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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k] 사로잡히다! │ Captured - 3 본문

Star Trek_중편

[Spirk] 사로잡히다! │ Captured - 3

topsecretum 기밀선녀 2015.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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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스팍?”


커크에게 돌아오는 거라곤 벌칸어로 무어라고 웅얼거리는 목소리뿐이었다. 그것도 귓가에 곧장 쏟아지는 거였는데, 실상 스팍은 그를 완전히 덮고 누워서 무거운 몸으로 커크를 침대 위에 옴짝달싹 못하게 찍 눌러놓고 있었다.


커크는 다시 한 번 놈을 쿡쿡 밀었다.


“스팍, 나 30분 후에 근무 시작이야. 지금 샤워해야 한다구.”


스팍이 느릿하니 눈을 떴다.


“늦으시더라도 함장님이 봐주실 겁니다.”


“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아마추어도 아니고 지각을 할 순 없어. 그것도 침대에 뒤엉켜서 뒹굴다가 지각을 하는 건 근신 처분 감이라고.”


“근신 처분이요?”


그제야 스팍이 나른하게 몸을 쭉 폈다. 하지만 여전히 커크가 움직일 틈은 하나도 주지 않은 채였다.


“그렇다면 아주 환영할 만 하겠군요. 함장님, 함께 숙소에 갇혀 근신 처분을 받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우리는 그런 벌을 받을 만한 자격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스팍!”


커크는 빽 소리를 지르면서 무거운 몸뚱이를 힘줘 밀었다.


“너 왜 그래? 정신 나갔어? 입만 열면 규정 타령을 하던 금욕적인 내 일등항해사는 어디 갔어?”


“염려하지 마십시오. 저는 여전히 스타플릿 규정을 전부 외울 수 있습니다.”


“누가 물어나 봤대? 비켜봐!”


커크는 여전히 몸부림을 반복했고, 움직이기를 거부하는 스팍도 여전했다.


“왜 이렇게 쓸데없이 힘이 센 거야? 나 좀 일어나자니까.”


“저는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스팍. 경고했어. 이제 그만 일어나는 게 좋을 거야.”


돌아오는 건 스팍의 하품이다.


“농담하는 거 아니야.”


스팍의 눈이 도로 감겼다.


“너 이 ― 악!


커크는 차지게 엉덩이를 얻어맞았고, 그 행동의 주범인 스팍은 눈도 뜨지 않고 대꾸했다.


“이런 행동의 목적을 이해할 수 없군요. 벌을 받기 위한 시도인 건가요, 짐?”


커크가 눈을 가늘게 뜨고 째려봤다. “어디서 못 알아들은 척이야.”


“엉덩이를 맞고 싶으시면 그렇다고 말씀하십시오. 이러는 건 무의미한 시도입니다.”


스팍이 고개를 틀어 커크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갔다.


“제가 제대로 된 솜씨를 보여드려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웃기지 마.”


스팍의 한쪽 눈이 빼꼼 열렸다.


커크는 순간 아드레날린이 치솟아, 간신히 스팍의 밑에서 마구 몸부림쳐 빠져나왔다. 볼성사납게 바닥으로 굴러떨어진 그는 허겁지겁 일어나 곧장 욕실로 튀어들어갔다.






빠르게 샤워를 마친 커크는 근무 시작 10분을 남기고 아침식사를 하러 달려갔다. 그는 스크램블드에그와 도넛, 토스트를 집어 맥코이가 있는 탁자에 합류했다.


“여어, 본즈.”


“잘 잤냐, 짐.”


그러더니 맥코이가 커크의 접시에서 도넛을 쏙 빼갔다.


“야, 그거 내 거야!”


“이런 거 먹으면 너 건강에 못쓴다.”


맥코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빼앗은 도넛을 조각으로 나눠 입에 쏙 던져넣었다.


“거짓말쟁이. 그냥 내 도넛이 먹고 싶은 거 뿐이잖아.”


“시키는 대로 해라. 지미. 의사의 권고야.”


“그렇게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함장님.”


고개를 들자 이쪽으로 나타난 스팍이 쟁반을 들고 맥코이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누구 맘대로.”


