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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rlock_단편

[SH/JW] 너에게 주는 하트 (I and Heart and You)

topsecretum 기밀선녀 2012.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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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 I and Heart and You
  • 저자 : onli
  • 경고&줄거리 : 발렌타인 데이입니다. 염장 조심하세요. 경고했어요.
  • 비고 : 기밀선녀가 번역한 글로 창작물의 권리는 모두 저자에게 있습니다.




너에게 주는 하트 │ I and Heart and You





2월 13일


또 하나의 미스터리를 해결하고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래봤자 얼마 안 있어 다른 일이 일어날 테지만 말이다. 장담컨데 셜록 홈즈와의 생활에 평범한 일이라곤 절대 있을 수 없다. 그 녀석은 어제 내가 제일 아끼는 찻잔을 박살냈다. 할 수 있는 한 빨리 이번 사건일지를 업데이트하겠다.



존은 엔터키를 누른 후 눈을 들어 자신의 동거인을 바라봤다. 반대편에 앉은 셜록은 책상 위에 문서를 펴놓고 살펴보느라 검은 고수머리가 얼굴 위로 반쯤 늘어져 있었다. 그 때 무언가가 존의 머릿속에 퐁 떠올랐다.


“내일이 발렌타인 데이야.”


셜록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고 이상한 표정을 짓는다. “뭐?”


존이 대답하기도 전에 세계 유일의 탐정님의 눈에 알았다는 듯한 눈빛이 스쳐지나갔다.


“아, 발렌타인 데이! 들어봤어.”


탐정님의 목소리는 발렌타인 데이를 안다는 걸 존이 자랑스러워하길 기대하는 눈치가 한껏 담겨있었다. 존은 한숨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현직 수상이 누구인지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뭐, 발렌타이를 안다니 그 정도면 됐겠지. 근데, 어, 바빠? 내일?”


셜록은 내일 무슨 일이 있는지 떠올려보는 얼굴이었다. “레스트레이드가 우릴 부를지도 몰라. 그다지 흥미가 가는 건 아니지만. 다른 사건이 없으니…”


“아.” 존은 자신도 모르게 실망이 담긴 목소리를 냈다. “일이라. 알았어.”


채도 밝은 셜록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그를 꿰뚫어봤다. “뭔가 잘못된 거라도 있어?” 질문이 아니다. 셜록은 아는 거다. 당연히 알겠지.


“아니야.” 거짓말을 하는 존이다. “아무것도 아냐. 이번엔 무슨 사건이야?”


실패다. 셜록은 존의 질문을 무시하고 되물었다. “뭔데, 존? 내키지 않으면 같이 안 가도 돼.”


존은 얼른 대답했다. “당연히 같이 가야지. 네가 원한다면.”


“당연하잖아.” 셜록은 발끈 하며 딱딱거렸다. “너도 알면서.”


“알았어.” 존이 얼굴에 미소를 띄우자 셜록은 그제야 만족한 듯 다시 책상 위의 사진으로 시선을 돌렸다.






2월 14일


집사가 범인이었다. 내가 사는 실제 세상에서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셜록은 이번 사건에 대해, “또다시 낭만적인 ‘모험담’으로 미화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니 그의 말대로 전말을 얘기하겠다. 그 집사는 돈에 눈이 멀어 주변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도주했다. 셜록이 자신의 분석을 따로 올릴 것이다.


그건 그렇고, 모두들 행복한 발렌타인 데이 되시길. 해리, 이번 기회에 클라라랑 다시 잘해보는 건 어때? 둘이 잘 어울리거든.



휴대폰으로 존의 블로그 최신 업데이트를 읽던 셜록은 인상을 찌푸렸다. 저런 식으로 심하게 얘기할 생각은 아니었다. 존의 블로그는 어쩔 땐 짜증나는 면이 있긴 하지만, 솔직한 마음으로 얘기하자면 셜록 자신은 “모험”이니 뭐니 하는 거에 관심조차 없었다. 저 모험들과 ― 혹은 ― 모험에 대한 블로깅이 존을 행복하게 한다면, 셜록은 자신의 착한 의사선생에게서 그걸 앗아가지 않을 거다. 분명한 건, 존은 ‘추리의 과학’의 진가를 별로 알아보지 못한다. 하긴 이 지구상에서 그게 가능한 사람은 모리아티 뿐일 것이다. 덧붙여, 셜록은 존이 블로거로서 존재하는 쪽이 좋기도 했다. 그는 존의 포스트에 빠르게 댓글을 달고 ― 저의 해석은 제 웹사이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계속 나머지를 읽어내려갔다.


