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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JW] 찌르레기의 속삭임 (A Quiet Murmuration) 본문

Sherlock_단편

[SH/JW] 찌르레기의 속삭임 (A Quiet Murmuration)

topsecretum 기밀선녀 2012.04.2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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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 A Quiet Murmuration
  • 저자 : cathedral carver
  • 줄거리 : 천 번의 키스로 갚아드립니다.
  • 비고 : 기밀선녀가 저자의 허락을 맡아 번역했습니다. 의도에 맞지 않은 편집+오역 등이 옮겨갈 수 있으므로 불펌은 사양하겠습니다.






존이 삐졌다. 흠, 엄밀히 말해 삐진 게 아니라, 화가 났다. 아니지, 아니다. 정확히는 화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셜록이 알 수 없는 뭔가가 있었다. 거리감. 어색함. 조용함. 그렇다. 그는 분명히 조용하다. 지금껏 셜록은 고요함 속에서 매일 보고 또 주시하며 존이… 뭔가 하길 기다렸다. 계속 기다렸다. 우선 말을 좀 했으면 했다. 그리고 차라리 말을 안 할 거면 사색에 잠겨서 수심에 찬 게 아니라 ‘지금 당장 말을 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불행한 일이 일어날 테니 안 할 거야’식의 침묵이 나았다.


이렇게 지루한 나날은 처음이었고, 여전히 존은 침묵을 지켰다. 지루하고 걱정된다. 셜록도 뭐든 해봤다. 차를 끓이고 한껏 어질러진 실험물을 청소하고, 새벽 1시 이후로는 바이올린을 켜지 않았다. 거실 바닥에 팽개쳤던 옷도 주섬주섬 치웠고 우유도 사왔다. 설상가상으로, 짤막한 대화도 시도했다. 날씨가 좋군! 덥지도, 춥지도 않고. 정말 딱이야. 저녁에 파스타 먹을래? 소스는… 뭘로? 그 연예인 얘기 들었어? 임신한 여자, 자기네… 어…


여전히, 조용하다.


극단적인 방법이 필요해 보인다. 그는 존이 가장 나른하고 열린 마음으로 변하는 아침에 시도하기로 했다.


“존.” 그는 어깨를 쭉 펴고 식탁 앞으로 다가갔다. 존이 접시에서 눈을 들어 그를 바라봤다. 좋아. 좋은 신호다. “미안…해.”


말끝을 물음표로 끝내지 않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야 했다.


존이 고개를 기울였고, 손가락이 컵 손잡이를 감았다. “알았어.” 기다린다. 셜록은 그가 그만 기다리길 기다렸다. “정확히 뭐가?”


움찔. “뭐. 그거, 알잖아.”


존은 좀 더 기다렸다. 그러더니 웃었다. “그래, 알아. 그런데 네가 말해주는 걸 듣고 싶네. 우리 둘이 같은 맥락인지 알고 싶거든.”


이번엔 좀 더 크게 움찔. “거짓말…해서 미안해.”


존이 고개를 끄덕였다. 토스트를 베어물었다. 씹는다. 삼킨다. 기다린다. “또?”


셜록은 의자를 콱 움켜쥐었다 “널 뒤에 남겨두고 가버려서 미안해.”


존은 좀 더 씹었다. 정말이지 철저하게 되새김질을 하는군. 그의 소화기관은 주인에게 감사해야 할 거다. 마침내, 목으로 넘겼다. “그리고?”


아. 이제 여러 가지 이유로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너…를 거의 죽일 뻔해서 정말로 미안해.”


존은 기다렸다. 그의 깊고 푸른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었지만, 차갑진 않았다. 신중하게 생각하는 듯 했다. 적막이 두 사람을 휘감았다. 셜록은 이마선을 따라 땀이 맺히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젠 패닉이다. 그리고 뭐? 다른 게 더 있나? 바짝 마른 입술을 핥았다.


“미안해, 다른 우유를 사…와서? 이틀 전에 주전자를 터뜨려서? 카펫에 탄 자국을 내서.”


존은 그가 잠시 숨을 고르도록 시간을 줬다.


“그리고 이것도 알아둬, 너 하마터면 죽을 뻔 했어. 내 말은, 그래, 나도 폭탄을 덕지덕지 매게 된 건 전혀 안 기쁘지만, 그 놈이 원하는 건 내가 아니야. 그러니까 지금 난 얘길 하고 싶은 게 아니라구.” 존은 다시 토스트를 한 입 물었다. “너도 같이 죽을 수도 있었어.” 가벼운 말투였지만 손이 약간 떨리고 있었다. 그는 토스트를 내려두고 두 손을 무릎에 올렸다.


셜록은 손마디가 하얗게 될 정도로 꼭 손을 쥐고, 조그맣게 끄덕였다.


“내가…” 눈을 잠깐 감았다. “무모했어.”


