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lude

[JW/SH] 병신과 머저리 (An Epiphany is Just a Fancy Way of Realising You’re an Idiot) - 하 본문

Sherlock_중편/시리즈

[JW/SH] 병신과 머저리 (An Epiphany is Just a Fancy Way of Realising You’re an Idiot) - 하

topsecretum 기밀선녀 2012.11.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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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이 둘만의 일을 사람들에게 내보이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노란 테이프가 쳐진 범죄 현장에 나가 으스대며 걷는 게 셜록의 일이고 그 뒤를 따라가는 게 존의 일이다. 그 날은 강둑에 흩어진 시체 조각을 세고 있었다. 레스트레이드가 도움을 요청했고, 셜록은 안개 낀 강기슭에 족히 반 마일 정도 시신이 퍼져있다는 말에 뛰쳐나갔다. 저쪽에서 벌써 피해자의 정보를 알아내 백인 남성에 아마 버스 기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외치는 중이다. 버스 기사인 건 대체 어떻게 알아냈는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셜록은 존이 옆으로 지나갈 때마다 휙 돌아 무시하고, 분명 이쪽 보길 꺼리며 살짝 미친 듯이 조사를 했다. 마음이 심란한 존은 무심코 발걸음을 옮기다, 뭔가 물컹한 걸 밟고 퍼드득 놀랐다. “칠칠맞긴. 거기 창자야, 조심해.” 그러면서 셜록은 히죽 비웃고는 저리로 가버리는 거다.


“알려줘서 고맙다, 이 머저리.” 존은 누렇게 시든 풀숲에 신발을 벅벅 문지르며 중얼댄다. 욕하는 그 대상이야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에 더 가까울 것이다.


“어째 저 놈 기분이 안 좋아 뵈는구만.” 주머니에 손을 쑤셔넣은 레스트레이드가 옆으로 와서 말을 건다.


“예, 저한테 골이 좀 나서 그래요.” 이제 이 신발을 버릴 때가 된 것 같다. 아니면 태워버리든지.


“무슨 일이 있었길래?”


“휴, 모르시는 게 나을 겁니다.”


레스트레이드는 더 묻지 않았다 ― 존이 모르는 게 나을 거라고 한다면, 정말로 모르는 게 이로우리란 걸 아주 잘 아니까. 존은 그냥 말해버릴까도 싶었지만 ― ‘저희들 같은 침대에서 잔 지 3개월짼데요, 얼결에 제가 저 녀석 애인이라도 된 것 같아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당황스러워 하고 있으니까 쟤가 지금 거기에 골이 난 거구요’ ― 불쌍한 레스트레이드가 감당하기엔 조금 많이 버거운 문제다. 특히 버스 기사로 추정되는 사람의 내장이 여기저기 흩어진 상황을 수사할 때에는. 존은 뒷짐을 지고 멀리서 셜록을 지켜봤다. 갈비뼈 위를 휙 뛰어 지나가더니 도노반을 향해 성마르게 손짓을 한다. 수사한 내용을 받아 적으라든지, 아니면 뭔가 시키려고 그러는 거다. 존은 그대로 서서 셜록이 추리를 마치기를 기다린다.


“이래서 우리 비밀을 계속 비밀로 지킬 수 있겠어?” 잠시 후 베이커 가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창 밖에 몰려가는 한 무리의 여행객들을 바라보며 존이 물었다.


“부적절한 말 한 마디도 안 했어.” 셜록은 택시 기사의 뒤통수를 노려보는 채로 느릿느릿 받아친다.


“그럴 필요도 없었지. 경찰견이라도 네가 나한테 화났다는 걸 알았겠다.”


“내가 너에게 화났다는 걸 사람들이 아는 게 싫으면, 처음부터 날 화나게 하지 않으면 돼.”[각주:1]


“그게 무슨 ― 셜록, 어이가 없다. 우리 가끔 다투곤 하잖아, 내가 무슨 아이스크림 뺏어 먹기라도 한 듯 이렇게 꽁해있을 이유가 없다고.”


“다툰다는 건 예전 얘기지. 이건 달라. 그리고 마땅히 너한테 화낼 자격 있다고 봐. 나한테 헌신짝 버리듯이 그냥 떨쳐버리라고 강요하지 마. 그럴 수도 없고 그러지도 않을 거야.”


