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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k] 중력을 거스르다 │ Fighting Gravity - 19 : 결심 본문

Star Trek_장편/중력을 거스르다

[Spirk] 중력을 거스르다 │ Fighting Gravity - 19 : 결심

topsecretum 기밀선녀 2016.08.12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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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화, 아쉽게도




시간은 금방 흘렀다. 이미 오전의 대부분을 침대에서 허비한데다, 체스를 두고 난 후 스팍이 괜찮다면 해가 있을 때 그 협곡을 보고 싶다고 해서 밖으로 나섰다. 괜찮지 않을 리 없었다. 나름 개인적인 원한이 섞인 장소긴 했지만 확실히 밝을 때 보는 협곡은 장관이었다. 그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또다시 과속으로 달리던 그에게 스팍이 계속 길 따라 달리자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그도 짐처럼 스피드를 즐기게 된 거려나…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 지도 모르고.


달리는 차는 곧 아무것도 없는 벌판으로 들어섰다. 덜 자란 옥수수와 콩밭 속에서 풍경을 바라보는 스팍은 말이 별로 없었다. 짐은 이 이상 그를 닦달하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라디오를 켰다. 갑작스런 소음에 스팍은 놀란 것 같았다. 그 다음에는 한동안 서로 맞는 장르의 음악을 고르느라 시간을 보냈다. 스팍이 가사 없는 일렉트로닉 장르를 들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면 그럴 법 한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오래된 농장 너머, 낡은 풍력발전기 터빈이 자아내는 소리를 들으면서 편안한 침묵 속에 싸였다. 특별히 한 건 아무것도 없었건만 차를 세우고 라디오를 껐을 때쯤엔 조금 아쉬워지는 기분마저 들었다.


스팍과 단둘이 있게 해줘서 엄마에게 고마웠다. 그렇지만 엄마가 내심 종일 집에만 있는 것보다 어딘가 가는 편을 기대한다는 걸 알았다. 스팍과 좀 더 대화를 나누고 나서 괜찮다는 걸 확인한 후,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저녁에 다같이 디모인으로 가자고 제안하자 엄마는 예상대로 무척 기뻐했다.


디모인 시내가 멀지 않은 곳에 있기도 하고, 리버사이드나 수시티에서보다야  밤에 즐길 유흥거리가 많은 곳이라 그곳으로 낙점이었다. 스팍은 애틀랜타에서 마지막 날 근사한 저녁식사를 하고 왔으니 이번에는 아무래도 좋다고 말하긴 했지만, 안 될 말이었다. 다만 짐은 식탁 위에 꽃은 부담스럽고 편한 차림으로 있어도 상관없는 곳으로 가자고 의견을 내놓았고, 엄마는 딱 맞는 데를 한 군데 안다며 길을 안내했다. 엄마는 시내로 자주 나왔는지 익숙했다. 마침내 도착한 곳은 옥외테이블이 있는 아늑한 식당으로 정말로 오늘 같은 저녁에 안성맞춤이었다.


다같이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었던 터라, 저녁식사는 일찍 하기로 했다. 다양한 채식 요리가 있는데도 이번에도 역시 스팍은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짐이 계산을 하기로 해서, 얻어먹는 게 불편한 걸까. 그렇게라도 생각하고 싶었다. 스팍은 손님이니 제외하고, 엄마 집에 온 후로 줄곧 얻어먹기만 했으니 짐이 값을 내는 게 도리였다. 이런 식으로 혼자만의 자잘한 걱정으로 바삐 정신을 돌렸다. 스팍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짐에게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피차 근사한 저녁을 망치고 싶지 않았기에 누구도 드러내놓고 기색을 비치지 않으려 했다. 대화는 대부분 짐과 엄마 사이에서 오갔다. 엄마는 두 사람과 함께 도외지로 나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데 눈에 띄게 즐거워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도 아직 밖은 밝았다. 집에 돌아가기 아쉬운 시각이라 주변 구경도 할 겸 걷기로 했다. 거리에는 술집이며 음식점이 많기도 했다. 여닫히는 문틈 사이로 음악이 흘러나왔다. 온갖 자잘한 장식물과 신기한 물건으로 가득한 구멍가게, 한 세기도 더 전에 유행했을 것 같은 옷 따위를 파는 가게 등등. 옷가게를 가리키며 스팍에게 그렇게 말하니 옆에서 엄마는 웃음을 터뜨리면서 대도시에서는 유행이 자주 바뀐다는 등의 말을 했다. 생각해 보면 스팍의 말이 맞았다. 엄마는 정말로 리버사이드에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더 활기차고 재미있는 곳이 엄마한테 훨씬 잘 어울릴 것이다.


