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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k] 중력을 거스르다 – 20 : 용기 (1/3) 본문

Star Trek_장편/중력을 거스르다

[Spirk] 중력을 거스르다 – 20 : 용기 (1/3)

topsecretum 기밀선녀 2016.09.0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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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과 뒤엉켜서 잠에서 깨는 아침은 그야말로 오랜만이었다. 이번에는 즐겁게 그 기분을 만끽할 수 없는 게 정말 유감이었다.


근래에는 알람을 쓰지 않았던 터라 깨면서 알람 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렇지만 스팍이 그를 두 팔로 꼭 안고 다리도 엮고 있었기에, 좀체 움직일 수가 없었다. 스팍도 잠에서 깨며 몸을 조금 틀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짐은 그가 곧장 몸을 풀고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그대로 머문 채로 손을 올려 짐의 어깨를 따스하게 어루만졌다. 정말 좋았다… 그렇지만 알람이 계속 울려서 짐은 마지못해 한숨이 나오려는 걸 참고 스팍의 어깨를 마주 문질러준 후, 팔을 뒤로 가져가 알람을 껐다.


그러고 나서 조금 정신이 들고 보니, 거의 코가 닿을 거리에 얼굴을 맞대고 있는 스팍이었다. 뭐라고 말을 꺼내야 좋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네 감정을 흐트려놔서 미안해’?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충격받지 말아줘’?


“…잘 잤어?” 정도면, 안전한 것 같다.


“좋은 아침이야.” 스팍이 대답했다.


평소보다 약간 낮은 목소리였지만 그것만 제외하면 차분하고 곧은 원래 스팍의 음성이었다. 표정도, 눈가에 살며시 긴장이 어린 걸 제외하면 말끔하니 무표정한 걸 보니 역시 보통의 스팍이었다. 짐은 가벼운 것부터 물어보기로 했다.


“기분이 어때?”


“만족스러워. 간밤에 악화되지 않았어.”


“알아.”


헝클어진 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보고 있자니 간질간질해서, 손을 가져가 가지런히 빗어주었다. 지난밤엔 어두워서 스팍을 제대로 볼 기회가 없었지만, 지금은 창문을 통해 아침 햇빛이 스며들어와 방을 비추었다. 서로 딱 달라붙어 있던 터라, 시야에 들어오는 거라곤 벗은 그의 어깨와 자신에게 고정된 짙은 고동색 눈동자뿐이었지만… 이렇게 있으니 정말 벌칸이 아니라 인간처럼 보였다. 저 귀만 빼고. 스팍의 머리칼을 어루만지던 손을 내려 뾰족한 귀끝을 따라 귓불까지 쓰다듬어봤다. 행복한 듯 눈을 내리감는 스팍에, 조금 웃을 수밖에 없었다. 스팍은 정말이지—본인의 표현을 빌리자면—흥미로웠다.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짐은 물었다.


“…이제 우리 어떻게 할까?”


스팍은 다시 눈을 뜨고 대답했다. “나도 확실하지 않아. 그리고, 내게만 달린 결정이 아니야. 당신에게도 선택권이 있어.”


확실하지 않은 건 짐도 마찬가지였다. 일단은,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이해하는 것부터가 순서인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스팍의 귀끝을 만지작거리고 있고, 바로 여기 스팍이 있으니 — 어디서부터 시작하고 싶은지는 확실했다. 스팍에게 또 입을 맞추고 싶었다. 좀 더 많이. 문제는, 스팍이 지난밤 한 일에 후회가 없어 보인다 해도 바라는 만큼 입을 맞출 순 없다는 거다. 그는 벌칸이니까. 짐은 이대로 살며시, 그를 어루만지며 보듬기만 했다.


그렇게 모든 감각을 스팍에게 집중하고 있어서였을까, 스팍이 흠칫 놀라는 것을 바로 느꼈다.


“왜 그래?”


“당신 어머니가 위층에 올라왔어. 내가 당신 형의 방에 없다는 걸 알아차린 것 같아.”