커크는 한껏 비꼬면서, 맥코이의 접시에서 남은 도넛 조각을 채어가려고 손을 뻗었다가 ― 신음을 내며 살짝 움츠렸다. 몸을 갑자기 움직였더니 지난밤에 했던—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스팍이 그에게 했던—짓의 여파가 고스란히 되돌아와 비명을 질렀다.


“짐, 어디 아프십니까?”


스팍이 진심으로 걱정되는 목소리로 물었다.


커크는 할 수 있는 한 최고로 싫어 죽겠다는 눈을 하곤 스팍을 마구 쏘아봤다.


맥코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했다.


“니가 아플 이유가 뭐가 있어? 어젯밤에 뭐 했는데?”


벌칸인의 동정을 가져갔지. 커크는 사실대로 말하면 스팍의 반응이 어떨지 무척 보고 싶어졌지만, 그러지 않는 편을 택하기로 했다. 혹시라도 자신의 의료주임에게 심장마비가 올 일은 피해야지 않겠는가.


“같이 체스 했어.”


“그렇습니다. 은밀한 곳에 숨어 있는 함장님의 퀸을 제 힘으로 온전히 사로잡았지요.”


“야!”


커크는 냅다 쏘아붙였다. 뺨이 뜨끈해지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 이 뾰족귀야.”


맥코이가 두 사람 사이를 번갈아 쳐다봤다.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


아니야.”


“아닙니다.”


커크와 스팍이 동시에 대답했다. 커크가 한 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난 완전 멀쩡해. 상태 최고야.”


“책임이 있는 당사자로부터 상태를 확인받아 보셨습니까?”


스팍이 가까이 몸을 기울이더니 목소리를 은근하게 깔았다.


“지구인들이 하는 말로 ‘호- 해주면 낫는다’고 하던데, 책임자에게 가면 아픈 부위를 기꺼이 살펴 줄 겁니다.”


커크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맥코이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분명 뭔가가 있단 말이지.”


커크는 얼굴이 화끈해져서 말을 더듬었다.


“그런 ― 이 ― 그게 중요한 게 아냐. 그러니까 ― 그게 대체 무슨 상관이야. 또 그딴 말을 하면 얼굴에 토스트를 던져 버릴 거야.”


“순종적인 셀랏의 자세는 이토록 덧없이 금시에 사라지고 마니 참으로 애석한 일입니다.”


“얼굴에 버터 듬뿍 발린 밀가루 맛을 보고 싶은 모양이군, 이 벌칸 자식.”


“둘이 뭔 얘기를 하는지는 몰라도 재밌어 보이는구만.”


맥코이는 자신의 토스트를 빼앗아 가려는 커크의 손길을 쳐냈다.


“너희들 오늘 비타이렉스 행성 표면에 내려가는 거지?”


“응. 되는 대로 일찍 궤도에 들어가야 돼. 가장 최근에 온 보고에 따르면 그곳 거주지에 어떤 괴물이 나타나서 네 명이 죽었다나봐.” 


식사를 마친 커크가 일어섰다. 그는 식탁 위에 양 손을 올리고 스팍의 앞으로 불쑥 얼굴을 들이밀었다.


“난 함교로 가봐야겠어. 그리고 스팍, 조금이라도 늦었다간 숙소에 가둬버리고 말겠어. 너 혼자.


스팍은 동요도 없이 허브차를 마셨다. 반응이 있는 쪽은 오히려 맥코이였다.


“스팍은 늦는 적이 없잖아?”


“스팍은 알고 보면 여러 모로 상상도 못 했던 인물이거든.”


그러고 나서 커크는 휙 돌아섰다.






“함장님.”


전송실에서 전송을 기다리던 중 스팍이 심각한 목소리로 조용히 그를 불렀다.


“비타이렉스에 서식하는 생명체를 살해할 일은 없으시겠지요?”


“글쎄. 모르지. 보고서를 보니까 무척 위험한 생물이 사는 것 같던데.”


그 말에 스팍은 우울해 했다. 흠, 아니지. 우울해 보였다는 거다. 스팍의 미간에 아주 살짝 골이 잡혀 있었다. 그곳에 입을 맞춰서 펴주고 싶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커크는 이번엔 자신의 엉덩이를 걷어차주고 싶어졌다.


“다른 방법은 없겠습니까?”


“스팍.”


