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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lock] 우리에게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열정이 있다 │ Our Enthusiasms Which Cannot Always Be Explained - 3 본문

Sherlock_중편/시리즈

[Johnlock] 우리에게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열정이 있다 │ Our Enthusiasms Which Cannot Always Be Explained - 3

topsecretum 기밀선녀 2015.03.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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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키스에 대해 불평하자면 이유는 많았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입을 맞추는 동안은 마치 늘어지도록 영원하게 느껴졌고(하지만 실제로는 겨우 35초뿐이었다), 바깥에서 들리는 발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입술을 떼게 되었다. 문 밖에서는 잔뜩 짜증이 난 형사가 두 사람이 어디 숨었는지 찾으러 왔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어떻게인지, 존은 그럭저럭 앤더슨과 마주치지 않고 조용히 셜록을 데리고 기도실에서 빠져나와 ― 혹은, 그렇게 한 것 같으며 ― 두 사람은 부조화를 이루는 한 쌍의 하이에나처럼 킬킬대며 레스트레이드를 찾으러 바깥으로 나섰다 ― 혹은, 그랬다고 생각한다. 확실한 것은 셜록이 옆에 있었고, 존의 깔쭉하게 솟아난 환한 입꼬리에 고정된 그 눈빛이 열렬했다는 것이다. 채 2분도 전에 마침내 자신의 것으로 선언한 그의 얇은 입술이 마음에 들었으리라. 셜록은 방금 무슨 이유에서인가 잠시 슬퍼했지만, 두 사람은 키스를 나눴고 셜록은 더 이상 슬프지 않아졌다. 환상적이다. 이건 인류 역사상 가장 환상적인 일일 거다.


“이번엔 또 뭔지 알고 싶지도 않군.” 지나가는 그들에게 레스트레이드는 수상쩍은 눈을 했다.


“아닐걸요.” 대꾸한 존은, 셜록이 슬프지 않은 표정을 지어보이자 웃음을 터뜨렸다. 가슴이 뻐근하게 열리는 기분이 들었다. “먼저 잠을 좀 자야겠어요. 일단은.” 


“알아서들 해.” 레스트레이드는 조금 비죽이며, 그의 앞에 있는 두 구의 시신과 그 날 당장 아홉 시간은 족히 연장될 근무 시간으로 관심을 돌렸다. “가서 자. 쉬고 나면 문자 보내, 사건에 대해 뭘 알아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일어나자마자 당장이야.”


두 사람에게는 관심 없는 일이었다. 결국엔 그렇게 할 거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들은 택시를 세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 ― 혹은, 존이 생각하기론 그랬다. 확실한 것은 셜록이 그의 어깨에 기대 있고, 그의 날씬한 몸뚱이가 품에 맞아들자 서로 옆을 비워두었던 퍼즐 조각처럼 완벽했다. 그는 존의 상처가 있는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더 이상 웃지 않았지만, 슬프지도 않았다. 두 사람 다 그랬다. 셜록은 레스트레이드에게 문자를 보내느라 바빴다. 떨리는 손으로 문법도, 철자도 제대로 쓰지를 못 했고, 그걸 보는 존은 창문에 머리를 기대어서, 그의 관자놀이는 유리 너머로 흘러온 겨울에 차게 식은 채였다.


라디오에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연주하는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택시기사에게 끄라고 해야 하려나, 셜록이 크리스마스를 싫어하니까.


확실히 잠이 필요하다.


그래야 하는데, 이른 아침 런던의 하늘이 펼쳐진 유리창에 기댄 머리칼은 얼음이 서리듯 차게 식어 있었고, 옆에서 셜록이 조금 몸을 틀었다 싶은 순간 존의 손에 살며시 휴대폰이 쥐어졌다. 내려다보자, 그의 어깨에 기대어 올려다보고 있는 눈빛이 그가 단 한 번도 경험한 적 없었던 애정어린 마음으로 차올라, 다정하게 품을 연 영혼이 그를 감싸왔다. 벅찬 숨을 마시자 폐 안의 폐포들이 전부 터져나간 듯이 세게 가슴을 치고 빠져나갔다. 정말 그런 걸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거였으니까.


