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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lock] 우리에게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열정이 있다 │ Our Enthusiasms Which Cannot Always Be Explained - 2 본문

Sherlock_중편/시리즈

[Johnlock] 우리에게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열정이 있다 │ Our Enthusiasms Which Cannot Always Be Explained - 2

topsecretum 기밀선녀 2015.03.0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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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목록이란 거, 아무래도 진짜, 진짜 진짜로 실수였다.


하지만 이제 크리스마스까지 겨우 두 주만이 남은 현실에서, 존은 약속을 해 놓고 딴 말 하는 사람들이 결국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었으므로(소설 속에서도 그렇고 현실에서도), 한번 해 보자고 결심했다. 지금까지의 현황을 보았을 때 폭풍같은 하루하루 사이, 진료소에서 근무를 하고, 블로그에 사건일지를 쓰고, 안나와 아주 끝이 좋지 못했던 데이트를 나누며 ― 존은 셜록의 (현실적인) 크리스마스 소원이 현실로 일어날 수 있도록 해나가고 있었다. 폭풍같다는 것은 괴상한 문자 메시지를 이리저리 보내느라 몹시 바빴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는 몰리에게 사정을 설명해 시체 일부를 예약했고(발가락과 해부용 시신이라니… 윤리적으로는 적절치 못한 것 같지만, 어차피 셜록을 생각하면 이상할 일도 아니었다), 소 눈알 항목은 근처 정육점에서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셜록이 신장에 대해 자세한 것까진 알 리가 없을 테니 나중에 마트에서 고기를 사와다가 대충 얼버무리기로 했다. 불가능할 것 같던 항목도 기적적으로 완수했다. 레스트레이드는 고맙게도 셜록이 지금 착수해 있는 장기 적출 사건을 포함해 끔찍한 살인사건 열 건을 숨기지 않고 제공하겠노라고 지원을 약속했다. 공교롭게도, 그 일로 셜록이 소파에서 흐느적거리며 시무룩해 있던 지난 며칠간의 부산물이 생기고 말았다. 악마는 무형물의 개체라 얄궂게도 찾을 수도 심문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첫날 불 꺼진 성당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닌 이후(그러면서 얻은 정보로 용의자는 교인 중 하나일 것이라는 추론이 나왔다), 셜록은 레스트레이드에게 연락해 런던 관할구 내에 있는 성직자들을 이튿날 야드로 소집할 것을 요청했다. 주요 성당에서 소환된 총 열네 명의 주교들은 회의실에 모여 낮은 목소리로 이번에 일어난 비극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열넷 중 여덟 명은 불과 사흘 전 아프리카의 자매 성당으로 선교 활동을 하고 돌아온 터라 하나같이 피곤한 모습이었다. 셜록은 문가에 기대어 있는 동안(존은 그 때 일터에서 더럽게 말 안 듣는 여섯 살짜리 애의 부러진 다리를 진료하고 있었다), 트레게니스의 소극적이고 동요하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셜록의 말에 따르면 범인은 분명 선교를 간 여덟 명 중 하나였다) 마침내 전부 하나같이 평범하기 짝이 없어 보이며, 그 중에서 성 세실리아 성당에서 온 57세의 로렌 신부가 용의자일 확률이 가장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항상 예상하지 못한 게 하나씩 있다니까, 항상.” 야드에서 돌아온 셜록은 그 날 오후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서, 존에게 거의 그 사람이 그 사람인 것 같아 보이는 노인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즐거워했다. “카톨릭 제도는 아주 따분한 인성을 지닌 사람만 직급이 높아질 수 있게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어요. 전부 평범하고 말도 안 되게 지루한 사람들뿐이더군요—굳이 말하자면 자아를 눌러놓고 은둔을 시키기 때문이겠지만—그런 고로, 가장 평범하고 지루한 것이 거기서 궁극적으로 요하는 소양이고, 따라서 살생 따위의 내면의 뒤틀린 욕망에 탐닉하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전형적이죠.”


그랬다. 


그러나 레스트레이드는 체포영장이 나가려면 실질적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했고, 셜록은 머리에 염소 뿔을 단 악한 존재를 심문할 기회가 주어진다면야 기꺼이 자기 영혼이라도 팔 거였다. 어쨌든 그 녀석에겐 안됐지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단서 하나 얻지 못한 채(앞서 말한 셜록의 음모론을 빼고) 소집된 성직자들은 해산되었다. 존은 불퉁해져서는 소파에서 스핑크스 흉내를 내고 있는 바다색 눈의 생명체를 깨울까봐 전화하면서 소리를 한껏 죽이는 거며 거실의 커튼을 다 닫아놔 어두침침하게 지내는 일에 조금 물리던 차였다. 또 한 번, 한 발자국 더 평범한 일상으로 내딛는 것이었다. 하지만 소집이 해산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셜록은 마침내 집을 나서 야드로 갔다. 짐작컨대 레스트레이드가 혹사를 당하고 있을 것이다. 셜록은 그동안 다른 사건도 같이 해결하길 바랐거나 아님 직접 사건을 물색하러 다니기 전에 우선 법적 면책권을 달라고 조르러 간 걸 테니까. 그래서 그 동안 존은 그가 ____하는 남자가 질색팔색하는 크리스마스를 대비해 221B번지의 집을 꾸미게 되었던 것이다.