커크는 입을 열었다가 이내 주저했다. 스팍은 신뢰를 가득 담고 그를 주시했다. 눈빛을 보니 스팍에게 아주 중요한 사항이라는 거였다. 벌칸들은 불필요한 살생에 질색을 하니까. 스팍도 확실히 그래 보이고 말이다. 엉덩이나 때리는 벌칸이 뭐가 예쁘다고 이러는 걸까, 커크는 한숨을 쉬어버렸다.


“최대한 죽이지 않는 쪽으로 해볼게.”


그제야 스팍은 기운을 차렸다. 귀여워라, 커크는 그렇게 생각했다가, 문득 스팍이란 녀석과 귀엽다는 개념을 한데 섞어 생각했다니, 기겁하고 말았다. 지난밤 자기 멋대로 뒤를 핥아서 커크를 완전히 굴복시켰던 바로 그 벌칸을 말이다. 개념이 나간 거지. 바로 이 때 커크의 똘똘한 아랫도리에 대해 말할 것 같으면, 떠오르는 지난밤의 기억과 함께 머잖아 다시 스팍의 밑에 깔릴 거라는 기대에 좋아서 고개를 들려고 준비하는 중이었다.


커크는 이를 뿌득 갈고는 나중에 요 아들내미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겠다고, 기억해 두었다.


커크와 스팍, 체콥, 술루, 두 명의 경호대를 포함해 여섯 명이 행성으로 전송되었다. 전송 장소에서 행성의 황제(Tsar)가 그들을 맞아주었다. (그 호칭에 체콥이 러시아 토깽이처럼 반가워한 건 아니었다.)[각주:1]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황제의 집으로 향하는 동안 황제가 행성의 괴물에 대해 설명했다.


“그 괴물들이 점점 포악해져서 통제가 불가능해지고 있소. 이제는 사람들이 있는 마을까지 내려와서 지배적으로 백성들을 장악하려고 하고 있어요. 원하는 사람을 집어서 공격을 한 다음 멋대로 데리고 가버리죠.”


“흐응… 어디서 많이 보던 패턴인걸.”


커크가 비꼬듯 혼잣말을 하자 스팍이 불쑥 끼어들었다.


“그러실 테지요. 제가 보기에 함장님께서는 공격적이고 지배적인 외계인을 매우 좋아하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나는 말이지, 주둥이 닥치고 있는 외계인을 좋아하거든?”


“하지만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 뜨거운 외계인 혀의 소상한 재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겠습니까?”


커크의 입 안에서 민망한 신음이 삐져나오고 말았다.


“제가 놓친 이야기가 있는 겁니까?”


황제가 물었다.


아닙니다!


커크는 얼마 가지 않아 다시 숨죽여 툴툴댔다.


“넌 진짜 짜증나는 놈이야. 한때나마 널 귀엽다고 생각했다니 내 자신이 믿기지가 않는다.”


“제 쪽에서는 함장님 당신이 귀엽습니다. 특히 이렇게 삐져 계실 때 더욱 그렇습니다.”


홱 고개를 치켜든 커크는 옆에서 걷고 있는 스팍을 노려봤다.


“꿈도 꾸지 마.”


“제가 뭔가 했습니까?”


무슨 일 있느냐는 천진한 스팍의 태도에, 커크는 분기탱천해서는 경고를 날렸다.


“날 귀엽다고 생각하지 말란 말이야. 벌칸놈들이 귀여운 거에 무슨 짓거리를 해대는지 이제 알아버렸거든, 이 뾰족귀 변태 자식아.”


“하지만 당신이 귀여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것도, 매우.”


스팍의 눈동자에 순간 빛이 번득여서 커크는 불안해지고 말았다. 그는 속도를 내 황제와 다른 일행들이 있는 데로 얼른 섞여들었다. 적어도 일행 옆에서 스팍이 덮치지는 못할 테니까.


…아마도.


황제의 저택에 도착한 후, 황제가 호위대장을 불러오러 간 동안 일행은 접견실에 남아 기다렸다. 엔터프라이즈의 경호대원들은 감시를 위해 문가에 섰고 술루와 체콥은 작은 소파에 앉았다. 커크가 가슴 앞에 팔짱을 낀 채로 벽에 기대어 서자 스팍도 옆으로 왔다. 숨길 것도 없이 커크는 대놓고 그쪽을 째려보았다.


