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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k] 중력을 거스르다 │ Fighting Gravity - 11 : 기억 본문

Star Trek_장편/중력을 거스르다

[Spirk] 중력을 거스르다 │ Fighting Gravity - 11 : 기억

topsecretum 기밀선녀 2015.07.26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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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0장, 의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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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장

기억





그 다음 날의 일정은 아침에 급하게 새로 바뀌었다. 아침식사를 하면서 조안나가 짐과 스팍에게 저녁에 학교에서 축제를 한다고 알려왔다. 학년 마지막 날을 맞아 축하 행사를 하는 거라나, 조안나가 초대를 했는데, 본즈는 두말할 것 없이 학교로 가서 딸과 어울릴 계획이었고 짐은 이렇게 놀러 나가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바보 같은 게임도 하고 본즈가 못마땅해 할 만한 군것질거리도 먹으면서 느슨하게 풀어주면 재미있을 것이다. 그런 분위기에서 스팍이 어떻게 반응하려나는 미지수였다. 두 사람은 조와 본즈가 먼저 간 다음에 때를 봐서 따라가기로 했다.


조가 학교로 간 후, 그들은 낮 동안 무엇을 할지 생각했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스팍이 어머니에게 연락해 상의해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다. 본즈는 몇 군데 전화 넣을 데가 있다며 현관으로 나갔고 그동안 짐은 단말기를 갖고 스팍과 함께 거실에 앉았다.


예상했듯 엄마는 친구가 와도 괜찮다며 샘의 방이 비었으니 마침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짐이 친구를 데려간다는 소리에 재미가 들었는지 엄마의 얼굴에 웃음기가 돌았다. 짐은 그곳에 살던 당시에도 누굴 집으로 데려왔던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까. 그야 그 때 어울리던 사람들이 집으로 초대해 부모에게 보일만 한 타입은 아니기도 했다. 엄마도 듣는 귀가 있으니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해서 이번에는, 엄마의 마음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짐은 스팍이 어떤 사람인지 얘기해 주었다.


얘기를 들은 엄마의 표정을 보니, 잘 한 선택이었다. 짐이 기억하는 한 엄마가 그렇게 밝게 웃었던 적이 별로 없었다.


“그러니까 짐과 함께… 사건을 해결한 바로 그 사람이란 말이죠? 내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를 거예요. 로뮬란이 우리 아들을 해치기라도 했으면…”


엄마의 열렬한 목소리에 스팍은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감사는 과분합니다. 저는 스타플릿 장교로서 의무를 다했을 따름입니다. 그리고 저 역시 나라다 호를 격추시길 만한 개인적인 명분이 있었습니다.”


그런 말을 하다니 짐은 놀라서 그를 쳐다봤다. 하지만 스팍은 언제나처럼 냉정한 표정 그대로였다.


“아… 그래요.”


이전에 짐은 엄마와의 통화에서 스팍이 벌칸 출신으로, 벌칸에 돌아갔다 다시 지구로 온 지 꽤 되었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다. 직접 얼굴을 본 적이 없으니 그 사이 자잘한 내용을 잊어버린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래도, 역시 고마워요. 지금도 스타플릿에서 일하고 있어요?”


“아닙니다. 나라다 호 사건이 소강된 후 저는 벌칸 생존자들과 합류해 새 이주지를 건설하러 돌아갔습니다.”


엄마는 웃던 얼굴을 이젠 진지하게 바꾸고, 연민 가득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간 짐이랑 연락이 되고 있었다니 기쁘네요. 반가워요. 직접 만나보면 좋겠어요.”


“마찬가지입니다. 커크 부인.”


“그래서, 짐, 언제 오려니?”


“본즈랑 스케줄을 얘기해 봐야 알 것 같아요. 전부인이 여행간 동안 딸이랑 지내고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본즈가 전부인이 돌아오면 어떻게 할 건지 모르겠어요. 지금도 우리한테 손님방을 내주고 소파에서 자는 처지라서요. 그렇지만 원래 여기 살던 사람인데 당연히 방에서 잘 권리가 있으니… 뭐, 여차하면 세 명이 낑겨서 자면 되겠죠.”


“나는 거기서 빠지는 편을 선택하고 싶어.”


짐이 빙그레 웃어주자, 스팍은 늘상 그렇듯 단조로운 어조로 대답했다.


