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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rlock_장편/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남자

[SH/JW]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남자 (The Man No One Liked) 6

topsecretum 기밀선녀 2013.03.24 13:00





6 : 혼란Sixes and Sevens





안식일용 검은 정장을 입고 타이를 두르며 셜록은 행복감으로 빙글빙글, 맴을 췄다. 우유 배달부에게 청혼을 받은 실없는 하녀 마냥, 그는 자신이 약혼했음을 널리 알리고픈 터무니없는 충동에 휘말렸다.


잠결에 종달새가 아니라 꾀꼬리라고 중얼거리는 존을 뒤로 하고 방으로 돌아온 그는 존이 준 커프스단추를 손에 꼭 쥐고 잠에 들었다. 그래서 일어났을 때엔 손바닥에 존의 이니셜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종일 만져볼 수 있도록 단추를 주머니 안에 넣어뒀다.


평소와 같이, 저택에서 교회로 가기 위해 고용인들이 직원 식당에 모여 있었다. 셜록은 스스로를 무신론자라 여기고 있다. 처음 성경을 읽고, 또 라틴어 성경과 비교해 봤을 적부터 그러했다 ― 그의 논리적인 사고에 있어 수많은 모순과 오역이란 정말 끔찍해서 절대로 용납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예배에 참여하지 않았다간 해고로 이어진다. 유일하게 조르디인[각주:1] 부엌데기 하녀 메리 로즈만이,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주에 두 번 마을로 5킬로미터를 내려가 미사에 참석하고 고해성사를 하곤 했다. 오늘도 그녀는 먼저 교회로 떠나 있었다.


셜록은 다른 고용인들을 둘러보았다. 이제 곧 여기서 떠나게 되니, 새삼 모두들에게 깊은 정이 들었다. 상류층의 여성들이 쓰고 남은 리본으로 장식한 주일용 모자를 쓴 여자들과, 모성애로 고용인들을 감싸 기르는 요리사 허드슨 부인과 노리스 부인, 심지어 딤목마저도 셜록에게 조소거리가 되던 서투른 모습이 오늘은 그저 어리고 하인이라기엔 어딘지 어색한 아이로 비춰질 뿐이다. 그는 지금껏 다른 하인들과 냉담하게 거리를 두어왔고 때문에 젠체한다며 자주 조롱을 듣곤 했다. 그래서 간혹 분개하던 때도 있었으나 이제는 여기서 들었던 정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여기를 떠날 것이다. 그는 더 이상 하인이 아니다. 적어도 마음 속에서는, 그리고 곧 실제로도 그렇게 될 것이다. 저들의 대부분은 절대 이런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다. 저들의 대부분은, 그저 주인의 자비에 의존할 뿐 사랑하고 결혼할 기회조차도 만나지 못한다.


‘나도 존에게 물들었나봐.’ 그가 생각했다. ‘존은 확실히 스피커스 코너[각주:2]에서 계몽 연설을 해야 한다니까.’ 그리곤 내심 미소짓는다. ‘물론 모든 사람을 존의 관점으로 변하도록 꾀는 데는 재주가 없겠지만.’


고용인들은 새벽 일곱 시에 예배를 위해 교회에 가고, 열 시에 예배를 할 경의 가족과 손님들을 모시기 위해 여덟 시에 다시 저택으로 돌아온다. 그들은 항상 함께 움직였다.


그렉슨이 그를 불렀다. “홈즈 군. 앤더슨이 어디 있는지 아나?”


나도 몰라. 무슨 상관이야. 그 자식 확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셜록은 그렇게 말하고 싶은 충동을 내리눌렀다.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후 덧붙였다. “저희가 늘 서로의 소재를 아는 건 아닙니다.”


그렉슨이 미심쩍은 눈빛으로 셜록을 쳐다본다. 이전에도 말대답을 잘 한다며 한 소리를 들었던 적이 있는 바였다.


“어서 건너오라고 좋게 말 전하게, 홈즈 군.”


“알겠습니다.”


셜록은 계단을 다시 걸어 올라가며 주머니 속의 커프스단추를 어루만졌다. 이제 남은 한 달 동안 앤더슨을 어떻게 참아내야 할까. 그는 앤더슨이 자고 있기를 바라며 문을 세게 두드렸다. 어떻게 이 놈은 직무유기로 해고되지 않는지 알 수가 없다. 대답이 없다.