무모했다는 말이겠지. 평소보다 훨씬.”


셜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또 한참 기다린 끝에, 입을 열었다. “좋아. 음. 그럼 정리 된 거지?”


존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다지. 너 나한테 아직 빚진 거 같은데.”


“빚졌다고” 셜록은 그 말을 곱씹어봤다.


“그래.” 존은 차를 한 모금 들이키고, 엄청 뜨겁다는 표정을 지었는데 이제 차가 뜨거울리 만무했으므로, 뭔가 다른 표정이라는 거였다. 아마 다음 할 말에 대한 거겠지. 셜록은 기다렸다. 이유없이 긴장이 됐다. “넌 내게 갚아야 해. 너 때문에 이런 심한…고통과 괴로움을 겪게 만들었으니까.”


“갚으라고―”


“그래.”


지갑을 어디다 뒀더라, 셜록은 지갑을 찾아 주머니를 더듬어 봤다. “어, 그럼 돈을 조금―”


“아니, 아니.” 존이 토스트를 집었다. “돈으로 말고.”


“안 돼?”


“안 돼.”


“어떻게…그럼?”


존은 토스트를 약간 베어물었다. “생각 중이야.”


셜록은 침을 꿀꺽 삼켰다. 뭘까? 한 달 간 세탁담당? 세 달? 식료품 사오기? 요리? 멍청한 TV쇼 보기? 하느님 맙소사. 존이 일을 그만두라고 한다면? 당장 그 생각을 저지해야 했다.


“키스해 줄 수도 있어.” 그가 중얼거렸다.


존이 고개를 홱 치켜든다. “뭐?” 목에 토스트가 막힌 듯한 목소리였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 아무것도는 무슨. 뭐라고 했어?”


“굳이 알아야겠다면, 내 말은, 키스로 갚겠다고.”


“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 존은, 손이 심하게 떨려서 토스트를 내려놓아야 했다.


“아무것도 아냐. 됐어. 잊어버려. 내가… 뭐야? 뭘 원해? 돈이 아니면, 그럼 욕조 소독하는 거나 냉장고 살균을―”


“그렇게 해.” 존이 불쑥 내뱉었다.


“뭐…냉장고?” 셜록은 안도감에 몸을 축 늘어뜨렸다. 침대 밑에 있는 부틸 셀로솔브[각주:1]를 쓰면 한 시간, 많아야 두 시간도 안 걸릴 거다―


“아니. 그거. 다른 거. 방금 그거. 다른 거 말하기 전에. 냉장고 깨끗한 것도 좋겠지만.”


생각났다. “키스.”


“그래. 그거. 그런데 한 번 갖고는 안 돼.”


셜록은 팔짱을 꼈다. “흠, 그럼 얼마나?”


“천 번이면 커버가 되겠는데.”


그 말에 셜록은, 살짝 놀란 눈을 하곤 자신의 입으로 곱씹어 봤다. “키스 천 번.”


존은 뻣뻣하게 끄덕였고, “그래. 그걸로 해, 납부를.” 잠시 뜸을 들였다가 덧붙였다. “보상 차원에서.


셔츠 안에서 가슴이 엄청, 엄청 달아오르는 느낌이었다. 무언가 대꾸를 하고 싶었지만, 혀가 꼬인 듯 이상하기만 했다.


“농담하는 게 아니었다면 말이지.”


“아냐.” 셜록은 재빨리 말했다. 문득 깨달았다. 그건, 농담으로 한 말이 아니었다.


“좋아, 그럼.”


“공평한 것 같군.”


“맞아. 동의해. 좋아.”


“그래.” 존은 다시 토스트를 집고 다른 한 손으로 머그를 감쌌다. 그제야 셜록은 자신이 무슨 짓을 벌였는지 깨달았다. 그렇게 넙죽 동의해버리다니. 뱃속이 이상하게 꼬이는 기분이었다. 당황 혹은 흥분, 아니면 둘 다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 주길 바래?”


“몰라. 네 아이디어잖아.” 존은 입에 가득 토스트를 물고 대답했다. 관심 없는 목소리지만 두 눈이 반짝였다.


“좋아 그럼.” 셜록은 힘차게 두 손을 마주쳤다. “하루에 평균 다섯 번 키스하면 총 200일이 걸리는군. 주고받는 걸로.”


“주고받는 걸로.”


“그래.”


“빚을 갚는 거지. 완전히.”


“응.”


존은 계속 우물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을 것 같네. 그럼 번호를…어떻게 세지?”


셜록은 잠시 생각해본 뒤, 책상에서 연필을 집어들고 달력으로 향했다. 다리가 흐물흐물해진 느낌이다. 양 팔도 어쩐지 무거웠다. “이렇게.” 그는 하얀 사각형 안, 날짜 밑에 작대기 하나를 그었다. 까맣고 불길해 보였다.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고 경고하는 것 같았다. 셜록은 연필 쥔 손을 내려놓고 존을 바라봤다. “보여?”