“여튼 그간 재미있게 지내고 있었어요. 본즈네 전부인 조슬린이 오면 슬슬 빠져줘야 할 것 같아요. 이번 주말쯤이 될 것 같은데, 확실히 해야 하니까 정해지면 알려드릴게요.”


“알았어. 엄마 기다리고 있을게.”


“그럼… 나중에 봐요.”


“그래, 그래. 사랑한다, 우리 아들.”


다른 사람 앞에서 이러려니 약간 민망했다. 짐은 애써 아무렇지 않게 늘 하던 대로 마주 대답해 주었다.


“저도요.”


그래도 마지막에 민망한 것만 제외하면 이번 통화는 평소보다 훨씬 긴장이 덜했다. 어쩌면, 다른 사람이 보고 있으면 엄마가 감정적으로 행동해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드는 일이 없을 테니까, 안심이 들었던 걸 수도 있겠다. 스팍이 함께 아이오와로 간다니 좋은 점이 이렇게 많았다.


본즈가 전화를 하러 간 곳이 조용해서 밖을 내다보니, 여전히 전화중이었다. 본즈가 손을 저었다.


“잠시만, 좀 걸리니까 이따 갈게, 짐.”


그래서 그 동안 짐과 스팍은 남은 하루 동안 어디에 갈지, 뭘 할지 정하기 전에 단둘만의 시간이 생겼다. 두 사람은 몇 가지 의견을 주고받았지만, 짐은 그다지 박물관에 가고 싶은 마음이 안 들었고 스팍이 그렇다면 관광을 하는 것보다는 쉬면서 시간을 보내는 편이 좋겠다고 했다. 그렇잖아도 저녁에 복작거리는 축제에 갈 힘을 아껴둬야 할 테니까.


본즈가 통화를 끝내기를 기다리면서 낮 동안 어디서 조용히 시간을 보낼까 궁리하던 중에, 짐의 단말기에서 신호음이 울렸다. 메시지였다. 그는 발신자를 확인하고 환하게 웃었다.


“이것 봐, 스카티가 문자를 보냈네!”


“스카티?”


“응. 넌 아마 스카티와 제대로 알게 될 기회가 없었을 거야. 델타 베가에서 나랑 같이 왔던 사람이야. 미래의 네가 워프 방정식을 알려줘서 엔터프라이즈로 전송되었을 때 있잖아.”


“아. 그랬지.” 스팍의 목소리에는 반가움이 티끌만큼도 없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미스터 스콧의 전송 실력 덕분에 위험한 상황이 많았었지. 스스로 기관실의 탱크 중 한 곳에 전송되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를 나라다 호의 한가운데로 보내 로뮬란들 사이에 노출시켰어.”


“에이, 너무 그러진 말라구. 그 땐 새로운 방정식으로 시범 운행을 한 거였으니까.  그리고 우리는 물론이고 파이크도 전부 한 번에 재전송해서 살려냈잖아. 그 후로 엔터프라이즈를 아주 잘 보살피고 있어. 스카티가 매번 자기 입으로도 불가능하다고 하면서도 얼마나 많이 위험 상황에서 우릴 구해냈는지 몰라.”


“불가능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을 대처하는 데 현명한 길이 못 돼.”


“젊고 미숙한 대원들이 대다수인 신축 함선이 1세기 후의 미래 무기를 지닌 거대한 신원불명의 함선과 조우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불가능’에 기대는 게 전부 아닐까?”


스팍은 약간 한풀 꺾인 기색이었다. “당신도 기억하겠지만 당시에 나는 최대한 그런 길을 피하려 했었지.”


“그리고 그 판단이 틀렸었고.”


스팍은 웅얼거리면서도 그렇다고 시인했다.


“그러니 안 좋은 상황이 오게 되더라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불가능하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어. 내가 신경 써야 할 건 상황을 헤쳐 나가겠다는 사실 하나뿐이야. 그리고 말이지, 보통은 그런 태도가 좋은 결과를 이끌어. 스카티도 굉장히 실력이 좋고 말야.”


“그렇군.”


“거기다 나하고는 비교도 안 되게 주량이 대단해. 처음으로 상륙휴가를 나갔을 때 스카티에 대해 많이 알게 됐거든. …흠, 그러고 보니까 스카티가 지구에 있을 텐데.”


짐은 메시지를 열어 읽다가 고개를 들어 스팍을 봤다.