이번에는 좀 더 세게 문을 두드린다. “앤더슨! 예배에 참석하려고 모두 기다리는 중이야. 벌써 일곱 시 다 됐어. 그렉슨 씨가 언짢아하신다고. 앤더슨? 앤더슨, 나 들어간다. 옷 입는 게 좋을 거야.”


방문을 열자마자 알아차린 첫 번째는, 방이 어질러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앤더슨이 여전히 침대에 누워 있었다.


“앤더슨?”


셜록은, 이미 알게 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침대 위의 몸뚱이로 손을 뻗었다. 앤더슨이 죽었다. 등을 대고 누워서 얼굴에 이불을 덮은 채 자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는 이불을 끌어내렸다. 앤더슨의 눈이 감겨 있었고, 죽음의 원인 ― 그의 넥타이 ― 이 목에 그대로 걸린 채였다. 옷걸이에 걸린 겉옷을 제외한 지난 저녁 야회복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시체는 차가웠다. 이불을 좀 더 내려보자, 앤더슨의 소매가 복장 규정에 위배되게 걷어붙여진 것이 보였다. 그는 앤더슨의 팔을 들어올려서 진행되고 있는 사후경직 정도를 살폈다.


동물의 사체는 자주 보았으나 인간은 본 적이 없다. 어떠한 감정을 느껴야 옳았겠으나 ― 앤더슨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지 못한 회한, 죽은 이를 향한 유감 ― 지금 그가 느끼는 것은 사망 후 신체변화에 매료된 흥미 뿐이다. 극명하게도 이건 살인사건이었고, 그 사실에 강렬한 흥미가 돋구어졌다. 누가 이 남자를 죽였을까? 경찰이 어떻게 범인을 찾을 것인가?


방 안을 둘러봤다. 처음의 판단은 틀렸다. 그냥 어질러진 게 아니라, 방의 반 가량이 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옷장이 뒤엎어졌고, 네 개의 서랍 중 셋이 끄집어져 바닥으로 엎어졌다. 그러니 범인은, 혹은 누군가 ― 범인일 확률이 높다 ― 가 무언가를 찾으려 했다는 것이다.


셜록은 신발코로 마지막 서랍 안을 대략 뒤져 봤다. 앤더슨의 옷가지를 들춰볼 마음은 들지 않는다. 물건을 빼간 흔적이 없었다. 아니, 무언가 있다. 반 마 길이 정도 되는 파란 띠가 보인다. 두 개, 아니 세 개, 옷가지와 몇 안 되는 소지품 사이에 흩어져 있다. 무언지는 모르지만 ― 아마도 편지를 봉하던 거겠지 ― 서랍마다 나누어져 들어가 있었다.


그는 시체 쪽으로 돌아갔다. 앤더슨의 목에 감긴 넥타이는 강하게 조여지지 않았으나, 묶인 모양새가 희한하게 컸다. 범인은 앤더슨을 살해한 뒤 눈을 감기고 얼굴을 덮었다. 양심의 가책? 죽음에 대한 경의? 아니면 후에 누군가가 또 들어왔던 걸까?


여기서 손을 대지 않고 살펴볼 사항이 더 있었으나, 시간을 끌었다간 그렉슨이 올 테므로 먼저 내려가야 했다. 그는 앤더슨의 머리 위로 다시 이불을 씌웠다.


식당으로 내려간 그는 그렉슨에게 다가가 가능한 조용하게 말했다.


“앤더슨에게 문제가 생겼습니다. 복도에서 말씀드려야겠습니다.”


그렉슨은 놀란 표정으로 곧장 셜록을 따라나왔다.


“앤더슨 군이 아픈가?”


“아닙니다. 죽었습니다.”


“죽어?! 정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몸을 만져보았는데 차갑고 굳어 있었습니다. 분명 살해된 거라고 생각됩니다. 자신의 타이 때문에 몸부림 친 흔적이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 지침이 될 만한 선례가 있을지 기억을 곱씹는 그렉슨의 두 눈썹 사이에 깊은 골이 파였다. 하지만 살인에 대한 지침이 과연 있을까?


“홈즈 군, 터너 부인에게 이리 오시라고 전해주게.”


“알겠습니다.”