“이제 당신 거예요, 언제나 그래왔지만.” 말하는 셜록의 목소리를 느릿했다. 그는 존의 어깨에서 고개를 들어 얼굴을 들여다보며, 존의 가슴 중앙에 경건하게 손을 가져다 댔다.


“…뭐가?”


셜록은 애끓는 황홀함과 또 비통함으로 눈을 감았다. “…전부. 반대로 아무것도. 전부이자 일절의 것이요. 아무리 해도 이해할 수가 없어요. 끔찍하죠, 정말 지독해 ― 언어가 생득적으로 지니고 있는 이원성이란 게. 《소리와 분노》에서요. ‘내 너에게… 모든 희망과 욕망의 능묘를 주리니… 내 너에게 이를 주는 것은 시간을 기억하라 함이 아니라, 이따금씩 잠시라도 시간을 잊으라는 것이요, 시간을 정복하려고 인생 전부를 허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긴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싸움이 성립조차 되지 않는다. 그 전쟁터는 인간의 우매와 절망을 드러낼 뿐, 승리는 철학자와 바보들의 망상이다…’”[각주:1]


존은 조용해졌다. 머리칼은 얼음 결정이 되어 얼어붙었다.


“책의 구절이에요. 포크너요. 마음에 안 들어요. 삭제해 버리려고 했는데, 그게 안 돼요.” 셜록은 거기까지 말했고, 그러더니 ― 버거운 감정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조금씩 무너지더니, 곧 휘황찬란하게 부서지는 색의 조각들로 흩어졌다. 그 얼굴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아서,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았고, 존이 할 수 있었던 일이라곤 마침내, 꿈속에서 몇 번이고 되뇌었던 바람처럼 마침내 손을 뻗어 셜록의 부드럽게 솟아난 입술에 손끝을 가져다 대는 것이었다.


그의 손길에, 금방이라도 부서져 버릴 것 같던 셜록의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 그 대신 아름답게 웃었다. 손가락 끝에 닿은 입술은 한껏 당겨졌다. 그런 모습을 보며 존은, 당장에라도 이 택시 안에서, 머리카락이 얼음으로 뻣뻣해진 그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인용하는 셜록에게 말하고 싶어졌다.


안녕,


휘황찬란하게 아름다운 내 사람


내가


절대


읽지 않을 책을


인용하지만,


사실 난 읽을 필요도 없어


왜인지 알아?


마치,


내가 그 책을 읽은 것처럼


네 뇌간 속을 훤히 읽을 수 있거든


네 왼쪽 팔에 있는


수많은 바늘 자국도


내가


그녀의 이름을


입에 올릴 때


짓는 네 표정도


그 얼굴도


알아 (그래서,


더 이상 안 해.


그래서 내가 그녀의 얘기를


절대로 꺼내지 않는 거야.)


사실


이것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거든


나는


너를


____해


“안녕.” 존은 창문에서 차게 변한 머리를 떼어내려고 헛된 노력을 했고,


“으으음, 당신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런 그의 손끝에서 셜록은 다시 한 번 깨어질 것 같은 얼굴로 속삭였다.


이렇다니까. 두 사람은 한 곳에서, 서로 다른 언어로 얘기를 한다.


“그래, 그래.”


“그래요.”


알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인 셜록은 나긋한 몸을 작게 말아 존의 품 안에 파고들었다. 어깨에 얼굴을 완전히 파묻어 기대오는 셜록을 단단히 지탱하며, 존은 자신의 머리칼이 얼음처럼 찼기에 대신 셜록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그렇게 얼마 후, 드디어 집에 다다른 것이 분명했다. 두 사람은 옷을 입은 채로 셜록의 침대에 뒹굴었다. 나른하게 키스를 나누는 동안, 셜록이 급히 그의 스웨터와 바지를 벗겨내더니 경건하리만치 조심스레 그에게 자신의 부드러운 티셔츠와 체크무늬 파자마 바지를 입혀주었던 것이 기억난다. 바지가 존에게는 너무 길었기에 셜록은 떨리는 손을 가져와 허릿단을 한 번 접어주었다. 배의 따스한 살갗 위에 닿는 셜록의 손가락은 황홀하게 시렸다. 두 사람은 다시 웃었다. 존은 감청색 셔츠를 덥석 잡아다 셜록에게 입을 맞췄다. 셜록에게서는 아몬드 샴푸 냄새가 났고, 셜록의 맛이 났고, 또 ― 드디어 ― 환상적이었다.


