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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JW]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남자 (The Man No One Liked) 7 본문

Sherlock_장편/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남자

[SH/JW]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남자 (The Man No One Liked) 7

topsecretum 기밀선녀 2013.03.31 23:00





7 : 의심 그리고 심문Suspicions and Interrogations





8시가 되어 하인들이 교회에서 돌아왔다. 복장을 갈아입으러 가기 전 그렉슨과 터너 부인이 그들을 식당에 한데 모았다.


“유감스러운 소식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렉슨이 입을 열자 터너 부인의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시종장 앤더슨이… 앤더슨이 사망했습니다.”


모두가 숨을 헉 들이켰다. 셜록은 다양한 반응을 드러내는 얼굴들을 다시 살폈지만 역시 놀란 기색 뿐이다.


몰리가 머뭇머뭇 손을 들었다. “저기, 그렉슨 씨?”


“말하세요, 몰리.”


“어째서 죽은 건지 아시나요?”


불편한 기색으로 그렉슨이 답했다. “아직 확실하지 않으나, 우리가 얻은 증거에 따라 그가 살해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셜록은 무표정을 유지하고 시선을 앞으로 고정했으나 다른 이들의 눈길이 쏟아짐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 대부분의 사람이 어제 앤더슨과의 언쟁을 목격했다. 거기 있지 않았던 자라도 남으로부터 전해들어 일파만파 퍼져나갔을 테였다.


그렉슨이 말을 이었다. “소식을 전해들은 레스트레이스 경과 부인께서 다른 객들에게 이를 알리실 것입니다. 그러나 안주인께서는 모든 일이 가능한 한 평소와 다름없이 흘러가길 원하십니다. 환복을 마치고 아침식사를 준비하도록 하세요.” 그는 마지막 말을 하며 노리스 부인에게 고개를 끄덕여 신호를 보냈다. “그분들은 지금 예배를 드리는 중입니다. 위층에 어떤 말도 흘리지 마세요. 누군가 본분을 잊고 이에 대해 얘기하려 하면 우리는 어떤 것도 모르고 레스트레이드 경께서 정리하시리라는 사실만 상기시키면 됩니다. 알겠습니까?”


평소같으면 으레 말끝에 덧붙이는 수사적 질문이겠으나, 답을 기다리는 그렉슨의 침묵에 방 안에 대답이 울려퍼졌다. “예, 알겠습니다, 집사님.”


“좋습니다. 경찰을 불렀으니 곧 도착할 것입니다. 이제 각자의 임무로 돌아가세요. 이 집의 명망이 여러분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들은 일어나 각자의 방으로 해산하기 시작했다. 셜록은 다시 한 번 주변을 살피는 데 몰두했다. 고통스러운 샐리의 얼굴에, 분노 역시 담겨 있다. 흥미롭군. 샐리와 말할 기회를 찾아봐야겠다. 앤더슨의 일을 아는 사람이 누구라도 있다면, 그건 바로 샐리다.


그러나, 그렉슨이 문가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을 잡아 멈췄다. “홈즈 군, 오전 제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이리로 돌아와서 노리스 부인을 도와 아침식사 준비를 하게.”


“하지만 왓슨 박사님의 시중을 들러 가야 합니다만.”


“다른 하인이 왓슨 박사님의 시중을 들 거야.”


이미 유력한 용의자라는 거군, 적어도 이 집 고용인들의 마음 속에선 그가 범인이 되어 있었다.






존은 셜록과 이야기를 나눴으면 했으나 대신 어린 하인 딤목이 착의 시중을 들러 나타났다. 세 남자분의 몫을 해야 하는 터라 그는 거의 녹초가 된 모습이었다. 딱히 도와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자 크게 안심하는 게 빤히 보일 정도였다.


딤목이 물러가기 전에 존이 물었다. “홈즈 씨에게는 무슨 일 없니?”


