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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k] 사로잡히다! │ Captured - 5 본문

Star Trek_중편

[Spirk] 사로잡히다! │ Captured - 5

topsecretum 기밀선녀 2016.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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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커크가 잠에서 깨었을 때 침대는 비어 있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당연하지만. 흥. 오히려 이쪽에서 환영이다. 귀찮게 뒤엉켜 있는 것 없이 홀로 침대에서 일어나니 얼마나 상쾌한지. 특히나 낯짝도 두껍게 절대 넣는 포지션을 양보하지 않는 벌칸이 안 보이니까 더 좋았다. 물론, 이거야말로 짐 커크가 원한 거였다.


“컴퓨터, 현재 스팍 부함장의 위치가 어디지?”


컴퓨터의 딱딱한 여성 목소리가 대답했다.


“스팍 부함장은 현재 기관실에 있습니다.”


누가 신경썼을까보냐. 단지 함선의 함장님으로서 자신의 일등항해사의 소재를 아는 게 당연할 뿐인 거다. 무슨 이유엔지 그는 거기서 더 나가 침대 옆의 콘솔 버튼을 쾅 내리쳐서 기관실로 연락했다.


“스콧입니다.”


“스카티, 옆에 스팍 있어?”


“네. 그런데요.”


“함장님?” 인터콤 너머로 스팍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내가 자는 동안 저기 가 있었단 말이지. 이 빌어먹을 나쁜 자식. 그러고도 진심으로 걱정된다는 듯한 목소리를 내다니 낯짝도 뻔뻔했다.


“오, 미스터 스팍. 무슨 일이 있을 리가 있나.”


커크는 최대한 달큰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냥 어디 있는 건지 궁금했을 뿐이야. 그치만 이런 이른 아침에 엔진실에 가 있다니 분명 무척 중요한 일인 거겠지? 너 말고는 적임자가 절대로 없을 테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굳이 네가 거기 가있겠어?”


“짐, 제가 확언드리건데―”


“뭐, 네가 누군가를 혼자 남겨두고 엔진실에 스카티랑 화기애애하게 떠들러 갔을 리가 없잖아? 그치? 그러니까 그 누군가가 깨어나서 네가 없다는 걸 알고 놀랄 일도 없을 테고. 그렇지 않았음 아마 그 사람은 일어나서 네가 잘 잤냐, 좋은 아침이다, 뭐 이런 말을 해주길 바랐을 거야. 혹은 일 있으니까 다음에 보자, 아님 뭐 아침식사라도 같이―


“함장님, 제가 사과할게요. 전적으로 제 잘못이니까 미스터 스팍에게 그렇게 소리 지르지 마세요. 이쪽에 사소한 문제가 조금 생겨서 함장님 숙소로 연락했는데 미스터 스팍이 그 거미 사고 때문에 확인 차 거기 있었다가 통신을 받았대요. 함장님은 자고 있다길래 미스터 스팍이 대신 여기 왔죠.”


커크는 눈을 깜박이다가, 모기만해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음. 그렇구나.”


“함장님의 벌칸 장교님하고는 볼 일이 거의 끝나가니까 금방 보내드리겠수다.”


“그렇습니다, 함장님. 마치는 대로 계신 곳으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지체 없이, 즉시.


헉.


“어, 아, 아냐, 안 그래도 돼. 괜찮아!”


그는 애써 밝게 무마했다.


“내가 뭔가 오해를 조금 했네. 괜히 여기까지 온다고 수고하지 않아도 돼.”


“함장님의 숙소에 가는 일은 제게 전혀 수고가 되지 않습니다.”


망했다. 커크는 얼른 통신을 종료했다. 이제 숙소에서 튀어나와 함교에 도착하기까지, 신기록이 필요할 때였다.






“일찍 나왔네요.”


우후라는 들어오는 커크에게 길을 비켜주며 인사했다. 커크는 쏜살같이 도망쳐 ― 아니지. 도망이라니 무슨 소리? 느긋하게 걸었다. 오늘 그는 모든 것을 지배하는 사람처럼 당당히 함교에 출근을 하셨다 이 말씀.


