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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k] 중력을 거스르다 │ Fighting Gravity – 20 : 용기 (3/3) 본문

Star Trek_장편/중력을 거스르다

[Spirk] 중력을 거스르다 │ Fighting Gravity – 20 : 용기 (3/3)

topsecretum 기밀선녀 2016.09.27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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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팍의 기억이 멀어짐과 동시에 짐은 눈을 떴다. 뜨거운 스팍의 손이 떨어진 부분이 차게 식었고, 갑작스레 분리된 정신이 이상하게도 허전했다. 그리고 너무도 ‘인간’스러웠다. 스팍이 겪었던 일과 그의 마음을 전부 보고 났더니, 스팍을 잡아다 끌어 품에 안고 싶었다. 지금껏 남을 위로하는 방법을 몰랐으니 이상하긴 했다. 원래의 그라면 위로를 더 익숙한 사람의 몫으로 넘겼을 테다. 그렇지만 이 사람은 스팍이라, 위로가 필요할 때라도 주변의 그 누구 하나 알지 못했을 거다. 지금도 사실 겉모습만큼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멀쩡해 보였다.

그렇기에 더욱 짐은 그가 뭘 원하는지 알 수 없었다. 벌칸에게 어떤 게 적절하고 또 어떤 게 그렇지 않은지 모를 뿐더러, 적절하더라도 스팍의 허용이 어디까지일지 알 수가 없었다. 스팍이 자신에게 품고 있는 감정들이 있고, 또 그걸 자신이 감당하기 힘들다는 기색은 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상황은 복잡해지기만 했다.

“…괜찮아.” 짐은 스팍이 느꼈던 깊은 수치심을 떠올리고 그에게 말했다. “괜찮아. 절대 널 경멸하거나 하지 않아.”

손을 내밀자 스팍은 주저하다가, 이내 받아들여 자신의 손으로 감쌌다.

“고마워, 짐.”

그의 엄지가 손목을 가만히 쓸었다. 문득 짐은 융합 속에서 봤던 것이 떠올랐다.

“손은 너희 종족한테 성감대인 건가봐?”

“그렇지는 않아.” 스팍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해 주었다. “손을 접촉하는 것은 친밀한 행위지만, 굳이 성적인 의미를 지니지는 않아. 인간들이 입을 맞추는 행위와 유사해.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고, 모두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지.”

“흐응…”

그러고 보니까, 듣고 나니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었다. 스팍이 카라멜 팝콘 때문에 취했을 때 손을 잡아오지 않았던가? 그렇다는 건… 자신이 취해 있는 스팍을 덮쳐서 이러쿵저러쿵 하고 싶은 유혹과 싸우는 동안 스팍은 돌직구를 날린 거다. 생각의 물꼬가 그쪽으로 트이려 해서 짐은 냉정하게 막아냈다. 지금은 진지해져야 할 때였다.

그렇다. 지금은 집중해야 할 일이 있었다. 짐은 일단, 상황을 확실히 정리해 보았다.

“그러니까 넌… 결혼 의식 때문에 뉴 벌칸에서 떠나오게 된 거로군.”

“그래.”

믿기지가 않아 짐은 고개를 저어버렸다.

“그리고 스팍 대사가 한 말 때문에 스타플릿으로도 돌아가지 않은 거고.”

“내가 스타플릿에 속해있다고 느낀 건 아주 잠깐일 뿐이지만 그렇더라도, 그가 앞으로 찾게 되리라 말했던 그 감정들을 ‘운명’이 개입하지 않은 곳에서 내 나름의 방식으로 구하리라고 결심했어.”

“해서 이제 그 일이 일어난 거 같다고? 그럼…” 사랑이라는 말은 쉽게 하기 어려웠다. “네가 바라던 건 찾았어?”

스팍은 그가 묻는 바를 이해하는 것 같았다. “잘 모르겠어. 당신의 행성에서는 그것을 좋은 감정으로 여기지. 기분 좋고 행복한 감정. 반면 나한테는, 당황스러워. 마치…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눈을 가린 채 떨어지는 기분이 들어. 끝이 얼마나 남았는지, 그렇게 끝없이 떨어지다 또 언제 반향이 찾아올지 모른 채로…”

스팍의 비유는 짐에게도 익숙하게 와 닿는 표현이었다. 그는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끔 나라다 호의 드릴 위에서 추락하는 꿈을 꾸곤 했다. 도중에 오싹한 기분으로 눈을 뜨면 심장이 세차게 내달리고 있었고, 어떨 땐 지상에 부딪히는 충격으로 놀라 깨기도 했다.

