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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k] 중력을 거스르다 │ Fighting Gravity - 18 : 아쉽게도 (2/2)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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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k] 중력을 거스르다 │ Fighting Gravity - 18 : 아쉽게도 (2/2)

topsecretum 기밀선녀 2016.07.24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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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화, 아쉽게도 (1/2)






엄마가 한 얘기들,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스팍에게 한 마디 듣지 않고서도, 엄마가 보고 생각한 것들이 자신의 생각과 일치했다는 건… 의미가 훨씬 커졌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난 후에도 스팍이 오지 않아서 짐은 방으로 다시 올라갔다. 엄마가 생각하는 바와 자신이 생각하는 바가 같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가치는 있었다. 짐은 주소록을 열었다. 이런 그의 생각에 동의해줄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오랜만일세.”


스팍 대사는 짐에게 늘 보여주는 예의 그 금방이라도 미소를 흘릴 것 같은 표정으로 맞아주었다.


“그간 소식이 없더군. 그… 카라멜 팝콘이었던가? 그것을 섭취한 사건 이후로.”


‘카라멜 팝콘’이라고 신중하게 발음하는 스팍 대사 때문에 짐은 웃고 말았다.


“그렇네요. 미안해요. 전부 잘 됐다고 소식이라도 전해야 했던 건데. 이곳의 당신은 잘 지내요.”


“그렇다면 다행이군.”


“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어서, 벌써 그 때가 한참 전 일인 것 같네요. 그러고 보니까 좋은 소식이 몇 가지 있어요.”


그렇게 그간 있던 일을 말하다 보니 이곳의 스팍이 구직 전선에 뛰어들었으며 이제 게중 한 곳에 채용되어서, 곧 안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까지 전부 전해주었다. 스팍 대사는 만족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짐의 입장에서는 좋은 소식이긴 하더라도 최고의 소식은 못 됐다. 스팍 대사와 처음 만났을 때, 맨 처음 들은 말이 평생의 친구 운운하는 내용이었으니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못해 면목이 없었다.


“이제 곧 스팍이 떠난다고 생각하니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스팍이 취해서 고백하는 걸 들어버리고 나니까… 그에 상응하는 뭔가가 실제로 있어야 옳은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서…”


“취해서 고백을?”


“그 카라멜 팝콘 먹은 후에요. 집으로 데리고 돌아와서 잠들 때까지 제가 돌보고 있었어요. 기분이 완전 풀어져서 웃기도 하고 그랬다니까요.”


그래서 입을 맞추고 싶었다는 부분은 꺼내지 않는 편이 좋겠지 싶었다.


“건 그렇고, 당신 취하니까 진짜 귀엽던걸요. 그거 알아요?”


그러자 예의 그 한쪽 눈썹을 올린 표정이 돌아왔다. “내가 알 도리가 없지.”


“이제는 알았네요?” 짐은 빙그레 웃어보였다. “아무튼, 정말 예상 밖의 일이었어요. 웃고, 말도 잘 하고, 또… 제 손을 잡더니 그간 여러 모로 도와줘서 고맙다고 그러더라고요. 저를 정말로…뭐랄까, 친구처럼 대해줬어요. 당신이 우리는 가까운 친구가 될 거라고 했던 거 있죠. 사실 당신이랑 저 둘은 사이가 좋아도 여기의 스팍이라면 글쎄, 확신이 안 섰는데, 그 때 처음으로 우리 사이에 뭔가가 있구나 하고 실감이 들었어요.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이해하시겠죠?”


“물론.”


스팍 대사의 눈빛이 먼 곳을 보듯 아련해졌다. 그리운 예전을 떠올리듯…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었다.


“전진이 있었다니 기쁘군.”


“딱히 전진이라고 할 수 없어서 아쉽죠. 취해 있었잖아요. 당신은 그런 거에 경험이 많지 않겠지만, 전 잘 알아요. 술에 취하면 진심이 아녀도 할 말 못할 말 다 나올 수 있거든요. 완전히 취해 있을 때 하는 말은 별로 믿을 게 못 돼요.”


“술 취한 지구인과 접해본 경우가 있어서 자네 말에 동의하는 바나, 그렇다 해도 나는 전진이라고 보네.”


