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lude

[JW/SH] 병신과 머저리 (An Epiphany is Just a Fancy Way of Realising You’re an Idiot) - 상 본문

Sherlock_중편/시리즈

[JW/SH] 병신과 머저리 (An Epiphany is Just a Fancy Way of Realising You’re an Idiot) - 상

topsecretum 기밀선녀 2012.11.1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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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 Linpatootie
  • 경고 : 삽질 존, 바보멍청이 셜록
  • 줄거리 : 셜록과 존의 사이에 위기가 옵니다. 이상한 말이지만, 위기가 아닐지도.
  • 비고 : 기밀선녀가 저자의 허락을 맡아 번역한 작품입니다. 본문의 펌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병신과 머저리, 깨달음을 얻다 







셜록의 침대에서 잔 지도 101일이 됐다. 존은 매일 날짜를 셌다. 의식적으로 신경을 썼다거나 무슨 목적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매일 밤마다 자동적으로 입력이 돼서는 잊혀지지가 않는 거다. 백일 하고도 하루. 하룻밤에 달마시안 한 마리였다면 이미 잘 빠진 점박이 코트를 만들고도 남았겠다. 애초에 쓸데없는 비유긴 하지만, 온종일 머릿속에 숫자가 뱅글뱅글 돌다 보니 무슨 강박증이라도 생기진 않을지 걱정까지 될 정도였다.


심지어는 블로그에까지 게재했다. 그저 ‘101’이라고만 적었을 뿐이라서, 댓글도 해리가 쓴 물음표 하나만 올라왔다. 셜록도 그걸 봤다. 그래서 현미경을 들여다보다가 으스대듯이 존더러, 날짜를 세다니 무척 성가신 일이었을 텐데, 하고 말하는 거다. 그 말은 셜록도 날짜를 세고 있었단 뜻이다. 그럼, 그게 무슨 의미인 걸까?


지금껏 몇 달간 셜록 외에는 누구와도 잠을 잔 적이 없다. 물론 몇 번 데이트를 하기는 했는데 그 이상은 아니었다. 한 번은 진저에다 엉덩이가 진짜 죽이는 자그마한 웨이트리스와 지속적으로 만났지만, 일 이주 쯤 됐을 때 셜록이 겁을 줘서 떠났다. 그러니까, 내 짜증나는 플랫메이트와 한 침대에서 규칙적 수면을 취하고 있노라고 털어놓아야 하나, 걱정하기도 전에 셜록이 해결해준 거다. 그래서 존은 기뻤다…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시길.


존은 셜록 옆에서 자는 게 꽤 좋다. 셜록의 옆에서 잠드는 게 좋고 셜록의 옆에서 깨는 게 좋다. 처음엔 그냥 될 대로 되라 식으로 파고들었는데 (셜록 홈즈와 같이 살기 위해선 웬만하면 그게 최선의 전략이니) 시간이 지나니 이게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점점 아리송해진다. 지난 몇 개월 중 며칠 떨어져 잤던 적이 있었는데 정말이지 불쾌하고 안절부절 못 했던 경험이었더랬다. 바로 옆에 셜록이 있음을 느끼며 잠들게 되서야 알게모르게 편안하고 안전함을 느끼게 되는 거겠다. 추가로 셜록의 반응도 전혀 도움이 안 됐다. 원래 많이 자는 것도 아닌 녀석이 요즘 들어선 먼저 와서 더 자려고 하니 말이다. 존으로서는 그게 기쁘면서도, 한편으로 겁이 덜컥 들곤 했다. 심지어 셜록이 평소보다 더 꼬장을 부린 날에도 어김없이 존은 셜록의 침대로 갔고, 아침에 눈을 떠 보면 언제 왔는지 몰래 옆에 들어와 자고 있는 녀석을 발견하는 거다.


