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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rlock] 리젠트 공원의 일상 (The Regent's Park Regulars) 본문

Sherlock_중편/시리즈

[Sherlock] 리젠트 공원의 일상 (The Regent's Park Regulars)

topsecretum 기밀선녀 2012.07.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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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 PG-13 (청소년)
    • 줄거리 : 백조 한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셜록이라 이름지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오리 한 마리도 있습니다. 역시 존이라 이름붙여지지 않았습니다.
    • 비고 : 기밀선녀  저자의 허락을 맡아 번역한 작품입니다. 본문의 펌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리젠트 공원의 일상

The Regent's Park Regulars





 지구 위에 땅이 있고, 땅 위에 수많은 도시들이 있고, 그리고 한 도시에 어떤 공원이 있는데, 거기에 호수가 있었고, 그 호수에 한 백조가 살고 있었다. 많고 많은 백조 중 한 녀석. 시그누스 올로르[각주:1], 혹고니, 세 살이고 건강하다.


 백조는 이름이 없었다. 야생에 사는 새들이 모두 그러하듯. 그는 호수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호수에서 가장 사나운 싸움꾼에, 가장 강한 날짐승이었다. 게다가 시종일관 자신과 여느 새들 사이에 차별성을 두려고 했다.


 그리고 여기 이 백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호모 사피엔스, 40대 초반, 신체 건강하고 착한 성정, 회색). 그에게는 그렉 레스트레이드라는 이름이 있었다. 수많은 인간들이 그러하듯. 그는 공원 내의 동물원에서 새들을 돌보는 일을 했다(그리고 그에 화답하듯 많은 새들이 그를 좋아했다. 특히 몰리, 그의 나이와 비슷한 예쁜 암컷 흰목대머리수리[집스 펄부스[각주:2]]가 그렇다. 몰리는 자신에게 맛있는 썩는 고기를 제공해주는 레스트레이드를 사랑했지만 종족을 거슬러 자신을 내보이기에는 너무 수줍음이 많았다). 그는 그 백조를 길막[각주:3]이라고 불렀다.


 그는 그 백조가 다른 여느 백조와는 전혀 다르게 괴팍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백조는 아치형의 둥근 목으로 으스대며 걸었다. 그 녀석은 어떤 새들이든, 사람이든, 보트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든, 자동차든, 공원에 지나가는 모든 존재와도 맞붙을 수 있었고 또 실제로도 그렇게 했다. 


 “넌 정말 괴짜 녀석이야.”


 레스트레이드가 백조에게 정겹게 말을 걸었다. 백조는 그를 무시하고 빵이 떨어진 곳을 찾아 길을 살폈다. (백조는 인간이 빵을 제공하긴 하지만, 공급원이 아니라고 추론했다. 왜냐하면 그가 본 모든 인간들로부터 나타나는 빵 색깔을 조사했으며 매번 빵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내었다[사실 한 금발 여자아이는 그걸 피할 수 없었다. 그 아이는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았지만, 친구들은 백조가 그 아이의 머리카락을 물어뜯은 이야기를 평생동안 우려먹을 것이다]. 따라서 백조가 결론짓기를, 오리들이 둥지를 지을 재료를 나르거나 까치들이 반짝이는 것들을 옮기듯이, 빵이란 인간들이 운반하는 물건의 일종이므로 돌아다니며 둘러보면 필연적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이었다. 백조는 매번 공원 밖으로 모험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곤 하지만, 한 번은 도저히 봐 줄 수가 없어서 자루에 잡힌 채로 끌려오기도 했다.)


 그리고 호수 안, 많고 많은 오리 중 한 오리도 있었다. 그 (알락오리[아나스 스트레페라[각주:4]], 완전한 성체지만 작은) 오리는 호수에 서식하는 더 화려한 다른 동물과 별다를 것 없이 회갈색에 검고 흰 깃털이 등과 배에 나 있었다. 처음엔 그렉조차도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오리는 백조가 주운 빵 부스러기를 같이 나누어 먹고도 호수에서 일상적으로 잘 지냈다. 레스트레이드는 두 번째로 백조 근처를 바라보다가 마침내 그 오리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양지가 음지 된다고, 너무 운을 믿지는 마라, 조니. 가까이 갔다간 깃털이 잡아 뽑힐 거다.”