이 아이러니함이라니.


놀랄 것도 없이, 단정치 못한 그들의 집을 꾸미는 임무는 존의 앞으로 주어졌다. 그는 기억나는 대로 창의력을 발휘하며 썩 기분이 좋아졌다. 정말 그랬다. 조금은 이상했지만. 3년 만에 처음으로 다락에 올라가 먼지에 뒤덮인 상자들을 가지고 와서 난롯가에 늘어놓으니, 익숙해질래야 익숙해질 수 없는 약은 감정들이 심금을 뒤흔들고 가슴을 뻐근하게 만들었다. 어찌되었건, 이곳은 그의 집이다. 다시 익숙해질 그의 삶이었다.


“네 목록, 조금 노골적이다, 그치?”


하지만, 아직 그렇지 못했다.


물어오는 목소리는 셜록의 것이 아니다. 목소리의 주인은 160이 조금 못 되는 키에 약 60대 중반인 여성으로, 존이 밟고 올라 있는 작은 사다리 발판의 바로 뒤편에서 들려왔다. 그는 난롯가 벽 위쪽에 갖가지 색의 꼬마전구로 장식해서 마무리를 하던 중이었다. 존은 잠시 멈추고 난로 위에 망치를 내려놓은 후, 뻐근한 허리를 폈다. 크리스마스 목록에 대해서는 한동안 잊고 있었다. 이틀 전의 다사다난했던 밤 때문에 정신이 다른 데로 팔려 있던 탓이었다. 그 날 그와 셜록은 소득 없이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녔다. 일단 1) 살인사건이 일어난 성 안토니 성당의 사무실 열여섯 군데에 몰래 돌아본 뒤 2) 바츠의 시체안치소을 경유해 3) 성 안토니 성당의 묘지로 다시 갔으며, 4) 성당 주차장에 세워진 1996년형 도요타 차량을 털어 트렁크에서 아프리카로의 선교 활동에 대한 소책자 말고는 얻을 게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여전히 사건에 주요한 단서 하나 발견하지 못했지만, 셜록은 곧 내장 적출 사건이 더 일어나기를 몹시 고대했다. 어찌 됐건, 산타 클로스에게 빌었던 소원의 일부인 것이다.


존은 (무심코 집주인의 목소리를 못 들은 척 하면서) 사다리에서 물러나 장식을 확인하며 평범하기 짝이 없는 자신의 창의력에 한 번 놀라 준 뒤, 허드슨 부인에게로 돌아섰다. 부인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그래도 그는 부인을 어머니처럼 사랑했고, 열렬히 이렇게 바라기도 했다. 차라리 그녀가 자신의―


“저기, ‘섹스’ 말야.” 허드슨 부인은 존의 손에 미지근한 차가 담긴 중국 도기를 쥐어주며 고맙게도 덧붙여 설명해 주었다. “네가 적은 거지, 존?”


당연하다는 듯, 상황은 오늘도 존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존의 얼굴은 빨강색과 형광 핑크 사이의 어딘가의 채도로 물들었다. 그는 속으로 열까지 세면서, <보병대의 행진>을 떠올렸다.


“아, 그거요, 그게 좀, 그걸 보실 줄은 몰랐네요. 사실 그게 말이죠 ― 뭐라해야 하나, 그냥 장난이었거든요. 설명하기가 좀 그러네요.”


“오, 괜찮아, 다 그렇지 뭐. 누구는 안 그렇겠니,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네가 존스턴 씨 기억하려나 모르겠네, 저기 길 아래 정육점에서 일하던 착한 양반이었는데, 그 사람이―”


그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속으로 차라리 허드슨 부인이 준 게 표백제 한 잔이길 바랐다. 더 진해질래야 진해질 수 없을 때까지 우려낸 얼 그레이라도 그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오. 네. 고맙습니다.” 존은 입술을 핥고 난로 위의 해골을 향한 채 머리를 주억였다. “저. 네. 그렇죠― 어, 한 시간 후에 일을 나가봐야 하는데, 음, 차 감사해요. 그건―, 오늘따라 차 맛이 환상적이네요.”


그는 당장에라도 자신의 머리를 열어서 뇌가 어떻게 된 건지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래봤자 이 상황에서 별 쓸모는 없을 것 같다. 존은 갑자기 221B 번지 한가운데 블랙홀이 열려서 자신을 확 집어삼키기라도 했으면, 하고 무척 바랐다. 그럼 허드슨 부인과 이런 대화를 다시는, 절대로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여하튼 그런 상상은 비현실적인 일인데다 어차피 셜록이 없으면 현실적이지 않은 일은 일어나지도 않을 테므로, 존은 목을 가다듬고 찻잔을 난로 위 흡혈 박쥐 박제가 들어가 있는 유리 상자 옆에 내려놓은 뒤 다시 망치를 들었다. 꼬마전구는 마지막으로 두 줄이 남았다. 하나는 창문에 달고 다른 하나는 문틀 위에 달 계획이었다. 일에 집중하고 있으면 이 현실도 나쁜 꿈을 꾼 것처럼 잊혀지겠지. 그는 부인에게 무례하게 굴고 싶지 않았지만 어쨌든 돌아서 사다리에 도로 올라섰다. 이런 류의 일은 그냥 말을 않는 게 상책이었다.