분명히 무언가, 무언가가 바뀌긴 했다. 은근히 신경이 쓰였으므로 그걸 도저히 모른 척 할 수가 없다. 마치 어느 샌가 셜록과 진짜 무슨 사이라도 된 것 같다. 그러자고 정한 적도 없는데 말이다. 그리고 셜록은 요상하게 이 상황이 좋은 것 같고. 그러니까 더 이상 존은 이 말도 안 되는 일에 죄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거다. 솔직히 이런 류의 불확실성을 걱정하기엔 나이를 너무 많이 먹었단 말이다.


깍지 낀 두 손을 머리 밑에 베고 셜록의 침대에 누워서, 욕실 안에서 셜록이 돌아다니는 소리를 듣는다. 잠자기 전 매일 밤 순서가 거의 비슷하므로, 셜록이 무엇을 할지 처음부터 끝까지 정확히 알고 있다. 우선 세수하고 손을 씻는다. 보통 찬물을 쓴다.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온 물이 도자기 세면대 아래로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곤 양치질을 한다. 터무니없이 오랫동안. 치아 하나하나 빠짐없이 완벽하게 공을 들인다. (하지만 덕분에, 존이 아는 한 셜록은 치과에 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다음에는 머리를 빗는다. 들리지는 않아도 안다. 낮동안 머리를 가라앉히려고 발랐던 헤어젤을 빗질해 정리해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잠깐의 정적 뒤 변기 물 내려가는 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이상하게 만족한 표정으로 침실에 들어온다. 둘이 밤에 같이 잠들기 전에만 볼 수 있는 모습이고 그래서 존으로 하여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게 만든다.


“우리 얘기 좀 하지.” 존은 이불 밑으로 꿈틀꿈틀 들어와 자리를 잡는 셜록을 향해 입을 연다.


“무슨 얘기?” 무심하게 묻는 셜록은, 욕실 거울 앞에 서 칫솔에 치약을 짠 순간부터 다른 생각에 빠져 있던 것만 같다.


“이거.”


셜록은 한숨을 쉬고 존을 향해 몸을 돌려, 베개 밑에 손을 쏙 집어넣는다. “존, 더 자세하게 얘기해야 내가 알아듣지.”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에 악의는 없다. 기분 좋은 거다. 존은 알 수 있다. 해서 긴장이 된다.


“이거 말야, 셜록. 너랑 나. 네 침대에서. 벌써 삼 개월이나 됐다고.”


“그래서?”


존의 눈은 계속 천장으로 향해있는 채다. 셜록을 봐버렸다간 ‘애초에 이 머리만 좋은 병신이랑 내가 뭘 하려는 거지?’ 하고 자기회의로 끝나버릴 지도 모른다. “우리 지금 우정과 뭔가의 관계가 꽤 모호하잖아, 셜록. 대화를 할 필요가 있어.”


그러나 이상하게 바라볼 뿐, 여전히 셜록에게서 답이 없다.


“봐. 이거. 정상이 아니잖아. 같은 침대에서 자는 플랫메이트가 어딨어?”


“정상같은 거 알게 뭐야. 그게 왜 문제인데?”


“왜냐하면 문제 있으니까. 셜록, 알아들어? 문제 있다고, 응? 나 여자친구 생기면 어떡하려고?”


그러자 셜록이 눈썹을 찌푸린다. “뭐야. 존, 설마 너한테 같이 잘 여자가 생겼는데도 내가 이 방에서 자라고 고집을 부리겠어?”


“지금 그게― 아이고, 안 그러길 바래야지. 근데 지금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야. 내가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냔 말이야?”


“굳이 그럴 필요 있어?”


“그래야 하는 게 사람 관계라고. 나조차도 대체 왜 옆에 내 플랫메이트가 없으면 잠을 잘 못 자는지 이해가 안 간다니까."


이런. 말해버렸다. 입에서 튀어나가 반대편으로 건너가버린 그 말을 셜록이 가만히 곱씹는다.


“정말 내가 없으면 잠을 못 자?”