“스카티에게 전화를 해도 될까? 그 쪽은 괜찮은 시간인 것 같기도 하고 오랜만에 연락을 하고 싶은데…”


“원하는 대로 하도록 해.”


전화를 걸자마자 스카티가 곧장 받았다. “이게 웬일이야! 이렇게 빨리 응답이 올 줄은 몰랐네! 오랜만이에요, 짐!”


“반가워. 여기는 이제 아침이야. 본즈와 조지아에 있어. 자넨 어디야?”


“스코틀랜드 말고 갈 데가 또 있겠수?”


스카티는 어깨를 으쓱 넘기면서 주변을 가리켰다. 화면 너머에는 정비소로 보이는 실내 모습이 다였기에, 딱히 스코틀랜드라고 알아보기는 힘들었다.


“집에 돌아오니까 좋기는 좋은데 말이죠, 솔직히 그렇게 좋지만도 않아요.”


“그래? 무슨 일 있어?”


“그런 건 아닌데, 우리 배 걱정이 자꾸 들어요. 개조에 대해 적어놓은 문서를 남기긴 했는데… 뭐 조금 빼놓고 거의 다… 교과서 수준의 기술자들이 내 의도를 이해할 수는 있을는지 모르겠단 말이죠.”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바로 그 ‘교과서적인’ 사람들이 우리 배를 지은 거잖아?”


“그런데 그치들이 몇 년씩 같이 팀으로 일한 사람들도 아니고, 우리처럼 제대로 척척 합이 맞는다면 모를까. 그 사람들은 아니거든요.”


스카티는 어깨를 으쓱 했다.


“생각해 보면 어중이떠중이들 때문에 나 혼자 괜히 안절부절 못하고 설레발을 치는 걸지도 모르겠다니까.”


“자네가 직접 개조 보고서를 남겼으니 그 부분을 존중해 주겠지.”


“그렇죠, 근데 개조 전부에 대해 쓴 건 아니라서.”


스카티는 그렇게 말하면서 눈을 피했다.


“일부는 뭐라해야 하나… 정식으로 기록 안 하고 그냥 퉁치고 넘어간 거라 말이죠… 그래서 이번에 수리하다가 그 부분까지 죄다 원래대로 고쳐버리면…”


“왜 그 부분은 문서로 안 남겼어?”


스카티가 어색하게 자세를 틀었다. “그게 말이죠… 스타플릿의 안전 기준에 눈곱만큼 살짝 벗어난 거였다고나 할까.”


짐이 눈썹을 찡그렸다. “그럼 불법 개조였단 말이야?”


“그야 극한의 상황에 처해 있으니 어쩔 수 없었던 거 아니요! 함장님이 고치라고 했으니 고쳤던 거뿐이고, 그래서 살았잖아요? 결국 잘 됐으니까 거 개조를 한 게 아주 옳은 거였다는 증명이 된 셈 아니겠수? 게다가 그래 고치고 나서 더 엔터프라이즈가 빠릿하게 잘 돌아다니기도 했고. 내가 뭐 이유도 없이 긴급 개조한 걸 고대로 내버려뒀을 린 없잖아요, 그렇죠?”


“어이, 나까지 끌어들이진 마. 어쨌든 난 함선이 무사하기만 하면 그만이야. 문제는 스타플릿 정비사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하는 거지.”


“그러게요. 못 알아채고 넘어가기를 바라야죠. 아무래도 출항하고 나서 첫 주는 고 놈들이 해 놓은 짓을 죄 뜯어고치느라 보낼 것 같네요…”


“미안하지만, 스카티. 바로 그런 것 때문에 정비사들이 함선을 살펴보는 거 아니겠어. 이런 말이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비팀이 고친 걸 자네가 다시 뜯어고친다고 해도 괜찮아. 자네가 하는 일을 믿거든. 그냥 말이지, 나한테 너무 자세한 건 얘기하지 않으면 돼.”


“에, 그래야 할 것 같네요.”


스카티는 다소 우울한 기색이었다가 이내 기운을 차렸다.


“해서… 지금 집이에요? 맥코이네에서 지내는 거요?”


“맞아. 참, 스카티 ― 내가 지금 누구랑 있는지 알면 깜짝 놀랄걸. 스팍 부함장 기억나?”


