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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k] 중력을 거스르다 │ Fighting Gravity - 3 : 비논리적 본문

Star Trek_장편/중력을 거스르다

[Spirk] 중력을 거스르다 │ Fighting Gravity - 3 : 비논리적

topsecretum 기밀선녀 2015.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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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장, 보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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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장

비논리적





짐이 예상했듯이 아침에 스팍은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도중에 한 번 일어난 모양이었다. 등받이에 기대 있는 대신 제대로 누워서 베개와 이불을 갖고 자고 있었다. 등을 돌리고 안쪽으로 파고들어 있었기에 얼굴은 볼 수가 없었지만, 곧 일어날 것 같지는 않아서 짐은 깨우지 않게 조용히 아침을 시작하기로 했다.


가볍게 운동을 하는 건 잠을 떨쳐내는 데 좋은 방법이다. 짐은 이제 우주에서 지구로 내려왔기에 변화를 줘야겠다 싶어졌다. 함선 안에는 대게 러닝머신을 배치해 두고, 엔터프라이즈는 충분히 커다랗기 때문에 다른 크루들이 아침을 시작하기 전에 일찍 일어나기만 하면 복도를 따라 바람을 맞으며 조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다지 입맛이 도는 선택사항은 아니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 자신의 개인실에서 빠르고 효율적으로 운동을 마치는 편을 택했다. 그러나 다른 기회가 주어진다면? 말할 것도 없이 볼거리가 풍부한 교정을 가르고 뛰는 것이다. 캠퍼스로 돌아오니 좋은 점 중 하나였다.


이른 시간이었다. 불 꺼진 건물들을 배경으로 텅 빈 교정에는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한 생도 몇이 뛰면서 몸을 덥히고 있었다. 그러고 있으니 옛날 생각이 났다… 예전과 다르게 금방 숨이 찼다는 것이 반갑지 않은 차이였지만. 그는 건물 한 켠에 멈춰서서 숨을 고르며, 다시 함선에 오르게 되면 본즈에게는 절대 비밀을 사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본즈는 벌써부터 체중이 늘었다고 걱정이었다. 수년을 우주에서 떠돌며 한 곳에 틀어박혀 지냈다면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지만서도. 지구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아침마다 이렇게 운동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바로잡힐 문제인 것이다. 그 생각을 마음에 새기고, 그는 멈춰섰던 곳에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운동이 끝났을 즈음엔 환하게 동이 텄다. 조깅을 마치고 돌아가던 중 짐은 지난밤에 생각해두었던 것이 떠올라 부지 내에 있는 선물 가게 중 하나로 향했다. 스타플릿에서는 교정 한 켠에 지나가는 여행객들을 위해 편의시설을 세워두었는데, 기대한 대로 자그만 장신구와 기념품 사이에서 휴대용 보드게임 역시 팔고 있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작은 싸구려로, 엔터프라이즈에 있는 그의 개인실 안에 그대로 잠들어 있을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지만. 구색은 다 갖췄으니 쓸모만 보면 됐다.


스팍과 헤어져 서로 다른 길을 갈 시간이 오더라도, 이 작은 접이식 체스보드라면 얼마든지 그의 배낭 안에 자리잡아 줄 수 있을 것이다. 짐은 그런 일은 지금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고려했다.


체스 세트를 고르고 나니 다른 것도 눈에 들어왔다. 그렇지만 도움을 받기만 하는 건 불편하다고 스팍이 확실히 얘기한 터라 새 옷까지 사다주는 건 조금 지나친 것 같았다. 특히나 가게에서 파는 모든 물건에 스타플릿 아카데미의 로고가 박혀 있는데다, 스팍이 불명의 이유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으니—그 이유가 심각한 것이든 아니든 간에—접점이 생기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 짐은 체스 세트를 들고 돌아가는 동안, 무슨 꼼수를 써야 스팍을 끌고 쇼핑을 나갈 수 있을지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았다.


나가 있던 시간이 꽤 되었던지라 스팍이 여전히 소파에서 잠들어있는 것을 보고 조금 놀랐다. 무척 지쳤던 모양이겠지. 짐은 몸을 씻는 동안 지난밤에 스팍이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의 모습을 자기도 모르게 떠올리고 말았다. 똑같이 수건만 두르고 나가면 스팍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려나… 아냐, 아닐 거다. 스팍은 아마 관심도 없을 거다. 예전에 우후라와 사귀었던 적도 있지 않은가. 게다가 반응이 비슷하더라도 관심이 있는 지 없는지는 모를 일이다. 이유는 그가 벌칸인이라는 걸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스팍은 꼼짝도 않고 있었다. 오며가며 지나다니며 물 흐르는 소리도 들렸을 텐데. 뭔가 잘못된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짐은 옷을 입고 나와서 가까이 들여다보기로 했다. 물론 스팍은 제대로 숨을 쉬고 있었다. 몸을 숙여 자세히 얼굴을 봤지만 아픈 기색은 없었다. 혹시나, 싶어 말아쥔 손을 스팍의 이마에 가볍게 가져다 대어봤다.