“이렇게 해놓으니까 방이 다 환하다, 얘.” ‘가정부가 아닌 집주인’ 아주머니는 신바람이 났다. “그 애도 정말 좋아할 거야. 예전처럼 둘이 다시 이 집에 돌아와 있으니까 너무 좋은 거 있지.”


“마음에 드신다니 좋네요. 사실 그 녀석을 위해 이러는 건 아니지만요.”


“오, 알다마다. 그치만 항상 어떤 의미에선 그 애를 위한 거잖니.”


존의 망치질은 이내 허공에서 멎고 말았다. 그대로 멈춘 채, 그 말을 곱씹고, 또 곱씹어 보았다. 당연하게도, 사실이었다. 존 왓슨이란 사람은 크리스마스니 뭐니 하는 것 따위의 이유로 집을 장식하는 남자가 아니다. 이왕 날이 왔으니 기분을 내보자는 취지랄 수도 있겠지만, 그가 군부대, 아프가니스탄, 베이커 가 221B번지가 아닌 낡은 아파트에 살았을 때에는 그래본 적이 없었다. 그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다가올 명절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표현했던 단 한 마디의 말을 듣고 이 난리를 피웠다는 걸 알면 셜록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서였다. 존이 그를 ____함을, (어느 정도는) 보여주고픈 마음과 그런 기쁨어린 ____이 남몰래 전해져 셜록이 지닌 ____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내면 깊숙한 곳에서 꿈을 꿨다. 모두 차치하고서라도 ― 언제부터였는지, 얼마나 그래왔는지 따위는 이미 중요하지 않게 되었을 만큼 오랫동안 ____해온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위해서 이런 일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무섭고 두려워서 서로 한 마디 꺼내지 못한 채 덮어놓고만 있는 ____이었지만 그래도 존은 괜찮았다.


“얘, 괜찮니? 무슨 일 있어?”


“그럼요. 괜찮아요.” 대답한 존은 다시 한 번 사다리에서 내려와, 그들의 눈부시도록 거의 평범해지고 있는 삶을 장식한 눈부실 정도로 평범한 장식물을 바라보았다. 들쭉날쭉 솟은 꼬마전구에다 줄이 한쪽으로 비스듬하게 올라가 있었다. 불을 켜면 괜찮아질 것이다. 어두움은 어느 흠이나 감싸안아 줄 테니까.


“괜찮고말고요.”






그리하여, 크리스마스까지 단 14일이 남은 지금, 나날은 ‘일종의 평범한’ 삶을 향해 차근차근 나아갔다. 그는 일터로 나갔다가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저녁 셜록은 그가 달아놓은 꼬마전구가 반짝이는 것에 대해 뭐라고 불만을 표했고, 존은 손을 젓고 의자에서 일어나 위층으로 올라와 버렸다. 위층으로 올라와 버려서 방에 들어서고 나니 그제야, 바보같이 아래층에 랩탑을 두고 왔다는 걸 깨달았다. 어쩔 수 있나, 그대로 도로 쿵쿵 계단을 내려와 소파에 올려진 랩탑을 낚아채다가 또 쿵쿵 계단을 올라갔다. 정말 지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게 바로, 결국은 그가 사랑하게 될 그들만의 ‘일종의 평범한’ 삶이었다. 러디어드 키플링의 <보병대의 행진>을 20시간 듣고 나면, 고요함이 더없이 감사해지는 그런 식의 일종의 평범함인 것이다.


그리고 셜록에게도 평범한 날이 찾아왔다. 이번 사건의 악마가 다시 활동을 개시한 모양이었다. 소시오패스 동거인에게는 낙이었고 존에게는 지치고 한숨나오는 일이었다. 그 증거로 셜록의 행동은 다음날 아침 5시 9분에 말 그대로 방문을 벌컥 젖혀서 소란이란 소란은 다 피우는 거였다. 그 흔한 “안녕” 따위의 말조차 없이. 마치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말이다. 늘 그랬듯이, 그리고 거의 평범해지고 있었다. 사건현장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녀석이 침대에 뛰어들다시피 해서 자신을 깨운 거나, 놀라웁게도 답지 않게 그를 위해 달걀과 반쯤 태워먹은 토스트로 간단하게 아침상을 차려줬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얘기 하지 않았다. 엉뚱한 시간에 그를 따뜻한 이불 속에서 끌고 나와 사건을 해결한답시고 추운 겨울바람을 맞게 하는 데에 대한 사과였을 테다. 둘이 나란히 소파에 앉아, 존은 정신을 못 차리고 아침 식사를 우적거리는 동안 그걸 눈썹 하나 까딱 않고 구경하고 있는 셜록을 향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난 괜찮아. 그런데 이게―어―고마워해야 하는 거겠지?” 