“예, 선생님. 아마 저기… 아마 경찰에… 경찰과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더 묻기도 전에 딤목이 재빨리 방을 빠져나갔다. 셜록이 범인이라 의심하는 건가? 하지만 셜록에겐 알리바이가 있었다. 뭐, 그걸 알리바이라고 할 수 있다면.


셜록에게도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뜻일까? 교회에 당도하면 캐롤라인과 얘기를 해보자고 마음먹었으나 불행히도 그녀는 사촌과 이모 내외 옆에 꼼짝없이 갇혔고, 레스트레이드 경 바른편엔 아가사 여사까지 있었다. 그 주변 좌석으로 부부들이 저희들끼리 모여 앉았다. 존은 던캐스터와 제인 라킨 옆으로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네빌 경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살펴본 바, 찰스 부인은 지금껏 최고로 느긋한 모습인 반면 남편은 더 불안해 보였다. 그와 투자에 대해 상의하던 남자가 하나 더 있었는데 혹 그쪽으로 사건이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간밤에 다알링 부부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들 모두 안색이 조금 핼쑥하긴 했으나 존으로서는 증거를 잡기가 애매했다. 원래 평소에 저런 모습일 수도 있다.


이 사람들 중 누군가가 범인일 것이라고 생각하기가 참으로 곤란하다. 반면에 해외에서라면 저녁에 마술 공연에서 점잖게 대화를 나누면서 새벽이 되면 잔혹한 행위를 저지를 만한 인물들을 알고 있다. 여기서 살인을 저질렀으리라고 예상되는 사람은 네빌 경 뿐이다. 제 손녀뻘인 여자들에게 추근거리는 자라면 이미 인간 이하인 터였다. 그 자일까? 이미 경찰에 연행된 것일까?


다행히도 목사가 설교를 금방 끝냈다. 찬송가가 끝나자마자 레스트레이드 부부가 일어나 가족들을 이끌고 저택으로 향했다. 교회에서 나오는 길에 존이 그 옆으로 다가갔다.


“네빌 경이 예배에 오시지 않은 듯 한데, 혹 편찮으십니까?” 의사로서 적절한 질문이다. 캐롤라인이 모자의 챙 아래서 시선을 들더니,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안 돼요,’ 라고 말하는 듯 하다.


레스트레이스 부인이 그 말에 답했다. “그 분은 절대 교회에 가지 않으십니다, 왓슨 박사. 야외에서 신앙심이 더 깊어지신다구요. 지금쯤이면 바깥에서 산책이라도 하고 계실 거예요.”


경찰에 연행된 것이 아니란 말이로군. 오늘 아침 레스트레이드 부인의 분위기가 어딘지 달라졌다. 아이러닉하게도 그녀는 평소보다 속이 후련해 보이는 반면 또 어딘지 정신이 다른 곳으로 팔려 있었다. 지난 저녁 캐롤라인과 마지막으로 봤던 때를 떠올려 본다. 레스트레이드 부인이 죽은 하인과 대화를 나눴었다. 그러나 부인이 그 남자를 죽일 수 있을 리가 없다. 넥타이가 조여진 모양이 여자의 힘이라기엔 지나쳤다.


이곳의 손님과 가족들이 어째서 하인을 죽여야 했을지 그 동기를 존은 알 수가 없었다. 상류층의 허울 좋은 모습은 온갖 비밀을 가려주는 좋은 도구다 ― 네빌 경이 그 좋은 예다. 하지만 네빌이 살인을 범할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가 죽은 하인과 어떠한 접점을 가지고 있었을까?






열 시 반 경찰이 도착했다. 현장을 지휘하는 사람은 톰슨 경위라는 혈색 좋은 남자로, 추운 날씨 때문에 연신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 집사 그렉슨이 경찰에게 인사하고 시체가 있는 쪽으로 안내했다. 뜻밖에도 그렉슨은 앤더슨의 방으로 셜록을 함께 대동해 갔다.