한편 짐이 어울리는 곳으로 말할 것 같으면 ― 지나가던 술집 안,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무언가를 보고는 얼마 전의 대화가 머릿속에 퐁 떠올랐다.


“참, 엄마. 벌칸이 당구하는 거 본 적 있냐고 물었던 거 기억나요?”


“오, 그럼. 기억나지.”


짐은 한쪽 눈썹을 들어올린 스팍을 향해 빙그레 웃었다. “구경해 볼래요?”


단골들이 몰리기엔 아직 이른 시각이라 술집 안은 조용했다. 그들은 괜찮은 자리를 골라 앉았다. 짐은 맥주를 받아와 엄마에게 한 잔을 건네고, 스팍을 도와 마저 당구대 위를 정렬했다. “내가 큐대를 잡아볼 수나 있으려나?”


“물론.” 스팍은 이상한 질문을 한다는 듯 대답했다. “선제권을 가져가도 좋아.”


“당연하지. 그렇지 않음 공을 쳐보지도 못 할 테니까.” 짐은 당구대 반대편으로 돌아 나가면서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엄마는 이런 거 안 하죠?”


“한두 번 해보긴 했지만, 이번엔 빠져서 구경해야 할 것 같네.”


“두고 보세요. 제가 곧 그렇게 될 테니까.” 비뚜름하게 웃어보이는 짐이었다. “체스 경기에 맞선 스팍의 복수라고 해 두죠.”


시작과 동시에 완패할 줄 알았더니, 예상이 조금 비껴나갔다. 스팍이 잡은 큐대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썼던 것과 무게가 좀 달랐고 또 그간 당구를 안 해서 두어 번 헛발을 낸 덕에, 짐도 몇 번 공격권을 잡을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스팍은 빠르게 적응해 다음 판에서는 당구대를 독차지하다시피 했다. 엄마가 무척 인상을 받은 듯 보여서 큐대를 건네주었지만 엄마는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주변에서 몇몇이 와서 구경은 했는데 아무도 감히 도전하지 못했다. 곧 짐은 트릭 샷을 위한 세팅을 하기 시작했다. 혼자 묘기를 부리며 박수를 받는 걸로도 스팍은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았다.


얼마 지나니 구경꾼이 더 몰려들었다. 더러는 도전장을 내민 사람도 몇 있었다. 게중 한 남자는 꽤 했지만 역시 스팍에게는 당해내지 못했다. 짐도 짐대로 옆 테이블에서 꽤나 선전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광은 스팍이 차지했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짐으로서는 좋은 일이었다. 그는 스팍이 얼마나 대단한지 눈에 꼭꼭 담아두었다. 앞으로 스팍의 이런 모습을 아주 오랫동안, 정말 오랫동안 보지 못할 테니까. 긴장 풀고 늘어져서 맥주를 더 하고 싶었지만 이미 엄마에게 몇 잔 가져다줘서 엄마가 운전대를 잡을 순 없고, 스팍더러 집까지 운전하라고 시키는 건 안 될 말이니 적당한 선에서 멈추고 스팍이 도전자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드는 광경을 구경했다. 스팍이 자신을 깔아뭉개줄 때보다 남이 당하는 꼴을 보는 편이 더 재미있기도 했다.


내일 이른 아침에 스팍이 셔틀 예약을 해두었기 때문에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해질 즈음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진짜 밤이 시작되기 전에 돌아가야 했지만 그래도 엄마는 분위기가 무척 좋았다.


“좀 더 이렇게 나와서 놀면 좋을 텐데. 이게 마지막이라니.”


주차한 곳으로 돌아가는 동안 무척 아쉬워하는 엄마에게 짐이 달래주었다.


“뭐, 전 가끔 올 테니까 걱정 마요. 다음번엔 좀 더 재밌는 데로 가 봐요.”


“그럼 엄마도 환영이야.” 엄마는 고개를 들어 스팍을 봤다. “오늘 지나가는 여자들이 다들 날 부러워했을 걸. 나 같은 아줌마가 이렇게 잘 생긴 총각 두 명을 옆에 끼고 있으니 말이야…”


짐은 빙그레 웃었다. “엄마는 그렇게 늙지도 않았어요. 아마 막내동생이랑 큰누나인가보다, 생각하겠죠.” 나이가 나이인 만큼 눈가에 주름도 지고, 머리가 듬성듬성 하얗게 새어갔지만 그래도 금발인 엄마는 흰머리가 눈에 띄는 편이 아니었다. “이제 스팍이 없으니 오늘처럼은 아닐 걸요. 오늘 얼굴마담은 스팍이 다 했으니까.”


스팍이 무슨 말이냐는 얼굴을 해서 괜히 장난기가 들었다.