“어제 저녁 안 먹었잖아요. 굶고 다니지 말라구요.”


“…날 위해 뭔가 만들어줄 때마다 이래야 하는 게 나도 정말 싫은데, 저기 셜록. 설마 여기 또 약같은 거라도 들어간 건 아니겠지. 부탁이니까 아니라고 해줘.”)


그렇게 지금 셜록과 그는 새 살인이 일어난 성 제임스 성당으로 향했다. 지난번 사건이 있었던 장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정황은 대략 비슷했는데, 저번의 피해자가 두 명의 부제인 것에 반해 이번엔 사제 두 명이 죽어 있었다. 그들은 어젯밤 집회가 있던 시간동안 장기가 흘러내려 차갑게 식은 채 사망했다. 첫 번째 살인현장의 목격자 트레게니스는 겁에 질렸다. 죽은 사제 중 하나가 그의 두 아들에게 대부가 되어준 사람이라고 했다. 트레게니스는 더 이상 전화에 응답하지 않았으며 레스트레이드의 말에 따르면 그의 아들 두 명이 어제 학교를 그만 두고 부모가 데리고 갔다고 했다.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거였다. 그것이 그 부제가 범인을 아는 게 분명하다는 셜록의 확신을 가중해 주었다. 경찰들은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기로 했다. 택시 안, 심하게 가까이 붙어앉은 셜록이 그에게 설명해 주길 두 명의 피해자는 런던 교구에서도 연장자인 사람으로, 야드에서 소집이 있었을 당시 상석에 나란히 앉아 숨죽여 불평하던 노인이 바로 그 사람들이었다. ‘견실한 신앙의 교리를 고무시킬 시기이다’라나 뭐라나. 이번 사건에는 생존자가 없었는데, 대신 집회가 있는 동안 내부에 있던 사람이 있었다. 성당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그 노파는 나이가 많아 감각이 약간 무딘 모양이었다. 그녀는 아프리카에서의 선교 활동에 대해 쓴 소책자 세 묶음을 좌석에 일일이 배치해 놓고 나서 그날 밤 내내 어두운 건물 안을 줄곧 돌아다녔다. 그때까지만 해도, 연단 근처에 시신과 장기가 피웅덩이를 만들어내고 있는 모습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다 약 12시간 후 시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경찰에 전화한 노파는 악마가 나타났다고 소리를 지르며 울다가 발작에 빠져 근처 병원에 실려가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었다. 셜록은 그녀와 대담을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역시나 분개했다. 존은 모험에서 쉽게 물러나는 성격이 아니었음에도 이번에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늙은 사람에게 있어 참사를 본 후 곧바로 또 셜록과 마주하기에는 너무 가혹한 일인 것이다. 신도 어느 정도 자비를 베푼 듯 했다.


20분 후, 동이 덜 튼 새벽바람 속 쓸모없이 웅장한 고딕 양식의 회빛 성당 앞에서 레스트레이드와 대충 인사를 나누고 난 뒤 존과 셜록은 늘 그렇듯이 감식반이 자리를 틀기 전에 먼저 조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방해받지 않는 그 10분은 무척 중요한 거였다. 셜록은 모여있는 사람들 사이로 예의 없게 밀치고 들어가 건물 정면을 가로막은 노란 사건 현장 테이프 안으로 향했고, 뒤따라가던 존은 안쪽에서 앤더슨이 서성거리면서 약간 냉담한 태도의 샐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역시 늘 그랬듯 곧장 그는 셜록의 어깨를 단호히 잡고 다른 길로 이끌었다. 크나큰 실수로 한 사람을 3년간이나 죽어 있게 만들었으면서, 누명을 벗겨준 다음 다시 계속 일하라고 등을 떠미는 사회라니, 아무리 11개월이 지났다지만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평범하게 행동한다는 게 이상할 것이다. 하지만, 요 탐정님은 외부의 부추김 없이도 이맘때엔 충분히 소시오패스의 자질을 뽐내 주었다.


10분이라고 했지만 지금껏 존의 경험에 비추어 추측하자면 그건 5분을 준다는 말이었다. 아침 6시 반의 성당 안은 소름 돋을 만큼 조용해 안으로 들어서는 그들의 발자국 소리가 아치 모양의 천장 위로 커다랗게 울려 퍼졌다. 예배당의 좌석을 따라 은은하게 불이 밝혀진 벽 속에 화려하게 금박을 입힌 성자들의 그림이 걸려 있었다. 맨 앞의 제대 뒤편으로 보라색 휘장이 드리워져 있었다. 중앙의 연단은 가짜 솔나무 화관과 함께 분홍색과 보라색의 초 몇 개로 장식이 되어 있었다. 사건 현장으로 다가가는 동안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피범벅을 하고 있는 예수가 죽어가고 있는 모습이 갖가지 색을 희미하게 뿌려주었다. 존은 그것을 조심스레 올려다보며 모순적이라고 생각했다. 좌석을 지나 제대 옆에 누운 두 명의 시신은 성당의 은은한 후광을 받으며 붉은 피를 반짝였다.