어째서 존이 계속 발렌타인 데이 얘기를 꺼내는 걸까? 셜록이 알고 있는 바로는, 발렌타인 데이란 미국 광고 회사들이 만들어낸 쓸모없는 기념일에 불과했다. 실제로 어떤 역사적 배경이 있다고는 하지만, 현대의 발렌타인 데이는 애인에게 핑크빛 만연하는 못생긴 선물이나 사 주는 날로 변모했다. 게다가 존은 몇달 전 사라와의 관계가 끝나기도 했기 때문에, 더욱 존이 무엇때문에 그 얘기를 거듭하는지 셜록으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존에게는 사귀는 사람이 없고, 셜록도 물론 그렇다. 그러니 발렌타인 데이인지 뭔지 하는 건 무시해도 되는 거 아닐까?






어쨌든 발렌타인 데이와는 상관없이 그 날도 먹을 것은 필요했다. 셜록이 시장을 봐올리 없으니 언제나처럼 존은 마켓으로 향했고, 온통 발렌타인 데이 장식으로 도배가 된 건물 안을 무시하려고 무진 애를 써야 했다. 제길, 이 마트 제정신인가? 왜 과일 진열대에 핑크색 하트가 여기저기 붙어 있는 거고,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우유를 “당신의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라며 광고하는 거지? 확실히, 셜록이 조금만 신경을 써서 우유를 사오는 일에 협조를 했더라면 이 짓도 훨씬 나았을 거다. 대신 셜록은 몰리가 어쩌고 저쩌고 중얼거리며 바츠로 쌩 달려갔다. 존은 한숨을 푹 쉬어버렸다. 그는 셜록의 처사에 무척 관대하게 살아왔다. 난리를 피우고 다녀고 아무 말 안 했고, 마가린 통에 손가락을 넣어놔도 그냥 넘어가는데다, 내키는 대로 바이올린을 깽깽거려도 별 소리 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매번 마트의 무인 계산대와 씨름을 벌이는 사람이 존이 되어야 하는 걸까?


반 시간 뒤 존은 시무룩하게 베이커 가로 돌아왔다. 그를 맞은 셜록은,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안녕”으로 들리는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안으로 들어서자, 자기 의자에 앉아 나직하게 흥얼거리고 있던 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존이 미간을 팍 구기고 주방으로 들어가 사온 물건들을 꺼내놓고 있을 때, 셜록의 낮은 목소리가 그를 불렀다.


“존?”


존은 바닥에 비닐봉지를 내려놓으며 퉁명스레 대꾸했다. “뭔데?”


“거실 탁자에 노란 쪽지가 있을 거야. 가져다줄래?”


“난 주방에 있다고. 짜증나는 네 실험물이 아니라 먹을 걸 냉장고에 채워놓고 있단 말이야. 그런 건 알아서 할 수 있는 일이잖아.”


“갖다줘. 고마워. 존.”


존은 포기하고 시키는 대로 거실로 나왔다.[각주:1] 탁자에 노란색 쪽지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너무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 있어 놀라려는 찰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으니…


“셜록. 이게, 뭐야?” 물론, 그의 눈 앞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누구보다도 존이 제일 잘 알았다. 이건 심장이다. 진짜 사람 심장이 투명한 플라스틱 상자 안에 싸여져 그를 마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게 ‘알고 보니 무척 부적절하고 무서운 일과 관련이 있다’든가 하는 사실이 밝혀질 것 같아서, 모른 척 하고 싶은 심정이었던 거였다.


“심장이야.” 셜록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이게 심장인 건 나도 알아. 그런데 대체 이게 왜 여기―” 존은 거기까지 말했다가, 심장이 담긴 상자를 가까이 들여다보고는 깜짝 놀랐다. “왜 이 빌어먹을 상자에 내 이름이 쓰여져 있는 거지?”


어깨를 으쓱 하는 셜록의 눈길이 슬쩍 존의 표정을 확인하고는, 얼른 도로 휴대폰 화면 위로 돌아갔다. “발렌타인 데이니까. 오늘은 사람들이 심장과 관련된 걸 주고받는 날이잖아.”


“어, 음, 하트 모양 상자에 초콜릿을 담아 주는 게 더 일반적이고 나은 것…같은데…” 존은 당황스레 상자 속 심장을 바라보다, 자신의 공동세입자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셜록은 눈을 한 차례 굴리면서 극적인 한숨을 짓고는, 벌떡 일어나 등 뒤에서 분홍색 하트 모양 상자를 꺼냈다. 