…무언가 잘못된 모양이었다.


“스팍!” 짐은 어깨를 살짝 흔들며 작은 소리로 그를 깨웠다. “이봐, 스팍, 일어나봐. 정신이 들어?”


스팍의 눈꺼풀이 활짝 열렸다. 짐을 빤히 올려다보는, 잠기운이 어린 얼굴 너머로 순간 놀란 기색이 어렸다. 하지만 분명 아파보이지는 않았다. “그래, 내 정신은 아주 또렷해. 무슨 문제라도?”


멀쩡한 말투에 짐은 자신이 없어졌다. 하지만 이렇게 열이 나는데… “저기, 너 열이 펄펄 끓거든 ― 어디 아파?”


“완벽한 정상이야.” 스팍이 대답했다. “높은 체온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거라면, 벌칸인의 체온은 기본적으로 인간보다 높아.”[각주:1]


“…아.” 이렇게 멍청할 수가. “난 또… 음, 네가 하도 오랫동안 자고 있길래. 잘못된 건 아닌가 싶어서. 어디 아프다거나…”


“전혀.” 짐이 몸을 세우고 물러나자 스팍은 담요를 젖히고 일어났다. “다만 오랫동안 안락한 환경에서 잠을 잘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 체력을 채워두려는 것이었어.”


“아.” 멍청한 데다 병신같은 짓을 하다니. “깨워서 미안해. 좀 더 자도 돼. 조용히 있을게.”


“그럴 필요 없어. 충분한 휴식을 취했어. 사과하지 않아도 돼.” 그러곤 스팍이 덧붙여 감사를 전했다. “당신이 배려해준 덕분에 이것들로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었어.”


딱딱한 말투가 거슬렸던 것도 잠시, 곧 짐은 스팍이 무슨 말을 한 건지 깨달았다. 그는 의아하게 물었다. “너, 어제까지만 해도 고마움을 표현하는 건 둘째 치고 도움을 받아들이는 데 무척 박했던 걸로 기억하거든?”


“처음에 저항했던 것을 그만두고 나니 받아들이는 게 훨씬 쉬운 일이라는 결론을 지난밤에 도출하게 되었어.”


…정말 이상한 녀석이었다. 어찌 됐건, 스팍은 스팍이로군. 짐은 조금 웃어버렸다. “그렇담 잘 됐네. 너한테 줄 게 있거든.”


“더 이상의 조력은 필요치 않아.” 스팍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궁금해진 얼굴이었다.


“그럴 수도 있겠지. 여튼 상관없어 ― 딱히 너를 위한 것만은 아니야.” 짐은 강조를 두기로 했다. “우리 둘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거지. 근데 일단은 식사부터 하자. 배고파서 죽을 것 같아.” 얘기하고 나니 기억났다. 스팍의 손목이 얼마나 메말랐던지. 지난밤에 본 벗은 몸뚱이 역시 갈비뼈가 훤히 드러나 보였다. 그런 연유로, 짐은 마음속에서 오늘 문자 그대로 굶어 죽는 사람은 없도록 해야겠다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직접 메뉴를 볼래? 아님 내가 아무거나 골라줄까?”


“내가 고르지.” 스팍이 뒤따라왔다.


스팍이 고른 메뉴는 짐이 이때껏 듣도 보도 못한 것이었다. 확실히, 자신이 늘 아침식사로 먹는 베이컨과 달걀만큼 안정적인 맛이 날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하지만 이게 스팍이 원하는 거라니까, 짐에게도 괜찮았다. 그래도 임무 중에 봤던 어떤 외계 음식들처럼 악취가 진동하지는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할까.


식사를 하는 동안 내려앉은 정적에 조금 불편해졌다. 다른 사람과 있을 때 말이 없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기도 했다. 짐은 마침내 아무거나 물었다. “벌칸 전통 가정식인가 봐?”


“이건 지구식이야. 여기 들어간 재료가 쌀이나 밀, 옥수수만큼 흔한 곡물이 아니니 당신이 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그러게. 난 곡물에 대단한 관심이 없어서 말이야. 모험을 안 하고 싶걸랑.” 짐에게 있어서 곡물이란 것 자체가 별로 흥미로운 요소가 아니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흔히 보는 걸로도 난 충분해.”