 그는 다리 난간 위에 팔을 기대며 오리에게 말했다. (그는 보통 낮선 수컷은 조니로, 낮선 암컷은 로지로 불렀다. 그는 그 이름들이 그의 증조부가 길렀던 양치기견의 이름이었다는 걸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알아차린다 해도 별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동물을 위해 일하고 동물을 사랑하는 성정이 유전된 것이니.)


 하지만 백조는 오리가 다가와 제 머리에 물을 튀기는데도 공격하지 않았다. 그저 머리를 흔들고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었다.


 “허.”


 그 후로 레스트레이드는 그 오리를 길막의 작은 단짝친구라고 따로 알아보았다. (그는 전문가이므로 다른 오리들과 길막의 친구를 쉽게 구분해 알아볼 수 있다. 사람들이라면 옷과 머리를 바꾸기 때문에 가끔 잘 못 알아보곤 했지만 새라면 완벽하게 구분할 수 있었다.)


 백조와 오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 밤에는 섬에서 나란히 잠들었다. 백조는 절대 오리를 내쫓지 않았다. 왜냐하면, 레스트레이드가 모르는 언젠가 백조가 낚시 바늘을 삼키기 전에 오리가 그 부리에서 잡아채어 목숨을 구해준 일이 있었다. 백조는 그런 것들에 무지했다. 오리는 더 나이가 많아 무엇이 음식이 아닌지 분별할 수 있었다.


 이 공원은 사람을 포함해 모든 동물에게 살기 좋은 완벽한 장소다. 사람들이 빵과 과자 부스러기를 가져온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백조는 인간을 좋아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인간들은 불을 밝게 켜는데다 시끄럽고, 그의 구역이 마치 저들의 것인 마냥 행동했기 때문이었다. 백조는 까만 두 눈과 매부리코를 한 앤더슨이라는 이름의 남자(38세, 매우 시끄럽게 통화를 함)의 얼굴을 물어버리고 휴대폰을 박살낸 일로 신문에 보도되었다. 백조는 운이 좋게도 개체수가 그리 많지 않은 종이라 별달리 혼나지 않고 넘어갔다.


 백조는 오리를 만나고 나서 조금 진정되었다. 오리는 그의 구역에 조금도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양지바른 곳과 음식과 좋은 잠자리만 원했다. 그리고 그런 일상적인 일에 감사하는 태도가 백조에게 교훈이 되었다.


 그러나 한편, 백조는 물가에서 오리가 노닐며 자신을 보는 동안 목을 쭉 빼고 좀 뽐내듯이 헤엄치기 시작했다. 여느 멋진 지역 홍보 사진에 나오는 백조들과 똑 닮은 자세로 말이다. 그걸 보는 레스트레이드는 우스움을 참을 수가 없었다.


 “너 얘가 오리란 거 아는 거냐?”


 어느 날 저녁 그가 백조에게 물었다. 백조는 오리와 부리를 비벼대고 있었다.[각주:5]


 “그것도 수컷 오리란 말이다, 이 미친 녀석아. 이 놈도 너만한 성기가 있다고. 그래봤자 소용없어.


 레스트레이드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당연하게도 백조는 그를 무시했다(알아듣더라도 무시했을 것이다. 백조는 이미 인생의 동반자를 선택했다. 혹고니는 한 번 짝을 얻으면 충실히 헌신한다). 레스트레이드는 전철을 타고 집으로 향하는 내내 그 둘이서 부리로 수음하고[각주:6] 물갈퀴 달린 발로 거길 만지는 장면을 상상하며 혼자 웃어댔다. 그의 아내 소피가 왜 그렇게 웃느냐고 물어서 그는 부인에게 키스하며 “게이 백조때문에” 라고 대답했다.