“그럼 이 부분도 마음에 들 거예요. 스팍이 지원한 데는 전부 남부에 있는데, 직접 회사로 가지 않고 영상 면접을 하기로 했어요. 그렇게 해서 남은 시간에 저랑 아이오와로 같이 오려구요. 어제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저에게 맞춰주려고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오고 싶었던 거래요. 그래서 여기 같이 와 있는데, 저와 헤어지고 싶지 않나봐요. 우리가 친구라고도 했고요. 정신 완전히 말짱할 때.”


“그렇다면 자네 생각대로, 진전이로군. 그런데 자네는 기뻐 보이지 않는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표정에서 웃음이 가신 지 오래였다.


“스팍이 내일 아침에 떠날 예정이에요. 안 갔으면 좋겠어요. 스팍은 자기도 원하지 않는다고 했으면서, 그런데도 가려고 하잖아요.”


“원하지 않는데도 떠나려 한다는 건 비논리적일 수 있지. 자신이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동안 억지를 부리지 않으려고 애썼거든요. 근데 어젯밤에 같이 스타플릿으로 돌아가자고 했어요. 스팍은 가지 않겠다고 했고. 물론 그건 자기 선택이죠. 하지만… 이건 뭔가 아닌 것 같아요.”


짐은 솔직하게 직접적으로 털어놓자고 마음먹었다. 스팍은 이해할 것이다.


“당신이 계속 들려줬던 그 둘도 없을 우정을 조금이나마 경험한 것 같은데, 시작도 하기 전에 헤어져야 한다뇨. 제가 얻을 수 있는 건 여기까지 뿐인 걸까요?”


“짐. 자네가 그와의 사이에서, 나와 내 세계의 짐 커크와 비슷한 연대를 맺은 것이라면 내 말을 명심하게. 자네를 십분 이해해. 헤어지는 것이 서로에게 힘든 일일 수 있어. 근래에 내게 상실감이 크게 다가왔지만 자네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은 시름을 덜 수 있었지.”


“저도요. 이제 머잖아 당신한테 연락 많이 하게 될 것 같아요.” 짐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기분 상하게 하려는 말은 아니지만요. 여기 스팍과 당신은 다르잖아요.”


“물론 다르지. 허나 자네의 상황은 어떻게든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기억하게. 자네들은 둘 모두 건강하게 살아있지 않은가.” 스팍 대사가 조용한 목소리로 달랬다. “그가 지구에 남아있을 테니, 자네가 엔터프라이즈를 타고 떠난다 해도 언젠가는 돌아와서 만나게 되지 않겠나.”


“그렇지만… 5년은 너무 길어요.”


“인간이라면 그렇겠지만, 벌칸에게는 아니야. 자네가 없는 동안에도 그는 자네를 잊지 않을 거야. 자네 역시 그럴 거라고 믿네.”


“물론이죠. 하지만 그래도요.”


“5년이 긴 시간이라 하면 그동안 그가 스타플릿으로의 복귀를 고려해볼 시간 역시 충분하다는 뜻도 되겠지.”


스팍 대사는 거기까지 말하고 다시 그를 달래주었다.


“그렇게 오래 기다릴 일이 아닐 지도 모르네. 5년을 채우기 전에 그가 마음을 바꿔서 복귀를 원한다고 연락해 올 수도 있는 일이지.”


“그렇지만 스팍이 왜 스타플릿에 돌아오려 하지 않는 건지 아예 이유를 모르니까, 절대 마음을 바꾸지 않을 수도 있죠.”


스팍이 행간에 머뭇거린 게 뭔가 이질감이 들었는데, 딱히 무어라고 짚을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


“당신은 이유를 알아요? 어째서 나중에 스팍이 마음을 바꿀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그의 입장이었다면 마음을 돌려서 친구와 함께하려 했을 것이네.”


“물론 그렇겠죠.”


짐은 어쩐지 조금 비참한 기분마저 들었다. 하루하루 스팍에게서 멀어지는 기분이었고, 이대로 머잖아 스팍 대사가 그렇게도 귀하게 여겼던 두 사람의 우정을, 그 안의 특별한 무언가를 놓쳐버리고 말 거다.