차장 밖을 쳐다보는 셜록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 치도 알 수가 없다. 둘 사이의 긴장감 역시 견디기 힘들 정도로 무겁다. 나중에 집에 도착해서 택시 기사가 숨 막힐 것 같았다고 수고비를 더 받으려 할지도 모른다.


“미안.” 거의 자동적으로 나온 사과에 돌아오는 건 셜록의 코웃음 뿐이다. “셜록, 그만 해. 내가 가만히 있는 물 흐려놨다고 너한테 벌 받는 것 같잖아. 난 이걸, 우리 사이를 해결보려고 한 거라고, 정말로.”


“난 네가 왜이렇게 연연하는지 이해가 안 갈 뿐이야. 굳이 애써서.” 셜록은 창 밖으로 지나가는 런던의 풍경을 향해 고개를 돌린 채로 대답했다.


“중요하니까, 응? 나한테 정말 중요한 일이야.[각주:2] 이게 뭐든 난 이미 너무 깊게 들어와서 무시할 수가 없어. 무어라고 정해야 할 필요가 있어. 그래서 그러는 거야.” 약간은 스스로가 집요하게 느껴진다. 그러니 셜록도 이쯤 됐으면 꼬장 그만 부리고 말문을 트면 좋지 않나.


“그럼, 정의를 내리면 받아들이기 쉬워져?”


“모르겠어. 아마 그럴지도. 그게 낫겠지.” 그 질문에 잠시 온 신경을 집중시켜 생각을 해보니, 거의 만족에 가까울 정도의 결론이 내려졌다. 그래, 정의를 내리면 받아들이기 쉬워질 거다.


흐음 하고 대꾸하는 셜록의 눈썹 사이에 깊은 고랑이 파인다. 존은 이것이 시사하는 바에 살짝 긴장을 하게 된다 ― 존이 그간 홀로 고심해왔던 절차를 셜록도 그대로 밟고 있는 걸로 보인다.


베이커 가 앞에 택시가 섰다. 셜록은 홱 소란스럽게 먼저 밖으로 나갔다. “그거, 네가 직접 알아내는 게 좋을 것 같아.” 그 말인즉슨 셜록은 이미 답을 알았다는 것이다. 택시기사에게 값을 지불하는데, 이대로 카디프로 이사를 가 버리면 이 짓도 다 끝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날 밤 역시 각자 따로 잤다. 존은 셜록이 없는 방에서 홀로 잠들며 뭔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침에 잠에서 깼을 때, 그게 무엇인지 답을 내리기엔 너무 복잡한 것임을 깨닫는다. 인간관계, 인간의 본능, 이런 것들을 단순하게 예/아니오로 나눠서 정의내릴 순 없다. 2진법이 아니니까. 대신 연상점들을 모아 선으로 이어보니, 스스로에게 웃음밖에 안 나오는 결과가 나타났다.


혼자 자면서 허전했던 이유는 바로, 셜록 때문이었다. 셜록이 빠졌다. 그렇게 생각하니 모든 게 들어맞는다. 그래서는 안 되는 거고 전에 그 누구에게도 이런 식의 감정을 느낀 적이 없었음에도, 사실이 그렇다. 겁이 덜컥 났다. 모든 게 다. 그래서 면도를 하면서 그런 생각들도 모두 떨쳐냈다.


“나랑 자고싶어?”


존은 커피를 마시다 하마터면 사레에 들릴 뻔 했다. 둘은 애완동물 가게 건너편에 있는 조그만 식당에 있었다. 외국 동물 밀수입 건에 얽힌 기묘한 사건 때문에 거기서 잠복을 하던 중이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10분은 족히 되도록 뱀 밀반입 경로에 대해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던 터라,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진짜로 그냥 잔다는 뜻이 아니라는 거 알고 있겠지. 난 섹스를 말하는 거야.” 덧붙이는 말이 아주 점입가경이다.


“뭐?!”