 백조는 여전히 빵 문제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다. 그는 가교 위로 껑충 뛰어올라 두 날개를 펼쳐 균형을 잡으며 까치 두 마리가 만든 둥지 안을 살폈다. “꽉.” 오리가 백조를 바라보며 울었다. 백조가 그렁거리는 소리로 대답했다. 백조는 몸을 숙여 까치들이 둥지 안에 모아둔 반짝이는 물건들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머리부터 거꾸로 물속에 풍덩 빠졌다(백조는 커다란 새라서 도움닫기를 하지 않으면 날 수 없다. 백조는 물속이라면 두 날개를 이용해 모터보트처럼 헤엄치지만 밖에서는 그보다 자주 날지 않았다). 백조가 재빨리 홱 균형을 잡는 동안 오리가 백조의 깃털 쪽으로 곧장 헤엄쳐 왔다. “꽉.” 오리가 그렇게 말하고는 백조의 가슴팍을 부드럽게 갉작였다. 백조가 날개를 퍼드득거려 제자리로 갈무리한 다음 목을 우아하게 S자 모양으로 구부렸다.


 (수컷과 암컷 까치[피카 피카[각주:7]]들은 비슷한 이름을 갖고 있었다. 레스트레이드는 숫놈이 턱시도를 입은 것 같은 모습으로 쓰레기통에서 알루미늄 캔들을 분류하는 걸 보고 그 녀석을 공무원이라 부르기로 했다. 그 다음 번에는 수컷과 암컷이 협력하여 덤불에서 장식용 반짝이 실을 풀어내는 걸 보고 암컷을 비서라고 불렀다. 그렇게 반짝이는 것들을 모아댄 끝에 심지어는 아이팟 터치까지 주웠다. 전원이 꺼지지 않은데다 까치들이 사용한 게 분명해 보였다. 까치들은 백조가 달려들면 인간들이 온갖 반짝이는 물건을 떨구곤 했기 때문에 백조를 동경했다.)


 어느 날 늦은 밤, 어린 도둑이 공원 안으로 숨어들었다. 그는 경찰관들이 뒤에서 쫓아오는 줄 알았는데, 앞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잡히는 건 불가피해보였지만, 그 교활한 도둑은 예전에 들었던 구식 수법을 생각해냈다. 그는 섬으로 헤엄쳐와 자고 있는 새들을 둘러보았다. 백조는 반쯤 호기심으로, 반쯤 자신의 영역을 방어하려는 생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도둑은 백조의 목덜미를 붙잡아 입 안에 자신의 노획물을 쑤셔넣었다. 백조가 그를 야무지게 물어버리려고 날개를 완전히 펼치자 소년은 다시 뭍으로 돌아와 헤엄치며, 어떻게 하면 다시 돌아와 백조를 죽여 제 사파이어 보석을 회수할 수 있을지 작전을 짰다.

 소년이 달아나며 까치들이 잠에서 깼다. 까치들은 커다랗게 까악거리며 그를 공격했다. 소년이 새를 물리쳤지만 경찰에게 위치를 발각당해 체포되었다.

 아침이 되자 백조는 극도로 골이 나 있었다. 목이 꽉 걸렸는데, 음식 때문은 아니었다. 그는 호숫가를 수색하는 경찰관 두 명에게 짜증스럽게 쉭쉭였다. (경찰은 물에 푹 젖은 소년을 붙잡았다. 매우 의심쩍었지만 실제적 증거가 필요했기에, 호수 섬에 은닉해두었을 지 모르는 물건을 찾아내길 바랐다. 경찰들은 까치들의 둥지를 꼼꼼히 살펴봤다. 까치들은 저들의 소중한 아이팟을 압수해가는 경찰들을 향해 약이 올라 씩씩대며 저주를 퍼부었다. 그러나 누구도 새의 몸 속에 보석이 들어가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누구도 어린 도둑처럼 고전 추리물[각주:8]을 꿰고 있지 못했으니까.)

 백조는 검둥오리를 쫓았다. 커다란 개도 쫓아냈다. 자기를 너무 오래 보고 있었다고 레스트레이드에게도 달려들었다.