여느 고용인들이 그러하듯 셜록 역시 경찰을 존대하는 동시에 불신했다. 그가 준법정신에 입각한 건전한 교육을 받고 자랐으며 실제로 경찰의 시스템을 아는 바가 별로 없었음에도, 셜록은 경찰들이 증거에 기대기보다는 큰 소리로 명령이나 내릴 줄 아는 오합지졸에 무능한 집단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톰슨 경위와 부하들에 의해 그러한 견해에 증거가 더 보태지는 중이었다. 


셜록과 그렉슨을 포함해 경찰 세 명이 들어선 것만으로 비좁은 방이 꽉 들어찼고, 그 바람에 가장 중요한 증거로 보이는 앤더슨의 책상 서랍이 무시되고 있었다. 톰슨 경위가 가장 먼저 집중한 사항은 시신이었다. 검시관이 없는데도 그는 멋대로 시신을 들어올리고 앤더슨의 목에 감긴 매듭을 느슨하게 풀어버리면서, 검시관이 집어낼 증거들을 흐리고 있었다.


“바쁘신 중에 죄송합니다만, 이쪽에서 누군가가 서랍을 뒤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편지같은 것을 찾았나 봅니다. 저기 파란 리본이―” 셜록이 입을 열자 옆에서 그렉슨이, 질문을 받지 않는 한 먼저 말을 꺼내지 말라는 꾸짖음의 시선을 보낸다.


“무엇이 중요한 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끼어들지 마시오, 젊은이.” 톰슨이 평가하듯 셜록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마뜩찮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마 끽해야 165정도 되는 신장으로 셜록을 마주보려면 고개를 치켜올려야 한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을 테다.


“자 그럼, 이 복도에 누가 또 지냅니까?”


이번에는 시선을 옮겨 그렉슨으로부터 허락을 받았다. “옆방이 제 거처입니다. 세 번째 하인 딤목은 반대편 방에 기거하고 그 옆에서 심부름꾼 소년들이 한 방에 모여 지냅니다.”


톰슨이 무언가 확신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간밤에 일이 벌어지면 당신이 들을 수 있다는 뜻이로군?”


셜록은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하던 모두 거짓말이 될 테였다. “확언드리기 어렵습니다. 저는 불면증이 있어 종종 잠이 오도록 산책을 하러 나갑니다.” 얇디얇은 벽 너머로 아무 소리도 못 들었노라 말하느니, 밤에 돌아다녔다고 그렉슨으로부터 질책을 당하는 게 낫다. “제가 방에 없을 때 앤더슨이…숨을 거두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거들먹거리는 비웃음으로 보아하니 톰슨 경위는 셜록의 말을 믿지 않았다. “알았소. 곧 그 ‘산책’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합시다.” 그가 그렉슨에게로 몸을 돌렸다. “고용인들과 조용하게 말을 나눌 수 있을 만한 장소가 있겠소?”


기꺼운 일이 아닌 텐데도 그렉슨은 자신의 휴게실을 내주었다. 대신 일의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심문받을 사람들의 차례를 정하겠노라고 한 마디로 자신의 주장을 피력했다. 하인들이 있는 층으로 돌아왔으니 권력을 확립하려는 일종의 정치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경찰들이 주방과 직원 전용 식당을 거점으로 잡고 돌아다니는 탓에 당연하게도 노리스 부인은 겁에 질려 버렸다. 그들은 과도하게 많은 양의 커피와 차를 주문하면서 거기다 아침식사를 만들고 남은 음식을 가져다 배를 채우기까지 했다.


“저 지저분한 경찰들이 떼거지로 쿵쾅거리면서 주방을 죄다 어지르니 대체 어떻게 오찬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녀는 그렉슨과 셜록에게 경위가 듣지 못하게 불평을 고했다.