“뭐예요, 스팍 대사님. 당신이 과학장교 자리를 원하는 줄은 몰랐는걸요. 당신이라면 자격이 충분해요. 술루도 다시 조종석만 신경 쓰면 되니까 좋아할 거예요.”


그 말에 스팍 대사의 얼굴에 미소 비슷한 그 표정이 떠올랐다.


“내가 50년만 젊었어도 기쁘게 제안을 받아들였겠지. 나이가 나이이다 보니, 예전처럼 매일 미지의 세계와 마주할 만한 능력이 못 돼.”


“제가 옆에서 지켜준대도요?”


“미안하네, 짐. 현재 내 한계를 잘 알고 있다 보니 흔쾌히 승낙할 수가 없어. 그렇지 않더라도, 나 말고 다른 이를 위해 그 자리는 비워두어야지 않겠나.”


“그렇지만 과학 장교도 없이 우주 깊숙이 들어갈 순 없어요.” 짐은 머리를 긁적였다. “기회가 남아있을까요?”


“언제나 기회는 있는 법이지.”


“좋은 기회로요?”


기회가 얼마나 있겠냐고는 묻지 않았다. 스팍이라면 수치로 환산해서 대답해줄 테니까.


“그래, 짐. 좋은 기회로. 그리고 내 자네와의 대화가 즐겁긴 하나, 내일 헤어질 예정이라니 그만큼 이 시간을 그 쪽의 나와 귀하게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라네.”


“네. 근데 지금은 스팍이 잠깐 산책을 한다고 해서 밖에 있어요. 같이 가겠다니까 안 그래도 된대요. 지루할 거라나…”


생각난 김에 창밖을 내다봤다. 멀지 않은 곳, 스팍이 길가의 울타리 위에 앉아서 저 멀리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멀리는 안 갔어요. 그냥 혼자 있고 싶나 봐요.”


“그럴 지도.”


그렇게 말한 스팍 대사는 곧 짐을 달래 주었다.


“하지만 그가 정말로 혼자 있기를 원했더라도, 자네가 곁에 있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


“그럴까요?”


“말했듯, 언제나 좋은 기회는 있는 법이야. 내 추정으로는 ‘훌륭한’ 기회라고 본다네.”


짐도 가능성을 조금은 기대하고 있었다. 아침식사 자리에서 스팍은 왠지 불안해했고, 설사 같이 있어주겠다는 짐의 제안을 그가 거절하더라도 이해할 수 있었다. 스팍은 곁에 누가 있어주길 바란다고 말하는 유형의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알았어요. 시도해 볼게요. 고마워요.”


“그래. 원하면 어느 때고 연락하게.”


“그래요. 아까도 말했지만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스팍 대사의 말대로 ‘훌륭한 기회’가 맞다면, 혹시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다지 스팍 대사의 위로가 필요하지 않을 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두 스팍이 화해하기 전까지는 괜히 대사와 연락해봤자 여기 있는 스팍의 성질에 좋지 못할 것 같고.


“다음에 또 볼게요, 친우님.”


“그러세.”


스팍 대사가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넸고 짐도 따라했다. 엄마가 공항으로 마중나왔을 때 저 손동작과 함께 스팍에게 한 말이 무엇이었는지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일 스팍이 가기 전에는 물어보는 게 좋으려나.


어쨌든 문제의 그 스팍은 아직 이곳에 있었다. 짐은 단말기를 치우고 선글라스를 꺼내 썼다. 아직 햇빛을 직격으로 받아도 좋을 컨디션은 아니었다.


길을 따라 올라오는 모습에 스팍이 고개를 들어 쳐다봤다. 말은 없었다. 짐도 그랬다. 옆에 앉아서 함께 풍경을 바라봤다. …사실 무슨 말을 꺼내야 좋을지도 알 수 없었고. 간밤에 돌봐줘서 고맙다고 하면서 어색하게나마 대화를 하고 싶기도 했고, 거꾸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괜찮으니까 해보라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냥 풍경을 보고 있는 건지 생각을 하고 있던 건지 스팍이 여기 홀로 나와서 뭘 하고 있던 건지는 몰라도 그걸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스팍이 도로 눈길을 거둬 먼 곳을 보는 동안에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스팍 대사의 말이 옳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라도 기회는 있는 법이니 이걸로 스팍과 마지막이라며 청승을 떨 이유는 없다고.