“진지하게 묻는 말이야, 존. 우리 지금 관계의 위기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을 겪고 있어. 이상하게도 실제로는 그런 관계가 아닌데도 말이지. 이에 대해 넌 온전히 플라토닉한 입장만은 아니라는 걸 스스로 증명해 보였으니, 이게 나와 자고 싶다는 뜻이라고 추정해도 되겠어?” 목소리가 점점 모기만하게 작아진다. 그의 의도야 물론, 과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이 사건에서 자신을 분리해 놓고, 지금 둘의 사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해결을 봐야 하니 그 과정으로 존에게 질의응답을 받아내려 한 거겠지만 ― 완전히 실패했다. 존의 시선을 피해 괜히 각설탕 포장지를 만지작거린다. 아무리 위대한 셜록 홈즈라도 이런 일에 객관적일 순 없는 것이다.


셔츠 앞섶에 튄 커피 자국을 만져보니 살짝 식었다.


“해서, 답은?” 셜록이 답을 촉구한다.


“맙소사.” 존은 중얼거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다행히 가까이에 아무도 없다. 지루해 보이는 여종업원이 커피 머신을 아무렇게나 닦고 있었고, 그 외에는 텅 빈 실내다. “셜록. 셜록. 아니야― 그런 거. 아니라고. 내가 섹스를 하고 싶었으면… 이게 결국 섹스로 귀결되는 일이였으면 차라리 더 쉽게 해결을 봤겠지.”


셜록의 한쪽 눈썹이 휙 올라간다. “흥미롭군.”


저놈의 목을 졸라버리고 싶다.


“그럼 사랑 문제라는 거군.”


덤프 트럭이 와서 벽돌을 한 무더기 와르르 쏟아낸 듯 둘 사이로 그 말이 와서 산통을 깼다. 손을 들어올리다 말고 굳어서는 입이 떡 벌어진다.


“그런 거야?” 셜록의 추궁에,


“넌 어떤 것 같은데.” 간신히 되묻는다.


질문을 반사해버릴 줄은 예상 못 했는지 셜록은 눈만 끔벅이다가, 이내 얼굴로 불만을 한 가득 표현했다. 설탕 포장지를 구겨버리고는 입을 꾹 다문다.


둘 사이에서 유래가 없던 최고로 어색한 침묵 속에 존은 마지막 남은 커피를 마저 들이켰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불행한 적도 없는 것 같다.


“맞아.” 그날 저녁 존이 의자에 털썩 앉으며 불쑥 말을 꺼냈다. 주방에서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있던 셜록이 되묻는다.


“뭐가?”


“그거. 맞다고.” 구태여 정확하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정말이지 솔직하게 말해서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뭐가 눈곱만치도 달라지지 않을 테니까. 존이 알아낸 건 결국 존 혼자만의 생각이므로.


“아.” 알아들은 거군. 주방 쪽이 고요하다. 잠시 후 셜록이 다시 하던 일로 돌아가서 분젠 버너에 불을 붙이고, 작은 유리 약병이 서로 작게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존은 그대로 의자에 늘어져 앉아 창밖의 캄캄한 하늘을 바라봤다. 낮에 그 허름한 식당에 있었을 때와 별다를 것 없는 분위기였으나, 지금은 마침내 머릿속이 질서정연하게 정리된 기분이 든다.


그날 밤 둘이 다시 한 침대에 들었다. 셜록은 잠꼬대로 헝가리에 대해 웅얼거린다. 배를 대고 푹 퍼질러져서 베개에 얼굴을 비비고 있는 녀석을 잠시 지켜본다. 존은 이 남자와 사랑에 빠진 거다. 너무 명확하고 분명한 사실이라 왜 미리 이걸 깨닫지 못하고 빙글빙글 멀리 돌아왔는지 스스로도 모르겠다. 늘 자신은 게이가 아니라고 한편으로 부정해왔음에도 이젠 신기하게 평화로운 마음이 들었다. 머릿속에서 아이린 애들러가 당신 지금껏 꽤나 방어적이었노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너무나 생생해서, 사후 세계에 있을 그녀를 불러 깨달은 바를 말하고 싶을 정도다. 결국 상관없는 일이었다. 뭐라고 이름 붙이든. 자신이 막 발견한 별 대수롭지 않은 자아정체성의 한 측면 역시, 셜록 홈즈가 ― 더 나은 말이 생각나지 않아 이렇게 표현하자면 ― 초월해서 관조하려 하는 것들 중 하나다. 희한하게도, 믿기 힘들 정도로 둘은 잘 맞는다. 서로가 남자라거나 성 정체성이 어떻다는 둥의 전제를 떠나 다 던져버리고 순수하게 둘만 남겨놓고 보니 지금껏 함께해온 순간들, 정말 근사한 거였다. 그걸 글로 쓸 수도 있겠다. 손 가는 대로, 말을 건네듯이 서정적인 이야기를.