“잘 수는 있어. 그냥 네가 옆에서 어쩌고저쩌고 잠꼬대하는 걸 들어야 더 잠이 잘 온다고.” 그렇게 말하는 존은 조금 비참해진 기분이 든다.


“난 잠꼬대 안 해.” 어쩐지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방어하는 셜록을 한 대 치고 싶다. 지금 그 얘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란 말이다.


“아니, 하거든. 조금이긴 하지만. 그러니까 괜찮아. 논점 흐리지 말고―”


“존, 내 어린시절의 대부분을 기숙사에서 보냈지만 자는 동안에 잠꼬대를 한다고 언급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 만약 잠꼬대를 했으면 내가 알았―”


“셜록. 진짜야. 너 잠꼬대 해. 게다가 가끔은 혼자 묻고 혼자 답하기까지 한다고. 네 환상을 깨서 미안한데 제발 좀 하던 얘기 마저 하면 안될까?”


살짝 충격받은 표정이다.[각주:1] 동시에, 옛 기숙학교 급우들이 자신이 자는 동안 무슨 일을 당했고 대관절 뭘, 왜 숨겼는지 의아해진 것 같다. 존은 약간 죄책감을 느꼈지만 금방 회복했다. 늘 그렇듯이.


“여하간 말이야, 뭐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얘기를 나눠야 겠다니까.”


“무슨 얘긴지 모르겠는데.”


“셜록, 시치미 떼지 마.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잖아.” 노골적인 셜록의 시치미에 사포로 갈리듯 인내심이 박박 고갈되는 게 느껴진다. 집요하게 파고드는 건 셜록의 몫이고 존은 이러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어쩔 수 없는 필연적인 일인 데다 뭣보다 꽁무니를 빼는 셜록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


셜록은 이쪽을 바라본다. 머리맡의 시계에서 초침 울리는 소리만 들린다. 저 머릿속에 든 뇌가 눈에 안 보일 정도로 빠르게 휙휙 굴러가서 답을 내놓을 거다. 셜록에게 어려운 얘기라는 거 안다. 사람, 관계, 그의 취약점이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10월부터 같이 행복하게 잘 잔 사이인데 아무리 셜록이라도 모른 척 빠져나갈 순 없다.


“왜 그게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어.” 마침내 셜록이 입을 열었다. “너랑 내가 같이 자는 것 뿐이라고. 거기에 더 무슨 뜻이 있어?”


당연히 있지. “난 동성애자가 아냐, 셜록.” 잇새로 말을 내뱉는다.


그러자 셜록도 폭발했다. 그렇다고 표현할 길밖에. 홱 등을 대고 누우면서 뒤꿈치가 매트리스를 쿵 친다. “갑자기 그게 왜 나와?!” 날카롭게 터져나오는 불만스러운 어조. “주위에서 사람들이 매번 우리 둘 사이가 ― 어쩌고저쩌고 때마다 넌 무슨 방어라도 하듯이 그 말을 하잖아, 뭣 때문에 그러는데? 네가 동성애자 아닌 거 누가 몰라? 너 여자 좋아해, 맞아. 옆에 여자 지나가면 침 질질 흘려. 그런데도 그렇게 격렬하게 나랑 그런… 사이 아니라고 부정할 이유가…, ―그럴 이유가 어딨는데, 네가……, ―그러니까, 불쾌할 정도라고.”[각주:2]


셜록의 말에 존은 그대로 얼어붙는다. 확실히 좋은 징조는 아니다.


“이게, 우리, 이게 뭐든간에.” 셜록의 손이 둘 사이를 번갈아 가리킨다. “그렇게까지 격렬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뭐야, 내가 너와 같은 성기를 가져서 그래? 진짜 이상하잖아. 어이없어. 기분 나쁘다고. 우린 같은 잠자리에 들 뿐이고, 내가 결혼하자거나 너보고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참석하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란 말이야.”