“에이, 모른 척 하기야? 널 훑어보는 눈길들이 얼마나 따가웠다고.”


“내게 향하는 눈길을 인지하기는 했지만, 그건 내 매력에서 기인했다기보다 당구를 치는 솜씨가 비범했고 또 귀가 뾰족하기도 해서 눈길을 끈 거겠지. 지구의 기준에서 보면 나보다는 당신이 더 외모적으로 호감이 가는 개체라고 생각해.”


짐은 숨기지 않고 놀란 표정을 했다. 스스로가 적어도 어느 정도 수준은 된다고 알고야 있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어렸을 때 그렇게 대시를 받을 리도, 대시를 해서 성공할 리도 없었을 테니까. 그런데 스팍한테서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와우. 진짜로?”


“겸손해하지 않아도 돼, 짐. 요즘 들어 정말 네 아빠와 닮아 보인단다.” 엄마가 옆에서 다정하게 웃으면서, 그를 꼭 안았다. “네 아빠가 지금 너의 모습을 봤으면 얼마나 좋을까. 널 무척 자랑스러워했을 거야.”


짐은 뭐라 말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런 말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고,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그냥 엄마의 어깨를 감고 꼭 안아주었다. 엄마는 칭찬의 의미로 그 말을 했을 테고, 그렇게 이해해주길 바랐을 거다. 엄마의 너머로 보이는 스팍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어딘지 쓸쓸해 보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스팍은 여전히 조용하기만 했다. 말을 걸지 않는 이상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짐과 엄마가 앞좌석에 앉고 스팍 혼자 뒤에 앉아 있으니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이따금씩 백미러로 뒤를 볼 때마다 스팍은 왠지 심각해 보였다. …원래 스팍이 심각한 인물이지만 평소보다 더했다는 뜻이다. 그나마 옆에 말 나눌 엄마가 있으니 다행이었다.


집에 도착하고 나서도 스팍이 너무 조용해서 신경이 쓰였다. 한편 엄마는 내일 일찍 셔틀을 타야 해서 더 같이 있을 수 없는 게 아쉽다며 종알종알 얘기를 잘 했다. 스팍은 여전하게도 입을 꼭 다물고 있다가, 그 주제가 나오자마자 돌연 먼저 씻으러 가겠다면서 양해를 구하고 올라가 버렸다. 평소의 스팍답지 않다는 거, 그건 분명했다. 스팍에게도 우울해질 만한 이유가 있다지만 스팍은, 스팍이다. 벌칸이었다. 뭐, 벌칸들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건 당연히 알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감정을 드러낸다는 뜻은 아닐 뿐. 그러니 당연히 감정을 유발하게 만드는 것도 좋아할 리 없었다. 스팍을 찔러보는 상상도 해봤다. 그렇게라도 하면 스팍이 못이기는 척 털어놓지 않을까. 반대로 스팍의 성질을 건드릴 수도 있고 말이다. 성질을 건드려서 스팍이 여기서 떠나길 원하는 거라면, 그럼 씁쓸하지만 문제 해결이다. 그게 아니라면 짐으로서는 백 퍼센트 확신하지 못했다. 단지 짐작만 있을 뿐. 하지만 정말로 스팍에게 원망을 받기는 원치 않았으므로 짐은 좀 더 외교적인 접근을 취하기로 했다.


샘의 방문에 노크하자, 스팍이 욕실에서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문을 여니 스팍은 이미 잘 준비를 마치고, 그간 입은 옷들을 개키는 중이었다. 침대 옆에 기대어놓은 그의 배낭이 열려 있었다. 빼죽 끄트머리가 보이는 악기 케이스와 함께, 그 아무렇게나 생긴 펭귄 인형도 들어가 있었다. 그걸 보니 조금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려다보는 스팍을 보고 웃음을 가라앉혔다. 자신이 진지하단 걸 스팍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고맙단 말을 하고 싶었어. 나랑 같이 아이오와에 와줘서. 면접 때문에 어수선할 텐데 더 나랑 있어줘서, 나 솔직히 정말 고마웠어.”


말하는 동안 다시 입가에 웃음이 묻어나왔다.


“최근에 리버사이드에서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낸 건 이번이 처음이야. 어… 예전엔 만취할 때까지 술 마시고 아무하고나 만나서 놀고, 싸움 벌이고 하는 걸 즐거움으로 알았지만. 그 후로는 뭐. 그랬으니까.”


“그렇다면 다행이군.” 스팍은 대답하면서 가지런히 갠 옷가지를 배낭 안에 넣었다.