마침내 침묵을 깬 쪽은 스팍이었다. “왜 날 따라서 나왔어?”


“내가 옆에 있다고 해서 싫어하지 않을 것 같아서.”


당연하지만 이게 스팍 대사의 독려였다는 부분은 생략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게다가 오늘이 내가 5년간 우주로 가기 전에 우리가 함께 있을 마지막 날이라면 그 시간을 더 잘 쓰고 싶어서.”


그리고 네가 풍경을 보려고 나온 건 아닌 것 같거든. 그냥 여기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너무 시간낭비 같았지만, 모순적이게도 다름 아닌 스팍이 그러고 있었으니까. 콕 집어 지적은 않기로 했다. 잠시 후 스팍이 물었다.


“머리는 아프지 않아?”


“조금. 별로 심하지는 않아.”


“햇볕이 강한데 여기 앉아있어도 괜찮겠어?”


“그닥. 이게 있잖아.”


짐은 선글라스를 톡톡 건드리며 웃었다. 아님, 스팍이 넌지시 돌려서 말하는 거 아닐까…


“혼자 있고 싶은 거면 그만 돌아갈게.”


“아니, 나는 괜찮아. 단지 불편하다면 실내로 들어가서 활동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


“됐어, 난 괜찮아. 그래도…” 엄마가 오늘은 둘이서 보내라고 격려해줬기도 하고, 문득 떠오른 게 있어 제안했다. “어제 체스를 제대로 못 끝냈잖아. 가기 전에 제대로 된 승리를 따낼 기회를 한 번 줘야 마땅하지 않겠어?”


“좋은 생각이야. 당신이 이제 알코올에 영향을 받지 않는 듯 하니, 도전을 받아들일게.”


“아무렴. 이젠 충분히 집중할 수 있어.”


어제까지만 해도 머리가 복잡해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지만 지난밤 스팍에게 털어놓은 걸로 마음의 짐을 많이 내려놓았고, 또 스팍 그리고 엄마와 얘기하면서 약간의 평화도 얻을 수 있었다.


놀라울 것도 없이 재경기에서는 짐이 승리했다. 물론 수월하지는 않았다. 스팍이 그의 전략에 능해졌거나, 아니면 이번엔 스팍이 대전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걸지도. 이따금씩 스팍의 움직임이 예측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어쩔 땐 완전히 변칙적인 모습도 보였다. 물론 아직 짐의 기술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짐은 비숍으로 외통수를 놓으면서 그에게 빙그레 웃었다.


“자, 내가 무슨 말을 할 지 알겠지?”


스팍은 체크메이트를 받은 판 위를 검토하면서 대답했다.


“당신이 무패의 기록을 남겼다는 것?”


짐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긴 하지만… 것보단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말이지… 앞으로 실력을 잘 갈고 닦아야 할 거야. 내가 돌아왔을 때 날 어디 놀래켜 주라구.”


“그래.” 스팍이 고개를 주억였다. “그러도록 할게.”


눈이 마주친 스팍은 금방이라도 웃어줄 것 같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스팍 대사가 자주 보여주곤 하던, 이제는 익숙해진 표정을 보면서 그는 기분을 좀먹는 우울함에 잠기기 전에 이 순간의 즐거움을 만끽하기로 했다.






「19화, 결심」에서 계속...



역자의 말


다음 챕터를 한 페이즈로 내고 싶어서 일정을 맞추다보니 이번 편을 좀 늦게 업데이트 했습니다ㅠㅠ

이래서 연재는 번역을 통짜로 마친 후에 해야

이야기의 3/4가 지나갔고 또 하나의 장편이 끝나가는군요. 슬슬 다음 번역을 준비하려고 계획중이고, 또 블로그 이전도 생각하고 있어요. 예전 글들도 하나씩 다듬고 있구요. 할 게 많은데 날씨는 덥고 시간은 빨리 가네요. 벌써 7월이 끝이라니!!

보시는 임들께서는 시원하게 지내고 계시길 바랍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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