“아, 으응 ― 얼른 우리 엔티를 보고 싶어서 말이야.”


그는 함장석에 풀썩 앉아, 팔걸이를 쓰다듬으며 정답게 속닥였다.


“아빠가 보고 싶었지?”


우후라는 입술을 물어서 웃음을 숨겼다. “그런 상냥한 말은 아이오와 양들한테나 하는 줄 알았는데.”


커크는 환하게 웃어보이면서 농담을 건넸다.


“가끔씩 위스콘신 소도 있으니 잊지 말라구.”


결국 우후라는 웃었다.


“그래서 오늘 스팍도 일찍 나오는 건가요?”


커크의 눈이 휑뎅그렁해졌다.


“뭣? 스팍? 왜 스팍 일을 나한테 물어? 내가 알 리가 있나.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닌걸? 우리 아무 일도 없었어. 스팍이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한다고 해서 맨날 내가 배 뒤집어 까는 것도 아니고 말야. 애초에 이래라저래라 바가지 긁는 것도 아니고. 우린 그런 사이 아니니까. 하지만 그렇더라도 난 안 그럴 걸. 왜냐면 당연하게도 우리 관계에서 내가 우두머리 역할이니까. 친구 관계라는 거지. 스팍이랑 난 친구야. 그리고 내가 알파고.”


그는 그 부분을 열심히 강조했다.


“알파. 친구.”


우후라의 눈썹이 의아하게 찌푸려졌다. “왠지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거 같은데…”


“참으로 흥미로운 우연이로군요, 함장님.”


커크는 몸이 놀라서 굳…은 게 아니라 꼿꼿이 펴졌다. 그는 의자에서 몸을 곧게 폈다. 이 함선의 지배자처럼.


과학 부서로 향한 스팍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 날렵하고 매끄러운 동작으로 다리를 꼬았다. 커크를 바라보는 그의 두 눈에 우스운 기색이 반짝 스쳤다.


“제가 기른 셀랏 역시, 처음에 제 소유가 되기 전에 무리에서 우두머리 노릇을 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커크는 눈을 가늘게 치뜨고 달큰하게 대꾸했다.


“별로 놀라운 얘긴 아닌걸. 대들만 했으니 네 셀랏이 너한테 대든 거겠지.”


그러자 스팍의 눈에 즐거운 기색이 어렸다.


“관심이 있으실 만한 대목은 따로 있겠군요. 해서 제 셀랏에게 제대로 된 규율을 가르쳐 잘못된 관념을 바로잡게 되었습니다.”


커크는 바지 안에서 일어나는 반응일랑 모른 척 했다. 스팍의 혀에서 흘러나오는 매끄러운 목소리도 싹 무시했다. 그 뜨거운 외계인 혀의 소상한 재능 ― 아니, 무시했다니까.


“그래서 어쨌다고? 멍멍이 하나 길들인 게 뭐가 대수라는 거야.”


우후라가 의아한 얼굴을 했다.


“함장님, 셀랏은 강아지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어요. 덩치가 곰만하다구요. 송곳니가 6인치나 되고요.”


커크가 눈이 휑뎅그렁해져서 쳐다보자 스팍이 별것도 아니라는 듯이 시선을 넘겼다.


“저는 세 살 때 저의 셀랏을 길들였지요.”


날씨 얘기라도 하는 마냥 가볍게 잘난척이었다.


커크는 얼른 몸을 돌려 과학 부서를 등졌다. 왠지 재빠른 동작으로 보였다면 오해다.


“좋아, 다들 자리로. 종일 서서 재잘거리지 말고 엔터프라이즈 호를 운영하자고.”


“함장님도 아시리라 생각하지만 근무가 시작되려면 아직 17.36분이 남았―”


“입 다물고 네 함장이 시키는 대로 해, 뾰족귀 부함장.”


스팍은 꼭 웃음을 삼키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입니다. 함장님.”






“제기랄, 짐. 왜 내 사무실에서 얼쩡거리는 거야?”