그렉슨 집사가 분노를 겨우 눌러삼키는 모습을 보고 셜록은 킬킬대며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아야 했다. 그렉슨을 용의선상에서 제외할 수도 있겠다. 앤더슨을 살해할 동기가 무엇이고 또 얼마나 중요하던 간에 집사는 절대 손님들과 얽히려 하지 않을 것이다.


톰슨 경위는 단 한 가지만 빼고 그렉슨의 지정 순서를 수락했다. 그는 셜록을 맨 처음 심문하지 않고 나중으로 미루고 싶다고 했다.


그렉슨과 터너 부인이 먼저 면담에 임했기에 각자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고용인들이 곧장 면담에 응했다. 숙녀들에게 아침식사를 들이고 난롯불이 꺼지지 않게 갈무리하는 일이 끝난 다음 하녀들이 하나 둘씩 들어왔고, 노리스 부인은 오찬 후까지 연기되었다. 수습 아이들과 불쌍하게도 기진맥진하게 지친 딤목의 차례가 빠른 속도로 오갔다.


그리고 셜록의 순서가 왔다. 그는 행사처럼 주기적으로 질책을 받으러, 그보다는 가끔이지만 더러 업무에 칭찬을 들으러 그렉슨의 휴게실에 불려갔었다. 원래 늘 금욕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방이었으나 오늘은 벽난로의 불마저 꺼져 더욱 냉랭하고 들어가기가 꺼려졌다.


“자, 그럼, 로버트.” 톰슨이 운을 뗐다. 그는 그렉슨의 모리스식 안락의자와 놓여 있던 탁자를 끌어와 책상으로 쓰고 있었으며, 그 앞에 키 작은 스툴을 가져다 놓아서 거기 앉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가불 톰슨을 올려다보게 만들었다.


“저는 홈즈라고 불립니다.”


“그렇게 형식 차리자는 자리가 아니잖소. 죽은 사람, 윌리엄이었나, 그에게 그다지 호감이 없던 것 같던데, 안 그렇소?”


“그의 이름을 확인하시는 겁니까, 그에 대한 제 호감을 질문하시는 겁니까? 저희들에게 서로를 세례명으로 칭하는 취미는 없었습니다.”


비꼬아 봐야 도움은 하나도 되지 않건만, 이 자는 너무도 명백한 멍청이라 참을 수가 없었다. 톰슨 경위는 셜록이 다니던 초급학교의 교장을 떠오르게 했다. 순전히 끈기로 (그리고 더 나은 교장 후보의 부재도 한 몫 하여) 교장직에 오른 둔한 인간이었는데, 타고나게 머리가 좋은 사람이 있으면 누구든 열등감을 느끼며 미워했다. 셜록의 손등에는 교장이 수시로 자를 세워 때린 상처가 무디게 남아 있었다.


“건방지게 말대꾸하지 마시오. 내 당신의 입놀림을 조심하라는 주의를 받았지, (아마 그렉슨의 경고일 테다) 그리고 자신을 무슨 교양인으로 여긴다더군.” 톰슨이 보라는 듯 수첩을 뒤적였다. “’교육을 조금 받았다고 거만하고 젠체한다‘…고 여기 쓰여 있군.” 저 말은 샐리에게서 나왔겠지.


“책 읽는 것이 죄는 아닙니다.”


“아니지. 하지만 우리 지금 죄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지 않소? 어제 윌리엄과 한바탕 주먹다짐을 했다고 하던데 내가 잘못 들은 거요?”


“몸싸움을 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가 저희들이 모시는 가족과 손님 중 몇몇 분을 욕되게 했고 그렉슨 집사님도 용납지 않으셨을 겁니다.”


“하지만 말이야,” 다시 한 번 수첩을 확인한다. “’위협적으로 몰아세워서‘, ’입 닥치라‘고 협박한 사람은 그렉슨 씨가 아니지 않나?”