“너 말이야, 혼자만 위에서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언젠가 너도 모르는 새에 내 밑에 깔리는 수가 있어.”


“기억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스팍이 부드럽게 대답했다.


“조금은 두려워하란 말이야.”


“지금 함장님의 행동은 아주 무서운 것이겠죠.”


“물론.”


“그리고 함장님의 협박은 전혀, 조금도 귀엽지 않고요.”


“당연하 ― 너 지금 날 갖고 노는 거지(you are fucking with me).”


그제야 장난을 깨달은 커크가 분연히 화를 냈다.


스팍의 표정이 웃음을 숨기려는 듯 움찔거린 것도 같았다.


“아마도요.”


“도대체가 넌, 날 그만 귀엽다고 여기고 포지션을 양보할 마음은 전혀 없는 거야?”


스팍은 대답을 않고 눈썹 사이를 찌푸렸다.


“어때?”


“생각은 해보겠습니다.”


참지 못하고 닦달하자 스팍이 진지하게 대답했다. 커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째렸다.


“나도 위에서 꽤 하거든?”


“물론 그러실 테지요.”


스팍이 타이르듯 부드럽게 맞장구를 쳤다.


“달래는 척 하지 마. 내가 올라가면 너도 즐기게 될 걸.”


“지난밤에 당신이 즐기셨던 것처럼 말이죠.”


“내가 언제―


그렇지만 아랫도리가 반대 의견을 펼치기 시작하는 바람에 커크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어디 보자구. 내가 위에서 얼마나 잘 하는지.”


커크는 아랫도리를 무시한 채 열렬히 의견을 피력했고, 목소리가 조금 컸는지 술루와 체콥이 뒤를 쳐다봤다.


“갑짜기 무슨 말씀이세요, 함쟝님?”


“어…아냐… 아무것도.”


커크는 얼른 대답하고는 소리를 낮췄다.


진짜야.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봐. 게리, 잭, 아님 칼이나, 또 ― 방금 너 나한테 으르렁댔어?


스팍은 시선을 피했다.


“이런 독점욕 많은 욕심쟁이―”


그 때 황제와 호위원이 오는 바람에 커크는 거기서 멈췄다.


황제가 짧게 상황설명을 했다. 앞서 얘기한 그 괴물(지구 거미를 10 피트 크기로 불려놓은 모양의 그것)이 방금 도시 한쪽에 모습을 드러낸 듯 했다. 커크는 즉시 대원들을 이끌고 현장으로 가겠다고 했고, 황제가 이렇게 제안했다.


“조를 나눠서 행동해야겠군요. 스팍 부함장과 경호대 둘이 저와 함께 정면으로 가고, 함장님과 나머지 장교 두 분이 조용히 뒤를 돌아서 오는 겁니다.”


스팍을 계속 시야에 두고 싶었기 때문에라도, 위험한 상황에 스팍과 갈라져서 행동해야 한다는 게 너무 싫었다. 왜냐하면 스팍은 플릿에서 최고가는 일등항해사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스팍이 특별해서라거나 그런 이유는 전혀 아니다. 그렇지만 작전만큼은 좋아 보였다.


“괜찮은 작전이네요.”


“짐.”


스팍이 약간 다급해진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동의할 수 없습니다. 함장님과 제가 따로 행동해야 할 당위성이 있을까요?”


“알아. 나도 그러고 싶지 않아.”


커크는 술루와 체콥이 의미심장한 시선을 교환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 냉정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두 조로 나뉘는 게 작전상 좋고, 그렇게 되면 당연히 네가 다른 팀을 통솔해야지. 여기서 네가 제일 힘이 세고 똑똑하니까.”


스팍이 더 언쟁을 늘일 것처럼 보여서 커크는 스스로를 다잡았다. 그러나 지난밤 침대에서 말 못할 다사다난한 일이 있었더라도 스팍은 함장으로서의 권위를 존중해 커크에게 복명할 테고, 특히나 다른 사람 앞에서라면 더욱 그랬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함장님.”


커크는 애정을 담아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좋았어, 제군들. 가보자고.”






그러나 거미 괴물과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된 팀은, 몰래 돌아서 거미의 뒤편으로 갈 계획이었던 커크와 2인방이었다.