“평범한 곡물이라고 해서 전혀 부족한 점은 없지.” 스팍도 수긍했다. “그렇지만, 채식주의자로 살려면 음식에 다양성을 부여하기 위해 창조력을 발휘할 필요는 있어.”


다양성? 그릇 안에 있는 건 건더기가 모양이 조금 다른 것 빼고는 오트밀같이 보였다. “…그래, 늘 샐러드만 먹고 살 수는 없는 거 아니겠어?”


“흔히 일어나는 유감스러운 편견이지.” 스팍은 그렇게 한 마디 하더니, 잠시 멈칫 했다가 그에게 권유를 했다. “먹어 보겠어?”


솔직히, 역겨운 맛이 날 것 같지는 않았다. 단지 엄청 맹맹해 보일 뿐이다. “그래, 안 될 건 없지.” 그는 꺼내놓고 쓰지 않았던 숟가락을 들어, 스팍이 고개를 끄덕여 허락하는 걸 보고 조금 떠먹어 보았다.


그는 집중해서 입안에 퍼지는 맛을 음미했다. …담백한 맛이었는데, 스팍의 취향에 따라 조미를 거의, 혹은 전혀 가하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꽤 괜찮은 것이었다. 밋밋한 오트밀보다는 좀 더 풍미가 좋은 것이, 고소한 견과류 맛이 났다. “나쁘지 않네. 여기다 메이플 시럽같은 걸 넣으면 더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발전되기도 했어. 혹은 주 요리로 먹는다면, 입맛을 돋우는 향신료를 더하기도 해.”


“흐음. 내 생각에 이건 주식 감은 아니야.” 짐은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감상을 얘기했다. “난 활동량이 많아서, 단백질이 든 게 필요해. 이런 거 같이.” 그는 포크로 바꿔쥔 손을 들어 자신의 접시에 놓인 고기를 가리키고는, 씩 웃으며 달걀을 쿡 찔렀다.


“알고 보면 퀴노아[각주:2]의 장점 중 하나는 높은 단백질 공급원이라는 거야. 또, 퀴노아를 이용한 여러 가지 요리는 칼로리나 지방 함유는 낮고 영양분이 풍부하지. 스타플릿에서는 함선에 그러한 음식을 장려해 더 많은 비율로 적재하는 게 옳아. 어째서 그렇게 하지 않고 쉽게 썩고 영양 자원은 덜한 것을 위주로 구성하고 있는지 늘 놀라워.”


짐은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러게.” 글쎄, 이론적으로는 기가 막힌다지만, 크루들도 그렇게 생각해 줄지는 의문이었다. 그 중에서도 자신이나 스카티같은 인물이 특히 그렇다. 스카티는 델타 베가를 나온 이후로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음식에 각별했다. “어쩌면 인간들은 전통이니 익숙한 거니 하는 것에 매여 있는 걸지도 몰라. 나만 해도, 콘 벨트[각주:3] 지역에서 자라서 익숙한 게 확실히 따로 있거든.”


“당신이야말로 특히 더 익숙함을 원할 만 하겠지. 어찌 보면 인간들은 함선에 올라 고향에서 멀어질수록, 더욱 익숙한 것을 갈구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어.”


짐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적으로 동감이었다. 하지만 그러면서 한편으로, 벌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벌칸이 붕괴되며 그곳의 얼마나 많은 요소들이 사라졌을까. 음식과 식물이며… 예술작품, 구조물… 유명한 건물,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장소 등, 살아남은 벌칸인들이 나고 자라며 접해왔던 것들이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곳으로 사라져 버렸다. 스팍 대사는 어쩌다 지나가는 말로 언급할 때가 아니면 그 일에 대해 별로 얘기를 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에게는, 평생 우주에서 오랫동안 보냈기에 돌아갈 고향이 사라졌다는 것보다 행성이 파괴된 사건 자체가 더 충격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짐의 눈앞에 있는 젊은 스팍은, 대부분의 삶을 그곳에서 보내왔다…


그런 사실과는 별개로, 스팍은 딱히 고향을 그리는 우수에 젖은 모습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멀쩡한 얼굴로 저…이름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간 희한한 음식을 먹기만 했다. 한편, 때아닌 향수병에 물든 사람은 짐이었다. 어서 아이오와로 돌아가 너른 옥수수밭을 보고 싶었다.