눈이 커다래진 짐은 얼른 스팍을 품에서 놓아줬다. 스팍을 따라 몸을 일으켜 주변을 살펴보니 난장판이었다. 두 사람부터가 헝클어진 머릴 하고 나체 상태였으니 말 다 한 거였다.


“제길…”


스팍은 빠르게 자신의 옷가지를 주워 모았다. 그러느라 허리를 굽히고 있는 모습에 짐은 잠시 넋이 나가 있다가, 머리를 젓고 번개같이 속옷을 꿰어 입었다.


채 몇 초 지나지 않아 바깥에서 방문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짐, 일어났니?”


“네, 잠깐만요. 옷 좀 입고.”


시간을 조금 벌었다. 얼른 보이는 대로 집은 옷을 꿰어 입으면서 스팍과 시선을 나눴다. 잠깐 방 안을 둘러본 다음 스팍은 날래게 박스 무더기 뒤로 몸을 숨겼다. 짐이 스타플릿에서 졸업하면서 집으로 보낸 소지품이 담긴 상자들이었다. …엄마가 안으로 들어오지만 않는다면 이걸로 될 거다. 안도감에 잠깐 눈을 감은 후 손에 집히는 바지와 셔츠를 집어다 끌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전에도 서둘러 옷을 입어본 경험이 다분했던지라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짐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재빠르게 문을 열었다.


“왜요, 엄마?”


엄마가 의아한 얼굴로 설명했다. “그게, 알람이 울리는 소리가 아래층에까지 들렸거든. 거기다 알람이 꽤 길게 울리더라구… 그래서 보려고 위층으로 올라왔는데, 스팍의 방문이 열려있기에 봤더니 안에 없는 거야.”


“흠…” 짐은 짐짓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욕실에도 없고요?”


“없어.”


“그럼 바깥에 나갔나 보죠. 저번에 아침 일찍 밖에서 명상을 하던 걸 봤어요.” 짐은 그거라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요. 일찍 일어나느라 나가면서 알람 끄는 걸 깜빡 했나봐요. 스팍이 평소에 알람을 쓰진 않았을 것 같거든요.”


“그래… 그런가 보다. 그런 거라면 내가 굳이 공항 갈 시간에 챙겨주지 않아도 스팍이 알아서 할 수 있는 거겠지.”


“그런 것 같아요.”


“그럼 아침식사 데우러 가야겠다. 준비되면 내려와. 스팍이 오는지 보고 있을게.”


“알았어요. 이따가 샤워하고 내려갈게요.”


“이미 옷 다 차려입었는걸?”


“어, 그게요. 엄마가 노크를 해서 어제 입었던 거 그대로 주워 입었거든요. 아직 잠이 덜 깼어요.”


“미안해. 천천히 내려와. 이따 보자.”


“네.”


엄마가 가고 문이 닫힌 후에야, 스팍이 알몸에다 앞에 옷 뭉치를 든 모습으로 상자 뒤에서 일어섰다.


“…당신은 성인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줄 필요가 있겠어.” 스팍은 목소리를 낮춘 채로 그렇게 말했다. “관계하는 상대를 어머니에게 숨겨야 할 이유는 없다고 봐.”


사실은 짐도 똑같은 생각을 한 참이었다. “이봐, 내가 허둥지둥하긴 했지만 내 잘못만은 아니라구. 네가 먼저 그랬잖아. 엄마가 올라오는 소릴 듣고 네가 갑자기 얼음이 돼서 나까지 놀랐다니까.”


“이런 상황에 처해본 적이 없었어.” 대답한 스팍은 주섬주섬 옷을 입기 시작했다.


“음… 사실 나도 그래.”