“이런 … 아주 죽어나는군.”


“우와 ― 꺼다란 타란툴라 같아요! 저런 건 러시아에서 한 본도 못밨어요!”


“자, 진정하자고.”


커크는 앞으로 나서 술루와 체콥을 가로막았다.


약 9미터 바깥쪽에서 거미가 이쪽을 향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괴물의 몸통 양옆으로 꺽쇠 모양으로 구부러진 털이 숭숭 난 다리 여덟 개가 달려 있는데 3, 4미터는 되어보였다. 눈은 대접이 여덟 개 박혀있는 것 같았고, 커크는 성인 남자 두 명은 족히 들어가고 남을 아가리 부위를 살펴보고는 치를 떨었다. 이다음 몇 달간 무슨 악몽을 꾸게 될 지 안 봐도 뻔해졌다.


커크는 살짝 떨리는 손으로 페이저를 굳게 다잡았다.


“저 놈한테 스턴을 걸어야겠어.”


뭐라구요?


오른쪽 뒤에서 술루가 경악했다.


“저건 10피트짜리 괴물 거미라고요.”


“알아, 나도 안다고!”


커크는 거미를 향해 조준하며 대꾸했다.


“스팍이 웬만하면 죽이지 않고 생포하는 쪽을 원해서 말이야. 평화주의자거든.”


침대 위에서만 빼고.


이번엔 왼쪽 뒤에서 체콥이 겁먹은 듯 그를 불렀다. 


“함쟝님, 꺼다랗코 엄청 포악한 타란툴라인데, 죽이는 게 조치 안을까요?”


“좋은 의견이야. 기억해두도록 하지, 소위. 너희 둘, 이곳에서 탈출해.”


“함장님, 안됩니다―”


돼.


커크는 고갯짓으로 두 사람을 물렸다.


“여긴 너무 위험해. 술루, 체콥을 데리고 후퇴해. 스팍에게 연락해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함쟝님, 미스터 스팍이―”


“후퇴하라고 했지. 명령이다.


“네, 함장님!”


뒤에서 두 사람의 기척이 사라지고 나자, 커크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스턴으로 맞춘 페이저를 조준한 채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거미를 향해 페이저를 발사했다.


거대한 거미가 끔찍하리만치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지르고—나중에 어김없이 악몽에 나와주겠지, 아이 신나!—성이 나서 달려들었다.


스턴에 걸리기는커녕 거미한테는 충격조차 가지 않았고, 괜히 화만 돋운 것이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하얀 실이 커크의 정면으로 뿜어져 날아왔다. 끈적끈적한 느낌과 함께 달걀 썩은 내 비슷한 역겨운 악취가 콧속을 찔렀고, 곧 눈앞이 까맣게 어두워졌다.






정신을 차리자 눈앞이 어두웠다. 습한 공기로 보아 아무래도 지하인 듯 했다. 커크는 몸을 움직이려 했다가, 정신을 잃기 전에 본 바로 그 악취가 풀풀 나는 하얀 거미줄에 꽁꽁 감싸여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팔다리가 끈적한 거미줄 안에 완전히 눌려서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부위라곤 머리밖에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침낭 속에 갇혀버린 것 같달까. 마치 인간 부리또가 된 기분이었다. 누워있는 등 뒤에 단단한 바위같은 지형이 느껴졌다. 멀리서 다리 여덟 개가 사사삭 움직이는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발. 대단하신 삶이야.


눈이 어둠에 적응하자 곧 커크는 이곳이 커다란 지하 동굴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곳곳에 거미줄이 바위들 사이 늘어지듯 걸쳐져 있었다. 커크는 거미줄을 뜯어보려고 이리저리 몸부림을 쳐봤다. 하지만 강철로 된 것 같이 튼튼해서 어림도 없었다. 무의미하게 몇 번 몸을 뒤틀고 나서 커크는 지쳐 헉헉대며 포기했다. 차가운 돌바위에 기대 누워있자니 새로운 방도가 떠올랐다. 어쩌면 거미줄을 바위에 문대서 끊어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생각이 떠오른 동시에, 사사삭 긁히는 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거미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커크는 그때부터 전력을 다해, 바닥에서 꿈틀대면서 어떻게서든 거미줄을 찢든지 여기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끔찍하게도, 동굴 저편에서 모습을 드러낸 거미가 거대한 눈알 여덟 개로 이쪽을 바라보면서 징그러운 아가리를 흥겹게 달각거렸다. 마치 지옥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하는 것만 같았다.