“사실 공항에서 너와 마주친 후로 줄곧 이렇게 좋은 만남이 될 줄은 몰랐어. 네가 운명이란 걸 답지 않게 생각하는 건 알지만, 솔직히 난 말이지. 기대는 하면서도 너와 내가 친구가 된다는 게 이 세계에서만큼은 일어나지 않을 법한 거라고 생각했었거든. 그런데 널 알고 나니까… 음… 뭐라 할까.”


그는 멋쩍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벌칸보다야 감정적인 인간이라지만, 그런 그도 감정에 대해 쏟아놓은 데는 어색했다.


“우리가 잘 지낼 수 있단 걸 알 기회는 있었으니까, 감사하게 생각해.”


“나 역시.”


스팍의 대답은 짤막했다. 할 말이 그것뿐이냐는 야속함이 들 뻔 했다. 자신은 이만큼 속내를 드러냈는데, 스팍은 겨우…


스팍은 벌칸이었다. 이게 스팍의 최선인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그냥, 알아뒀으면 해서… 혹시나 무슨 문제가 있거나, 지구에서 사는 데 궁금한 점이 있다면, 아니면 그냥 나와 얘기하고 싶다거나 하면, 바로 연락해줘. 엔터프라이즈에서 바쁘게 지내긴 하지만 시간은 있으니까. 어떻게 지내는지 듣고 싶어. 그리고 뭔가 일이 잘못되면 나한테 곧장 알리는 게 좋을 거야.”


그러면서 스팍에게 씩 웃어주었다.


“여태껏 고생해서 널 데려다가 있을 곳을 찾아줬는데, 누가 와서 그걸 엎어놓으려고 하면 당연히 열받을 거라고. 그러니까 혹시라도 종족차별같은 거 하는 병신들이 있거나 하면, 나한테 연락만 해. 내가 처리해 줄게.”


“나는 당신이 함장으로서 임무를 다하는 동안 방해하고 싶지 않아.” 스팍은 그제야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봤다. “그러나 당신이 내가 얘기하지 않는 근황을 다른 식으로 알아내려 한다면 오히려 더 임무에 차질을 빚을 테고, 그렇게 더욱 큰 문제로 커지게 되겠지.”


“이제야 말이 통하네.”


좀 더 환하게 웃는 짐이었지만, 반면 스팍은 조금도 안정되지 못한 모습이었다. 말 없는 그에게, 직감을 따라 물어보기로 했다.


“스팍, 혹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날 믿어도 좋아. 약속할게. 비웃는다거나, 널 얕잡아본다거나… 하지 않을 거야. 감정적인 이야기라고 해도, 난―”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스팍은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맺지 못한 말을 입 안으로 삼킨 채 왜 그러느냐고 물으려던 참에,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가 뒤늦게야 그의 귀에 닿았다. 밖을 보니 엄마가 문가로 오고 있었다.


“저녁 먹은 지 꽤 됐는데, 자기 전에 뭐 좀 먹으려니?”


“좋죠.” 돌아다보니 스팍은 고개를 저었다. “엄마랑 저뿐인 것 같네요.”


“그래, 나도 곧 자야지. 그럼, 잘 자렴, 스팍. 아침에 배웅해 줄게.”


“감사합니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커크 부인.”


엄마가 위층으로 올라오지 않았다면 스팍은 뭐라고 했을까. 뭐라고 말을 하기는 했을까? 짐은 밤참을 먹고 난 후에 다시 가서 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도로 위층에 올라갔을 땐 이미 스팍의 방문이 닫힌 후였다. 방문 아래로 새어나오는 불빛이 없는 걸로 보아 잠자리에 든 모양이었다. 스팍이 전날 밤은 거의 지새우다시피 했으니 새삼스러울 일은 아니었다. 그게 자신의 책임이었으니 스팍을 깨울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아침을 기약하자,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알람을 맞춰놓았다.


어둠 속에서 막 잠에 들려고 할 때였다. 방문에서 희미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조금 멍한 기분으로 일어나 앉았다. 누가 찾아온 걸까 싶었다. 다들 자고 있을 시각일 텐데… 그런데도 방문을 열어본 짐은 그렇게까지 놀랍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찾아온 사람은 스팍이었다.


“…어…스팍. 어쩐 일이야?"


“들어가도 될까?”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스팍이 속닥였다.


“그럼. 물론이지…”


짐은 한 발 뒤로 비켜 스팍이 들어오게 했다. 어두웠지만 스팍의 표정 정도는 읽을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표정이 부족한 얼굴이라고 해야 할까. 처음엔, 표정이라곤 없이 완벽하게 읽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이상한 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눈빛? 글쎄. 안으로 들어온 스팍은 뒤돌아 그를 향해 섰다. 그 때 확실히 알았다. 스팍은 그의 눈을 피하고 있었다.






이 다음 부분은 여기서 이어서 읽으실 수 있어요.

20화, 용기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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