다시 고요함이 둘 사이에 자리잡았지만 아까보다는 어색함이 덜했다. 짐이 생각에 잠겼기에 그렇게 느껴지는 걸 수도 있겠다. 지난밤에 짐은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스팍이 잠에 들어버려서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얘기해봤자 달라진 건 없을지도 모른다. 뭐라고 해둬야 좋을지 사실 알 도리가 없었기도 했고, 스팍이 어찌나 입을 꼭 다물고 방어적으로 있는지.


좋게 돌려서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 결국 짐은 그냥 털어놓기로 했다. “저기 있잖아, 스팍. 네가 말하고 싶지 않은 사정이 있다는 거 알아.” 입을 열자 스팍이 그릇에서 시선을 들어 눈을 마주해왔다. “무슨 일이 있어서 뉴 벌칸에서 나왔는지, 왜 스타플릿으로 돌아가지 않는 건지… 하지만 만약을 위해 네가 알아뒀으면 좋겠어. 혹시라도 내게 털어놓고 얘기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기꺼이 들어줄게.”


스팍은 검은 머리칼 너머로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래서 몇 가지 한정된 정보를 바탕으로 당신만의 추측을 하겠다는 뜻이겠군.”


“뭐? 아니야.” 아닌 게 아니지… “그래 좋아, 어쩌면 그 말이 조금은 맞을지도 몰라. 왜냐면 나, 너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도 모르니까. 하지만 네가 그간 무지 고생했다는 것은 확실히 알겠거든. 그러니까… 아아, 모르겠다 ― 그냥 때가 되면 얘기하고 싶어질지도 모르잖아. 전부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그리고 저기말야, 너를 비난하거나 나쁘게 말하려는 게 아니니 오해하지 말고 들어봐, 내가 보기엔 너, 속으로 지고 있는 짐이 굉장히 버거워 보여.”


“오해하지 않았어. 당신의 말이 맞을 수도 있지.” 스팍은 이해해 주었다. “당신은 사려 깊은 제안을 해줬어. 하지만 벌칸인의 정신은 내면에서 기억과 생각을 갈무리해 처리할 수 있는 높은 능력이 있어. 우리의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 알린다고 해서 숙고하여 결정을 짓는 데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드물어.”


“인간과는 다르게 말이지.”


“맞아.”


스팍 너도 반은 인간이 아니느냐고 대꾸해 주고픈 마음이 몹시 굴뚝같았지만, 이렇게 대화까지 튼 시점에서 자극해봐야 좋을 건 없어 보였다. 스팍 대사는 그의 젊은 시절을 외롭다고 표현했었고, 그의 말을 고려해보자면 반쪽이 인간이라는 사실이 스팍으로 하여금 뉴 벌칸에서 떠나오게 만든 이유의 일부일 수도 있었다. “어찌 되었건, 네가 바라기만 한다면야 언제든지 내 쪽에선 환영이라는 걸 알아주라는 뜻에서 하는 얘기야.”


“고려해 보도록 할게, 고마워.” 스팍은 여전한 말투 그대로, 변함이 없었기에 짐은 그가 고려해 보겠다고 마음에 새긴 것인지, 아니면 그만 입 다물라고 알아들은 척을 한 건지 확신이 안 섰다. 그래도 그가 달려들어 목을 조르게 할 만큼 화를 돋우지는 않았다는 게 그나마 다행 아닐까. 평소에 그런 일이 빈번했다는 건 아니지만서도 말이다. …스팍을 제외하고는.


짐은 식사를 마친 후 접시와 지난밤 팝콘을 담았던 그릇을 식기세척기 안에 넣었다. 웃기게도, 함선에 있을 때는 이런 자질구레한 일을 도맡아 해주는 비서관이 있었지만 생도 시절 몸에 배어 있던 습관이 여전히 바지런히 몸을 움직이게 해주었다. 그런 뒤 그는 앞서 사온 체스 세트를 꺼내 아무 말 없이 식탁에 펴놓기 시작했다. 스팍은 마지막 몇 입을 마저 해결하며 그것을 보다가 이내 작은 플라스틱 상자가 펴져 체스판을 이룬다는 것을 눈치 챘다. “체스를 둘 줄 아는군.”


“맞아.” 짐은 대답하며, 조립된 서랍에서 조그만 말을 꺼내 위에 올려놓았다. 흠, 자석으로 붙는 방식이다. 휴대용이니 뭐 이럴 줄 알아야지. “넌?”


“오랫동안 체스를 둘 기회가 없었어.”


“그렇다는 건, 내 쪽에서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하나?”