존은 힘겹게 음식물을 삼키고 고개를 주억였다. “보여.”


“좋아. 그럼, 시작할까?”


또다시 끄덕. “그래. 네가 준비 되면.”


“알았어. 준비 됐어.”


“나도.”


“좋아.”


셜록은 저벅저벅 다가가, 몸을 숙여 존의 따뜻하고 보드라운 정수리에 입술을 내리눌렀다.


하나.


그렇게 시작됐다.






2일:


전날의 입맞춤을 시작으로 용기를 얻은 셜록은 이튿날의 일정을 준비했다. 아침식사 때 정수리에 가볍게 키스하는 걸로 시작해서 오전중 왼쪽 어깨 뒤에, 점심 전에 이마, 이어서 점심때 관자놀이에, 티타임 키스, 저녁에 뺨에,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다시 뺨에(오른쪽 귀를 덥히며) 키스하기로 했다. 


존은 셜록이 이곳저곳에 입술도장을 찍기 위해 여기저기서 번쩍 나타날 때마다 가만히 서서 덤덤히 받아들이기만 했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나면 셜록은 서둘러 달력 앞으로 가 선을 추가했다.


“아홉.” 둘째 날이 저물어갈 무렵 셜록이 즐겁게 외쳤다. “거의 일정에 맞아.”


“잘 됐네.” 존은 하품과 함께 기지개를 폈다. “그럼, 나 자러 갈게.”


“잠깐!” 셜록이 발걸음을 붙들었다. 그러더니 정면에서 존의 어깨를 잡고 키스, 코 끝에. “잘 자!”


존은 멍하게 눈을 깜박였다. “그래. 잘 자라.”


10.






11일:


키스하는 패턴이 정해졌다. 일어나자마자 눈이 마주치면 키스한다. 볼에 입을 맞추는 걸로 간결하게 하루를 시작하고 나면, 남은 네 번은 각자의 일정에 맞추거나 더러는 분위기에 따라가는 경우도 있다. 부루퉁하니 골이 난 셜록은 입맞출 기분이 별로 없고, 어쩔 땐 밤까지 기다렸다가 다섯 번을 몰아 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존은 말없이 차분하게 서서, 셜록의 입술이 볼에 가볍게 스치는 것을 속으로 셌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그러면 셜록은 몸을 다시 빼고 한숨 쉰 뒤, 눈을 내리깔아 존의 발 근처를 바라봤다.


“잘 자.” 존이 그렇게 말하고, 셜록은 고개를 끄덕이고 뒤돌아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 밤에는 존이 직접 흰 칸에 곧고 검은 연필 표시를 내었다.


54, 55, 56.


그렇게 진행되었다.






17일:


죽은 신체는 셜록을 고무시키고, 곧이어 칭찬이 퍼부어진다. 존은 범죄현장에서 키스를 많이 받았다.


셜록은 시체 주위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고양된 목소리로 손짓 몸짓을 섞어가며 추리를 했다. 움직일 때마다 굽슬굽슬한 머리가 위아래로 퉁기고 코트가 휘날렸다. 그렇게 불가사의한 일들을 풀어내 설명할 때면, 존은 보고 또 들으면서 이해해보려고 하지만 가끔 성공했고 대부분은 그냥 지켜보는 게 좋았다. 도시에서 제일가는 볼거리다, 정말.


“확신해?” 존이 물으면,


“명백해.” 셜록이 이렇게 답한다.


“대단하군.”


“정말?” 셜록이 숨죽여 물었다. 여기서 존은 끄덕일 수밖에 없다. 어휘가 풍부하지 못해 이 정도의 칭찬인 건 아쉬웠지만, 어쨌든 그에게 짧은 키스 두 번을 벌어줬다.


“묻지 마요.”


레스트레이드는 황당하다는 얼굴이다. “생각도 안 했어. 진짜야!”


“대체 뭐에요?” 껑충 뛰어 저리로 가버리는 셜록의 뒤로 샐리가 눈을 가늘게 뜬 채 말했다. 당황스러운 표정 안에 경멸조의 웃음도 섞여 있었다.


“왜요?”


“변종[각주:2]이 방금 당신한테…키스했잖아요. 그것도 두 번.”


존은 체념조의 한숨을 쉬어버렸다. “네, 네. 그랬죠.”


샐리는 할 말을 잃은 듯, 몇 번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기만 했다. 마침내 한 말은 이거였다. “왜요?”


존 역시 할 말을 잃었다.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건가, 싶다. 존은 입을 열고 설명을… 무슨 설명일지는 몰라도 어쨌든 설명을 하고 싶었다. 마침내 나온 말은 이거였다.


“왜냐하면,” 언젠가 할 말이었다고, 해치워버려.


샐리가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


“여든 다섯, 존. 여든 다섯.” 옆방에서 셜록이 흥얼거리는 소리에 존이 웃었고, 샐리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85.