그러더니 잠옷으로 갈아입는 동안 셜록은 다시 슬퍼졌다. 그는 셜록이 슬퍼지는 건 싫었다. 두 사람은 너무도 분명하게 서로를 ____하고 있었으니까. 셜록이 옆자리에 들어와 웅크리고 누우자 존은 뼈가 그대로 드러나는 등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들여 안고 목덜미 뒤, C4 척추뼈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이젠 존의 것이다. 이제 그건 그의 것이고, 그가 소유하는 것이다. 셜록은 가슴이 뻐근하리만치 만족스런 한숨을 내쉬고 존의 손을 잡아 자신을 감게 한 후, 깍지를 꼭 끼었다. 셜록이 입은 보드라운 회색 브이넥 티셔츠에서는 허드슨 부인의 라벤더 향 섬유 유연제 냄새가 났다. 잠에 빠져드는 셜록은 아늑하게 부드러웠고, 자신의 등을 존의 품 안에 꼭 붙인 채로, 존이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말들을 조용히 중얼거렸다.


잠이 필요했다.


존은 셜록의 뒷덜미에 얼굴을 한 번 꾹 묻고, 마른 몸을 조심스레 품 안에 끌어안았다. 셜록은 그의 손을 입가로 가져가서, 입술을 맞추지는 않고 그대로 얼굴에 댄 채 작은 숨결로 간지럽혔다.


정말이지 완벽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전혀 아니었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를 시각, 잠에서 깬 존은 무시무시한 추위 속에서 홀로 침대에 내버려진 채였다. 침대는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셜록의 방은 완전한 어둠에 잠겨 있었다. 고개를 틀어 창밖을 보자 런던의 밤하늘에 얼룩진 별빛이 반짝이고 있었고, 다시 한 번 고개를 틀어 머리맡 서랍 위에 놓인 자신의 휴대폰에 손을 뻗었다. 화면을 켜 확인한 그는 경악해서 하마터면 휴대폰을 떨어트릴 뻔 했다.


오후 11시 9분.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이불 속에 누운 채 화면을 보고 있자니 확인하지 않은 문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아마 안나가 보냈을 것이었다.


일하는 내내 생각해 봤거든요, 당신의 동료라는 사―


존은 휴대폰을 무음으로 돌려놓고 서랍 위에 내려놨다. 모든 게 몽롱하니 흐릿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안나는 저 먼 곳에 존재하는 화제였다. 지금 와서는 플라토닉한 기억이었다. M으로 시작하는 말하지 않는 세 가지 화제. 이 세상에서 셜록 홈즈라는 이름이 들리지 않는 것이라면 전부이자 ― 일절의 것들을 겪고 나니 이제는,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가 않았다. 중요한 건 존은 자신의 소시오패스 동거인에 의해 또다시 약을 먹어 종일 잠에 뻗어 있게 됐는데도 별로 아무렇지 않았다는 거고, 그러다 뭔가 굉장히, 대단히 잘못된 기분이 들었다. 약에 뻗은 것은, 괜찮았다. 그의 기억이 맞다면, 입맞춤 역시, 괜찮은 것 이상이었다.


하지만 셜록의 침대에 혼자 남겨지는 건, 그렇지 않다.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살짝 휘청이는 다리를 끌고 거실로 나왔다. 모든 것이 괜찮아야 정상이었다. 마침내 두 사람이… 그걸, ____을 확인했으니까. 적어도 존은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그래도 확실히 기억나는 건, 함께 한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괜찮아야 하는 거였다. 그런데 무언가…이상했다. 무언가 잘못됐는데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것을 반증이라도 하듯 그는 구겨진 스웨터와 바지를 입은 채였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완전히 다른 것을 입고 있었다고 맹세라도 할 수 있었건만, 현실은 아니었다. 온연한 어둠에 싸인 거실로 들어서는 그의 온 몸의 관절은 불이 붙은 듯 삐걱였고 한 나절이 아니라 마치 백 년은 자다 일어난 것처럼 머리가 어지러웠다. 당연하게도, 그의 탐정은 그곳에 있었다. 그런데 당황스럽게도 재킷, 바지, 신발, 모두 차려입은 채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창밖으로 별빛이 떠오른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초점이 맞은 존의 눈에 갓 감은 듯 촉촉하게 젖어 있는 셜록의 머리칼이 스쳤다. 아침에 샤워를 했는데 왜 또 씻은 걸까?