“스팍한테서 숨는 거 아니야. 진짜로!”


“뭐?”


“아냐. 아무것도.”


커크는 맥코이의 책상 끄트머리에 걸터앉아, 의자에 앉은 맥코이를 마주했다.


“오늘 저녁부터 상륙휴가야.”


“그렇다고 하더군. 스팍이랑 내려가게?”


“뭐, 글쎄. 스팍은 휴가를 쓴 적이 없잖아.”


당연하지만, 커크는 전혀 삐져있지 않았다. 스팍 없이도 놀러나갈 수 있는걸? 스팍과 상륙휴가를 보내길 원한다니, 하하, 뭣 때문에 그런 일이 있단 말인가? 스팍이랑 휴가를 보낸다고 해봐야, 기껏해야 누워서 두 다리로 스팍의 허리를 꼭 감고 스팍이 추삽질을 하는 동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커다란 육체적, 정신적 쾌감을…


“넌?” 그는 의식의 흐름에서 빠져나와 얼른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오늘 아리겔리우스 II에서 뭔가 계획이라도 있어?”


“술 마시는 거밖에 더 있겠냐. 여자들한테 찔러보고. 퇴짜 맞고, 평소대로지.”


“나도 뭐 비슷할 것 같아.”


고개를 주억이는 커크를 향해 맥코이가 흥 웃었다.


“인마, 실패한 적이 없는데 퇴짜를 어떻게 맞냐. 여자들이 좋다고 달려드는데 거절이라는 걸 네가 어떻게 알겠어.”


“틀려. 우후라는 절대 나랑 안 자. 나도 우후라가 달려들어줬으면 좋을 텐데. 좋은 의미로.”


“우후라는 거기서 빼야지. 목석같이 시꺼매서는 목 뻣뻣한 뾰족귀 녀석하고만 잘 테니까.”


“그것도 틀렸어. 우후라는 스팍과 잔 적 없거든. 스팍 그 녀석 완전 동정이었어. 뭐, 최근에―”


커크는 거기까지 말하다가 얼른 입을 다물었다. 맥코이는 그걸 놓치지 않고 고개를 빼고 쳐다봤다.


“오호? 최근에? 너 뭐 아나 보다?”


“…비교적 최근에, 동정을 떼었을 것이다, 뭐 그런 소설을 써보는 것이지.”


“귀엽기는.”


맥코이는 갑자기 관심이 불쑥 든 듯이 눈으로 그를 훑었다.


“스팍의 첫경험에 대해 뭔가 엄청 많이 아는 것 같은 눈치인걸.”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커크는 툭 대꾸했다. 누가 보면 새침했다고 표현했겠다.


“넌 말이야, 요상하게 귀여운 구석이 있어. 씨알도 안 먹힐 뻔한 거짓말을 하면 다 보이거든.”


맥코이는 일어서서 커크가 발을 달랑거리고 있는 옆 서랍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커크는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그를 불렀다.


“본즈?”


“왜?”


“우리 사이에서 내가 주도하는 알파인 거지, 그렇지?”


“불쌍한 중생같으니. 바랄 걸 바라라, 꼬마야.”


맥코이가 일어나서 그의 머리꼭지를 토닥였다. 커크는 그런 그에게 눈을 부라렸다.


“방금 넌 이번 상륙 휴가에서 바람잡이를 잃은 거야.”


“그걸 협박이라고 하냐? 이미 난 스카티와 가기로 얘기 끝났어. 안 그래도 네가 괜히 같이 가서 이쁘장한 면상을 들이밀면 여자들이 다 네놈 쪽으로 몰려가 버린다고. 정 따라오겠다면야 스팍도 데려가서 널 얌전히 잡아둬야 할 수밖에 없어.”


커크는 입을 떡 벌리고 외쳤다.


“브루투스, 너마저!”[각주:1]


씩씩대면서 밖으로 빠져나가는 그의 뒤에서 맥코이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뭐가 있단 말이지.”