“그렉슨 씨는 거기 안 계셨습니다. 계셨다면 당연히 그를 엄하게 질책하셨을 겁니다.”


“하지만 댁이 그 사람을 협박했잖소. 그렉슨 집사가 아니라. 다른 하인 중 누구도 그 사람을 협박하지 않았는데.”


“뭘로 겁박준다는 말입니까? 비누로 입을 씻어내서요?”


톰슨 경위가 쏘아붙였다. “아, 이봐요, 로비. 내가 머리를 폼으로 들고 다니는 줄 아시오? 죽이겠다고 위협했잖아! 거기다가 그렉슨 씨가 말하길 당신 둘 중 하나를 내보내야 했다고 하던데. 그 남자 아니면 댁이었겠지. 그래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일을 벌인 게 아니오.”


목소리가 높아지자 톰슨의 눈이 튀어나올 듯 불거지며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셜록은 고개를 뒤로 젖혀, 낮은 자리에 앉았음에도 톰슨을 깔보듯 바라봤다. “그렇게 어설프고 뻔하게 사람을 죽여서 제가 뭘 어쩌려고요? 그가 자연사했다고 여기며 위에서 저를 승진시킬 거라 생각했겠습니까? 지능도 모욕하지 말아주십시오.”


톰슨이 두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으나, 곧 다른 방법이 떠올랐는지 물러나 등받이로 몸을 기대었다. 그러더니 이번엔 어르는 목소리로 차분하게 입을 연다.


“머리가 비상한 사람이로군, 홈즈 씨.” 갑자기 존칭이 나왔다. “과연 사람들이 말하던 대로야. 아주 똑똑해. 하지만 난 당신이 울컥 해서 홧김에 일을 저지른 게 아닌가 싶소만. 당신이 바른말을 해서 윌리엄이 불쾌해졌고, 해서 밤에 찾아와 그 일로 다시 언쟁을 벌이다 사건이 난 걸 수도 있겠지. 지금 되서, 정신이 맑아지고 나니 후회할 만한 사건을 말이오. 티미, 구두닦이 아이가 말하길 앤더슨이 당신을 협박하는 것 같다고 하던데. 약점을 잡힌 거요? 자업자득인 건 아닌지? 그냥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말해 주지 그러시오. 내가 판사에게 잘 말씀드려 볼 테니. 누가 봐도 사고라도 할 거요. 당신은 크리픈[각주:1]이 아니잖소. 얼마간 죗값을 치르겠지만 교수대에 매달리지는 않을 거요. 그냥 어떻게 된 일인지 솔직하게 말해주시오.”


“난 안 죽였어요. 그 편지들을 쓴 사람과 가져가려 한 자를 찾아보셔야 합니다.”


돌연 경위가 테이블을 쾅 내리치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당신이 죽인 게 아니면 대체 누가 그랬단 말이야? 바로 옆방에서 사람이 죽는데 어떻게 그걸 못 들을 수 있느냐고? 말해 보시지!” 셜록이 큰 키를 활용하지 못하고 앉아 있는 동안 우락부락한 덩치로 위협을 주려는 수작이었다.


“말했잖습니까. 산책했다고.”


“아, 그래. ‘산책’이라.” 그가 픽 웃었다. “그렉슨 씨 말에 따르면 그건 저택 내 규칙 위반이라던데.”


“저택의 규칙에 위배되는 일은 수없이 많습니다. 어떤 것은 매우 중요한 사항이기도 하지요. 산책이 남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해를 끼친다고 여기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별안간, 다시 친근한 경찰로 돌아간 톰슨이 의자에 등을 기댔다. 이런 방식이 보통 범죄자들에게 영향을 주기는 하는 걸까, 그저 무고한 사람만 괜히 겁먹게 만드는 거지 싶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시작을 잘못 끊은 것 같군, 로비.” 다시 로비로 돌아왔다. “어제 업무가 모두 끝난 후의 일을 자세히 말해 보시오.”