21일:


셜록이 플랫 안으로 뛰어들어오다 순간 우뚝 멈춰섰다. 존과 집으로 찾아온 손님이 고개를 들었다. 셜록의 얼굴이 파삭 구겨졌다.


“마이크로프트.” 이건 요즘 셜록이 쓰는 육두문자에 가까웠다.[각주:3]


“아, 셜록. 잘 왔다. 방금 존에게 얘기하는 중이었어. 지금 아주 급한 일이 있는데―”


“그럼 난 나가볼게.” 셜록은 그렇게 말하며 책상 위의 물건을 손에 잡히는 대로 집었다. 종이, 탄피, 말했듯이 아무거나. 그리고 휙 뒤돌자, 마이크로프트가 쯧쯧 혀를 찼다.


“셜록, 너 정말―”


“존은 흩어진 정보들을 한데 끼워맞추는 데 천부적인 소질이 있어, 마이크로프트.” 그리고 이렇게 덧붙이며, “나가서 우유 사올게.” 몸을 굽혀 존의 정수리에 입술을 눌렀다. 존이 고개를 끄덕였고, 마이크로프트는 입을 벌리지 않으려고 했지만 어쨌든 그렇게 됐다. 


“백 넷이야.” 경쾌하게 계단을 내려가는 셜록의 뒤로 37초간 존과 마이크로프트 사이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존은 차를 조금 마셨다.


“백 넷이요?” 정중하게 묻는 마이크로프트다.






45일:


존은 골목길에 누워, 아픈 배를 움켜쥐고 있었다. 셜록의 발소리가 미친 듯이 빠르게 다가오며 귀를 마구 울렸다. 셜록이 얼른 무릎을 꿇고 존의 몸이 무사한지 이곳저곳 쓰다듬어 확인했다. 유혈사태는 없었다. 천만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셜록―”


셜록은 헐떡이는 존의 입술 위를 덮고, 이어서 닥치는 대로 마구 얼굴 위에 키스를 퍼부었다.


셜록―


계속 키스했다. 멈출 수가 없었다.


“난 괜찮아―”


이어서 계속 키스.


“그 놈이 그냥 치고 지나갔어―”


관자놀이에 입술을 대려는 찰나 셜록이 멈췄다. “존?”


괜찮다니까.” 존은 끙 하고 일어나 앉았다. 숨이 많이 진정되었다. 하지만 셜록은 여전히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정말?”


“거의.” 존은 대답한 뒤 배를 문질렀다. 얼굴도 만져봤다. 셜록을 봤다. “너는 괜찮아?”


끄덕.


“그럼 나 좀 일으켜 줄래?”


셜록은 그렇게 했다.


그 후, 달력 앞에 선 그는 고민했다. “존.”


존은 신문에서 눈을 들었다. 아직 배가 아파서 소파에 누워있던 중이었다.


“문제가 생겼어.”


“뭔데?”


“오늘 네게 몇 번이나 키스했는지 잘 모르겠어. 그때 골목에서.”


“아.”


“혹시 넌… 셌어?”


“응? 아… 아니. 처음 여덟 번인가 넘어가니까 놓쳐버렸어.”


“흐음.” 셜록은 달력을 찬찬히 살펴보다 입을 열었다. “오늘 스무 번이라고 표기할게.”


“알았어.”


“안전하게.”


“그래.”


“그래도 괜찮겠어?”


“그럼, 셜록. 그래도 돼.”


“일정은 다소 벗어났지만, 정확도의 측면에서 보자면 스무 번이라고 적으면 될 거야.”


“스무 번 보다는 많았던 거 같은데.”


“정말?”


존은 얼굴에 열이 오르는 느낌으로 대답했다. “어. 느낌상은. 어쨌든, 네가 적고 싶은 대로 적어.”


“널 속이기는 싫어.”


“그런 거 아니야.”


“알았어. 내일은 평소보다 덜 할게.”


“아. 음. 그래.”


“네가 원하지 않는 한은 말이지.” 존은 눈을 들어 그의 표정을 보고 나서야, 셜록이 농담을 던졌다는 걸 깨달았다. “아님 네가 또 다치면 키스해줄 수도 있고.”


“그러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네.” 존은 그렇게 대답하곤 얼른 신문을 들어 미소를 감췄다.






46일:


횟수를 확인해 본다.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좋지 않다. 전혀 좋지 않아. 셜록은 달력을 빤히 노려보며 작은 사각형을 한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하얗고 까만 테두리에, 무미건조한 사각형. 너무 빠르다. 너무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다시 계산을 해봐야 할지도. 하루에 키스 한 번, 많으면 두 번으로.


어쨌든, 서두를 건 없으니.