…그렇게 잘 알았기 때문에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이런 일에 전혀 익숙하지 않았다. 여태까지 죽 그랬고, 그렇게 될 거란 기대조차 해본 적 없었다. 그냥 이런 류에 안 맞는 사람이었던 거다. 하지만 그렇게 말해서 인정해 버리면 끝에 다다랐을 때 모든 걸 부숴버릴 반향마저도 예상하고 수용했다는 뜻이 된다. 구태여 그런 결말을 맞을 필요가 있을까 움츠러들게 됐다. 스팍과 그런 결말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스팍은 원래 세상에 둘도 없을 친구가 되어야 했다. 어쩌다 보니 그 과정에서… 일이 예상치 못하게 되어버렸다. 역시 지난밤에 스팍을 막아세워야 옳았던 걸까.

하지만 그러면서도 짐은 끝에 사정없이 부딪힐지언정, 끝없이 추락하기만 하는 꿈이 더 나쁘다는 걸 알았다.

“스팍.”

짐은 그렇게 운을 띄운 후 마지못해 스팍의 손을 놓고 물러나 앉았다.

“난, 이런 감정에 대해 얘기할 만한 좋은 사람이 못 돼. 사랑이 어떤 건지 벌칸인보다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다름 아닌 나일 거야. 나도… 나도 지구인들이 대게 사랑과 섹스를 묶어서 생각하려 한다는 거 알아. 알지만, 나한텐… 섹스는 재미로 하는 거지. 사랑은 복잡해.”

새삼 깨달았다. 경험이 많다는 건 당당할 일도, 유세를 떨 일도 아니었다. 스팍에게 이런 말을 하려는 지금은 특히 더 자랑스럽지 못했다.

“잠자리를 가진 사람들은 많았지만… 사랑을 많이 해서가 아니야. 그냥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싶었을 뿐이지. 그게, 사실 난, 그간 사랑의 조짐이 보인다 싶어지면 관계를 끝냈거든.”

스팍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렇다는 건 당신이 이제 지체 없이 우리 사이의 관계에 전부 끝을 고하는 편을 바라는 거라고 생각해도 되는 거겠지.”

“아냐!”

화들짝 놀란 짐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얼른 대답했다. 그런 후 당황스러워서 주춤했다. 스팍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둘 사이의…뭔가를 끝내자는 얘기를 하니 내심 충격적이었다. 그 다음으로 충격적인 건, 자신의 반응이었다. 스팍과의 관계가 끝난다는 생각에 이렇게 격렬한 반발심이 들다니. 원래 내가 이런 식이었던가?

“…아니야, 스팍 — 혼란스러워서 그래. 그 얘기를 하는 것뿐이라구, 당황스럽다고.”

스팍은 여전히 표정 없이 빤히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한숨이 나왔다.

“점점 더 혼란스럽기만 하네.”

“그 부분에서 우리 둘이 마찬가지군.”

“그러게.”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스팍에게, 짐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아마 우리가 같이 해결할 수 있을 거야.”

“아마도.” 스팍은 동의했다. “짐… 당신은, 정확히 말해서 어떻게 하고 싶어?”

“글쎄, 아…”

그런 질문에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애초에 생각도 안 해본 걸. 하지만 중요한 질문이었기에 어설프더라도 대답하고 싶었다.

“제일 중요한 건, 난 우리 사이가 엉망이 되지 않았으면 해. 난 네가 엄청 좋은 데다, 또 우리 사이에 어떤 연대 같은 걸로 이어져 있다고 생각해. 지난밤이 일이 아니었어도 그 전부터 줄곧. 있지, 널 몇 년간이나 못 보게 된다고 생각하니까 진짜 끔찍했거든.”

그는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조금 우습고 간지럽긴 하지만… 네가 날 알아줬으면 좋겠고, 나도 널 많이 알고 싶어. …그건 그렇고, 모두 내게 이야기해 줘서 고마워. 얘기하는 게 쉽지 않았을 거야. 떠올리는 것조차도 그렇고.”