“왜 카톨릭 성당들은 하나같이 소름 끼치게 지어놨을까?”


“입 다물어요.” 셜록은 라텍스 장갑을 꺼내 손을 끼우며 쏘아붙였다. “그렇게 종교적인 탐구를 추구하고 싶다면 나중에 궁금증을 풀어줄 사제를 찾아주도록 하죠. 당신의 바보같은 유물론적 감상에 답해주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 있는 사람은 당연히 제외될 테지만요.”


“오, 표현 봐라. 유물론적이라고. 네가 다니던 그 잘나신 프랑스 카톨릭 기숙학교에선 그런 걸 가르쳐 주디?”


으르렁대며 받아치려고 하는 셜록이었지만, 존이 손목시계를 들어 벌써 6분 30초가 지났음을 알려줬다. 말다툼은 넣어두어야 할 시간이었다.


셜록은 제대 옆의 흥건한 시체 곁에 무릎을 꿇고 몸을 숙여, 죽은 사제의 배에서 흘러나온 장기를 장갑낀 손으로 찔러보았다. 탐정의 입맛에 맞는 말 그대로 선혈 낭자한 광경이었다. 피해자들의 몸에서 나왔을 피가 두 시신을 감싸고 완벽에 가까운 원을 그리며 주변을 붉게 물들였다. 확실히, 새로운 유형의 단서다. 이번엔 의식같은 것을 치른 것으로 보였다. 셜록의 뒤편에 팔짱을 끼고 선 존의 눈은 고개를 숙인 탐정의 뒷덜미에서 솟아난 부드러운 검은 색 머리를 양껏 훑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그는 저 목에 무슨 짓을 하고 싶은지 상상의 나래를 펼쳤고, 이내 정신을 차리고 나서는 1) 옆에 죽은 사제의 시신을 두고 2) 그것도 성당 안에서 그런 행동을 할 생각을 하다니 터무니없음에 스스로를 꾸짖었다. 존 왓슨은 종교와 연이 없는 사람이었음에도,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알았다.


“몰리만 허락한다면, 부검을 마치고 나서 이걸로 장식하는 것도 좋겠네요.” 셜록은 기다란 손가락으로 회빛이 도는 질척한 창자 조각을 들어올리며 감상에 잠겼다. “당신이 플랫에 널어놓은 것보다 이게 훨씬 더 맘에 드는군요. 창문과 벽난로 위에 걸어도 될 만큼 충분히 길고. 멋질 거예요.”


“안 돼.” 존은 그렇게 말하는 순간에도 그의 탐정이 내보이고 있는 희디 흰 뒷덜미를 더듬어 잇자국을 남기고 싶은 욕정에 고뇌했다. “절대 안 돼. 시신을 장식용으로 쓰진 않을 거야. 네가 크리스마스를 싫어하는 건 아는데,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그것도 여기 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나쁜 짓이라고, 응?”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이미 이런 얘기는 되풀이해 반복해오고 있던 것이다. 거의 평범해지고 있으면서 ― 또 아직은 먼 목표를 향해 한 걸음을 내딛었다. 그러니 어느 정도는, 좋은 일이랄 수 있을 것 같다.[각주:1]


셜록은, 그럼― 하고 느릿하게 운을 띄우며 사제의 드러난 갈비뼈 부근을 밀어 시신을 뒤집었다. “내게 신선한 콩팥과 해부용 시신, 소 눈알 열여섯 개, 화염 방사기, 《암흑의 핵심》하고 살인사건 열 개를 구해다 주면 나도 다시 고려해보도록 하죠.”


“일부러 이러는 거 다 알거든, 이 나쁜 놈아. 초판본이라니, 말이나 돼 그게?”


“당신도 그 애인이라는 여자가 답장을 했는지 계속 휴대폰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당신의 소원도 말이 안 되게 불가능할 것 같군요.”


팔짱을 낀 자세로 곧장 옹골차게 대꾸를 올려붙이려 할 때였다. 존의 시선은 여기 은유상의 먹잇감을 게걸스레 뜯어보고 있는 포식자에게서, 성당의 정교하게 조각된 앞문 너머에서 어딘지 우스꽝스러운 푸른색 점프 수트를 두른 회색머리 남자가 머리를 톡톡 건드리는 모습으로 옮겨갔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상기해낸 존은(‘거의 가까워지는’과 ‘말하지 않는 사실들’이 여기서도 적용됐지만 알맹이는 달랐다) 숨을 흡 들이마시고 레스트레이드가 갔을 성당 앞문 쪽으로 성큼성큼 따라갔다. 그는 문 바깥에서 형사의 모습을 발견하고(주변에 야드에서 온 사람이 서른은 넘게 깔려 있었다) 인사를 보냈다. 조바심을 내며 팔짱을 낀 형사는 몸을 무섭게 떨면서 혹독한 아침 공기 속으로 새하얀 입김을 뿜어내고 있었다. 태양이 런던의 흐린 안개를 뚫고 열을 쬐어주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


“시간 다 됐어, 철수해들.” 경위는 초조하게 손목시계를 검지로 쳤다. “더 이상 감식반을 잡고 시간을 끌었다간 내 목이 날아가게 생겼어. 추워서 얼어 죽겠으니 더 미룰 생각일랑 마. 안 그래도 죽겠는데 거기다 빌어먹을 총장까지 여기로 오고 있다고. 오, 그 양반이 얼마나 자네와 사이가 좋은지는 자네가 제일 잘 알겠지.”