58일:


셜록은 침대에 누워서 앓고 있는 중이다. 열이 나는데 몸은 추운데다 메스껍고 무기력하고, 아팠다. 비참하고 짜증이 난다. 존은 차를 타오고(안 마셨다) 토스트와(안 먹었다) 해열제를(마지못해 물이랑 삼켰다)가져왔고, 그 후 이불을 펴 덮어준 다음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줬다. 그리고 불평하는 소리를 들어주다 마침내 이만 자라고 명령했다.


“자기 싫어. 아파.”


“자면 좀 나아질 거야.”


“아닐걸.”


“좋아. 네가 자면 마음이 나아질 거야.”


셜록은 툴툴대며 몸을 웅크렸다. 눈을 감으면 눈앞에서 빙빙 돌며 점멸하는 것들이 모두 사라졌으면 좋겠다. 죄다 던져버리고 끝났으면 했다. 존이 불을 껐고, 셜록은 베개에 얼굴을 깊이 묻었다.


“자.” 존의 목소리와 함께, 헝클어진 머리칼 사이로 부드럽고 따스한 숨결이 와 닿았다. 고개를 들었다. 존이 저만치 걸어가고 있었다.


“나한테 키스했어.”


존이 발걸음을 멈췄다. “그래.”


네가, 나한테 키스했어.” 셜록은 방금 일어난 일에 집중하려고 눈을 감았다. 실수다.  머리가 핑 돌았다. 그는 다시 눈을 뜨고 침을 꿀꺽 넘겼다. 존이 웃고 있었다.


“괜찮아. 나한테 하나 빚진 거야.”


그리고 존은 문을 닫고 나갔다.






61일:


화요일에 존은 키스를 한 번 더 받았다.


“그거 여섯 번째였어.” 존이 싱크대 안에 컵을 넣으며 말했다.


셜록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래?”


끄덕였다.


“네가 세고 있었는지는 몰랐군.”


“가끔 세. 그건 분명히 여섯 번째야.”


“아.” 셜록은 생각해보는 눈치였다. “음, 기억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번에 네게 한 번 빚졌거든. 내가 아팠을 때. 생각나려나?”


“아. 그랬지.” 그는 그대로 다른 데로 가버리는 셜록의 등 뒤로 물었다. “잠깐, 표시하지 않으려고?”


“안 해. 그건 번외로 생각해야겠어.”


존은 고개를 돌려 미소를 숨겼다.






70일:


“이렇게 하는 거…여전히 괜찮아?” 셜록이 묻는다.


“뭘…”


“이거. 이…보상 방법.”


“아. 그럼. 괜찮지. 난 괜찮아.” 존이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왜? 그럼 너는 괜찮아?”


기운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좋아.”


“그럼 계속 하자.”


“그래.”


셜록은 그의 귓가에 키스했다.


422.






77일:


그날 저녁에는 와인을 곁들였다. 두 사람 다 평소 주량보다 꽤 많이 마셨고, 골이 난 셜록은 종일 키스해 주지 않았다.


“설거지는 놔둬.” 식사가 끝나고, 존이 말했다. 의자에서 일어나기가 싫었다. 아예 자리에서 꼼짝도 안 하고 싶었다. 셜록은 자신의 의자에 늘어지게 앉아 있는 중이었다. 그의 입술이 움직이고 있었지만,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적어도 존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존은 한동안 자리에 앉은 채로 셜록의 입술을 바라봤다. 정말 예쁜 입술이다. 저 입술이 자신의 입술과 닿는다면 어떤 감촉일까, 궁금해졌다. 빌어먹을. 사백 하고도 쉰아홉 번 키스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입에다는 안 했단 말이지. 이 얼마나 우스운일인지.


“그럼, 난 자러 갈게.” 마침내 존은 입을 열었다. 생각을 또렷이 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었다.


셜록이 고개를 들었고, 입술이 멈췄다. 아쉬운걸. 존은 휘청거리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거기서 자려고?” 묻자, 셜록은 과장되게 어깨를 으쓱 했다. 취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존 보다는 덜 취했던 게 분명하다. 존이 방으로 향하려 하자 술에 취한 사람답지 않게 펄쩍 뛰어 재빨리 문가를 가로막았으니까. 멍하니 눈을 깜빡이는 존에게, 셜록이 몸을 숙여 키스했다. 입에. 입술과 입술이 닿는 것은 이상한 감각이었다. 움직이지조차 않고 그저 가볍게 서로의 부드러운 입술을 포갠 채로, 잠시 두 사람은 볼에 느껴지는 간지러운 숨결을 음미했다. 존은 눈을 감지 않았고, 셜록은 눈을 감은 채 흥미롭게 감각을 기억해 뒀다. 두 사람은 그렇게 거의 20초간 서 있었다. 마침내 셜록이 입술을 떼고 입을 열었다.


“잘 자.”


“우리 취했어.” 존이 말했다.


“조금은.”


취했어.”


“그래서, 이건 세지 말자고?” 셜록은 조금 더 뒤로 물러서며 물었다.


