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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SH] 사건을 위한 키스 │ Just A Kiss - 5 본문

Sherlock_중편/시리즈

[JW/SH] 사건을 위한 키스 │ Just A Kiss - 5

topsecretum 기밀선녀 2014.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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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셜록은 골목을 둘러보고 낡은 철문의 잠금쇠를 따기 시작했다. 열리는 데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 시간이 걸렸지만, 중요한 건 문에 보안 알람이 설치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문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며 조용히 닫혔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가까운 곳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소리가 나는 방향의 반대쪽으로 모퉁이를 돌아 걸어가다, 발소리가 다가오자 벽감 안으로 숨어들었다. 남자 두 명이 지나갔다. 최근에 있었던 축구 경기에 대해 얘기하느라 그늘 속에 있는 그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한 것 같았다. 그는 남자들이 모퉁이 너머로 자취를 감출 때까지 기다렸다가 빠져나와 계속 안으로 들어갔다.


찾고 있던 것은 놀라우리만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잠긴 문을 따고 들어가니(보안이 허술하다. 3핀 잠금 정도야 쉽지) 임시로 꾸려놓은 사무실이 나타났다. 책상 대신 접이식 탁자 두 개가 좁은 공간 안에 들어차 있었고, 그 위에는 서류 무더기와 뚜껑이 열려있는 랩탑 외에는 깨끗했다. 셜록은 랩탑 앞으로 가 전원을 켰다. 옆에 놓인 테이크아웃 커피(코스타[각주:1])는 식어 있었다.


발각되기 전까지는 많아야 10분 정도일 것이다. 컴퓨터 잠금을 해제하는 데에서 예상 밖으로 시간을 소모했다. 하긴 애초에 거의 맨몸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사전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쳐들어왔으니 놀라울 일도 아니었다. 정작 놀랄 일은 따로 있었다. 컴퓨터가 켜지며 커다란 소리와 함께 윈도우즈 로고가 나타났다. 재빨리 음소거 버튼을 눌렀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그는 낮게 욕을 읊조렸다. 바깥에 소리가 퍼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앞서 예상했던 시간을 2분으로 조정해 놓고, 금광을 찾아 폴더를 뒤지기 시작했다. 운 좋게 원하는 것을 발견하면, 그대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놈들과 대면할 필요 없이 데리고 갈 사람만 만나서―


“어이, 맥, 거기서 뭐 하는―” 어떤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오다 셜록과 눈이 마주쳤다.


“안녕하신가.” 셜록은 책상에서 두 걸음 물러나며,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는 무기나 상대방의 약점, 전략적 우위를 찾아 방을 빠르게 둘러봤다.


“이게 누구야.” 남자가 문틀에 몸을 기대며 입을 열었다. 긴장해 있는 어깨와 팔의 모습에서 놈이 당황해 있다는 걸 볼 수 있었다. “당신이 누군지 알아. 여기에 무슨 일로 나타났는지도 알 것 같군. 소란 피우지 말고 얌전히 날 따라오는 게 좋을 거야.” 놈은 등 뒤의 허리춤에 숨겨둔 권총을 꺼내 겨눴다. 위협하려는 생각이겠지만, 우위를 점하고 있는 쪽에서 보일 법한 대사는 아니었다.


셜록은 두 손을 옆으로 들어올리며 딱딱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쩔 수 없이 플랜 B로 가야 할 모양이다.


놈은 셜록을 앞세워 다시 복도를 거슬러올라, 처음에 따고 들어왔던 문을 지나 목소리가 들렸던 반대편으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가.” 놈이 총구로 문을 가리켰다.