짐이 쓱 입꼬리를 말자 스팍의 한쪽 눈썹이 휙, 위로 올라갔다. “그보다 더 오래, 내게 대적할 만한 상대가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지. 체스는 본래 논리성으로 이루어진 게임이기에 내 실력이 감소할 이유는 없어.”


“그럼 봐주지 않아도 된다는 거지.” 짐은 체스말 너머로 히죽 웃음을 비쳤다. “잘 됐어. 나도 봐주면서 하는 거 싫거든.”


“물론 필요치 않은 배려야.” 스팍은 체스판을 잡더니 흰 말을 짐의 자리로 가게 돌렸다.[각주:4] 체스 실력에 깨나 자신감이 있는가보다 싶었다.


보통이라면 짐은 승리에 자신이 있었다. 이번만큼은, 변수가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하게도, 노년의 스팍과 두는 체스는 배우는 편이 맞다고 할 수 있다. 그 쪽의 짐은 전략이 변화무쌍해 처음 체스를 두기 시작했을 때부터 줄곧 쟁쟁하게 싸우다 이기곤 했다고 들었다. 위험을 감수하고 아슬아슬한 게임을 즐기는 것보다야 논리적으로 말을 움직이는 편이 물론 편하다. 짐의 방식에는 규칙이 없었다. 하지만 이 스팍은 어떨지 어떻게 알겠는가? 그나마 아는 건, 그가 스팍 대사만큼 체스를 잘 하지는 못한다는 것뿐이었다. 스팍 대사는 나이가 나이이니만큼, 젊었을 적보다 좀 더 지적인 수준이 높아졌을 것이다. 결국, 예측할 수 없는 게임이 될 것 같다.


짐은 좋은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좀 더 맛깔나게 해보는 건 어떨까?” 그는 스팍이 빈 접시를 식기세척기에 넣는 것을 보며 의자에 등을 기대고 물었다.


스팍이 묻는 눈을 했다. “다른 규칙이라도 있어?”


“어… 그런 건 아닌데. 게임에 재미를 더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 하지만 스팍은 지구의 은근한 은유를 모르는 눈치였다. “그러니까 내 말은, 승패에 내기를 걸어보는 게 어떻겠냐는 거야.”


“‘노름’이라는 개념이 시합에 매력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지만, 그것의 특성을 고려해볼 수록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가 그렇게 하는 건 논리적이지 않은 일이라 생각해.” 스팍은 돌아와서 앉으며 대꾸했다.


“응? 왜 그러는데?”


“간단히 말해서, 우리가 노름을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해. 당신은 이미 요청하지도 않은 상당한 호의를 특별한 이유 없이 내게 제공했어. 내게는 보답할 것이 없고.”


“그렇지 않아. 그래, 네 말대로 물질적으로 보상할 것이 없을지는 몰라도, 다른 능력이라면 얼마든지 있다구.” 그러니까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말도 틀린 거였다.


스팍은 잠깐 말을 않고 있다가 되물었다. “다시 나의 사적인 일에 파고들려 하려는 건가?”


“그런 건 생각도 안 했거든.” 그렇다고 스팍이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동료애. 우정과 같은. …샤워하는 걸 구경한다든가… 아니다. 올라갈 수 없는 나무는 애초에 쳐다도 보면 안 된다. “그런 치사한 방법은 쓰라고 해도 안 해.”


스팍은 미덥지 않아 보였다. “다른 사항은 제외하고라도, 당신은 내게 머물 곳을 마련해 주었고 그 뒤로도 좀 더 기꺼이 수용해 주기로 했어. 나는 당신에게 요구할 것이 더 이상 없어.”


“나한테 요구한다거나 하는 게 아니야.” 짐이 지적했다. “상을 거둬가는 거지. 그 둘은 완전히 다른 거라고.”


“당신이 현재 공급해주고 있는 것 외에 특별히 필요한 사항은 있지 않아.”


“글쎄다… 샤워할 때 등을 밀어준다든가.” 이크. 왜 그러냐 너. 방금 쳐다도 보면 안 된다고 마음먹었잖아?


“혼자서 등을 씻을 능력은 충분히 있어.” 스팍은 고맙게도 그 부분을 농담으로 받아들여준 모양이었다. 어디까지나 아마도, 지만.


“어쨌건, 진지하게 생각해 봐. 내가 자잘하게나마 도울 수 있는 게 있을 거라구. 봐, 예를 들면 네가 입을 새 옷을 산다든가 하는 거 말이야. 네가 입고 있는 건 몇 년 길바닥에서 구르다 온 것처럼 헤졌잖아.” 짐이 꼭 해주고 싶은 것이기도 했고, 그래서 내기에 거는 건 좋은 핑계가 되어 주었다. 스팍이 정말로 게임에서 이겨준다면 그거야말로 더할 나위 없을 거다.


