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lude

[SH/JW]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남자 (The Man No One Liked) 4 본문

Sherlock_장편/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남자

[SH/JW]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남자 (The Man No One Liked) 4

topsecretum 기밀선녀 2012.10.21 07:30





4 : 사랑의 순간과 분노의 격류A Moment of Love and a Flash of Anger





존은 자신의 방에서 간이 책상을 무릎에 올려놓은 채 편지에 답장을 쓰고, 저번 주의 진료 일지를 분류하는 중이었다. 그 마호가니 책상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인데, 대물림을 받은 오래된 것이지만 지금도 튼튼하게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었다. 표면에 난 무수한 흠집들은 오히려 고풍스러움을 부각시켰다. 밖에서는 쉼없이 내리는 비로 먹구름이 끼어, 원래 시각보다 사방을 더 어둡게 만들었다. 이 저택의 커다란 방들은 존으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게 했으므로, 괜히 아래층에서 사람들과 마주칠 바에야 존은 자신의 방에서 아늑하게 혼자 있는 것이 달가웠을 것이다.


그는 문이 열리는 것을 흘끗 올려다봤다가 셜록이 스륵 들어오기에 미소를 지었으나, 곧 그의 반응에 깜짝 놀랐다. 셜록이 외친다.


“오, 박사…존, 여기서 뵐 줄은 몰랐습니다.”


책상을 옆에 놓고 존이 일어나 방을 가로질러왔다.


“그럼 어디 있어야하는데요?”


셜록은 상류층 저택에서 요구되는 일에 무지한 존에게 다시 한 번 내심 놀랐지만, 미소지었다.


“아래층 객실에 다른 손님들과 계신 줄 알았습니다.”


“아.”


존은 걱정된 표정을 지었다.


“누가 날 찾을까요? 내가 끔찍한 무례를 저지른 거겠죠? 아가사 여사가 방으로 돌아가고 캐롤라인 양도 게임을 하러 가기에. 난 게임을 안 하니까, 그래서…”


셜록이 방 안으로 걸어와 존에게 다가왔다.


“불참한다고 해서 큰 누가 되지는 않아요. 하지만 신사분들은 대게 방으로 돌아가시지 않습니다. 그래도 용서되실 겁니다.”


그가 손을 내밀어 존의 뺨을 다정하게 어루만졌다. 존이 그 손길에 화답하듯 엄지로 셜록의 눈가를 쓸고, 셜록의 고수머리 사이로 손가락을 밀어넣었다.


“그럼 여기 왜 왔어요? 날 보러 오는 게 아니면?”


셜록은 눈을 감고 존의 손길 안으로 몸을 기댔다.


“제 직무를 수행하려고요, 존. 하녀들이 방을 정리하긴 하지만 대부분 제가 다시 와서 빠뜨린 게 없는지 확인합니다.”


“방은 그대로인데요. 뭘 확인하려고요?”


“난로 안을 젓고, 기름 양을 높이고 필요하면 커튼을 닫고요. 이부자리가 새로 정돈됐는지 확인하고 새 수건을 채워놓습니다.”


“맙소사, 그걸 다? 음, 보다시피 나도 부지깽이 아주 잘 쓸 수 있어요. 불도 잘 지피고. 내 방 커튼도 알아서 치고요. 혹시, 잠깐 시간 날 수 있으면…”


“존, 제가 말씀드렸는데―”


항의했으나, 존의 손길을 뿌리치지 않는다.


“시간 얼마나… 보통 시간 얼마나 있어요? 누가 찾기 전까지?”


“15분, 아마 30분 정도 있을 거예요, 심부름을 했다거나 다른 방을 확인했다고 말하려면… 하지만 말씀드렸다시피, 전 옷을 흩트려서는 안 돼요. 눈에 띌 겁니다.”


“그럼,”


존의 차례다.


“이렇게 하면―.”


그는 셜록의 어깨에서 겉옷을 미끄러트려 빼낸 다음 옷걸이에 걸었다.


“그리고 이것도―”


조끼 단추를 풀어 벗긴 다음 코트와 같이 걸쳐놓으며 존이 속삭였다.


