꺼내었다.


톰슨 경위가 그것을 집어올렸다.


“이게 뭐지? JW? 흐음… 당신 이니셜은 아닌데. 설명해 보쇼.”


“왓슨 박사님 소지품입니다. …어젯밤 그분 방을 떠날 때 발견했으나 방해되고 싶지 않아, 오늘 아침 돌려드릴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그분을 만날 기회가 허용되지 않아서.”


톰슨이 손가락 사이로 단추를 굴렸다. “발견했다 이 말이요? 커프스단추를 잃어버리는 것도 그렇고 알아차리지 못할 리 없는 물건인데. 어쩌면 댁이 도망칠 때를 대비해 챙겨둔 걸지도 모르지?”


그 말에 그만 셜록이 울화통을 터트리고 만다.


“아 도대체가! 훔칠 생각이었으면 왜 단추 하나만 훔쳤겠습니까? 특히 이름 새겨진 것을. 팔지도 못하는 커프스단추 가져가봐야 전당포에선 한 푼도 안 줄 거라고요!”


톰슨은 마치 이것이 셜록의 범죄적 성향의 일부분이라는 듯 저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뭐, 기분 나쁘게 생각하진 마시오. 이건 왓슨 박사에게 잘 돌려주기로 하지. 감방에서 하룻밤 지내고 난 후 내일 나와 담소를 나누게 될 테니, 이제 들어가서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잘 생각해 보시오.”










  1. Horace Vernet. 19세기 프랑스 화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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