대신에, 자리에 누운 채로 셜록이 자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와 함께하게 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플라토닉이 아닌’ 사이로. 이젠 그걸 ‘사귄다’는 걸로 표현해도 되지 않을까. 좀 웃기긴 하다. 대상이 셜록이잖은가. 솔직히 셜록과의 로맨스라는 게 어떤 걸지 감이 안 가니까. 그럼에도, 이 남자를 사랑한다. 뇌 과부하 없이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데에 묘한 자긍심이 생긴다.


이제 남은 건 하나다 ― 어떻게 해야 할까.


셜록은 근 두 시간동안 제 가죽 의자에 동상처럼 꼿꼿이 앉아 있었다.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지만, 뭐 그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니까. 두 번 정도 주의를 끌어보려는 시도를 했다. 처음엔 차를 마시겠냐고 물었고, 그 다음엔 영수증 뭉텅이를 머리에 떨어트렸는데 둘 다 어림도 없었다.[각주:3]


살짝 뾰로통해진다. 물론 원래같으면 이러한 고요를 즐겁게 반긴다. 이런 순간 뒤에 꼭 셜록이 완전히 미친 짓을 하면서 날뛰리란 걸 알고 있으니, 지금은… 즐겨야 하는 거겠지. 존은 맞은편 의자에 앉아 차를 들이켰다. 지난 며칠간 감정적 혼란을 겪은 뒤 얻게 된 여유다.


35분 정도가 더 지나고 나서야 셜록이 생각을 마치고 현실로 돌아왔다. 그 동안 존은 의자 밑에 들어가 있던 예전 잡지를 찾아내, 차를 느릿느릿 마시며 읽던 중이었다. 둘의 따스한 집이 아늑하기 그지없다. 바깥에서 조그만 진눈깨비가 이따금씩 창에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존은 지금 있는 곳이 행복하고, 감사하다.


“이제 뱅뱅 도는 건 그만 하고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자.”


“엉?” 존은 방금 막 알래스카 얼음낚시에 대한 기사를 읽은 참이었다. 재밌는 화재다. 개인적 기준에 따르자면 사냥개를 데리고 사냥하는 것만큼 흥미롭다.


“우리의 작은 사건 말이야. 여기서 해결 봐야겠어.” 그는 양 손을 첨탑처럼 입가에 모은다. “넌 내게 매우 중요한 사람이야.”


존은 한쪽 눈썹을 으쓱해 보이고는, 잡지를 내려놓고 똑바로 앉았다. “아. 그래. 고마워. 너도 나한테 아주 중요해. 이제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있는 건가? 또 섹스 얘기 할거면 나 간다.”


셜록의 얼굴로 짜증과 싫증의 어딘가 애매하게 걸쳐진 표정이 떠오른다. 존은 살짝 기분이 나빠졌다. 그리고는 벌떡 일어선 셜록이 집 안을 이리저리 두서없이 돌기 시작한다. 가끔 저럴 때마다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순 없지만, 아까의 찡그린 표정을 잊어버리기 알맞게 정신없다.


“난 너와 있는 게 좋고 같은 곳에서 자는 것도 좋아. 너도 그렇겠지. 그래, 아무리 나라도 이게 두 성인 남성이 보통 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거 알아. 진짜 사귀는 것도 아닌데.”


어쩐 이유에선지 존도 일어나서 셜록에게 다가간다. 주방에 우뚝 선 셜록은 도망치거나 무슨 반응을 보이지도 않고 그냥 가만히 있었다. 아마 조명을 더 잘 받는 곳에 있으려고 한 걸지도 모른다.[각주:4] 어디까지나 ‘아마’지만.