하지만 존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셜록에겐 시간이 더 필요했고, 그 이상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았다. 존은 셜록이 필요하다면 뭐든 물어다 올 사람이었다. 물론 시신이나 중독성 물질을 제외하고.


“셜록한테는 시간이 더 필요해요.” 바깥과 상반된 온기를 내뿜고 있는 성당 안에서는 셜록이 자리를 옮겨 제대 위의 장식을 살펴보고 있었다. “한 3분 30초 정도만 더 줘요.”


“최대 1분 30초야.” 레스트레이드가 엄한 얼굴로 응수했다.


“2분.”


“좋아. 거기까지. 돌아오는 화요일에 맥주 두 잔 사. 하지만 자네들 이번에도 또 날 살살 속여넘기려고 했다간 세 잔으로 늘어날 거야.”


“미리 건배 하죠.” 존은 다시 건물 안으로 향했다. 화요일 저녁 레스트레이드와 술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아주 현실적이고도 평범한 ― 평범함이다. 셜록이 없던 3년 사이에 만들어진 이 관례는 존이 계속 지키고 싶은 일상이었다.


존은 서둘러 버팀도리[각주:2](였나 뭐였나 하는 기둥) 아래 늘어진 고요한 좌석 사이를 가로질러 셜록에게로 돌아갔다. 그는 제대에 올려진 여러 가지 장식품을 뜯어보며 연단 위의 문서들을 헤집으며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너머로 옅은 아침 햇살이 은은하게 내부를 밝혀왔다. 새벽이 아침에게 자리를 주고 넘어갔다. 이른 아침의 어두움에 덮여 있던 성당이 한 순간, 시신 옆에 웅크려 있던 셜록이 몸을 펴고 일어난 찰나 찬란한 색색깔의 빛으로 부서지며 후광에 잠겼다. 존은 오즈의 마법사가 떠올랐다. 어렸을 때 좋아했던 영화였다. 무채색이 지배하던 캔자스 주[각주:3]의 세계에서 무지개 아래 숨이 멎을 만큼 휘황찬란한 나라로, 한 순간이었다. 서둘러 다가서던 발걸음은 이내 입이 벌어짐과 동시에 우뚝 멎고 말았다.


세상에.


“되풀이해 얘기할 필요 없어요.” 셜록은 그를 맞이해주는 대신 보라색 초를 자리에 돌려놓고 우아한 동작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뭔가 찾아보려는 모양이었다. “들었으니까.”


당연하지 않던가. 안녕, 따위는 절대 없었다.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안녕’이라고 시작할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미치지도, 믿기 힘든 행동을 하지도, 그리고 환상적이지도 않다. 평범하다면 감청색에 숯빛도 아니고 인간의 언어로 형용할 수 없는 눈부신 수천가지 색깔들로 찬란하지조차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평범함은 다른 것이었다. 존은 마음을 눌러 다지고 이윽고 셜록에게로 다가섰다. 도움이 안 되게도, 그의 ____은 무섭게 몸을 불리고 자라갔다.


“조사…끝났어?”


“흠?” 작은 화면에서 눈을 든 셜록은 이상하게도 상냥한 웃음을 지어보이더니 오, 하고 아직 아니라며 대답했다. “아직 한 가지 알아낼 게 더 있어요.”


그러곤 2초 더 말없는 시선을 보내면서, 셜록은 짙은 코트자락을 펄럭이며 단상 아래로 풀쩍 뛰어내렸다. 그는 무언가를 원하고 있었고, 존은 그게 뭔지는 아직 모르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옆에서 지탱하기로 했다. 셜록이 단상 왼편으로 돌아나가 현장을 나서며 열심히 키패드를 두드리고 있었기에 존에게 보이는 세상은 그의 뒷모습뿐이었는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그들은 신성한 고대의 엄숙한 향취가 풍기는 어두운 석조 복도를 걷고 있었다. 각각의 성당 사무실을 지키고 선 짙은 색의 나무문에서 단정하게 늘어진 작은 황동 손잡이가 희미하게 반짝여 그들의 앞길을 안내해 주었다. 대략 열여섯 발자국을 더 걸은 뒤 멈춰선 셜록은 소리없이 휴대폰을 주머니에 쏙 돌려놓고 여섯 번째 문의 문고리 앞에 웅크려 앉았다.