“그러면 당신 옷이 구겨지지 않을테니 아무도 내가 이렇게 한 걸 모를걸요…”


그는 셜록의 입술을 제 위로 끌어당기고, 손을 셜록의 바지 앞으로 미끄러트렸다. 이미 셜록은 존의 목소리에 욱신거릴 정도로 단단해졌기에 손길이 닿자 흐느낌이 터져나왔다.


“그런데,”


존은 낮은 목소리로 달래듯이 말을 잇는다.


“당신 바지도 벗겨야 될 것 같아. 그래야 내가 입으로 해줘도 구김이 안 갈 거 아니에요. 어떻게 생각해요?”


“아.”


이성이 모두 날아가 버리고 나오는 말은 그것뿐이었다. 이 순간 저택 내 종이 한꺼번에 울리면 어떻게 될까. 저택 한쪽에 불이 났다는 소리를 들으면? 그래도 셜록은 반응하지 않을 거다. 지금은 아니다.


존이 부드럽게 웃고 셜록의 멜빵을 내린 다음 바지단추를 풀어 속옷과 함께 벗겼다. 그리곤 가죽 옷걸이에 옷을 걸어놓고 돌아와 셜록의 타이를 풀어내려 했으나, 셜록이 그 손길을 잡는다.


“안 돼요, 지난밤에 단추를 잃어버려서 이것 하나밖에 안 남았어요.”


벌써부터 깃에 목젖이 죄이고 있었지만, 존이 목에 입맞춰버리면 남아있던 이성마저 날아가 버릴 거다.


존은 끄덕였으나 셜록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슬픈 미소를 지었다. 그는 반쯤 벗거벗은 셜록을 침대로 끌어다 앉히고 옷걸이에 바지를 걸었다.


흥분은 조금도 이지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하얀 다리 사이 발갛게 달아오른 모습으로 확연해질 뿐.


무릎을 꿇으며 살결을 어루만지는 존은, 마치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듯 감탄을 읊조린다. 그리곤 셜록의 허벅지를 열어 누르고 그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존…존… 우리 같이 하길 원하는 줄 알았는데요… 그럴 시간이 있을지…”


“쉿…”


존이 셜록의 두 종아리를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당신은 내게 시중을 들어주고 있잖아요. 그냥 거기에 보답하려는 것 뿐이에요.”


그리곤 셜록의 밑동을 잡고 입으로 감쌌다. 입술을 점점 미끄러트리며 목구멍 깊숙이 최대한 내려간다.


존의 혀가 끝을 덧그리고 밑으로 내려와 그 뜨거운 힘으로 빨아올릴 때마다, 셜록의 숨이 점차 가팔라졌다. 존의 움직임에 맞춰 그의 허리가 젖혀질 때까지 존은 밑을 감싸 회음부를 쓰다듬었다. 그는 탐욕적으로 내리누르지 않게 애쓰며 존의 짧은 머리카락 사이로 손가락을 밀어넣는다.


절정에 다다를 때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여전히 후들거리는 두 다리 위로 온 근육의 긴장이 한꺼번에 풀어져, 신음과 함께 침대로 무너져내렸다.


그는 존이 물 한 잔과 수건을 가지고 돌아올 때까지 존의 움직임을 알아채지도 못했다. 존이 부드러이 그의 얼굴에 난 땀을 닦아주는 동안 그는 홀로 슬프게 생각한다.


‘존 왓슨, 당신은 피터의 온 무정의 산물과는 다른 온전한 친절함으로 나의 인생을 파멸시켰어요. 당신이 가버리면 나는 어쩌죠?’






마지못해 존과 떨어져 나온 후 셜록은 자신의 방으로 가 머리를 정돈하고 열을 가라앉혔다. 얼굴이 아직도 붉은 데다 열에 취한 눈이 반짝였으니까.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보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대회랑에 다다르니 하녀들이 청소를 하는 모습이 보였고, 앤더슨과 딤목이 가구를 옮기고 있었다. 셜록은 아무도 모르게 슬쩍 들어가 탁자를 들어올릴 때 딤목의 옆에서 같이 거들었으나, 앤더슨이 그 불쾌한 얼굴에 조소를 띄웠다.