얘기를 듣자마자 스카티의 얼굴이 환해졌다. “당연히 기억하죠. 그렇잖아도 말이죠, 엔터프라이즈에 올랐을 때의 첫인상은 아직도 생생하다니까요.”


짐은 웃음을 터뜨릴 뻔 했다. “그래, 그렇겠지. 인사할래?”


“그럼요. 근데 이번엔 그 양반이 날 째려보고 그럴 이윤 없는 거죠?”


“그건 잘 모르겠는걸…”


짐은 왠지 스팍이 준법과 위법 사이에 걸쳐진 스카티의 연방 함선 특제 업그레이드를 어떻게 생각할지 의문스러웠다.


“뭐, 얘기하면서 알아보자고.”


그는 밝게 마무리를 짓고는 스팍에게 단말기를 넘겼다. 건네받자마자 스팍이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당신의 불법 개조에 대해 스타플릿에 알릴 생각은 없어. 내 감상이 어떻든 간에 나는 더 이상 스타플릿의 일원이 아니고 그들과 접점 또한 없으니 안심해도 좋아.”


“다행이구먼.” 스카티는 곧장 싹싹한 태도로 돌아왔다. “다시 보게 되다니, 반가워요, 미스터 스팍! 미래에서 온 댁하고는 몇 마디 못 나눴지만, 보니까 그 양반이 물리 법칙이라든가 시공간의 관계성에 대해 재밌는 얘기를 많이 알고 있더군요. 댁이 와서 같이 여행을 했다면 좋았을 텐데 참 유감이오. 댁처럼 머리가 비상한 사람들이랑 있으면 온갖 아이디어가 튀어나왔을 텐데.”


“미래에서 온 스팍은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미래의 기술과 과학적 진보를 향유하고 온 존재이기에 당신의 생각만큼 내가 기대에 부합할 수 있을 지는 회의적이야. 다만 궁금한 점이 있군. 방금 커크와의 대화에서 오간 말에 의하면 당신이 현재 규정의 함선 구성을 개선할 방도를 찾았다는 뜻으로 이해되는데, 어떻게 할 의도인지 물어봐도 실례가 되지 않을까?”


“왜 이런 말도 있잖아요. 필요성이야말로 발명의 어머니이다, 뭐 이런.” 스카티는 그러다가 문득 경계심 어린 기색을 했다. “…근데 그 전에 말이죠, 우리 함장한테 잠깐 화면 넘겨주면 안 되겠수? 먼저 얘길 좀 해봐야 할 것 같은데.”


스카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해서 짐은 큭큭 웃었다. “걱정 마, 스카티. 스팍은 좋은 의미로 한 말이니까. 나도 궁금하기도 하고.”


“아, 그럼 좋아요, 좋아.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호기심이 생긴 데까지는 좋았는데, 역시 짐은 스팍과 스카티처럼 기계과학 지식까지는 깊이 알지 못 했다. 당연히 함선의 추진 장치 정도야 기본적인 만큼 알았지만(함장 노릇을 하려면 조금이라도 알아야 하는 부분이란 게 있었으니까) 조금 더 상세하게 들어가면… 스팍은 스카티의 설명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어 보였고, 한 번은 스카티의 개조가 이전에 회로 등에 영향을 준 전례가 있지 않은지 물으면서 파고들기도 했다. 하지만 짐이 하는 거라곤 상황을 슬쩍 넘기는 정도였다. 매번 어려운 설명으로 복잡해질 때마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한 번 해보라고 허가를 내려주면 스카티가 어떤 부분을 쓰임이 다른 유사한 부품으로 바꾸고, 또 나중에 공을 들여 새로운 유형으로 뚝딱 바꿔놓는 식이었다. 스팍은 꽤나 독창적인 발상이라고 여겼는지 집중해서 들으면서 간간히 눈썹도 치켜세워주고, “흥미롭군…”이라며 중얼거리기도 했다.


두 사람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토론을 계속하다가 거기서 더 나아가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주고받기도 했다. 실제로 적용될 수 있는 아이디어인지는 모르지만, 그들에게 중요한 건 대화 자체인 듯 했다. 그러던 중에 본즈가 통화를 마치고 들어왔다. 짐은 이때다 싶어 끼어들어서 닥터 맥코이가 왔다고 알리며 인사를 시켰다. 본즈는 예전보다 비행 공포증이 많이 사라졌다. 그렇지만 짐이 생각해도 그는 앞으로 함선의 중요한 구조 일부가 안전하게 입증된 규정 상태를 탈피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간 절대 좋아할 것 같지 않았다.