존은 일어나 앉아서 웅크리고 두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가 머리칼을 쥐었다. 이대로 방을 박차고 나가버리고 싶은 충동이 든다. 자리에 그대로 누워 있는 셜록이 뒤통수로 쏘아대는 눈빛에 구멍이라도 날 것 같다.


“봐, 셜록. 중요하니까 그래. 너한테는 문제없다는 거 나도 알아. 왜냐하면 진짜 문제없으니까. 어차피 신경도 안 쓰지, 이런 의미같은 거. 하지만 난 신경 써. 사람들이 어쩌고 하는 문제도 아냐. 나 자신 때문에 그래. 서른일곱 해 살아올 동안 언제나 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어. 너랑 나, 이게 뭐든간에, 분명 가볍게 넘어갈 일도 아닌데 우리 둘 중에서 그걸 생각하는 건 나뿐이잖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차라리 그냥 너처럼 신경 안 쓰고 같이 누워서 아 기분좋네, 하고 구름에 뜬 듯이 행복해 하면 정말 좋겠지만 난 그게 안 돼. 알았어?”


셜록은 입을 다물고 존이 이어 말하길 기다렸다. 존의 마지막 말로 아까의 짜증이 사그라드는 기색이다.


“너도 알고 있겠지.” 목이 바짝 말라온다. “우리 사이. 음, 꽤나 유대가 강하다는 걸. 같이 동침하지 않더라도. 그런데 이, 여기서 같이 잠을 잔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가 완전히 ― 온전히 플라토닉한 관계만은 아니라는 게 괴로울 정도로 확실해지잖아. 계속 머릿속에 떠올라. 내가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는 거야.”


여전히 셜록은 말이 없다. 아뜩한 침묵 덕에 존은 창밖으로 냅다 뛰어내리고 싶은 생각도 든다. 허드슨 부인의 재활용 쓰레기통이 좋은 착지점이 되어줄 테니까.


“그냥 잠이나 자자.” 끙 하고 도로 베개에 드러누워 스탠드 불을 끈다. 어둠과 함께 고요함이 찾아온다. 존은 베개맡에 손을 누이고 바로 누웠다. 이래서 잠이나 올까, 엉망인 기분으로. 일어나서 슬금슬금 방으로 올라가는 게 나을 지도 모르겠다. 밤동안 각자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끔.


옆에서 셜록이 자세를 바꿔 몸을 틀었다. 그리곤 불현듯 오른손으로 셜록의 따스한 손이 느껴진다. 기다란 손가락이 손을 감싸고, 엄지가 손바닥 안으로 맞물려 들어온다. 목구멍 안에서 헉 하고 숨이 멎는다. 급히 킥킥대는 웃음으로 무마한다. 하지만 곧 조심스레 셜록의 손을 마주 꼭 쥐었다. 아직 둘 사이 괜찮다고 알려줄 수 있도록.


네가 무슨 생각 하는지 알고 싶어. 하지만 셜록의 생각을 알기란 어려운 일이었으므로, 그냥 눈을 감고 이 기분 좋은 느낌에 집중했다. 이상한 애정이 어린 몸짓에. 그리고 손을 잡은 채로 셜록은 금세 잠이 들었다.






“일백 이 일.” 아침이 되어 식탁에 앉은 존에게 입 한가득 토스트를 우물거리며 날짜를 통보하는 셜록이다. 저 자식의 머리에다 접시째로 음식을 쏟아붓고 싶어진다.


“야. 열받게 하지 마. 유치하게스리.” 접시 대신 커피잔 안을 들여다보며 화를 삭인다.


셜록은 아무 말 않고 남은 토스트를 두 번에 나누어 먹어치운 다음, 바이올린을 집어 연주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비발디일 것이다. 존은 혀가 델 정도로 재빨리 커피를 들이키고 장을 보러 서둘러 나갔다.