 “아이구야!”

 레스트레이드는 비명을 지르며 아침식사로 먹던 스콘을 떨어트렸다.

 “네가 무슨 집 지키는 개냐?[각주:9]

 오리가 그 빵을 물었다. 오리는 백조의 주변을 맴돌며 백조의 다혈질이 언제 터질까 조바심을 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맛있는 새 빵을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백조는 레스트레이드가 멀리 물러난 다음에야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는 빵을 약간 물었다(아직도 오리가 빵을 우적거리고 있었고, 비둘기들이 부스러기를 기다리며 맴돌았다). 하지만 음식물을 넘기는데 목이 아픈 모양이었다. 백조는 다시 한 번 더 레스트레이드에게 쉭쉭였다.

 레스트레이드는 사무실로 돌아와 리젠트 공원의 조류 사육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의 조수 도노반이 전화를 받았다.

 “길막이가 상태가 안 좋아.”

 그녀는 그 백조를 “그 등신”이라고 불렀지만, ‘길막’이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고 있었다. 

 “언제부터요?”

 “오늘. 목에 뭐가 걸린 것 같아.”

 도노반이 한숨을 쉬었다.

 “아마 뭔가 바보같은 걸 주워먹은 걸거에요. 넘어가겠죠. 어떤지 내일까지 지켜볼게요. 겨우 과자같은 걸지도 모르는데 괜히 그 녀석을 잡고 싶지는 않아요. 허드슨 부인도 직접 해결보시길 원하는데다, 그 분은 예전만큼 젊지 않으시잖아요.” (허드슨 부인은 공원의 모든 새들이 따르는 동물원 관리실장이었다.)

 “그래, 알았어.”

 그러나 레스트레이드는 종일 걱정이 됐다. 그 백조가 없다면 공원은 예전같지 않을 것이다.

 백조는 종일 먹지를 않았다. 오리가 가까이 다가가 백조의 가슴팍에 머리를 들이받았지만 어찌해야 할 줄 몰랐다. 그날 밤, 백조는 늘 자던 곳에 자리를 잡았고 오리가 그 옆에 앉았으나, 둘 다 잠에 들지 못했다.

 어린 도둑(14세, 동물 학대 전과, 학교 폭력 전범, 날치기와 소매치기에 능통, 절도 3범, 기소된 적은 없음)이 이튿날인 그 날 밤 다시 공원에 돌아왔다. 경찰에 의해 제지되긴 했지만 금방 풀려난 것이다. 물론 경찰들은 소년에게 혐의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나 증거가 없었다. 도둑은 완전히 자만심에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바로 그 망할 백조를 찾아내야 했다.

 처음에는 잘못 생각했다. 관목들 사이에 몸을 숨기고 온통 다 똑같이 생긴 백조들을 향해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짐 모리어티는 영리한 소년이었기에, 착한 학생의 얼굴을 하고서 백조를 구경하는 것처럼 공원 벤치에 나와 앉았다.

 운이 좋게도 그는 레스트레이드를 보았다. 레스트레이드는 새똥을 신발에 묻히고 접힌 바짓단 사이에 건초 부스러기가 들어간 모습으로 팔에 얹은 친한 앵무새(토비아스, 오색앵무[트리코글로수스 해마토두스[각주:10]], 레스트레이드의 몸 위로 놀이터마냥 노니는)를 쓰다듬고 있었다. 모리어티는 레스트레이드의 시선을 따라가서, 호수 한가운데 무기력하게 떠 있는 백조를 발견했다.

 그리고 기다렸다.

 그날 밤 백조는 아파서 앓고 있었다. 오리는 백조의 날개 밑에 머리를 대고 옆에 앉았다. 모리어티가 백조를 찾아낸 바로 그 때 백조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건 천만 다행으로 둘 모두 깨어있던 덕분이었다.