그 후로 ‘덜 전문적인’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다가 마침내 스카티가 그만 일들을 보라며 연락을 종료했다. 낮 시간을 어떻게 보낼 건지 아직 계획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본즈가 어떻게 할 작정이냐고 재차 얘기를 꺼냈다. 짐은 내심, 스카티와 대화를 나눈 후 분위기가 좋아져서 스팍과 이렇게 더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졌다.


술루와 체콥은 메시지에 바로 응답하지 않았다. 체콥은 러시아로 갔을 테고 아니면 두 사람이 같이 다른 곳에 여행을 갔을 수도 있겠다고 짐은 생각했다. 본즈가 채플 간호사의 연락처를 알아서 통화를 했다. 채플은 본즈가 식객 둘을 두고 소풍을 다닌다는 얘기에 좋아했다. 하지만 그녀는 애초에 스팍과는 만나본 적이 없었기에 알아볼 리도 없었다. 짐과 스팍은 샌프란시스코에서 파이크와 만났는데(짐의 경우 추가로 넘버원까지) 본즈는 함선이 정박한 이후 못 봤던 터라 그쪽과도 연락을 했다.


통화가 끝나고 났을 때쯤 술루가 보낸 답장이 와 있었다. 듣자하니 체콥과 둘이서 일본과 한국을 경유하며 아시아에서 여행을 했고, 한동안 러시아에 있다가 지금은 샌프란시스코에 돌아와 있다고 했다. 캠퍼스에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고, 술루의 가족들과 지내고 있는 모양이었다. 통화할 기회를 놓치다니 짐은 아쉬웠지만, 그렇잖아도 두 사람은 어차피 두세 시간 내로 체콥의 친지가 있는 지역으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오 전후로 엔터프라이즈 호의 핵심 대원들과 통화를 하고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보냈다. 그러나 선뜻 연락을 하기가 머뭇거려지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그래도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미 몇 자 적어 메시지를 보내기로 생각해둔 차였다. 스팍을 옆에 두고 그렇게 못 할 이유야 없었다. 다만 스팍이 어색해 할까봐 걱정이었다. 뭐, 그런 경우에는 스팍을 다른 데로 보내면 되려나. 짐은 적어도 제안은 해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해서 말이지, 스팍. 우후라와는 아직 연락을 안 해봤어.”


스팍의 겉모습만큼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랬지.”


“어때? 연락 해볼래? 좀 어색해지려나?”


스팍의 표정은 한 치의 변함이 없었지만 대답이 곧바로 나오지 않았다. 본즈도 집중해서 이쪽을 쳐다봤다.


“우후라가 ‘어색해’ 할 거라고 생각해?”


“모르지, 나야. 분위기가 조금 묘해질 지도. 그래도 우후라는 널 보면 반가워 할 거야.”


“그렇다면 연락하는 것에 이의는 없겠군.”


“좋아.” 짐은 우후라의 연락처를 불러와 메시지를 써내려갔다. “잘 지내고 있는지 어디 한 번 볼까…”


답장이 즉시 돌아왔다. 딱히 중요한 일을 하는 중은 아닌 모양이니, 전화를 해도 좋을 것 같았다. 전화를 걸자 우후라의 얼굴이 화면에 떠올랐다. 그녀의 모습 뒤로 셔틀크래프트 내부로 보이는 배경이 드러났다.


“안녕. 어디 가나봐?”


“코페르니쿠스 시티에 가는 길이에요. 우리 할머니가 은퇴하고 나서 거기 계시거든요. 거기서 할머니 얼굴도 뵙고 한동안 지내면 좋겠다 싶어서. 당신은 뭐하고 있어요?”


“본즈네 집에 와있지.”


우후라는 씩 웃었다. “왜 놀랍지가 않을까?”


“잠깐만 있어봐. 인사할 사람이 있어…”


그는 스팍에게 단말기를 건네줬다. 화면이 보이지 않아서 우후라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잠깐의 정적 후 충격 받은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스팍? 스팍이예요?”


“그래. 다시 보게 되어 반가워, 우후라.”


다시 한 번 침묵이 흘렀다가, 이번엔 작은 웃음소리와 함께 살짝 충격을 받은 듯한 대답이 돌아왔다.