스팍은 느리게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그렇다면 물론 유용하겠지. 하지만 그 전에, 짚고 넘어갈 점이 있어. 체스에 대해서라면 내 쪽에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해. 내 정신은 그러한 유흥에 자연스럽게 맞춰지도록 발달했으니까.”


글쎄, 그건 모르겠다만… 어쨌든, 이것도 스팍이 생각하는 대로 두기로 했다. “흐음, 그럼 내가 승산이 없는 모양이니 혹시라도 이길 때를 대비해서 말도 안 되는 걸 걸어놔야겠는걸.”


“원래부터도 당신이 논리에 맞는 제안을 한 전적은 지금껏 없었지.”


맞는 말이다… 이거야말로 그에게 주어진 기회였다. 원하는 제안을 하려면 지금이 아주 좋은 핑계가 되어 주리라. 게다가, 나체로 푹 젖어있는 스팍같은 건 우선순위에서 벗어나 한참 내려가야 있었다. 사실 그 우선순위의 맨 위에 있는 건, 다음 임무를 위해 출정할 때 엔터프라이즈에 스팍을 함께 태워가는 것이었다.


그것이야말로 정말로 구미가 돋는 일이다.


한편으로, 무슨 이유로 스팍이 뉴 벌칸을 나와서 스타플릿으로 돌아가지 않았는지 알 수 없었다. 무언가 자기만의 이유가 있었겠거니 생각할 뿐이다. 게다가 내기라는 것 자체가 결국 어느 한 쪽은 어떻게든 감수해야 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었으므로, 짐은 스팍에게 억지로 약속을 시켜서 비참하게 만들거나 괴롭힐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짐은 머릿속으로 잠시 가늠해 보았다. “이렇게 하는 건 어때? 내가 이기면, 아카데미에서 일이 끝나고 난 후에도 넌 공항이나 길거리로 나가지 마. 대신에 나와 같이 가는 거야.”


스팍은 경계한다기보다 오히려 무척 궁금증이 든 모양이었다. “…어디로 갈 계획이지?”


“글쎄, 아직 완전히 정해진 건 아니야. 임무를 마친 건 한참 전이지만, 정리하고 보고를 하느라 우주에 떠돌면서 정거장에서 정거장으로 옮겨다니기만 했어. 지구로 아주 내려온 건 이번이 처음이야. 해서 몇 군데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 본즈가 지금 조지아에 돌아가서 딸이랑 같이 지내고 있거든, 그러니 일단 거기부터 들를 생각이야. 그리고 우리 엄마하고도 못 본지 꽤 됐어. 도킹하고 나서 엄마도 거기 있었는데 서로 바빴거든. 아이오와에서 한동안 지내게 될 것 같고…”


“특별히 꺼려지는 곳은 없군. 이 계절이라면 날씨도 적합하고. 그렇지만, 왜 나와 동행하길 원하는지는 알 수가 없군.”


“왜냐하면 우리, 대단한 일을 같이 해놓고 그 후로 한 번도 못 봤잖아! 그거면 충분한 이유 아냐? 거기다 넌 그 드릴을 맞춰서 끊어버린 장본인이라고. 너는 이 행성을 구한 거야. 네가 남은 고향은 이제 여기뿐이라고 하지 않았어…? 네 고향을 제대로 들여다본 경험은 얼마나 되지?”


“아주 적어.” 스팍은 마지못해 인정하는 듯, 마뜩찮은 분위기였다.


“사실은 나도 그래. 지구에서 떨어져 지내느라 지금껏 대륙 두 곳밖에 못 가봤어. 하지만 걱정 붙들어 매셔. 여름이든 겨울이든 널 끌고 남극 대륙에 갈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말이야.”


“그래도 역시 나를 대동하면 운신이 불편해질 거라 생각해. 다른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난 여행을 갈 여력이 없어.”


“요즘 스타플릿에서 나한테 돈을 얼마나 주는지 알고서 하는 얘기야? 그런 건 신경 쓰지 마. 논리적이지 못해보여도 말야. 난 벌칸이 아니거든. 나한테서 그런 걸 기대하면 안 되지, 기억 하시려나?”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럼 거래 성사지? 네가 이기면, 내가 새 옷을 사준다. 내가 이기면, 넌 나와 같이 여행을 간다.”


스팍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면 거래가 성립될 것 같군.”


“좋았어 ― 시작해 보자고.”