“이럴 줄 알았어야 했는데. 이젠 놀랍지도 않다. 이 나쁜 자식아.” 존은 손등으로 욱신거리는 눈을 비비며 투덜댔다.


하지만 셜록은 곧장 몸을 틀어 그를 보지 않았다. 무언가가 이상했다. 고개를 돌린 셜록은, ‘고립은 나를 지켜준다’고 했던 말 이후로 본 적 없던 차가운—그리고 모순적인—눈빛을 그에게 향했다.


 “추론 한 가지는 맞았군요. 사건현장에 가기 전에 당신에게 약이 투여됐어요. 지금쯤이면 약기운이 사라졌겠죠.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나는 그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셜록은 다시금 런던의 밤하늘을 향해 반쯤 몸을 틀더니 주머니 안에서 하얀 손 하나를 빼, 기다란 손가락 끝으로 창틀 위를 가만히 쓸었다. “그 환각제는, 통칭 ‘악마의 발 뿌리’로도 알려져 있죠. 또 이번 사건에서 목격자들이 주요한 단서를 특히나 더 기억하고 있지 못하는지 설명해 줄 유일한 이유에요. 콩고 중심부의 알려지지 않은 몇몇 부족들 사이에서 안락사를 시키는 의식에 대체할 약물로 쓰이곤 하죠. 당신이 기억하겠듯이, 최근에 여덟 명의 사제와 부제 세 명이 아프리카에 있는 자매 성당에 친교를 맺기 위해 선교 활동을 다녀왔어요. 그곳에 있는 동안, 범행을 저지른 사제는 그 지역에 사는 어떤 카톨릭 신자와 사랑에 빠졌고 명백하게도 교회는 그녀와의 결혼을 허락하지 않았겠죠. 그는 대단히 화가 난 채로 돌아왔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태였어요. 이 때 트레게니스가 자신도 모르게 일에 가담하게 된 겁니다. 트레게니스는 선교 여행에 동참해 환각제를 구해온 다음, 자신의 형을 바람잡이로 불러 모임에 온 부제들을 ‘설득’시켜서 막대한 돈을 뜯어낼 생각으로 가득했죠. 바로 이 상황에 화가 난 범인이 들어왔고, 약에 취한 두 명의 부제들이 정신이 나가서 다른 건 안중에도 없는 걸 보고 마음을 바꿨어요. 처음에 범인은 경고만 할 생각이었지만 대신, 교회에 나타난 ‘악마’를 처단하기 위해 온 런던에서 살육을 벌이고 다니기 시작했어요. 얄궂게도, 그의 살인 방식은 점점 콩고의 안락사 의식과 양식적으로 비슷하게 변했죠. 약은 공기중으로 퍼졌고, 정확히는 성탄절 양초, 그 중에서도 보라색 초에 들어가 있었어요. 우리가 좇고 있는 사람은 우연하게도 이례적인 유전적 형질에 의해 그것의 부작용에 영향을 받지 않아요. 여왕과 나라는 카톨릭교의 관습에 대해 잘 모를 겁니다. 일을 하는 동안 초를 켜 놓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예요. 해서 범인은 트레게니스의 방식에서 착안해 자신과 동일한 계급의 성직자들만이 피우는 초에 약을 탔죠. 감탄스러워지는군요, 근사한 방식이었어요 ― 성탄절에 맞춰 살인을 저지르다니. 레스트레이드가 이 두 명의 용의자들을 체포하러 가는 중입니다. 당신에 대해 얘기하자면, 환각은 일시적인 반응이었고 이외에는 깊은 잠에 빠지는 것 외에 아무 영향도 없었어요. 당신은 괜찮을 겁니다.”


괜찮아야 했다. 이런 식의 취급을 받는 것도. 키스를 받고도 악수 따위나 나눈 것에 불과하다는 듯한 취급을 받는 것도. 존은 셜록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도움을 주었으니, 물론 괜찮아야 하는 일이었다.