 모리어티는 카우보이가 된 기분으로 기다란 밧줄로 올가미를 만들어 백조의 목에 걸었다. 그리고 끈을 조인 다음 백조가  달아나려고 저 혼자 몸부림을 치도록 내버려뒀다. 백조가 약하게 날개를 퍼덕였다. 백조는 새도 알고 개도 알고 나무와 풀도 알았지만, 밧줄은 알지 못했다. 그는 나뭇가지가 목구멍에 걸린 걸지도 모르니 강하게 날갯짓을 하면 빠져나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러기에는 허기와 피곤함으로 너무 지쳐 있었다.

 모리어티가 막 백조를 죽이려는 찰나 오리가 날아올라 그의 얼굴을 쪼아대고 날개로 쳤다. 모리어티는 비명을 지르며 백조의 목을 죄고 있던 밧줄을 놓쳤다. 백조가 헐떡이며 뒤로 휘청였다.

 오리가 모리어티의 코를 깨물자 둘 앞에 피가 팍 터졌다. 모리어티는 몸부림 치는 오리의 날개와 다리를 잡고 헐떡였다. 그는 새가 자신에게 반격을 가할 줄은 몰랐기에 화가 났다.

 모리어티는 오리의 발을 놓고 두 손으로 날개를 잡아 뼈를 부러뜨렸다. 그 다음엔 오리의 목을 잡으려 했지만 손을 풀자마자 오리가 퍼덕이며 떨어져 나갔다. 그는 잠시 멈췄다. 코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어서 백조를 잡아야―

 까치들이 일어나 까악까악 울어대는 통에 잠들어있던 새 무리들을 깨웠다. 섬 위의 새들이 바스락거리며 웅성였다.

 “어이! 거기 누구야?”

 누가 그를 보기 전에 섬에서 달아나 사람이 따라올 수 없는 곳으로 가야 했다. 모리어티는 밧줄을 다시 잡으려고 백조를 찾았지만 이미 달아난 후였다. 발치에 있는 오리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는 욕을 지껄이며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개헤엄으로 기슭을 향해 돌아갔다.

 백조가 비틀비틀 휘청이며 오리에게 돌아왔다. 둘은 웅숭그리며 웅크려 몸을 맞대고 서로를 향해 고통으로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새 조련사의 조수가 모리어티를 보고 배를 움직여 섬으로 다가왔다. 도노반은 자고 있는 새들 사이로 손전등을 비춰 오리의 몸뚱이에 핏자국이 묻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엔 여우가 와서 오리를 물어 죽였는가보다고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지만, 빛이 비추자 곧 백조가 고개를 쳐들었고 오리가 몸을 움직였다. 그녀는 둘을 배에 태우고 경찰에 전화했다. 

 “누가 백조를 밀렵하려고 동물원에 침입했어요.” 

 오리 얘기는 꺼내지 않았지만, 아침에 마이크 스탬포드(갈색과 발그레한 색, 포동포동함, 런던 동물원의 조류 수의사)가 와서 진찰할 때까지 두 새에게 안정을 취하게 해주었다.

 스탬포드가 오리의 날개를 펼쳤다. 레스트레이드는 마취되어 축 늘어진 오리를 두 손으로 잡고 중얼거렸다. 

 “불쌍한 조니. 그 날개 못 쓰게 될 것 같지?”

 “아마도요. 뼈가 약해서. 하지만 최선을 다해볼게요.” 

 스탬포드가 말했다.

 “잘 생긴 녀석이네요, 그죠?”

 “그 미친 백조 녀석이랑 뒹굴다니, 아주 간이 부은 놈이라니까.”

 레스트레이드는 오리의 가슴털을 부드럽게 쓸었다.

 그런 후 스탬포드가 백조의 목에 걸려있던 사파이어 목걸이를 제거했다. 그것은 백조가 먹이를 잘게 쪼개어 먹던 곳의 자갈과 엉켜 있었다. 스탬포드는 조심스레 사파이어를 꺼냈다. 운이 좋으면 거기서 짐 모리어티의 부분 지문을 복원할 수 있을 것이었다(모리어티는 어려서 아직 장갑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는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다).