존이 고개를 주억였다. “응. 아니. 세야지.” 그는 조금 어지러워 보였다. 아니면, 메스꺼운 거였거나. 셜록은 헷갈렸다.


460.






78일:


간결하게 다섯 번, 빠르게 키스. 시선은 거의 마주치지 않고..


465.






86일:


달력을 확인해 본다. 516번의 키스. 반이 넘었다. 말도 안 돼.


눈썹을 찌푸렸다. 손가락이 하얀 사각형을 두드렸다.


톡 톡 톡 톡 톡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불가능해.


톡 톡 톡 톡


이건 가능한 일이 돼서는 안 되는 거였다.






93일:


“고마워, 셜록. 어…이것 참…멋지네.” 셜록의 선물을 묘사하는 데 생각해 낼 수 있는 가장 친절한 표현일 거다. 그 선물이란 사람 귀 모양이 달린 휴대폰 케이스와(“이거…진짜 아니지?” “안타깝게도 아냐.”) BBQ맛 웜 크리스피 과자[각주:4]다(“사람들이 이거 맛있다고 그래서.” “사람들이? 넌 안 먹어봤다는 말이야?” “응. 그런데 이거 양 많아. 나눠 먹을거지?” “당연하지.”).


“천만에.”


셜록은 몸을 기울여 존의 볼에 입맞췄다.


“올해는 겨우살이가 필요 없군.”[각주:5] 셜록이 말했다.


“정말. 메리 크리스마스, 셜록.”


“너도, 존.”


키스. 키스.


550, 551, 552.






105일:


꽁꽁 언 차가운 강변 바닥 위로 그들은 빠르게 서성였다. 하얀 입김이 얼굴 위로 뿜어져 나왔다. 시체. 시체. 시체는 어딨지? 여기 어딘가 분명히 시체가 있을 텐데.


“존…존! 봐!” 장갑 낀 셜록의 손가락이 어딘가를 가리켰다. 시체가 아니라 뭔가 훨씬 나은 것이었다.


아득히 멀리 까만 소용돌이가 땅 위로 높이높이, 강 위로, 나무 너머 둥실 떠올라 검은 구름처럼 아름답게 떼로 비상하고 있었다.


“뭐지?” 앞으로 한 발짝 내딛으며 존이 물었다. 그의 발 아래 살얼음이 유리처럼 파삭 바스라졌다. 존은 저런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마치…홀릴 것처럼 멋졌다.


“찌르레기 떼야.”[각주:6] 셜록이 숨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찌르레기 수천 마리가 같이 날아올라 밤에 머물 보금자리를 찾고 있어.”


“와, 정말…”


“그래.”


하늘이 어둑해질 때까지 그들은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셜록이 그에게로 돌아 입맞췄다. 세 번, 진하게. 두 번은 턱에 그리고 목에 한 번. 그런 후 팔을 감고 강하게 포옹했다.


“이게…무슨 의미지?” 존은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아무것도. 그냥…”


“왜?”


셜록은 잠시 적절한 말을 고르는 것 같았다. “나… 행복한 것 같아서.”


629, 630, 631.






106일에서 112일:


키스가 없다. 한 번도. 기미조차 안 보인다.


이레째 되는 날 존은 방으로 돌아가려다 멈췄다. 그는 자신의 얼굴이 느껴지는 것만큼 상기되지 않았기를 바랐다.


“저기.”


셜록이 책에서 눈을 들었다. “응?”


“자러 갈게.”


“그래. 잘 자.”


존은 몇 발자국 걷다 다시 멈췄다. “안 해줄 거야…?”


재차, 셜록이 눈을 들었다. 묻는 얼굴 속에 짜증이 살짝 담겨 있었다. “뭘?”


“그거 있잖아.”


“존. 제발. 자러 가. 독서 좀 하자.”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존은 불쑥 내뱉었다. “키스 해.” 턱 막힌 목소리가 나왔다.


셜록은 한숨을 쉬며 읽던 부분에 손가락으로 갈피를 잡았다. “글쎄, 싫어. 그러니까, 서두를 건 없잖아. 그렇지? 그러니까 내 말은, 200일로 계산을 해 뒀으니 일정을 따라가야 하지 않겠냐, 뭐 그런 거야.” 그러더니 잠시 멈췄다. 이번에는 셜록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네가 그런 건 상관없다고 하면 모르지만.”


“아니, 아니. 아니야. 나는…그건 그런 뜻이 아니라. 그냥. 난 그냥… 확인해보려고. 모두,” 잠시 정적. “일정에 맞는지.”


“맞아.”


존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래, 알았어.” 침을 꿀꺽 넘겼다. “잘 자라.”


“안녕히 주무시길, 존.”


여전히 631.






아주 아주 이른 116일:


“왜 그래?” 존이 일어나 앉아 얼굴을 문질렀다. 시계를 확인했다. 새벽 1시 33분. “무슨 일이야?”