괜찮아야 마땅했다.


거의 그럴 것 같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내가…그게, 전부 환각이었다고? 지금 나한테 그렇게 말하려는 거야? 네가 그렇게 지적을 해봤자 증거가 이렇게 있는데? 셜록! 내가 무슨 바보인 줄 알아?”


셜록은 석상처럼 조용해서, 숨을 쉴 때마다 가슴만 오르락내리락 했다. 무표정한 눈동자 너머로 그는 분명 다시 슬퍼졌다. 무슨 이유에선지, 존은 알 것도 같았지만 결국 묻지 않았다. 그동안 전부 셜록의 새로운 실험에 불과한 것이었다면 저 표정 역시 기만일 뿐이었다.


“내 몸에서 여전히 네 냄새가 나는데도? 우리 키스했어. 그리곤 집에 와서 네 침대에서 같이 잤잖아. 이게 다 사실이 아니면 뭔데?”


“인간의 기억이란,” 고개를 돌려 런던 거리의 어딘가를 바라보는 셜록의 눈빛은 노란 가로등 불빛이 비쳐 슬프게 얼룩졌다. “복종시키기 쉬운 나약한 인간의 일부에 불과하죠.”


그건 거짓말이다. 존은 모두 기억할 수 있었다. 포크너를 인용하던 목소리, 얼어붙은 머리카락, 휘황찬란한 셜록의 모습도 전부. ‘거의’ 그리고 ‘절대 말하지 않는 사실들’이 범람하던 지난 11개월을 기억한다. 옥상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던 때도 기억나고, 또 메리가 생각해 둔 아이 이름 열여섯 개도 전부 기억했고, 또 그 아이는 태어날 수가 없었으며 산부인과에서 검진을 받은 결과― 아니. 아니다. 그는 안젤로의 가게에서 먹었던 음식의 냄새도, 아프가니스탄 사람이 말하는 사계의 이름도 기억했으며, 포로 훈련소에서 빌어먹을 상자 안에 처넣어져 생각만 해도 신물이 올라오는 <보병대의 행진>을 20시간동안 들었던 때를 뼛속까지 새겨졌을 정도로 생생히 기억할 수 있었다. 대학 시절 술로 새던 밤들과, 첫 키스를 했던 때의 추억과, 처음 섹스를 했을 때, 또 처음 ____에 빠지고 말았을 때 역시 또렷했다. 건너편 건물의 창문 너머로 택시기사를 쏴버리고, 망할 오렌지색 담요를 두른 채 그에게 미묘한 웃음을 짓던 셜록의 모습에 그는 타인에게서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조차 해본 적 없었던,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무질서한 감정을, ____의 존재를 믿게 되었고 ― 그것을 그는 전부 기억했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의 정적은 언제나와 같이 평범한 일이었다. 셜록이 그에게서 떨어져 있는 거리 역시 평범했다. 더 이상 소파에 늘어져 있지도, 더 이상 나란히 앉지도 않는,


더 이상 평범하지 않은, 평범함.


죽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결국, 이런 거였다. 거실 한가운데 우뚝 서 일곱 번쯤 주먹을 쥐었다 펴길 반복하며 존은 문득 깨달았다. 곧 이러한 것들이 전부 평범한 일상이 되리라 생각했는데, 그게 바로 오늘이었다. 이런 건 싫다.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다. 이런 건 상자 안에 도로 집어넣고 <보병대의 행진>을 듣게 해서 결국 두 손 들고 항복하도록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 평범한 일상이고 뭐고, 셜록의 의사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당장 이곳에서 사라지고 싶었다.


“씨발.” 존은 이를 악물며, 거칠게 재킷을 걸치고 열쇠를 찾아 챙겼다. 그렇게 눈을 깜빡이고 참았는데도 뜨거운 눈물은 하릴없이 흘러넘쳐 얼굴을 적시고 말았다. “넌 겁쟁이야.”