셜록은 애써 침착을 유지했다. 두려워하던 질문이다. 어쩌면 살인자로 몰리는 것보다 더욱. 그에게는 알리바이가 있다. 그 밤의 순간순간을 모두 기억할 수 있다, 그러나 말할 수가 없었다.


존! 그가 알리바이를 증명하려고 나서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않겠지? 밤에 정원에서 산책을 하다 곧장 방으로 돌아갔다고 셜록이 말한 상태인데, 거기다 존이 어떤 순수한 이유로다가(몸이 아픈 데가 있어 간호를 받았다거나) 셜록이 자신의 방에 있었노라 증언해버린다면… 생각하기도 싫다. 존을 만나야 한다. 적어도 전언을 보내야 했다. 그 가운데서도 여전히, 그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이 또한 의심스럽게 보일 것이다.


“응접실에서 일을 마친 후에 몸이 조금 좋지 않아 딤목에게 나머지를 부탁하고, 손님 중 한 분인 왓슨 박사님께 가서 탈의를 거들어 드렸습니다. 그리고 일찍 방으로 돌아갔습니다.” 대부분 사실이고, 딤목도 그렇게 증언할 것이다.


톰슨 경위는 셜록이 제 함정으로 곧장 떨어졌다는 듯이 희희낙락한 표정을 지었다. “몸이 좋지 않다면서 또 산책을 나갔단 말이지!”


“속이 안 좋았다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분명 왓슨 박사님의 방에서 물러난 후 방으로 돌아가 곧장 잠들지 않았습니다. 찬 밤바람을 쐬면서 머리를 식히려고 나간 겁니다.”


“음…흠. 몇 시였소? 방으로 돌아간 때가?”


머릿속에서 시간을 가늠해 보듯 셜록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찬 후 응접실에 손님들이 머물러 계셨습니다. 열한 시 반 경 레스트레이드 경과 부인께서 방으로 가셨고, 못해도 자정 즈음 왓슨 박사님이 잠자리에 드셨습니다. 그 후로 제 방으로 돌아와 삼십 분간 잠을 자려고 뒤척이다 산책을 하러 나갔습니다. 틀림없이 45분가량 거닐다 방으로 돌아왔을 겁니다. 복도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잠옷으로 갈아입고 깊이 잠들었습니다. 밤중에 어떤 소리도 듣지 못했고 별다른 이상한 점도 없었습니다.”


그는 협조적으로 보이기 위해 목소리를 부드럽게 가라앉히며 계속 말을 이었다. 


“그리고, 보통과 같이 여섯 시에 일어나 주일 정장을 입고 식당에서 다른 고용인들과 함께 모였습니다. 앤더슨이 나타나지 않아서 그렉슨 집사님이 그를 데려오도록 저를 보냈습니다. 보셨듯이 앤더슨을 발견했습니다. 경위님이 시신을 옮기기 전 모습 말입니다.” 그 비아냥거림을 톰슨은 알아채지 못한 것 같다.


“알았소. 그게 당신 진술이란 말이지.” 톰슨은 셜록이 자신을 개인적으로 실망시키기라도 한 듯이 낙담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혹은 셜록이 털어놓은 건수가 없어, 차 한 잔 하기 전 사건을 종결내려던 계획이 무산되어 정말로 실망한 것일 수도 있다.


“그게 실제로 일어난 일입니다.”


“좋소, 로비. 가도 좋지만 주방 내에 있으시오. 위층 사람들과 얘기를 해본 후 다시 볼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


셜록은 일어서 나가다 문가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위층의 누군가가 편지와 관련되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도로 편지를 가져가려 했겠죠. 그게 누구인지 찾을 겁니다.”


차갑게 노려보는 톰슨이다. “불명의 편지 얘기만 수긍하도록 하겠소. 하인 말만 듣고 신사 양반들과 문제 일으킬 순 없으니.”