“와, 스팍…”


우후라는 할 말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짐은 조금 신기한 기분으로 끼어들어서 말을 걸었다.


“와, 어떻게 금방 알아봤네? 나도 처음엔 긴가민가했는데. 게다가 여기 본즈는 논리 어쩌고 하는 얘기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완전히 못 알아봤거든.”


“뭐, 스팍이랑 난 엔터프라이즈에 오르기 전부터도 알고 지낸 사이였잖아요.”


“그냥 알고 지낸 게 아니라 가까이서 얼굴에 엄청 익숙해진 모양인걸? 뭐라해야 하나, 이것저것 덕지덕지 붙은 게 있는데도 금방 알아보다니 말야.”


우후라가 웃음을 터뜨렸다. 분위기를 가볍게 만드는 데는 성공한 모양이었다.


“그건 그렇고… 스팍. 어떻게 지냈어요?”


“나는 잘 지냈어.”


스팍은 대답하곤, 옆에서 팔짱을 낀 채 코웃음을 치는 닥터 맥코이를 향해 슥 시선을 들었다. 지나가듯 들린 소리를 우후라가 금방 알아챘다.


“그쪽도 안녕하신가요, 닥터. 제멋대로인 남자애들을 둘이나 돌보려니까 고생이 말도 아니겠네요.”


“짐이야 노상 겪는 녀석이니 괜찮다지만.” 본즈는 스팍이 앉아있는 곳 뒤편으로 와서 화면 건너의 우후라와 얼굴을 마주했다. “근데 스팍은, 뭐…”


“그렇죠, 다루기가 엄청 힘들다니까요.”


짐은 스팍의 황당한 표정에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스팍이 무슨 말이냐며 인상을 쓰고 물었다.


짐은 본즈 옆으로 가서 섰다. 네 사람은 가볍게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근황을 물었다. 흠… 스팍은 거기서 빼야 하나. 얘기를 하다 보니 대화가 도로 진지하게 흘러갔다. 그러는 중에도 계속 우후라는 뭔가 묻고 싶은 눈치였고, 스팍은 거의 말이 없이 조용했다. 마침내 가벼운 이야기가 지나가고 나자 우후라가 물었다.


“스팍, 이주지 일은 어때요?”


“잘 되어가.”


“그래서…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었어요? 그동안 행복하게 지냈어요?”


“‘행복’은 벌칸인이 추구하는 사항이 아니야. 만족스럽고 건전한 삶을 목표로 할 뿐.”


흘긋 옆을 보니 본즈가 못마땅하게 입을 비죽이는 모습이 잠깐 눈에 들어왔다. 짐도 그렇지만 본즈 역시, 벌칸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헛소리라 할 사람 중 하나였다. 벌칸도 감정이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미래의 스팍이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이 스팍은 구태여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그가 감정이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여실히 알 수 있었고, 그래서 짐은 스팍 대사의 성격을 알면서도 여전히 스팍을 보면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우후라는 다정한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뭐어, 어찌 되었건 당신이 원하는 곳에서 지내고 있으면 잘 사는 거겠죠. 나는, 만족스럽게 살고 있어요.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이 아주 행복했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예요.”


“반가운 일이군. 나 자신이 추구하는 바는 아니지만 타인들은 행복하길 바라. 네가 행복했으면 해.”


“알아요. 그 마음. 걱정 마요. 내가 이해한다고 전에 말했었죠. 정말이예요. 그리고 나도, 모든 게 다 잘 되어가고 있다니 기뻐요.”


“고마워, 니요타.”


조용한 스팍의 대답 후,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우후라의 시선이 스팍의 옆에 있는 짐에게로 옮겨갔다. 그녀가 멋쩍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당신은 어때요, 함장님? 휴가 잘 보내고 있었어요?”


짐도 그렇지만 우후라 역시 은근슬쩍 말꼬리를 트는 데 익숙했기에 분위기가 무거워지지 않고 이어졌다. 가볍게 근황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우후라가 탄 셔틀이 이륙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우후라는 작별인사를 했다.


“그리고, 있죠, 스팍? 가끔 메시지 보내줘요. 벌써 몇 년이나 소식을 못 들었네요. 어떻게 지내는지 듣고 싶네요.”


“기억해 둘게.”