해리에게 전화로 열에 받쳐 털어놓은 후(“오, 존. 이건 시작에 불과한 거야. 그냥 기다려봐. 셜록은 자기 감정 깨닫는 데 항상 서툴렀잖아.”) 한 시간 정도 지나 존은 집으로 돌아왔다. 주머니에 손을 우겨넣고 견뎌낼 준비를 했다. 그는 자신의 탐정을 잘 알았기에, 녀석이 당황스러워지면 우선 도망쳐서 주변에 벽을 쌓고 숨어버린다는 걸 알고 있었다. 까만 머리통과 더불어 누구의 말마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시커먼 심장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를 일이었으니 답답했다. 셜록은 암흑 안에서 지독하게, 그리고 또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열정으로 자신의 관심 속에 있는 것들을 ____했다. 그래서 그러한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맞서기 위해 ― 연주를 함으로써, 수사에 집중한다든가, 육체적인 거리를 두는 것으로써, 장벽을 쌓았다. 존은 녀석이 그렇게 벽을 올리도록 여지를 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의사가 되어, 그 벽에 가까이 다가가 검을 들고 장벽을 이루고 있는 벽돌을 한 덩이씩 뜯어 허물어낼 것이다. 결국,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이 아니던가. 정말이지 처음으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래야 할 모양이었다. 다시 처음으로, 평범한 일상으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없이, 또다시. 존은 기꺼이 다시 시작할 요량이다. 불길을 걸으며 검을 뽑아들고, 기다릴 것이다. 정말 많이도 기다렸다. 2년간의 동거, 그리고 3년의 부재. 어찌되었건, 인내심이야말로 가장 좋은 미덕인 것이다.


그러나 존이 마지못해 221B의 문을 열자, 집 안에는 오늘만 해도 두 번이나 샤워를 한 미친 녀석이 보이지 않았다. 존은 그 미친 녀석에게 할 말이 너무 많았다. 그래, 어디 해보자, 한동안 평범하게 지내자며, 네가 정리가 될 때까지 기다릴 테니 준비가 되면 다시 와주면 된다고, 옥상에 가거나 3년 동안 사라져버리지만 않는다면 네가 내 다리에 머리를 기대는 거나 나란히 앉는 것부터 시작한대도 괜찮다고, 괜찮지 않을 리가 있느냐고―


그런데 셜록은 나간 모양이었다. 존은 실망한 채 얼른 다시 계단을 내려와 현관을 확인했다. 셜록은 밖에 나간 게 아니라 입이 퉁퉁 불어서 복도 어디엔가 쭈그리고 있어야 맞았다. 그 때 221A번지의 문을 열고 허드슨 부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너희들 싸웠니?”


요즈음 셜록과의 삶에서 그런 귀여운 표현을 듣게 되다니 재미있었다. 아니, 솔직해지자. 재미없었다. 평범한 일이었고, 존은 그런 식의 평범함으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음에도(그는 자신을 뒤흔들며 새로 찾아온 평범함을 원했다. 셜록이 나른하게 입을 맞춰주고, 함께 웃음을 나눴던 그런 평범함을), 다시 돌아가서 그의 탐정이 머리를 정리하고 다시 와줄 때까지 기꺼이 기다릴 용의가 있었다.


“그냥 바람 좀 쐬고 온 거예요. 싸운 게… 하아… 그 녀석도 나간다고 하던가요?”


“무슨 사건 때문이라는 것 같던데, 얘, 존, 애가 많이 기분이 상해 있더라. 어디로 가냐고 물었더니 뭐라더라, 영묘 어쩌고 그러면서 중얼거리던데 ― 괜찮은 걸까?”


“희망의 영묘요?”


“그랬던 것 같아, 그래. 원래 보통 그러니?”


셜록은 포크너를 싫어했다. 그건 분명히 기억할 수 있는 거였다.


“아뇨.” 갑자기 뱃속이 마구 뒤꼬였다. “이건 보통이 아니에요.”






바보같은 짓을 했다가는


내가 직접 널 죽여버릴 거야


내가 군인이었다는 거 잊지 마


나 나쁜 일은 겪을 만큼 겪었어


네가 무사하다는 것만이라도 알려줘


부탁이야 ―JW.





Part 4 →



  1. 윌리엄 포크너가 쓴 소설 <소리와 분노The Sound and the Fury>에 나오는 대사. 이 말을 하며 아버지는 장남 퀜틴에게 시계를 건네준다. (번역 참고: 출판 문학동네, 공진호 역)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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