“아니. 아무 일도 없어.” 침대 옆에 자리잡고 앉은 셜록의 얼굴 위로 온통 그림자가 졌다. 그의 손가락이 이불 위로 감겨들었다. 그가 속삭이듯 말했다. “그냥… 키스할까 하고…밤인사로.”


“아. 그래. 음…괜찮아. 안 그래도 돼. 벌써 새벽이잖아. 밤인사 하기엔 많이 늦었지.” 입 안에서 혀가 멍청하니 둔해진 느낌이었다. 어쩌면 꿈을 꾸는 걸지도 모른다. “난 그냥 혹시 뭐가 잘못됐는지, 아님 네가 그만 두고 싶은 걸지도 몰라서 물어본 거거든―”


셜록이 몸을 기울였고, 그의 따뜻하고 메마른 입술이 와 닿았다. 술에 취했던 날의 키스와 비슷했지만 사실 달랐다. 이번엔 셜록의 입술이 움직였다. 분명히 존의 입술 위에서 움직였고, 존은 충격으로 완전히 굳은 채 이전까지는 사용할 일 없었던 뇌의 한 켠에 이 감각을 각인하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셜록이 키스하고 있다. 정말로, 키스하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존의 입 위에서 셜록은 부드럽지만 집요하게, 의심할 여지라곤 없이 분명하게 움직였다. 그리곤 혀가 살짝, 아주 살짝 나와 존의 아랫입술을 수줍게 건드리고 스치듯 사라졌다. 뜨겁고 급한 숨이 존의 얼굴에 쏟아지고, 다시 혀가 느껴졌다. 존의 잠옷바지 안이 죄어왔다. 젠장.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냐고.


이불을 잡고 있던 셜록의 두 손이 올라와 존의 얼굴을 굳게 잡았다. 호리호리한 손가락으로 얼굴을 감싸 기울여가며, 입을 맞추고, 입맞추고, 또 입맞췄다.


존은 눈을 감아버렸다. 존이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하나밖에 없었다. 셜록에게 마주 키스하는 것.


이것. 이건, 이건 다른 종류의 키스다. 이 키스는 부드럽고 따뜻하고 집요하며, 미치도록 자극적이었다.


보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거였다.


이 키스가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존은 알 수 없었다.






그 후 116일:


존은 거실 안을 서성이고, 셜록은 유독성 화학물질로 뭔가 하고 있었다.


“셜록.”


침묵.


“셜록.”


“으음.”


“설명해 줄래?”


“흐음?”


다시 침묵.


“그거 뭐였어?”


뭐가 뭐였다는 거지?”


“망할, 너도 잘 알잖아! 그거…있잖아. 한밤중에. 그게 대체 다 뭐였냐고?” 존이 다그쳤다.


하지만 셜록은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왜 그래, 존. 키스였잖아. 이 몇 달간 그것도 몰랐을까?”


“셜록.  키스는… 그건, 그거는 다른…전에…했던 키스랑 완전히 달랐잖아.” 목소리가 잦아들어다. 존은 이런 말들이 얼마나 바보같고 뜬금없게 들릴지 돌연 무안함이 번쩍 들어서, 괜히 콧등을 문질렀다. 입술을 만지고 싶은 강한 충동도 참았다. “뭐였던 거야?” 존은 조용히 물었다.


셜록은 한숨을 쉬며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서는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다. 


“그렇게 알고 싶다면, 그건 632번이었어.”






117일:


간결하게 다섯 번, 빠르게 키스. 시선은 거의 마주치지 않고.






118일:


“셜록.”


“음?”


“우리 얘기 좀 해.”


셜록이 지나가며 뺨에 키스했다. “무슨 얘기?”


존은 형형한 눈빛으로 노려봤다.


“육백 사십 번이야, 존!”






119일:


달력을 확인해 본다.


톡 톡 톡 톡 톡


언제까지 끌 수 있을까.


톡 톡 톡 톡


계속 끌면 존이 눈치챌 지도.






143일:


“난 발렌타인 데이가 싫어.”


“그래? 왜?”


“우리에게 틀에 박힌 행동을 하도록 강요하는 만들어진 ‘기념일’이잖아. 농간이라고. 가증스러워.”


“아.”


“그러므로 내가 너에게 키스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없을 것 같네. 음.”


“맞았어. 그러니 적어도 오늘은 키스 안 할 거야. 저항의 의미로.”


“알았어.” 존은 애써 웃었다. “네가 그렇게 확고하다면야.”


확고해.”


존도 발렌타인 데이를 싫어하기로 마음먹었다.






157일:


“존.”


“음.”


“말해줄…게 있는데. 듣고 싶으면…”


“뭔데?”


“그게 다야.”


“그거 뭐?”