그는 방에서 천천히 걸어나오며 중얼거렸다. ‘생각, 생각해, 생각!’ 편지를 몹시도 필요로 했던 사람이 누구일는지 알아낸다면 자신의 오명을 씻어낼 수 있을 테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일부터 먼저. 존에게 소식을 전해야 한다.


“바깥에서 담배를 태우고 와도 되겠습니까?” 그가 문가에 선 경관 하나에게 물었다.


순경은 상관들과 협의한 후, 부엌 바깥의 배달품이 들어오는 작은 안뜰로 나갈 수 있게 허락했다. 경관들이 말을 나누는 동안 셜록은 경찰들의 문서 더미 옆에서 연필을 챙겼다.


누가 채어갈 수 있으니 의심을 사지 않을 만한 내용을 적어야 한다. 하지만 그의 뜻을 제대로 전하면서도 또한 담배 포장지 안에 모두 담을 수 있을 만큼 요약하려면? 그는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선에서 최대한 작게 글씨를 써내려갔다.


왓슨 박사님,

지난밤 자정에 제가 내려가고 나서 잘 주무셨길 바랍니다. 아무것도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에요. 지난 저녁의 제안에 감사드리며 곧 더 심도 있는 상의를 나눌 수 있길 기대합니다. SRH 올림


이제 이걸 어떻게 위층으로 보내지?


주방 안으로 돌아오니 하녀 몰리가 루이자 아가씨에게 내갈 차를 준비하고 있었다. 셜록은 복도에서 그녀를 멈춰세웠다.


“몰리, 부탁할 일이 있어요. 아주, 아주 중요한 일이에요.” 그는 자신을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미소를 꺼냈다. 전에도 종종 써먹었던 수법이다.


“오, 로비. 안 좋은 상황에 처한 건 아니죠? 경찰들에게 어제 로비가 앤더슨에게 뭐라고 했는지 말하지 않으려 했는데, 이미 샐리가 얘기해 버린 바람에, 그러니까 거짓말을 할 수가 없어서―”


“아니, 아니, 괜찮아요. 괜찮을 겁니다. 그 전에 당신이 손님 한 분에게 쪽지를 전해줬으면 해요.”


“네?”


“왓슨 박사님이에요. 내게 관심을 갖고 계시는데 난 여기 묶여있는 상태라, 무사하다는 소식을 알려드리고 싶어요. 그분에게 쪽지를 전해주겠어요?”


“로비, 난 신사분들과 만나면 안 돼요! 형사님이 조사하실 때까지 적어도 점심 전에는 모두 방에 계실 텐데 내가 어떻게 가요!”


“아니, 할 수 있어요. 당신을 믿고 있어요. 아주 정중한 분이니 절대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오히려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몰라요. 몰리, 부디 시도는 해본다고 해줘요. 내게 정말 중요한 일이에요. 당신은 언제나 좋은 사람이었잖아요. 부탁해요.”


그가 기대했듯 칭찬을 들은 몰리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알았어요. 하지만 장담 못 해요, 누가 있으면 못 주고 그냥 지나쳐야 하니까. 준비해 뒀어요?”


“그래요, 여기.” 그가 단단히 접어둔 쪽지를 건넸다. “당신 정말 든든한 친구에요, 몰리.”


그 말에 몰리의 미소가 약간 흐려졌다. 몰리는 그와 친구 이상이 되길 바라니까.


“이 은혜 꼭 갚을게요, 몰리. 약속해요.”


“알았어요, 할 수 있는 한 들키지 않고 해볼게요.” 그녀는 앞치마 주머니에 쪽지를 넣은 후 서둘러 쟁반을 들고 계단을 올랐다.










  1. Crippen, Doctor Hawley Harvey Crippen. 사고로 아내를 독살한 혐의로 처형되었는데 한편 아내에게 매독이 걸렸다는 걸 알고 살해했다는 증언도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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