오, 상황 파악이 된 존의 입에서 바람이 빠져나왔다. “또 성당 사무실에 침입하는 거로군, 대단도 하지. 하긴 어차피 지옥에 갈 거면 진작에 떨어지는 걸로 예약이 돼 있을 테니까. 나쁜 짓 한두 개 더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침입하는 게 아니에요.” 무척 불쾌하다는 듯, 손가락 끝으로 살짝 문을 밀어 열고 존을 돌아다보는 셜록은 그랬다. “기도실이나 그 비슷한 목적의 방은 어차피 곧 있으면 개방되게 되어 있어요. 다만 우리가 성당 사무실 중에서도 가장 핵심부에 들어와 있다는 걸 고려하자면, 이 방은 그런 목적이 아닐 수도 있을 겁니다.”


기도실 안은 마치 돌로 만든 상자의 내부처럼 잘 쳐봐야 벽장 정도의 크기로 (당연하게도) 창문은 없고, 방 안에 있는 거라곤 보라색 천이 씌워진 작은 탁자와 그 위의 나무 십자가 정도였다. 내부를 밝히는 단 하나의 촛불은 탁자 중앙에서 명멸하듯 꾀를 부렸다. 나머지들은 녹아서 흘러넘친 촛농 속에 심지를 감춘 채였다. 단정하게 놓인 보라색 초 주변은 화관이 둘러싸고 있었다. 존은 그의 대고모가 즉흥적으로 들려주던(대고모는 가까이 이사 온 이후로, 그가 해리의 커다란 스웨터를 물려입은 별 볼일 없는 모래색 머리의 꼬마였을 당시 학교에 다녀오면 그를 돌봐주고는 했다) 기독교 수업의 내용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이유는 몰라도 당시에 야릇한 보라색이 뭔가 크리스마스와 관련이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았던 게 기억난다. 그러나 소년을 졸업한 이후 그 경험은 기억에서 멀어졌다. 그렇잖아도 지금 그의 마음은 한 가지 일로도 무척 버거웠다.


내 마음에…


다른 것이…


있기는 한 걸까?


“성당의 간부들을 위한 개인 기도실이로군요.” 작은 탁자와 초를 살피는 셜록의 눈빛이 흥미롭게 변했다.


좁디좁은 방 안으로 들어선 두 사람의 뒤로 셜록이 문을 닫으며 조그맣게 걸쇠가 맞물리는 소리가 정적을 채웠다. 거의 암흑에 가까운 공간에 두 사람은 나란히 섰고, 보라색 촛불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고요에 잠긴 찬 돌벽에 희미하게 튀었다. 뛰어오르는 심장의 거친 소리가 귓가를 채우고 온 방에 퍼질 것만 같았다. 거기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셜록을 올려다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다가온 셜록은 가까웠고, 밀려난 그의 등은 차가운 벽에 지그시 닿게 되었다.


“우리 뭐 하는 거야?” 말없이 셜록만 쳐다보던 존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사건에 관련된 거야?”


내려다보는 시선은 뚫어져라 존의 얼굴에 달라붙은 채다. 촛불이 깜박일 때마다 시시각각 각진 얼굴선을 타고 길게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는 이 세계의 것이 아닌 영롱한 빛으로 감싸여 반짝였다. 셜록은 자기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려나 새삼 궁금해진다. 그는 프리즘에서 뿌려지는 것 같은 휘황찬란한 스테인드글라스의 색깔보다 아름다웠다. 고아하다고 해야 할까, 얼음으로 조각한 신이었고 아프가니스탄의 사막에 떠오른 별빛이었다. 지금 당장은 존의 머리로 표현해낼 수 없는 수천가지 아름다움의 은유다. 아주 중요한 이유 없이는 좀체로 가까이 다가서지 않는 두 사람의 사이가 이렇게 좁아, 존의 머리는 몸과 덩달아 긴장하고 말았다.


“이거… 사건 때문인 거야?” 다시 물으면서 돌연, 대답을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어쩌면, 다 탄 심지 위에서 꺼져가는 마지막 촛불 하나에 의지해 어둡고 좁은 방은 흔들리고 있었고, 이런 이른 시각에 차게 여울져가는 입김을 두 사람은 나란히 나누고 있기 때문에 알 것 같기도 했다. 어쩌면 이것으로 다시 한 번, 지난 11개월간 필연적으로 자라났던 ____을 모아 한 장면씩 완벽하게 짜인 춤을 추며 ‘거의’가 범람하는 서로를 맴돌 것 같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아니면 셜록이 오늘 감청색 셔츠를 골라서일지도 모른다. 그날 아침 주방에서 존을 위해 음식이 담긴 접시를 들고 나왔을 때 그의 머리칼은 샤워로 부드럽게 촉촉히 젖어 있었고, 감청색 셔츠에 감싸인 하얀 목줄기에 존의 온 세상은 ____으로 흐리게 벅차올랐다. 아마 이 모든 것이 합쳐진 이유라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존은 점점 엄청나게…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다가서서 셜록의 얼굴을 감싸 쥘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범인은 확실히 사제에요. 최근 아프리카에 선교 활동을 다녀온 사람 중 하나죠.” 주머니에 양 손을 넣은 셜록은 얼굴에 신중한 표정을 떠올렸다. “그는 카톨릭에서 최소 23년간은 교인으로서 의지했는데, 근래에 완전히 다른 종교에 열정을 갖게 되었어요. 트레게니스는 그 사람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지만 목숨이 두려워 숨어버렸죠.”