“천 번째 키스였어. 그게. 그게 다야.” 셜록은 말을 멈추고 마른침을 삼켰다. “이제…끝났어.”


“벌써?” 존은 정말로 깜짝 놀란 표정이라, 그것이 셜록은 놀라움으로 살짝 떨리게 만들었다. “와. 그것 참…”


“빠르다고?” 셜록은 달력을 가볍게 두드렸다. “뭐, 일정보다는 약간 빨리 끝났지. 인정해야겠어. 별도로 키스를 더 했던 날이 여기랑 저기 끼어있어서. 기억나?”


“그래. 기억나.”


침묵.


존은 그를 바라봤다. 셜록은 달력을 본 채였다.


“그럼.” 존이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빚 다 갚았네.”


끄덕끄덕. “완전히.”


“음.” 식탁 위로 존의 손이 펼쳐졌다. 존은 미소를 지었지만, 되려 찡그린 것에 가까웠다. “끝났군. 그럼. 고마워. 그…것 다.” 그리고 일어나면서 식탁이 크게 흔들리더니, 셜록의 시험관 세 개가 바닥으로 떨어져 박살났다. 밝은 색의 걸쭉한 액체가 사방으로 흘러나왔다. 셜록도 일어났고, 두 사람은 바닥을 쳐다봤다.


“이런, 미안해. 이거 위험한 건 아니겠지―”


“어―”


중독성이라거나―


“뭐. 흠. 중독성은 아닐 거고.” 셜록은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최근 사건에 매우 중요한 거였거든.”


“동물병원 사건? 어떻게 해야 그게 그렇게 연결되나?”


셜록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 “당장 설명하기엔 너무 복잡한 거야.”


“알았어. 정말…미안해. 내가 다 치울게.” 존은 한숨을 쉬고는 빗자루를 쥐고 바닥을 쓸기 시작했다. 셜록은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존을 팔을 붙들었다.


“더 괜찮은 생각이 있어.”


“그래?”


“나한테…갚으면 돼.”


존이 우뚝 멈췄다. 아마 미소가 조그맣게 흘러나왔을 거다. “정말로.”


“그래, 정말로. 네가…덜렁거리는 성격을 타고났으니 내가 양보해야지.”


“그건 무시할게. 갚는 건…어떻게? 이거 남은 것을 모두 섞어버릴까?”


“당연히 아니지! 대체 어떻게 해야 그런 생각을―”


“셜록. 농담이야.”


“아.”


존이 빗자루에 기대어 섰다. “그래서, 생각해놓은 거라도?”


셜록은 어깨를 으쓱 했다. “협의를 좀 봐야 할 거야.”


“협의라.”


“그래. 왜 있잖아. 어떻게 갚을지.”


“아. 보상이란 말이지.”


셜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정확히 그가 뜻했던 바다. 좋은 단어야, 그거. 그는 그제야, 숨을 참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수많은 말들 중 어떤 것을 입으로 내뱉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난 끝나는 걸 원치 않아. 네게 키스하는 게 좋아. 너도 나한테 입맞추는 게 좋을까? 그러면 좋겠어. 정말 그러면 좋겠어. 키스해줘. 키스해, 당장. 젠장.


존은 잠시 멍하게 입술을 깨물더니, 고개를 기울이고 웃었다. 그가 한 발자국 다가오면서 발밑에서 유리조각이 부서졌다. 숨이 살짝 가빠졌다. “좋아. 할 수 있을 거야.”


그가 몸을 기울였고, 셜록의 얼굴로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시작되었다.


다시.









역자의 말


 가슴이 따뜻해지는 글입니다. 내용은 간단했지만, 제목 번역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A Quiet Murmuration을 '나지막한 속삭임'이라고 직역하기에는 너무 진부한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본문과 제목을 제멋대로.,,. 혼합한 결과물이 '찌르레기의 속삭임'입니다(사실 찌르레기는 조용한 새가 아니지만). 재미있게 보셨길 바랍니다.




  1. 공업용 솔벤트 세척제. [본문으로]
  2. freak. 자막버전에서는 ‘괴물’로, KBS 더빙판에서는 ‘탐정 나으리’로 나오지만 역자의 생각으론 이게 적절한 것 같았다. [본문으로]
  3. four-letter word라고 서구권에서 쓰이는 네 글자의 욕을 일컫는데, 육두문자의 육은 숫자와 관계가 없지만.... [본문으로]
  4. 영국에서 시판되는 애벌레 모양 과자. <a href="http://cfile7.uf.tistory.com/image/243E5F3C532D409D20E415" target="_blank" class="tx-link">사진</a> [본문으로]
  5. 크리스마스에 겨우살이 밑에서 입맞추는 풍습이 있다. [본문으로]
  6. A murmuration. 속삭임이라는 뜻도 있다. <a href="http://cfile21.uf.tistory.com/image/255EC43C532D409D147CA0" target="_blank" class="tx-link">→사진</a>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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