거미가 한 발 한 발 다가오고 있고, 커크는 속으로 ‘인간 부리또’라는 말은 이 상황을 더 처참하게 만들어주는 표현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려는 찰나였다. 바로 그 때 페이저가 발사되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날아온 빛무리가 거미의 눈을 정확하게 맞추었다.


거미의 한 눈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거미가 날카로운 괴음과 함께 휘청였다. 고개를 홱 치켜들자, 동굴 저편에서 페이저 두 개를 들고 서 있는 스팍이 보였다. 심장이 벌컥 뛰었다.


“스팍!”


커크가 몸부림을 치며 외쳤다.


“스팍! 여기야!”


커크의 목소리를 들은 거미가 홱 뒤돌아 다시 그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거미는 스팍을 향해 영역을 과시하듯 앞발 두 개를 괴팍하게 휘둘렀다. 딱 내 부리또와 나 사이를 가로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스팍이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가차 없이 다른 일곱 개의 눈도 전부 쏴버린 후 거미의 징그러운 입 속에 페이저 두 개를 동시에 발사했다. 거미가 바닥으로 넘어가더니 다리 여덟 개를 공중으로 치켜든 채 움찔거렸다. 스팍이 명령을 내렸다.


“쏴! 함장님에게 돌아가기 전에 죽여!”


스팍의 뒤편에서 네 번 더 페이저가 발사되는 소리가 들렸다. 거미는 페이저를 여섯 차례 맞고 나서 움츠러들더니, 마침내 움직임을 멈췄다.


커크는 안도감에 눈물이라도 찔끔 나올 것 같았다.


스팍이 눈 깜짝할 사이에 옆으로 와 무릎을 꿇고 그에게 손을 뻗었다. 커크도 몸을 움틀거려 가까이 다가갔다.


“세상에, 널 보니까 너무 반갑다.”


커크는 애써 고개를 치켜들면서 열렬하게 맞이했다. 이렇게 거미줄에 칭칭 감겨있으니 꼴이 우스울 테지만 지금 당장은 너무 안심한 나머지 다른 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따스한 벌칸의 손이 와서 커크의 머리와 얼굴을 샅샅이 쓰다듬었다.


“다치셨습니까?”


“괜찮은 것 같아. 그냥 이 모양으로 갇히기만 했어.”


스팍의 손가락이 그의 관자놀이에 올라와 잠시 머물렀다. 커크는 마음속에서 스팍이 살며시 어루만지는 감각을 희미하게 느낄 수 있었다. 커크가 괜찮은지 안심할 때까지 확실히 하려는 것 같았달까. 그제야 만족한 듯, 손을 내린 스팍은 커크의 몸을 감싼 거미줄을 세게 잡아당겼다.


“이 거미줄 벗겨낼 수 있겠어?”


“안타깝게도 제 능력 밖입니다. 닥터 맥코이의 도움이 필요할 겁니다.”


스팍은 실망한 목소리로 대답하더니 두 팔로 커크를 번쩍 들어올렸다. 힘이 대단한걸. …이게 섹시하게 느껴지다니 짐 커크도 갈 데까지 간 모양이다.


“일단은 제가 모셔드리겠습니다.”


한숨이 나왔다.


“어쩔 수 없군.”


커크는 스팍에게 달랑 들려서 동굴 밖으로 옮겨지는 동안 우스꽝스러운 기분에 골을 내지 않으려고 열심히 스스로를 설득했다. 나머지 대원들이 바짝 붙어 뒤를 따라나왔다. 그는 고개를 틀어 스팍의 어깨 너머로 죽은 거미의 시신을 넘겨다보았다.


“죽여 버렸네.”


“그렇습니다.”


“생포만 원하는 건 줄 알았는데.”


“생각을 바꿨습니다.”


“왜?”


“…함장님에게 위협을 가했으니까요.”


“아.”


커크는 작게 숨을 삼켰다.






Part 4 →



  1. Tsar는 제정 러시아 시대의 황제를 일컫는 표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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