 이후 신문 1면에 기사가 나왔다. 백조 탐정. 부적절한 명칭이었다. 백조는 탐정이라기보단 사건 현장에 가까웠으니까. 절도범을 체포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건 오리였지만, 부상입은 오리보다야 목에 붕대를 감은 백조가 사진을 잘 받는 건 당연했다. (까치들은 잡지에서 반짝이는 파란 사파이어 사진을 뜯어갔다. 녀석들은 사진 속 백조를 알아보고는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며 울었다. “까악.” “깍.” 암컷 까치가 경관 한 명에게서 훔쳐낸 번쩍이는 새 블랙베리 폰 밑에 사파이어 사진을 집어넣으며 대답했다.)


 오리는 왼쪽 날개를 잃은 후로 빠르게 포동포동 살이 올랐다. 레스트레이드도 그렇고, 도노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백조는 왜 그런지 알고 있었다. 낮동안 백조가 바지런히 도로를 넘나들며 제게로 떨어지는 포상물과 비스킷을 모아오면, 오리는 비탈진 곳의 그늘 속에 앉아서 가장 좋은 조각을 받아먹은 것이다. 밤이 되어 오리가 백조의 몸뚱이 옆에 흉터진 쪽 날개를 파고들자 백조가 만족한 듯한 작은 소리를 내었다. 둘이 함께, 서로의 옆에, 별빛 아래서.






역자의 말


이....이 참을 수 없는 귀여움!!!! 아무리 동물픽이라지만 이정도의 귀여움을 발산할 수 있을줄이야!

많고 많은 달달물 중에서도 단연 으뜸인 듯 합니다.

무엇보다 알락오리(Anas strepera) 자꾸 보니까 얼마나 귀여운지.. 마치 존처럼요.

동물의 세계에서도 동성애는 있다고 합니다. 물론 종을 거스르는 건 아니지만....

정말이지 길막부터 조니, 몰리, 까치들까지 모두 매력적이네요.

Happy/Comfort 계의 지존으로 추대하렵니다.





  1. Cygnus olor. 혹고니의 라틴어 학명으로, 임의로 읽었다. <a href="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thumb/a/a2/CygneVaires.jpg/800px-CygneVaires.jpg" target="_blank" class="tx-link">사진</a> [본문으로]
  2. Gyps fulvus. <a href="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thumb/0/0b/Gyps_fulvus_-Oakland_Zoo-8a.jpg/640px-Gyps_fulvus_-Oakland_Zoo-8a.jpg" target="_blank" class="tx-link">사진</a> [본문으로]
  3. Roadblock. 바리케이트라고 하려다 어쩐지 개그 요소를 집어넣고 싶어서.... [본문으로]
  4. Anas strepera. <a href="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thumb/5/51/Gadwall_drake.jpg/381px-Gadwall_drake.jpg" target="_blank" class="tx-link">사진</a> [본문으로]
  5. 부리를 비비는 것은 새들의 애정표현이라고.... [본문으로]
  6. blow job에 이은 beak job이.... [본문으로]
  7. Pica pica. 유럽에 사는 까치. 꼬리가 푸르다. <a href="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thumb/a/a1/Pica_pica_-Helsinki%2C_Finland-8a.jpg/399px-Pica_pica_-Helsinki%2C_Finland-8a.jpg" target="_blank" class="tx-link">사진</a> [본문으로]
  8. 셜록 홈즈 원작. 스포일러므로 어떤 편인지는 직접 찾아보시길. [본문으로]
  9. What's got into you? 네 안에 무슨 괴물이 들었길래.... 이런 뉘앙스지만 목에 뭐가 있다는 것도 암시하는 아이러닉. [본문으로]
  10. Trichoglossus haematodus. <a href="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thumb/c/c0/Trichoglossus_haematodus_-Jurong_Bird_Park%2C_Singapore_-Dec2009.jpg/640px-Trichoglossus_haematodus_-Jurong_Bird_Park%2C_Singapore_-Dec2009.jpg" target="_blank" class="tx-link">사진</a>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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