짐은 웃음을 지으면서도 스팍을 훔쳐보느라 바빴다. 나체를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난밤엔 어두워서 스팍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엄밀히 따지자면야, 나체를 보긴 봤다. 언제 봤느냐면 허리에 수건 한 장만 두른 모습에서 수건을 없앤 상상을 할 때였다고나 할까. 그 상상은 실제와 흡사했다. 다만 그 부분에 녹색 피의 영향이 뛰어날 거란 생각은 못 했달까… …좀 더 봐야 잘 알 것 같은데 아쉽게도 스팍이 금세 속옷을 입어버려서 스치듯 본 걸로 끝이었다.


“생각해보니까, 내가 왜 지레 겁을 먹었는지 알 것 같아. 여기 살았을 당시엔 나이가 나이다 보니까 이런 건 숨겨야 했거든. 음, 나이 문제라기보다는 덜 성숙했다고 해야 할까.”


“이해 가능한 이야기야.”


숨죽여 웃던 짐은 이내 멈출 수밖에 없었다. 스팍이 훌렁 셔츠를 뒤집어쓰더니 창가로 가서 밖을 내다봤기 때문이다.


“…뭐 해?”


“당신이 얘기한 대로 나가서 명상을 하고 있어야지.”


그렇게 말한 스팍은 단추를 눌러 창문을 활짝 열었다.


“당신의 어머니를 속일 필요는 없었더라도 이미 시작한 거짓말이니 그럴듯하게 알리바이를 만드는 편이 논리적이야. 이 높이라면 땅에 착지하는 소리가 크지는 않을 테니 마침 다행이군.”


그러고는 창틀을 넘어 나갔다.


뒷모습을 쳐다보다, 그만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가까스로 삼켰다. 금욕적인 벌칸인과 스타플릿의 함장이, 엄마 몰래 숨어 다니면서 섹스를 하고 있다니. 외출 금지를 당할까봐 겁먹은 십대 애들처럼… 제길, 정말이지 최고의 아침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스팍이 예약해놓은 셔틀 시간이 다가온다는 걸 떠올리기 전까지였다. 스타플릿에 연락하겠냐고 스팍에게 물어본다는 걸 깜빡했다. 더 끔찍한 건 스팍이 아무 말도 안 했다는 점이다.


 


샤워를 하고 내려왔을 때쯤, 스팍은 엄마와 함께 식탁에 앉아 며칠 전에 싸왔던 음식을 아침으로 먹고 있었다. 스팍이 창문에서 뛰어내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현관으로 향했을 걸 떠올리니 또 마구 웃고 싶어졌다. 당장에라도 스팍과 파토가 날까봐 불안하지만 않았으면 정말 그랬을 거다.


짐과 엄마가 간간히 대화를 나누는 동안 스팍은 다시 ‘음소거’ 모드로 들어갔다. 이젠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스팍은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짐 역시 엄마와 그동안의 여행 얘기, 스팍의 새로운 직장, 애틀랜타의 날씨 따위의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한켠으론 스팍과 같이 열심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스팍은 이런저런 말은 않고 가끔씩 고개만 끄덕이면서 식사를 했다. 적어도 오늘은 스팍이 잘 먹고 있으니 좋은 의미라고 봐야 할까.


하지만 그렇다고, 불과 이틀 전 정해져 있던 스팍의 일정에 대해서 한 마디 꺼내는 게 힘들었다. 지난밤에 그런 일이 있었다 해도, 또 모를 일이다. 어쩌면 스팍에게는 원나잇인 걸로 끝 아닐까. 스팍은 단 하룻밤, 터져나오는 감정을 풀어놓고 해소할 수 있는 자유의 시간이 필요했던 거다. 거기까지라면 짐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던 거다. 곰곰이 되짚어보면 스타플릿과 어느 부분 연관이 있기도 한 듯 보이는데 여전히 알 수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스팍에 대해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스팍은 무슨 생각인지, 지금 자신과 그는 무슨 상황인 건지… 간밤에 스팍은 그렇게 말했다. 헤어지고 싶지 않다고…