“좋아. 선수를 두도록 해.” 맞은편에 바로 앉은 스팍은 팔짱을 끼고 대전에 임했다.


짐은 금세 스팍의 방식을 꿰뚫었다. 스팍 대사가 말했던 대로다. 만만치 않은 상대였지만, 그것도 예상 범위 안이었다. 짐은 공격을 막거나 받아칠 생각도 하지 않고 묵묵히 허점을 찾았다. 위협적인 전개에 비숍을 내주고 나서도 그는 전술을 유지했다.


서로 정 반대의 전법을 구사하는 두 사람의 체스말은 사뭇 비등하게 맞붙었다. 스팍은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짐의 방식에 맞서 빠르게 전략을 바꾸어 세력을 넓혀갔다. 짐은 약간 불안해졌다. 하지만 곧 내기의 내용을 떠올리고는, 져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승부에서 진다면 스팍에게 옷을 사 주면 되는 일이다. 그럼 자신은…? 짐은 이미 스팍에게 와서 하룻밤 머물라고 했고, 그렇게 좀 더, 좀 더 늘이다 며칠을 더 지내도록 설득했다. 게임의 결과가 마뜩치 않더라도, 여기까지 설득할 수 있었다면 어떻게든 동부로 향하는 셔틀에 스팍을 같이 태울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왜이리 안달을 하는지 스스로도 모를 일이었다. 스팍 대사가 자신과 젊은 스팍은 서로 다른 인물이라고 확실히 해놓았지만, 기대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을 믿고 또 그만큼 신뢰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물론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다. 그렇다고 여기 이 스팍이 스팍 대사처럼 평생의 진한 우정을—혹은 그 반대의 경우를—보장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서로 더 잘 알게 될 때를 대비해 미리 실망할 준비를 해둬야 하는 걸지도 모른다.


대전이 진행될수록 스팍이 점점 불만스런 분위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하지만 짐은 여전히, 부정적이기만 한 생각은 들지 않았다.


불만은 이내 숨김 한 점 없이 어두운 얼굴로 변했는데, 그 다음 순간 짐의 체크메이트를 받게 되자 스팍은 아예 당혹스럽기 짝이 없어 보였다. “…이건 논리에 맞지 않는 결과야.” 그렇게 중얼거리며 스팍은 체스판을 향해 숙인 고개를 그대로,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가늠하듯 말 하나하나를 훑어보았다.


짐은 상쾌하게 대꾸했다. “승자가 논리적이지 않게 둬서 그런가부지. 걸리지 않으면 덫이 무슨 소용이야.” 


스팍은 아무 말 않고 입에 불만을 가득 담은 채 계속 체스판을 바라보았다. 짐은 싱긋 웃어버렸다. 


“에이, 뭘 그렇게 실망하고 그래? 졌다고 꼭 나쁜 일만은 아니잖아. 그 말인즉슨 넌 나랑 같이 이 나라를 여행하게 됐다 이거야. 다행인 줄 알아 ― 십 년 전쯤이었다면 진 사람이 파티드레스를 입는 걸로다가 보통 딜을 했거들랑.”


스팍은 살짝 당황한 얼굴을 이번엔 짐에게로 향했다. “…그렇군.”


“언제든지 도전해도 좋아. 한 번 더 둘래?”


“아니 ― 당분간은 한 판이면 충분해.” 스팍은 체스판을 내려다보았다. “대전이 패배로 끝났으니 전략을 다시 세워보는 편이 낫겠어. 그리고, 당신은 오늘 체스를 두는 것보다 중요한 일정이 있을 걸로 알고 있어.”


“아니? 그다지.” 짐은 체스말을 치우려던 손을 내려놓았다. 스팍이 본다고 하니, 식탁에 자그마한 체스판 하나 올라와 있는다고 문제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근처에 있는 동기들하고 얼굴 보고 인사나 나눠야지. 그 녀석들 중 몇은 교관이 됐어.”


스팍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내뱉고 나서야 짐은 그게 아픈 데를 찌른 게 아니길 뒤늦게 빌었다. 그런 거라면 정말이지 할 말이 없었다. 그렇지만 다시 입을 연 스팍은 여전히 무미건조한 목소리였다. “당신의 교우관계를 방해할 생각은 없어. 혹여나 내가 언급 없이 떠날 것이 여전히 걱정이라면 그건 무의미한 일이야. 곧 당신과 함께 샌프란시스코를 떠나게 될 테니 이제 와서 사라지는 건 내게도 합리적이지 못해.”


마지막 말은 짐으로서도 놀라운 반가움이었다. 짐은 자신도 모르게 환하게 웃었다. “정말 나랑 같이 간다고?”