다음 나흘은 숨 돌릴 시간도 없이 바빴다. 고작 잠깐 엉덩이 붙일 시간조차도 쉴틈없이 머리를 굴려야 했다. 연쇄살인사건이 터졌다 ― 셜록은 심히 흥분했다. 벌써 세 명이 죽었고, 침입한 흔적이 없는 침실에서 교살된 것을 어떤 노인이 발견했다. 종래엔 셜록이 정신병이 심각한 젊은 범인을 좇다가 2층 창문에서 뒤엉켜 떨어진 것으로 끝이 났다. 범인의 갈비뼈가 두 대 나갔고, 셜록은 몇 군데 찰과상과 멍만 남았다. 그러나 존은 플랫메이트가 창문에서 추락해 바닥에 뒹구는 장면을 본 탓에 너무 놀라, 셜록이 괜찮다는 걸 안 후에도 다리가 후들거렸다.


나흘간은 거의 쉬지 않아서 둘 사이의 문제를 잠시 잊는 게 수월했다. 그럼에도 ― 언제나 그렇듯 ― 사건이 끝난 후 존은 족히 15분간 셜록더러, 어떻게 창문에서 뛰어내릴 생각을 할 수 있느냐, 네 플랫메이트 혈압 치솟아 죽는 꼴 보고 싶냐고 마구 화를 냈다. 그러고 나서야 마침내 거실이 조용해졌다. 존은 블로그에 새 일지를 기록했고 그 동안 셜록이 팔에 난 심한 찰과상에 소독약을 쏟아부었다. 도움을 거절하기에 혼자 이리 꼬고 저리 꼬면서 서투르게 상처를 만지작거리는 걸 내버려 뒀지만 10분 정도 후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어서 소독약 병을 빼앗은 다음 일단 가만히 앉으라고 시켰다.


“오늘 내 방에서 잘거야?” 팔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일부러 느릿느릿 물어오는 셜록이다. 팔꿈치로 소독약이 흘러내려 뚝뚝 떨어지는 중이었다.


“네가 들여보내 주면.” 존 역시 지지 않고 응수하며, 왼손 검지와 오른손 중지를 동원해 독수리 타법으로 ― 셜록이 답답해 할 만치 ― 천천히 사건을 적어나간다.


“당연하지.” 바로 대답한 셜록은, 한숨을 쉬고 병을 내려놓은 다음 팔에 거즈를 올렸다. 그리고는 혼자 붕대를 엉성하게 감기 시작한다. 존은 손이 근질거렸지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문단을 마쳤다. 모두 적었다. 엔터. 새 문단으로 넘어간다. 한숨을 돌리고, 잠시 위자 뒤로 기대 기분 좋게 뻐근한 목을 돌렸다. “그래서.”


“그래서.” 셜록은 극적으로 왼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눈을 반짝 크게 뜬다.


“모르는 척 마. 도중에 사건이 일어나서 네가 창문에서 뛰어내렸다고 해서 얘기가 끝난 게 아니야.” 그렇게 운을 떼 놓고도 스스로도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좌절감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셜록의 반응까지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또? 내 옆에 있는 게 얼마나 불편한지 아직도 언급할 게 있는 건가? 좋아. 말 해봐.”


“셜록. 중요한 거라고 했잖아.”


“그래, 그래. 알았어, 알았는데, 나 지쳤어.” 그는 한숨을 쉬더니 일어나서, “생각해보니 오늘은 너 네 방에서 자는 게 좋을 것 같아. 잠시 혼자 있고 싶어.” 주방을 성큼성큼 가로질러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문이 조용히 닫혔다. 존은 몹시 당황해서는 그 뒤만 쳐다볼 뿐이다. 겨우 밤 9시밖에 안 되었다. 뭐야, 이거. 괜히 뒤따라 들어갔다간 불가불 무의미한 언쟁이 또 일어날 테고, 그럼 어쩌지.


20분도 안 되어 존도 위층으로 슬금슬금 올라와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로 침대에 누웠다. 족히 한 시간은 머리를 굴렸지만, 소용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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