스팍이 진지한 관계를 원하는 거라면 솔직히 짐으로서는 그런 분야에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스팍이 좋았고, 친구 이상의 많은 걸 바라서 관계를 엉망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둘 사이는 그저 친구일 뿐인데, 스팍이 우정과 사랑의 경계를 잘 몰라서 그런 걸지도… 짐으로 말할 것 같으면 아무래도 좋았다. 섹스는 좋았다. 스팍과 함께였으니 당연히 좋지 않을 리가 있나. 하지만 살면서 한 번 뿐인 위대한 우정을 버려가면서까지 재미를 얻어야 하는 건가 자문하면 할 말이 없었다. 식사 내내 스팍은 뭘 원하는 걸까, 의도가 뭘까 고민하고 있자니 체할 것 같았다. 그렇게 걱정이라도 하고 있으니 머릿속에 잡생각이 들 틈이 없는 건 좋았다. 예를 들면 — 자신의 허벅지에 얹힌 저 긴 손가락의 느낌과 머리카락의 촉감, 스팍의 입술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그러니까, 잡생각이 많이는 들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던 차에, 엄마가 타이밍도 좋게 스팍에게 백만 크레딧짜리 질문을 던졌다.


“준비는 진작에 다 마쳤지? 금요일 아침이니까, 혹시 차가 밀릴지도 모르니 일찍 데려다 줄게.”


진작 식사를 마친 스팍은 얌전히 앞에 모아쥔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하는 게 논리적인 행동이겠죠.”


스팍은 그렇게 말했다가, 약간 뜸을 들였다.


“…원래 계획대로 애틀랜타에 갈 예정이라면 그렇겠지만, 오늘은 셔틀을 탈 일이 없을 겁니다.”


짐은 그제야, 아침식사 내내 자신도 모르게 참고 있던 숨을 놓을 수 있었다. 엄마는 놀라서 물었다.


“안 가려고?”


“당일이 되어서야 일정을 변경해서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며칠 더 머무는 것을 허락해 주신다면 짐과 좀 더 의논을 해보려고 합니다.”


“그럼. 나야 당연히 괜찮지…”


엄마의 아리송한 얼굴이 짐에게로 향했고, 짐은 슬그머니 눈을 돌려 창 밖에 시선을 고정했다.


“뭔가 잘못된 거니?”


“걸리는 일이 있어 그 문제에 상의를 더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어찌되었건 스팍이 여기 있을 테니 상의란 걸 하면 될 일이다. 짐은 마음이 놓여서 스팍에게 환하게 웃어주었다. “전부 괜찮을 거야.”


엄마가 궁금한 눈으로 둘을 번갈아 쳐다봤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스팍, 계획이 바뀌었다면 고용주에게 통보를 하는 편이 좋을 거야. 널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예. 식사 후에 바로 셔틀 예약도 취소하려고 했습니다.”


스팍은 실행에 옮기러 가겠다며 먼저 일어나 그릇을 식기세척기로 가져갔다.


짐도 따라서 일어났다. “그동안 난 본즈에게 연락해서 일정이 바뀌었다고 알릴게.”


“그래.”


식탁에서 등을 돌려 엄마의 눈이 닿지 않는 각도가 되자 스팍과 눈이 마주쳤다. 둘은 말 대신 서로 눈빛으로 의견을 맞추었다. 이제 이것만 해결하고 나면…


그렇지만 주방을 벗어나려는 찰나 엄마가 팔을 잡았다. “짐. 무슨 일이니?”


그는 고개만 저었다. “제가 얘기할 일은 아니에요.” 그 중 반은 자신에게 책임이 있대도 말이다.


당연하게도 본즈는 다르게 받아들였다. 방에서 단말기로 연결이 된 본즈는 화면 너머에서 한숨을 쉬었다.


“그래, 짐. 이번엔 무슨 짓을 했어?”


“왜 내가 무슨 일을 했다고 생각해?”