상륙 휴가의 좋은 점이라면 끝이 없다. 커크는 스팍 없이 혼자 모두 누려줄 요량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스팍이 하나도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전혀. 눈곱만큼도. 진짜다. 오히려 커크는 변태 벌칸에게 깔릴 걱정 없이 아르겔리우스 II 행성에서 싱글의 여유를 만끽할 생각에 기대하고 있었다.


물론 그러는 동안에도 머리와 가슴 사이에 간극이 있어서 그의 마음은 스팍의 빈자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그것뿐이랴. 머리와 거시기 사이의 간극도 있었다. 머리가 걱정을 할 동안 동시에 거시기는 밑이 허전하다고 난리였다. 그래도 커크는 알아서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장담했다.


술을 왕창 마신다든가. 오른손 애인과 밤을 보낸다거나. 스팍이 자신을 침대에 꼼짝 못하게 붙잡고 마구 쑤셔줬으면 하는, 완전 부적절한 상상이 뭉게뭉게 피어올라 머리가 꽉 찼다.


커크는 으으, 하고 스스로에게 진력을 냈다. 상륙 휴가를 즐기자고 내려온지 5분이 채 못 되어 벌써부터 축 처져서 스팍을 그리워하고 있다니. 이런 호구가 어디 있단 말인가. 머리에서 잡생각들을 몰아내줄 만한 술을 마셔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가까이 있는 술집을 하나 골라 들어갔다. 그는 바에 다가가 카운터에 팔을 올리고 몸을 기댔다. 바텐더가 즉시 와서 물었다.


“뭘로 드릴까?”


“로뮬란 에일로 부탁해요.”


주문한 잔을 받아들고 있을 때, 털이 북실북실한 앞발이 카운터에 올려뒀던 그의 손 위를 슬며시 덮었다. 놀라 고개를 틀자 손의 주인인 남성 카이티안이 금색 눈동자로 그를 요사스레 쳐다보고 있었다. 털로 뒤덮인 고양이 귀가 커크 쪽을 향해 쫑긋거렸다.


“나 말이지, 짝짓기를 할 때 울음소리가 아주 대단해. 내 울음소리는 마을 밖까지도 들린다는 말을 자주 듣지. 잊혀지지가 않는다나.”


카이티안이 고양이 수염을 움찔거리면서 진지하게 말했다.


“아.”


커크는 예의있게 대답하려고 잠시 생각했다.


“…감탄해야 하는 건가요?”


남자가 꼬리를 앞뒤로 살랑이면서 좀 더 다가왔다.


“낯선 집의 현관으로 가서 너와 단둘이 즐기고 싶어.”


카이티안이 앞발로 커크의 황당한 얼굴을 쓸어내렸다. 


“아니면 새벽 두 시에 달빛 속에서 생판 모르는 사람의 창문 바깥에 누워 하는 거야. 우리가 울부짖는 소리에 온 동네 사람들이 잠에서 깰 걸.”


그 때, 곁에 익숙한 기색이 불쑥 다가왔다.


“즉시 커크 함장님에게서 떨어지십시오.”


스팍.


반가운 목소리에 자동으로 커크의 멍청한 심장이—거기다 더 멍청한 아랫도리도 함께—펄떡 반응했다.


화들짝 놀란 카이티안이 재빨리 물러났다.


“너, 네가 제임스 커크 함장이야? 그치만 이렇게 어린데 ― 아니, 그러니까 엄청 귀여운데… 내 말은―”


카이티안은 스팍이 무자비한 눈빛으로 쏘아보자 말을 흐리며 초조하게 꼬리를 바닥에 끌기 시작했다. 민망한지 고양이 귀가 움찔거렸다.


“커크 함장님께 적법한 용무라도 있습니까?”


스팍의 음성은 가혹하기 짝이 없었다.


“혹 함장님을 추행하려는 의도라면, 그것이 생애 마지막 실수가 될 텐데 그래도 좋습니까?”