셜록은 식당에서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하인들 앞으로 돌아갔다.


“터너 부인, 그렉슨 씨께서 말씀드릴 게 있으시답니다.”


터너 부인은 좁은 얼굴에 뎅그러니 푸른 눈을 한 야윈 여인이었다. 모성애가 지극한 그녀가 이 소식을 듣는다면 그 반응을 다른 고용인들 앞에서 숨기기가 어려울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복도의 그렉슨에게 얘기를 듣자마자 그녀는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아무래도 그녀만이 이 집 가솔들 중 유일하게 앤더슨을 애도하며 눈물을 흘려줄 사람이 아닌가 싶다.


“홈즈 군, 터너 부인과 함께 사람들을 교회로 인솔해 가게. 나는 이 일을 레스트레이드 경께 알리고 최선책을 결정해야겠어. 누가 묻거든 앤더슨이 아프다고 하게. 자네의 재량을 믿겠네.”


“잘 알겠습니다.”


터너 부인이 이렇게 계속 눈물을 흘려대다간 앤더슨이 아프다는 말로 나머지 고용인들이 수긍하지 않을 것 같았으나, 부인은 코를 풀고 나서 다시 방으로 돌아갈 만큼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들은 말없이 교회로 걸어갔으나, 모두의 머릿속에서 웅웅대는 생각들을 셜록은 들을 수 있을 법도 하다. 좁다란 예배실에 도착한 후 셜록은 고용인들을 관찰할 수 있도록 뒤쪽에 자리잡았다. 누가 범일일는지 가늠해보는 과정이 매우 흥미진진했다.


하녀들은 용의선상에서 제외시켰다. 물론 그들 중 누군가가 앤더슨의 얼굴을 덮었을 가능성이 아직 남았지만 말이다. 이례적으로 175는 넘는 키에 15스톤 가량 될 몸집을 한 메리 로즈는 도움 없이도 젖은 빨래바구니를 몇 통씩 나를 힘이 있었다(아마 다른 하녀들이라면 누구도 힘이 그렇게 세지 않을 거다). 그리고 남자 고용인들이 기거하는 곳에 얼씬거렸다가 발각되는 즉시 명예에 치명적 흠을 단 채 일자리를 잃게 되므로 하녀들은 모두 감히 그럴 꿈조차 꾸지 못한다. 앤더슨과 샐리는 출신 마을이 같으므로 어쩌면 한 패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저택 내에서 못된 일을 꾸미는 조짐을 본 적은 없었다.


좌석 끝에서, 코를 푸는 터너 부인을 요리사 노리스 부인이 달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건지 가늠해보는 하녀들의 시선이 서로 오고간다. 그 표정들을 살폈으나, 모두 정말로 궁금한 낯인 것 같다. 저들 중 무언가를 더 알고 있을 만한 기색은 없다.


남자 고용인들 중 어린 수습과 구두닦이 아이 역시 하녀들과 같은 이유로 용의선상에서 제했다. 어려서 앤더슨과 맞먹을만한 물리적 힘이 부족했다. 그 말인즉슨, 딤목과 그렉슨, 그리고 자신이 남았다는 뜻이다. 운전사 리처드는 마구간 위층에 방이 있으므로 제외했다. 매일 밤 저택 문은 굳게 잠긴다. 리처드가 안으로 들어오려 했다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을 거다. 그리고 그는 차를 몰지 않을 때면 술에 취해 푹 곯아떨어지므로 아예 없는 사람 셈 칠 수 있었다.


레스트레이드 경의 수발을 드는 클라크도 있겠으나, 그 역시 경의 편의를 위해 저택의 다른 쪽에 거처가 있다. 이쪽 고용인들과 대면할 일이 별로 없는 그에게라면, 동기가 무엇인가?


그것은 문제의 중심으로 귀결되었다. 앤더슨을 죽여야 했던 사람이 누굴까? 무슨 연유로?


불행히도, 그 자신이 바로 가장 유력한 용의자였다. 둘의 적대감이란 이미 유명한 데다 어제 낮에는 보는 눈이 천지인 곳에서 언쟁을 벌였다. 분명히 경찰에게 그 이야기가 넘어갈 테였다.


혹시 위층의 손님 중 누군가일까? 혹은 그 하인들? 질문을 다시 ‘어째서’로 돌렸다. 살인의 동기가 무엇이란 말인가?