“그러니 해봐.”


“뭘?”


“이번 주 내내 그 얘길 해보자고 요청했잖아. 그… 기회를 주는 거야.”


“나는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는 사람이야.”


“아이러닉하군, 블로그 하는 사람이.”


“시끄러.” 애정이 듬뿍 담긴 투정이다.


“나 진지하게 묻는 거야. 네가 먼저 꺼낸 말이잖아. 우리 사이에 있는 경계가 우정이라고 하기엔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고. 계속 해. 그 경계 허물어버려. 나는 좋아. 우리 이러는 거. 그러니 계속 그럴 수 있으면 좋겠어.”


“사랑해, 셜록.” 미처 깨닫기도 전에 그 말이 입에서 나가버린다. 그 뒤로 엄청난 충격이 따라왔다. 속내를 크게 말해버려서가 아니라, 그렇게 말하고도 정말로 아무렇지 않았으므로. 믿기 힘들 정도로 쉽다. 그저 어디 가서, ‘블랙커피 하나랑 설탕 둘 넣은 걸로 한 잔 주세요’ 하고 주문하는 것처럼 별 노력 없이 입에서 쉽게 나왔다. 오히려 셜록을 향해 미소를 짓게 된다. 그 자리에 얼음이 된 채로 서서, 교황 암살 대작전을 목도하기라도 한 것처럼 눈이 댕그래진 셜록에게 말이다.


“됐어? 뱅뱅 돌지 말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며. 그래서 멈췄어. 뱅뱅 도는 거.”


“알았어.” 셜록이 숨을 크게 들이킨다. “내가 기대한 것보다 좀 세네.”


“무슨 말을 기대했는데?”


“성적으로 끌린다는 걸 모호하게 인정하는 정도? 아님 감정적으로 살짝 애착이 간다고 하든지. 이런… 반응이 아니라.” 마지막 말을 하면서 셜록은 양 손을 마구 안절부절 못 하고 흔든다. 존은 정말 충격적일 정도로 평온했다. 솔직히 자신이 이것보단 더 패닉에 빠질 줄 알았다. 죽을 뻔 했다 살아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긴 터널 끝에서 환한 빛을 만나 깨어난 경험을 한 사람들은, 의식을 차리지 못하던 때에 아주 평화롭고 차분한 기분이었다고 표현하지 않던가. 그러니 존도 이 깨달음을 얻는 데 하도 오래 걸려서 뇌출혈이라도 일어난 거면 그나마 타당한 설명이겠다.


“음,” 마침내 셜록이 입을 연다. “그래. 괜찮네. 좋아. 아주. 나도. 나도 그래.”


“너도?”


“응.”


“너도 뭘?”


“아 왜이래. 그니까. 너, 랑 나. 정말 근사한 일이잖아. 응.”


“근사해? 그게 네 표현인 거야?”


“음, 어.”


존은 웃음을 터뜨리며 테이블에 기댔다. 미친 짓이야. 머저리가 된 기분이다. 셜록과 알게 된 후 일어난 모든 일 중 가장 미친 짓일 거다. 하지만 다름아닌 존이 늘 원해왔던 것 아닌가? 그러니 괜찮은 것 이상이다. 또다른 모험의 일부니까. 셜록이 환하게 미소를 짓는다. 존은 그의 뒷덜미를 감싸 가까이 입맞췄다. 세상 다 사라지고 둘만 남은 이곳에서.






역자의 말


이제 하는 말이지만 저 장황한 영어 원문 제목이 바로 2편의 주제이자 요약인 게지요.

'늬들 꽁냥꽁냥한 사이인 거 이제 알았냐? 이그 멍청이들~'

그래서 그 의의를 살려(?) 머리만 좋은 병신 셜록과 이미 그 셜록에게 휘말린 머저리 존이라고..(흠흠)

그 어느 때보다도 의역이 난무하는 편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1. 이거슨 대체 무슨 논리란 말인가.... [본문으로]
  2. 우리한테도. [본문으로]
  3. 같이 살면 닮는다더니....(2) [본문으로]
  4. ‘극적인 분위기’ 연출 제 2번? 셜록이라면 있음직한 일이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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