커크의 눈썹이 위로 솟았다. 스팍이 저렇게 협박을 할 줄 알다니. 섹시해. 그는 살짝 자세를 틀어 슬금슬금 자극되는 앞섶을 애써 모른 척 외면했다. 카이티안의 고양이같은 날카로운 동공이 동그랗게 커지면서 뒤로 물러났다.


“아―”


스팍이 보라는 듯 커크의 옆으로 다가섰다.


“이제 그만 다른 곳에 볼 일이 있을 것으로 압니다.”


“그―그렇, 지, 맞아. 가, 가봐야겠어.”


“좋습니다.”


카이티안이 귀를 축 늘어뜨리고 앞발로 꼬리를 잡은 채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넌 최고의 일등항해사야.”


커크는 너무너무 기뻤다. 스팍이 기다란 검은색 벌칸식 코트를 입고 나타나서 박력있게 파리를 쫓아내는 모습을 보니 진짜 멋졌다.


“승진시켜줄까?”


스팍은 진심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듯 했다.


“논리적인 제안입니다. 함장님은 물론 훌륭한 사령관이나, 젊음과 매력 때문에 사람들에게 쉽게 표적이 됩니다. 확신하건데 저는 정기적으로 함장님을 잠재적인 구애자로부터 구하는 임무를 겸하고 있는 유일한 일등항해사이므로, 승진은 공정한 처사이겠죠.”


야!


커크는 스팍의 얼굴에 대고 삿대질을 했다.


“진짜 괘씸하네. 그건 그렇고, 여긴 뭐 하러 온 거야? 너 지금껏 상륙 휴가에 온 적 없었잖아!”


“당신을 보려고 온 겁니다.”


오. 마음에 드는 대답이었다. 커크는 잠시 잔을 만지작거리며 시선을 피했다. 자신도 스팍을 보고 싶었지만 사실대로 털어놓기가 민망했다.


“임무의 연장선이라? 하룻밤만이라도 네 함장을 좀 내버려 둘 순 없어?”


“그것이 본래의 목적은 아니나 사실이긴 합니다.”


빤히 그를 들여다보는 스팍의 따스한 갈색 눈동자에 커크는 괜히 안절부절 못 했다.


“당신이 술집에서 한 잔을 마실 동안 무작위 다수로부터의 성적인 관심을 끌지 않을 확률은 극도로 희박합니다. 해서 늘 그랬듯, 저의 일등항해사로서의 임무에는 함장님을 음란한 외행성인의 부적절한 관심으로부터 지키는 일 또한 포함되어 있습니다.”


뺨이 발그레 달아오르는 기분이 들어 커크는 얼른 술을 마시는 척 얼굴을 숨겼다.


“그러게 말야. 무슨 수로 내가 혼자 음란한 외계인의 부적절한 관심을 막아내겠어?”


베베 꼬자 스팍의 입가가 움찔거렸다.


“그 카이티안에게 제대로 맞서지 못하시더군요. 당신은 심히 순진하여 스스로의 놀랍도록 뛰어난 범우주적 매력을 잘 인식하지 못하시는 듯 합니다.”


커크가 인상을 구겼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무슨 순진해 빠진 계집애처럼 들리잖아.”


스팍이 은근하게 몸을 가까이 붙여왔다.


“닥터 맥코이라면 아마도, 발 크기가 맞는 구두가 있다는 가정 하에 그렇게 당신이 중족골(ossa metatarsalia)[각주:2]이 돋보이는 신으로 치장하는 편이 어울릴 거라 말했을 겁니다.”


커크는 술을 뿜을 뻔 했다.






Part 6 →



  1. 시저(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믿었던 브루투스에게 살해당하며 내뱉은 마지막 말. 먼저 스팍의 무릎에 앉아 꺄륵거렸던 입장인 인간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지만… [본문으로]
  2. 발허리뼈. 발목에서 발가락을 잇는 기다란 뼈. “Doctor MCcoy might said, if the footwear is of the proper sizing, you should, perhaps, consider adorning your ossa metatarsalia in such manner.” 커크가 선택권만 있었으면 중족골이 돋보이는, 그러니까 여자 구두를 신어야 한다는 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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