그 날 역시 존은 꿈에서 셜록을 보고 있었다. 그는 베이커 가 221번지에 있는 자신의 집에 있었다. 1층이 진료소고, 거처는 그 위 221B로 두 층이 그의 집이다. 셜록이 문을 두드렸다. 문으로 가서 들어오게 하고 싶었지만, 꿈 안에서 그러하듯 깊은 잠 안에서 쉽사리 헤어나오지 못했다.


누군가가 실제로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는 잠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왓슨 박사?”


존은 허겁지겁 가운과 슬리퍼를 찾아 착용하고 문을 열었다. 그 밖에서 경이 대단히 급하게 옷을 차려입은 모양새로 서 있었다. 방문 밖으로 나간 존이 문을 닫았다.


“왓슨 박사, 이런 일로 귀찮게 해서 정말 미안하네. 우리 하인 중 하나에게 문제가 생겼어. 의료인으로서의 소견이 필요하네만, 개입되고 싶지 않다면 충분히 이해하겠네.”


“아니, 아닙니다. 할 수 있는 한 뭐든 돕겠습니다. 아픈 사람이 있습니까?”


레스트레이드의 둥근 눈에 그늘이 졌다. 그는 카펫을 바라보던 시선을 들어 존을 보았다.


“사실, 그보다 더 안 좋은 일이야. 하인 중 하나가 죽었다네.”


한 순간 온 세상이 노래지면서 존은 급격한 불안감과 함께 머리가 핑 도는 게 느껴졌다.


‘안 돼, 하느님, 안 됩니다. 제게 이렇게 잔인하실 수는 없어요, 또다시 제게서 행복을 앗아가실 수는 없단 말입니다.’


“누가, 누가 죽었습니까?”


“시종장 앤더슨이라네. 미안하네만 아래층이 조금 소란스러워져서 홈즈가 시중을 들러 오지 못할 것 같아. 이해해 주게.”


“하느님, 맙소사.” 존은 떨리는 숨을 내뱉으며 신음했다. 셜록이 아니다. 셜록이 아니었다. 그가 신경 쓰는 건, 오직 그 사람 뿐이다. 안도감에 반사적으로 웃음을 터뜨리려던 걸 억지로 참아야 했다. 그리고 그 떨리는 목소리를 레스트레이드가 다른 의미로 오해하지 않길 바랐다. “그러니까, 유감이란 뜻입니다. 병을 앓고 있었는지, 혹시 아십니까?”


레스트레이드는 다시금 아주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확실한, 아주 확실한 증거로서 그가 살해당했다고 보고 있네.”


존은 경을 따라 다락에 있는 하인들의 숙소로 올라갔다. 11월의 한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곳이다. 여름이라면 숨막힐 듯 텁텁해질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는 모르겠지만 이전에 들렀던 셜록이 그러했듯, 존 역시 방이 어질러져 있다는 인상을 깊이 새겼다. 곧 경찰이 오면 모두가 진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불을 접어 내린 그는 앤더슨의 얼굴에 생기기 시작한 반점[각주:3]을 확인했다. 놀라우리만치 평화로운 표정이다. 늘 짓고 다니던 인상이 사라지니 도리어 멀쩡하게 잘 생긴 사내였다.[각주:4] 넥타이를 손가락으로 들어올려, 앤더슨의 목과 타이 사이에 멍든 자국을 확인했다. 타이의 매듭에 이상한 점이 있었는데, 그로서는 더 이상 손을 댈 수가 없었다.


“교살된 것으로 보입니다만, 검시관이 세부사항을 더 말씀드릴 수 있을 겁니다. 체온과 사후 경직 상태로 미루어보아 사망한 지 여섯에서 일곱 시간 정도 됐다고 보입니다.”










  1. 잉글랜드 북동부 타인사이드 출신의 사람. [본문으로]
  2. Speaker’s Corner. 런던 하이드 공원에 있는 자유 연설의 장. [본문으로]
  3. 사반, 사망 후에 피부에 생기는 보라색 반점. [본문으로]
  4. 앤더슨 역의 Jonathan Aris는 원래(?) <a href="http://cfile29.uf.tistory.com/image/11407D3E514E78B727F8A5" target="_blank" class="tx-link"><u>이런</u></a> 사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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