스팍은 체스말을 다시 세우기 시작했다. “당신이 게임에서 정정당당히 이겼어. 미리 합의를 본 바였지. 벌칸인은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아.”


“당연히 알고 있지. 근데 너한테서 직접 그 말을 들으니까 기분이 나아지네.” 거기다, 스팍이 체스판을 치워버리지 않아서 은근한 기쁨도 들었다. 스팍은 다시 말을 정렬하고 있었다. “왜, 역시 재시합 해보는 편이 좋겠어?”


“난 드레스를 입을 생각이 없을 뿐더러 당신이 입은 걸 보고싶은 바람도 없어.” 스팍의 대꾸에, 그만 웃음이 터질 뻔 했다. 저런 건 연장자인 스팍이 쳤을 법한 대사였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방금 말했듯이 당신의 교우관계에 영향을 주고 싶지는 않아.”


“그렇지 않아.” 스팍이 함께 있다는 사실에 짐은 새삼 긴장이 다 풀렸다. “너도 내 친구잖아. 잊었어?”


“어째서 나를 그런 존재로 여기는지 아직도 의문이지만, 비논리적인 인간의 견해를 용인할 수밖에 없겠어.” 스팍 고개를 살며시 저으며 체스판 너머로 그를 보았다. “솔직히, 그렇게 단언하는 당신의 주장은 당황스러워.”


“그렇담, 당황스러울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해 보여야겠네.” 짐은 일어나며 대답했다. “그리고 이렇게 또 그걸 증명할 시간을 벌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뭐 그건 됐고, 여행 나서기 전에 어쨌든 옷은 사러 가자. 함선을 모는 함장과 어울려 다니려면, 굳이 비싼 건 필요 없더라도 스타일이 안 살면 안 되거든.”


의문이 담긴 스팍의 눈이 그를 응시해왔다. “나는 게임에서 이기지 못했는데.”


“그랬지.” 짐은 받아넘겼다. “애초에 제안한 것도 내가 해주고 싶은 거라 찔러본 거야. 합당한 이유 없이 그냥 도움을 주면 네가 받지 않을 것 같았거든. 하지만 이제 논리 꽉 찬 이유가 생겼네? 넌 나랑 여행을 갈 거고, 나한텐 지켜야 할 체면이 있고.”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당신이 이 내기를 준비한 목적이 있었어. 내가 이기면, 내게 물질적인 이득이 생김과 동시에 당신에게도 감정상의 이득이 있는 거고… 당신이 이긴다면, 똑같이 나의 물질적 이득과 당신의 감정적 이득이 주어지지만 훨씬 더 크게 다가왔을 거라는 의미로군.”[각주:5]


짐은 환하게 웃어주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 내가 승산이 없는 시나리오는 믿지 않는다고 했었지. 반대로 서로에게 승산이 주어지는 시나리오(win-win scenarios)라면 분명히 있다고 믿거든. 고바야시 마루를 뒤집어서 본다고 생각해봐 ― 잃을 것이 없는 게임인 거지.”


달갑지 않은 반응으로 가시를 세울 거라고 생각했던 짐의 예상과는 다르게 스팍은 곱씹듯이 한쪽 눈썹을 올릴 뿐이었다. 그가 내뱉은 말은, “…흥미롭군.” 그게 다였다.


외출할 채비를 하기 위해 주방에서 나서는 짐의 미소는 더욱 밝아졌다. 저 여행용 체스 세트는 너를 위해 사왔노라고 얘기하는 건 좀 더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제 4장, 인지 →




  1. 실제 원작 설정으로는 인간보다 섭씨 4도씨 정도가 더 낮다. 섹시남이니까 뜨거울 거라는 우리네들의 바람에서 비롯된 설정미스가 아닐까....(먼산) [본문으로]
  2. 원산지가 남미인 곡물로 좁쌀같은 모양에 효능이 뛰어난 것이 특징. 가격도 여느 건강식품 뺨치고 후려친다. (....) [본문으로]
  3. 미국 중부를 가로질러 농,경업이 이루어지는 거대한 평야. [본문으로]
  4. 체스는 바둑과 반대로 백이 선수를 둔다. 바둑은 나중에 두는 사람에게 추가 점수를 주기도 하니 동등한 조건이랄 수도 있지만, 체스는 그렇지 않으므로 선수를 두는 쪽이 명백한 이점을 챙기는 것. 논리왕 스팍의 완전한 하수취급 [본문으로]
  5. 논리왕 스팍의 완전한 추리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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