그렇게 말하는 표정은 변함없이 그대로였지만 짐은 그것이 거짓말임을 알았다.


교신이 종료된 후,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기로 한 짐과는 다르게 본즈로 말할 것 같으면, 성격대로 한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너 정말 우후라한테 아무 얘기도 안 할 작정이야?”


스팍은 본즈가 있는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대꾸했다.


“벌칸 이주지 건설을 위해 스타플릿을 떠났을 때 나는 이미 한 번 우후라 대위에게 실망을 안겼어. 나의 상황이 좋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을 구태여 꺼내서 우후라가 걱정하거나 슬퍼하게 할 이유는 없다고 봐. 또 나는 그녀의 삶에 다시 끼어들어 방해할 의도가 없을 뿐더러 그런 암시를 줄 수도 없어. 우후라는 과거 나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평화로운 삶을 누리고 있으니.”


짐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헤어진 연인이 자신이 없는 삶에서 잘 지내고 있고 그걸로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면, 구태여 그 사람에게 자신의 불행을 알릴 이유는 없는 것이다. 본즈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좋을 대로 하라구… 하지만 말이야, 괜찮다면 우후라에게 좋은 얘기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니겠어.”


짐과 스팍이 동시에 의아한 눈길을 하자 본즈가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


“이제 네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느니 하는 걸로 캐묻거나 참견하지 않을 테니까 들어봐. 우린 이제야 안면이나 조금 튼 사이지. 맞아. 그렇지만 예전에 그 딱 한 번 같이 함선에 있었던 때만으로도 난 네게 빚진 게 아주 많아. 짐을 도와서 파이크를 구출하고, 드릴을 격추시키고… 그걸 논외로 두고 보더라도, 너는 스타플릿에서 수석으로 졸업한 인재야. 생도들 앞에서 교편도 잡았고, 함선의 과학 장교로서 광범위한 분야의 과학 지식을 지니고 있지. 넌 원래 예정대로라면 그대로 그걸 타고 미지의 우주를 탐사하기로 되어 있었단 말이야. 그럴 자격도 능력도 있었다고. 내가 보기에 너같은 과학도가 아무렇게나 있는 건 재원의 낭비야. 해서 내가 아까 몇 군데 연락을 넣어봤거든…?”


짐은 스팍이 묻는 눈길을 해서 멋쩍게 잘 모른다는 표정을 했다. 본즈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는 몰라도 행여나 스팍이 기분 나빠 하지는 않을까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젊었을 때 미시시피에 있는 대학에 다녔는데, 그래서 내가 남부 쪽 의료계 사람들과 연줄이 꽤 있어. 게중 일부는 대기업 연구시설에서 약학이나 생명공학을 연구하거든. 의학 발전의 선두에 서 있는 기술이니 중요한 일이 많지. 그 사람들도 아쉬운 입장이니 간단한 일이었어. 스타플릿 교사 출신인데 실력을 믿어도 될 만한 인재가 있다고, 혹시 욕심이 있느냐고 물었어. 그랬더니 몇 군데 입질이 오더군.”


짐은 다시 스팍의 표정을 흘긋 확인했다. 스팍은 기분이 나쁘다거나 한 것 같지 않았다. 한편, 본즈는 겉으로 늘 툴툴대면서 싫은 소리를 하지만 사실 정이 많아서 남들을 많이 챙겨줬다. 본즈를 잘 알기에 그건 딱히 놀랍지 않았다. 그러나 스팍은 인간이 아니었고 또 다른 삶을 살아왔기에, 짐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그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바가 달랐고 그래서 그의 반응을 예상할 수 없는 게 어찌 보면 당연했다. 어찌 되었건 아직까지는 스팍이 의아함 이상의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번호 받아놨어. 관심 있으면 연락해 보든가.”


스팍은 궁금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닥터 맥코이, 왜 내게 이런 호의를 베풀지?”


“저번에도 말했듯이, 넌 내게 의미 있는 사람들을 비롯해서 이 지구를 구해냈어. 그런 사람에게 더 나은 삶을 누릴 기회를 찾게 해준다는데 내가 어떻게 손 놓고 있을 수 있겠어?”


짐은 본즈를 보고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도움의 손길을 스팍이 어떻게 생각하건 짐의 입장에서는 고마웠다. 잠시 후 스팍이 머뭇거리다 이렇게 말했다.