“나도 알고 있거든. 그 정도는 내게 믿음을 가져보는 게 어때.”


그러더니 입을 벌린 채 한껏 당황스러워하고 있는 존에게로 즐거운 얼굴을 하며 다가와, 상자를 쥐어줬다.


“해피 발렌타인 데이, 존. 이게, 음,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거였으면 좋겠네.”


존에게서 작게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초콜릿 상자는 탁자 위로 내팽겨치고, 존은 셜록을 와락 끌어당겨 갈비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껴안았다. 품에 얼굴을 묻기 전에 그의 눈가가 촉촉히 젖어 있던 것을 발견하곤, 셜록은 내심 당황했다. 뭔가 잘못된 건가?


“존―” 하고 입을 연 순간, 따스하고 부드러운 입술이 말을 가로막았다. 결국 잘못된 건 없었던 거라고, 셜록은 재빨리 결론을 내리고 기쁘게 키스를 만끽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존을 꼭 껴안고 반쯤 들어올려 탁자 위로 앉혔다. 존이 안 된다고 하는 것 같았지만, 셜록은 대답 대신 그의 아랫입술을 깨물어버렸다. 존이 머리카락을 붙들면서 좋아하는 것 같으니 괜찮은 거겠지. 입술을 좀 더 맛보고 싶었지만 다른 곳의 맛도 역시 궁금했던지라, 셜록은 그의 얼굴선을 따라 입을 맞추고 귀를 문 다음 목도 흠뻑 느꼈다. 그곳에서 빠르게 뛰는 존의 심장이 느껴졌고, 덩달아 셜록도 언제 이렇게 급해본 적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가슴이 벌컥이는 것 같았다. 셜록은 우선 그곳의 살갗을 충분히 맛본 후 이를 세워 자극했다. 존이 가쁜 숨에 허덕이며 자꾸만 뒤로, 더 뒤로 몸이 넘어갔다. 존의 왼손이 곱슬곱슬한 그의 머리카락을 부여잡고 힘을 준 순간, 무언가 얇은 플라스틱 판 같은 것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실망스럽게도, 존은 그 소리때문에 놀라 낮게 욕을 하며 품에서 벗어났다. 존이 뒤로 넘어가지 않으려고 중심을 잡다가 부딪쳐 플라스틱 상자가 박살이 난 거였다. 물컹한 심장에서 흘러나온 말간 액체가 깨진 플라스틱 사이로 흥건하게 고인 모습에 존의 얼굴엔 메스꺼운 기색이 역력했다.


“역겨워.” 존이 말했다. 그렇지만 셜록은 그다지 역겹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던 것을 마저 하고 싶었다. 그는 탁자에서 심장과 하트 모양 상자를 옆으로 밀어내고 존을 그 위로 넘어뜨렸다. 두 사람 무게가 올라가도 탁자가 버텨줄 거라고 이미 계산은 마친 후다. 상체를 낮춰 겹친 존의 따뜻한 몸은, 잘게 떨리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 있어?” 그런 그의 얼굴을 마주보며 셜록은 속삭였다.


존은 환하게 웃고는, 고개를 들어 탐정님에게 입을 맞췄다. “초콜릿 고마워.”


셜록의 얼굴에 씩 미소가 떠올랐다. “내가 준비한 건 이게 다가 아니야.”



존 H.왓슨 박사의 블로그


2월 15일


안녕하세요, 셜록 홈즈입니다. 존과 저는 며칠 놀러갑니다. 런던은 지루한데다 우리 둘만의 시간이 필요해졌거든요. 내가 존의 휴대폰을 빼앗았으므로 연락이 안 될 겁니다. 미안합니다.


존은 내 거예요.





역자의 말


뽀뽀해! 뽀뽀! 뽑뽀!

머뭇머뭇 눈치 주는 존도 귀엽고, 무엇보다 이 잔망스런 셜록이 같으니.

둘 다 아닌 척 하면서 서로를 신경쓰고 있는 게 귀엽지요 :)

8월에 생뚱맞게 요런 아기자기한 글을 올린 이유는....

번역파일이 담긴 usb를 홀딱 잡수신 개님 덕분에 ;ㅁ;(다행이 응가로 나왔어요 ㅎㅎ)

할 수 없이 제가 예전부터 벼르고 있던 요 글을 후딱 번역했답니다^^;;

아무렴, 시기같은 건 상관없지요. 서늘해진 오늘 밤 안녕히 주무시길!

제 마음


  1. 자넨 너무 물러....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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