이것으로 모든 게 이해가 갔으면 좋으련만, 그렇지가 못했다. 어쨌든 역시 또 한 번의 거의 평범한 일상에, 마음만은 편했다.


“그럼 사건 때문이라는 거네.”


이쪽을 살피는 셜록의 눈에는 다정한 빛이 떠올라 그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셜록의 목소리는 끝없이 깊고 깊기만 하다. “그렇지만은 않아요.”


“그렇다 쳐.” 이미 한계에 다다른 거리 안으로 한 발자국 더 들어서는 셜록을 따라, 존은 마른 입술을 적시게 되었다. “누군지 확실히 알 수 있겠어?”


“그래요. 정확하게 누구인지 알아요. 달리 말하면, 내가 범인으로 지목할 만한 용의자 두 명을 알고 있죠.”


“왜 가서 경찰에 알리지 않고?”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 있어요.”


몽롱한 불빛 안에 모든 것이 어둡고 탁했음에도, 셜록의 창백한 목줄기에서 약동하는 심장 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빨라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지금 제대로 생각할 수 있는 거라곤 많지 않았다. 그의 머리를 꽉 채운 건 페로몬과 촛불과 셜록의 머리칼 뿐. 어째서 하나같이 실제같지 않은 것들 투성이일까?


“이해가 안 가는걸.” 둘 사이의 조용한 거리를 존은 막연함으로 채웠고,


“언제는 그랬던가요.” 셜록은, 숨죽여 슬픈 웃음을 내뱉었다. “그렇지만 어차피,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그럴 것 같지도 않고.”


안녕, 


나, 


최근에 이 생각만 하게 되었어


내가 널


____한다는 걸,


이 휘황찬란하게 아름다운


미친 자식


말로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모호하고 온통 혼란스럽기만 해졌다. 작고 어두운 방에 무슨 이유가 있어서 들어온 걸 텐데, 그 와중에 거의 허리가 맞닿을 것처럼 가까워져서는 셜록의 검은 머리칼에서 값비싼 아몬드 향 샴푸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존은 손을 들어 그것을 만져보고 싶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자신이 납과 먼지로 만들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신은 납과 먼지인데 셜록은 홀로 휘황찬란한 빛이었다. 어쩐지, 불공평했다.


“넌 조금 너만의 세상에 들어가 있잖아.” 존은 그렇게 말하면서 등을 약간 더 벽에 기대어 경계를 늦추어서, 자신이 어디에 와 있고, 또 이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를 다시금 가늠해 보았다. “그래서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널 이해하지 못한다구.”


또 한 번 셜록이 미세하게 거리를 좁혀왔고, 셜록과 있을 때면 자주 그러하듯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것은 어떤 무언가가 아닌 의미 있는 무언가였다.


“당신은―” 하고, 이상하게도 서글픈 억양으로, 내뱉어진 따스한 셜록의 숨결이 살갗에 끼쳐서 몽롱하게 스며들었고, 빌어먹을 하느님 맙소사 하느님 맙소사, 지옥에 떨어지게 될 거다. 셜록도 똑같이 지옥에 떨어질 거고. 성당에서 이런 짓을 하다니, 납과 먼지와 돌덩어리로 만들어진 주제에 ― 아니, 더 이상은 상관없었다. “평범한 사람이 아니잖아요?”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서로 너무 가까워졌을 때 뒤로 물러나겠지.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거기서 더 가깝게 몸을 기울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야드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도록 확실히 해뒀을 거다(나중에 셜록이 설명해 줬지만 정말로 들어오지 않았다).


또 평범한 사람들 같으면 영국 국교회가 아닌 로마 카톨릭 성당 안에서 그들의 첫 키스를 나누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다. 울 코트 깃에 감싸인 셜록의 차가운 뒷덜미에 멍하니 손을 올리는 존의 머리는 뜨겁게 타올랐다.



확실히


절대로


평범한


사람이


아니야.





Part 3 →



  1. 앞서 “나쁜 짓이라고, 응?(it’s not good, alright?)”에 뒤이어 ‘And it’s good, on some level.’이라며 몸소 모순을 겪고 있는 존. [본문으로]
  2. Flying buttress(플라잉 버트레스). 건물이 무너지지 않도록 아치 반쪽 모양의 팔로 벽을 지탱하는 지지대. <a href="http://en.wikipedia.org/wiki/Flying_buttress"><u>위키→</u></a> [본문으로]
  3. 미국 중부의 한 주로 <오즈의 마법사>의 주인공 도로시가 현실세계에 살던 집은 캔자스의 사막에 있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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