“도와주러 행차하시다니 기쁜데, 홈즈.”


“방 확인하고 있었어, 앤더슨. 최적의 상태인지 확실히 하러. 네가 모르는 일도 아니고. 왓슨 박사님 야회복을 손질하느라 그분과 있었다고.”


앤더슨이 코웃음을 쳤다.


“아 그래, 왓슨 박사. 그 자가 가문에서 뻗어나온 쬐끄만 분가 출신인 거 아나? 행동에 다 드러나지 ― 다 응접실에 있는데 혼자 먼저 제 방으로 가버린다던지, 빗속에 캐롤라인 양을 데리고 산책 나간다던지 하는 둥. 뭐랄까, 애초에 그 여자도 끔찍하게 사고뭉치라니까. 남들 일이나 염탐하고 캐내고 다니니 말이야. 전혀 숙녀답지 않게.”


셜록은 존을 감싸고 싶었지만 입을 열지 않도록 애썼다. 적어도 캐롤라인은 감쌀 수 있을 것이다.


“앤더슨―”


“앤더슨 씨라고 불러.”


“내 면전에서 캐롤라인 아가씨를 모욕한 게 이번이 두 번째야. 캐롤라인 아가씨는 레스트레이드 경 가족의 일원이야. 그 분의 이름을 더럽히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다. 너는 레스트레이드 경과 그 부인까지 모욕하고 있어.”


앤더슨이 코웃음을 쳤다. 둘은 가구를 놓고 회랑 한 가운데 선 채 서로를 노려봤다. 딤목과 하녀들이 얼어붙어서는 둘의 대치를 지켜보았다. 몇 달 간, 어쩌면 몇 년 간 이런 일이 없었겠지.


레스트레이드 부인이라.”


앤더슨이 으르렁거렸다.


“온 가족 자체가 품위가 없어. 아, 네빌 경은 제외하고. 명망 높은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으니 품격이란 게 뭔지 아는 분이라니까.”


하녀들이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다른 하인을 대동하지 않고 혼자 네빌 그렌빌 경의 방에 들어갈 하녀는 아무도 없다는 거야 공공연한 사실이다. 심지어 앤더슨의 유일한 친구 샐리마저도 불안하게 쳐다봤다.


셜록이 눈을 감는다. 얼마나 참아야 하는 걸까. 머리 속 이성이 물러나라며 타일렀다. 앤더슨과 대립해봤자 골치만 아파질 테니. 하지만 마음속의 존의 존재가 그를 대담하게 만들었다.


“하긴, 네가 저질스런 품성을 존경한다는 걸 잊고 있었군. 앤더슨 씨. 레스트레이드 부인, 캐롤라인 아가씨, 왓슨 박사님 ― 너는 그분들의 성함을 입에 담을 자격도 없어. 내가 닥치게 만들기 전에 입 다물어.”


“네가 시도하는 걸 보고 싶군, 홈즈.”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에, 돌연 그렉슨 씨의 목소리가 홀에 울렸다.


“앤더슨, 홈즈 군! 당장 그만 두게.”


하녀 베스 앤이 그렉슨의 뒤로 숨는 게 보였다. 멀리서 터너 부인이 따라오고 있었다. 베스 앤이 둘을 불러온 걸 테다. 그렉슨이 둘 사이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앤더슨, 홈즈, 자네들 문제는 각자 속으로만 갖고 있으라고 내가 말했을 텐데. 자네들이 화해하지 못하고 이런 식으로 대립한다면 어쩔 수 없이 둘 중 하나가 여기서 떠나야 할 거야. 앤더슨 자네는 마저 할 일을 보게. 홈즈 군, 아래층에 내려가서 바이올렛이 탈수기 쓰는 것을 도와주게.”


앤더슨이 눈웃음을 치며 셜록을 향해 히죽였다. 하녀와 세탁물을 처리하는 것은 모욕적인 업무였으니까. 둘 다 그걸 알고 있었다.






역자의 말


보는 내내 조마조마해서 블라인드를 쳐야 하나, 싶었던 화.

셜록과 존의 마음이 서로를 향하는 가운데, 점점 불안한 기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