“그거야 네가 항상 무슨 일을 저지르잖아. 남의 삶에 멋대로 들어가서 네 옆으로 끌어들이지 않나 ― 커다란 자석 덩어리도 아니고 문제나 덕지덕지 붙게 만들고 말이야. 물론 대게는 결과가 좋은 문제이긴 하지만. 여튼 대충 넘길 생각 마. 스팍이 드디어 자립을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선택을 검토해 본다’면서 일정을 미뤘다고? 네 주변에 있으면 일어나는 일이 바로 이런 식이란 말이야.”


순진하게 웃어보이는 짐이었다. “그건 그렇네.”


본즈는 질렸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이번에도 침대까지 끌어들인 건 아닌가 몰라.”


“헤에.” 역시 본즈다.


그런데 본즈는 다른 대답을 예상했던 모양이었다. “…짐, 왜 아니라고 안 하는 거냐.”


…이제 와서 부정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 이상에야 돌려 말할 그럴싸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본즈는 그의 친구이기도 했고. 해서 입을 다물고 조금은 우스운 기분으로, 그냥 지켜보는 편을 택했다. 그러는 동안 의사 친구의 눈은 점점 더 휑뎅그렁하게 커졌고 말이다.


“맙소사! 짐!” 본즈는 기겁을 해서 외쳤다. “벌칸을 유혹했단 말이야?”


“으음, 사실 그 반대인데.”


“제정신이야?!”


스팍이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하는 편이 맞겠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저기, 본즈 — 나도 그것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 솔직히. 하지만 나 때문에 뭔가 일이 틀어진 거라면 어떻게든 내가 책임져. 그냥 손 놓지는 않을 거야. 스팍이 정착할 곳을 찾기 전에는 절대 내버려두고 가지 않을 거니까. 처음부터 줄곧 그러려고 했다는 거 알잖아.”


“그래, 알지. 알아.”


본즈는 나름 충격적인 소식에서 조금 회복했다.


“네가 고의로 일을 망치려 들 놈도 아니고. 일이 그르치더라도 항상 끝은 좋게 맺잖냐.”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 해서, 스팍이 오후 늦게나 내일에라도 그쪽으로 날아가면 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주말동안 스팍한테 지낼 곳을 물색해 주고 근처 구경을 시켜주려는 게 원래 내 계획이었어.” 본즈는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 “난 항상 열려 있으니 걱정 마.”


“고마워.”


“연락만 해둬.” 대답한 본즈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정말, 어떻게 혼자 거기까지 간 거냐?”


“나도 모르겠어. 나중에 가서 괜한 짓을 했다고 후회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지금은 그 생각뿐이야. 솔직히 즐길 수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짐은 조금 망설였다. 어쩌면 본즈의 지혜를 빌릴 수 있지 않을까… 이번 문제에 관해. 자신의 고민에 관해. 본즈는 그의 주치의니까. 아카데미에서 외과의로서 뿐만 아니라 상담도 익혔다.[^1] 그러나 이건 스팍의 사적인 문제다. 어찌됐건 스스로 해결 봐야 할 일인 것 같다. 감정적 문제들에 직면해 있던 스팍은 짐에게 기대 서투르게 속내를 살짝 열어보였다. 스팍은 그저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필요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스팍을 기다려야 했다.


실제로 시간적인 면에서도, 스팍이 스팍대로 그쪽의 약속을 취소하기까지 기다려야 했다. 다행히 엄마는 두 사람 모두 생각할 시간을 갖도록 혼자 두는 게 좋겠다고 눈치를 챈 듯 했고, 그래서 스팍은 위층에, 짐은 식탁에 그대로 앉은 채 생각을 비웠다. 스팍의 생각을 다 듣기도 전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 힘껏 고민해 봐야 소용없었다. 어차피 전전긍긍 해봐야 부정적인 상상들이 실제가 될 확률은 적었으니까.


기다림 끝에 스팍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그는 옆으로 와서 잠깐 망설이다가, 식탁 맞은편에 앉았다. 둘은 할 말을 찾지 못해 서로를 바라만 봤다. 마침내 먼저 반응을 보인 쪽은 짐이었다. 그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먼저 의자에서 일어났다.


“잠시 걸을까?”


스팍은 그러자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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