“맞아. 그렇지만 진실을 알려주고 싶다고 생각했어. 이 대화가 당신에게도 어려운 일이라는 걸 이해해. 그런데도 당신은 성의를 보여줬어.”

스팍은 무언가 생각해 보는 듯 했다.

“방금 우리 사이에 연대가 있다고 했었지. 우리가 무슨 관계로 이어져 있다고 생각해?”

“처음엔 우정이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더는 모르겠다. 아마 그 이상이겠지.”

아마도가 아니었다. 그 이상이라는 걸 짐은 확실하게 알았다. 단지 ‘그 이상’이라는 게 얼마나 되는 크기인지 몰랐을 뿐이다. 한 편으로는 진작에 겁을 먹고 도망가고 싶었지만, 이젠 그러지 않고 한 발짝 다가가 보려 한다. 하기야 아직 본전도 모르고 도망갈 순 없었다.

“넌 어때? 넌 어떻게 하고 싶어?”

“당신과 동일하게 원해. 그간 그랬듯 우리가 가까웠으면 해. 하지만 이상적인 측면에서, 앞서 쌓아온 우리 사이의 유대를 유지함에 있어서 장차 육체적으로 더 깊은 수준의 교합을 모색해 본다면 서로에게 유쾌한 발전일 거라고 봐.”

짐은 작게 웃음을 내뱉었다. “정말?”

“정말.”

“그럼 나도 찬성이야.”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이전부터 손이 닿았을 때나 방금 우리의 정신이 이어졌을 때, 당신이 내게 향하는 감정이 내가 당신에게 갖고 있는 마음과 거의 동일하다는 것을 느꼈어.”

놀라움에, 짐의 입가는 환한 미소로 녹아내렸다. 응당 그래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마음이 놓였다. 이번엔 자신이 마음을 담아,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스팍은 내민 손을 잡아주었다. 손으로 하는 키스라는 걸 더 알아보고 싶었다. 스팍의 손목을 감싸서 천천히 손바닥으로, 손가락으로 쓸어내려왔다. 스팍이 깊게 숨을 골랐다. 볼만한 광경이었다.

“기억하려나, 우리 다시 만났던 날 밤에 네가 수건만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었거든. 그 후부터 계속, 네가 얼마나 섹시한지 스스로 알려나 궁금했었어.”

그를 보고 속살거렸다. 짙은 빛깔로 반짝이는 스팍의 눈동자가 곧게 짐의 눈에 마주해왔다.

“그 문제에 대한 내 의견은 이미 내 주관이 들어갔기에 공평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제길 ― 꿀 바른 칭찬에 곧이곧대로 대꾸하다니. 저런 웃기는 대답을 하는데도, 그런데도 빌어먹게 섹시했다. 감아쥔 손목을 끌어다가 엄지로 손목 안쪽을 쓰다듬자 스팍의 눈이 반쯤 내리감겼다.

“…더 깊은 수준의 교합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짐은 엉덩이를 움틀거려 스팍에게로 가까이 붙었다.

“우리 사이에 대해 확실히 정리가 나올 때까지는 멈춰서 조금 거리를 둬야 한다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이제 서로 원한다는 걸 알았고… 우리 사이…아직 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해보자고 마음이 맞았으니까,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스팍의 눈꺼풀이 활짝 열렸다. 그는 퍽 당황한 것 같은 표정을 하면서도 물었다.

“바깥인데? 옥수수 작물들 사이에서?”

“내가 말 안했었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아이오와의 전통이라니까.”

“묻지는 않았지만, 내가 짐작했던 의미가 맞은 것 같아.”

이런 순간에도 시시콜콜한 농담이 오갈 수 있단 거, 분명‘좋은 신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손으로 스팍의 손가락을 계속 어루만지면서 나머지 손을 들어 스팍의 얼굴을 가까이 끌어왔다. 벌칸식 키스도 좋지만, 인간식 키스 역시 그에게 해주고 싶었으니까.



21화, 「나와 같기를」에서 계속...


역자의 말

지금까지가 서로의 상처를 보고 약을 발라서 딱지를 앉게 하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새살이 돋게 보살펴주는 일이 남았습니다.
누구나 다들 갖고 있는 크고작은 상처를 이 커플들처럼 서로 보듬어줄 수 있음 좋을 것 같아요.
1인 1커크 보급이 시급합니다 ><

저는 이번 화의 마무리가 참 풋풋해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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