“나는…물론, 관심이 있어. 기회를 제공해 주어서 고마워.”


본즈가 손을 내저었다.


“천만에. 별로 한 것도 없어. 그냥 전화 몇 통 때린 게 전부야.”


“내가 원래 몸담았던 분야가 아니니, 예전이라면 염두에 두었을 일자리가 아니었을 테지.”


스팍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기회를 거절하는 것은 비논리적이겠지.”


짐은 그에게 웃어주었다.


“면접에 입을 만한 옷을 사둬서 다행이지?”


“아마 면접을 하게 되면 업무에 대해 논의하기에 앞서 고용주들이 내 재능과 기본 지식의 수준을 알아보리라고 예상되는군. 하지만 의학 분야에 아주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것이 아닌 이상 면접을 통과할 자신이 있어.”


“바로 그 정신이지.”


본즈도 자못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렇게 그 날 낮의 일정이 정해졌다. 본즈는 스팍에게 고용주와 연구시설에 관해서 알려주었다. 그 후 스팍이 혼자 생각할 시간을 갖는 동안 짐과 본즈는 거실로 자리를 피해주었다. 짐은 소파에 앉아 몸을 쭉 펴면서 본즈에게 살갑게 말했다.


“요즘 내가 표현에 소홀했지? 역시 본즈 네가 최고야.”


본즈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솔직히 말해서 이것도 내가 볼 땐 최선은 아니야. 하지만 본인이 그렇게 스타플릿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면야, 이렇게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지금까지 중에서 최고로 발전을 많이 한 거라구. 얘기는 별로 안 하지만, 스팍이 도움을 받는 걸 싫어한다는 건 누가 봐도 확실해. 다시 자립할 수 있게 되면 다른 일들도 전부 풀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 ‘다른 일들’이라는 게 무슨 뜻이야?”


본즈가 불쑥 물었다.


“처음에 난 그 녀석이 소인배 놈들 때문에 일할 곳을 잃은 게 문제라고 생각했거든? 여튼 내 경험상 말하자면 의학 연구쪽에 있으면 밥 먹고 하는 게 연구라 결과만 좋으면 장땡이야. 그러니 쓸데없는 사소한 것 갖고 스팍이 괴롭힘을 당할 일은 없을 걸. 게다가 남부는 역사적으로도 차별을 지독하게 하기로 유명했지. 전적이 있으니 그런 거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다들 엄격해.”


“그러길 바라야지.”


짐은 잠시 생각해 보았다.


“사실은 나조차도 ‘다른 일들’이 뭔지 감조차 못 잡겠어. 예를 들어 왜 스팍이 뉴벌칸에서 나왔는지. 아니면 무슨 일이 있어서 스타플릿과 절대 접점을 두지 않으려는 건지.”


스팍에게 무언가 특별한 이유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생각하는 바가 있으니 자신만의 삶을 살겠다고 하는 걸테고. 하지만 그 이유에 대체 스타플릿이 무슨 관련이 있는 건지 짐은 알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스팍이 지구에 있으면서 스타플릿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니까, 이걸로 된 것 같아. 자기가 선택한 삶에 더 적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지. …물론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스팍만이 알겠지만.”


본즈가 고개를 주억였다.


“…그래도 생각은 해봐, 짐. 스팍을 스타플릿으로 데려오면 우리 문제들이 단번에 좋게 해결 될 수 있잖아. 술루는 유능한 사람이지, 하지만 조타수면서 일등 항해사고 거기에다 추가로 과학부서의 장교까지 맡을 순 없어. 그건 너무 벅차. 과학 장교로 적합한 사람도 없고 말이야. 체콥이라면 또 모르지만 ― 알다시피 술루는 자기가 조타수를 계속 할 거면 옆에 체콥을 항해사로 데리고 싶어 할 거고…”


“얘기 안 해도 알아. 나도 명부를 수십 번 들춰봤어.” 짐은 한숨을 쉬었다. “내가 너무 욕심이 많은 걸까. 지휘 능력이 있으면서 다방면에 재능까지 많은 사람을 원한다는 게.”


“찾아보면 적격인 사람이 어딘가는 있겠지.”


짐은 동의했다. 그렇다, 바로 그 적격인 사람이 지금 지구에서의 일자리에 지원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어느 쪽을 선택하건 스팍의 자유일 뿐이었다.






제 12장, 현기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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