셜록은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 안에서 탁자를 둘러싼 다섯 명의 사내들이 카드 게임을 하고 있었다. 다른 두 명은 먼 구석에서 서로 대화를 하던 중이었다. 그들의 손에 들린 담배에서 뿌연 연기가 올라와 천장을 자욱히 뒤덮었다. 일시에 이쪽을 향하는 일곱 명의 눈길에, 셜록은 답례로 두 손을 들어 덤빌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


“쥐새끼 하나가 돌아다니더군.” 남자는 뒤따라 들어와 문을 닫으며 말했다. “봐, 셜록 홈즈야. 저명하신 탐정이지.”


안의 몇 명이 숨죽여 킬킬댔다. 그러나 그 중 한 명은, 값비싼 시가(코이바 시가[각주:2]인가? 향이 독특하다. 라벨을 자세히 봐야 확실히 알겠지만)를 잇새에 문 채로 무표정하게 그를 빤히 쳐다봤다. 이내 다른 놈들이 웃음을 삼키고 그 남자를 향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저 남자가 이곳의 우두머리인 모양이로군. 아니면 적어도 우두머리의 오른팔 정도 되는 지위일 것이다. 아니, 저 놈이 보스인 게 확실하다. 입고 있는 재킷의 모양새나 앉아있는 위치(제일 안쪽에서 문을 향해 있다), 그의 앞에 산처럼 쌓인 카지노 포커 칩(부하들이 못이기는 척 져줬을 것이다), 셜록이 들어선 순간 첫눈에 이쪽을 재보며 관찰하는 행동(편집증적인 행동이지만 당연하게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등, 단서는 확실하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가 시가를 문 입으로 물었다. “누가 보냈지?” 이것 봐라? 폴란드 억양이다. 일부러 발음을 끌어서 잘 모르는 타지 사람 귀에는 러시아 사람으로 들릴 것이다.


“그런 사람은 없어. 그냥 자의로 왔다.”


“수작부리지 마.” 남자가 대꾸하자 주변에 앉은 놈들이 다시 웃어댔다. “어디서 일하는 놈이야? 경찰? 정부인가?”


셜록은 씩 웃고, “그냥 너희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해서라고 해두지. 앞으로 너희들이 저지를지도 모르는 범죄에 대비해 사전조사를 조금 하고 싶어서 말이야. 왜, 너희들이 잘 할 만한 것 있잖아. 밀수, 마약 거래… 폐기된 핵무기 같은 걸 밀매한다든가 하는 것 말이지.” 그를 노려보는 사내들을 향해 어깨를 으쓱 했다.


우두머리가 웃음을 지었다. “협박하는 건가? 가소롭군. 월린스, 맥 ― 여기 홈즈 씨를 아래층으로 모셔다 드려. 나중에 직접 상대하지.”


‘월린스’라는 놈은 담배꽁초를 끄고 일어나자 앉아있었을 때보다 훨씬 위협적으로 보였다. ‘맥’은 게임을 하지 않고 구석에서 조용히 담배를 태우던 사내들 중 하나였다. 셜록은 그를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가, 모습을 본 후 얼른 눈을 거둬들였다. 속이 마구 뒤엉키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나쁜 의미로 그러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이 순간만을 고대해 왔으니까.


이쪽으로 다가온 ‘맥’은 파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올려다봤다. “셜록 홈즈라. 얘기는 익히 들었지. 잡아.”


명령이 떨어지자 불시에 두 손이 뒤로 붙잡혀 플라스틱 타이로 묶였다. 약간 조이긴 했지만 바라건대 머지않아 풀리게 될 것이다. 그는 할 수 있는 한 얼굴에서 말끔히 표정을 지운 채, 고개를 내려 자신을 포박한 남자를 바라봤다.


존을 못 본지 한참이나 됐다. 정확히 4주 하고도 이틀이다. 미치도록 길기만 한 시간 동안 그에게 남은 건 존이 몰래 보낸 문자 메시지 몇 통 뿐이었다. 그러니, 최대한 들키지 않고 그의 모습을 한껏 눈에 담게 되는 건 본능적인 욕구 해소라고 해야 할까. 존의 머리 모양이 달랐다. 몇 주 전 마지막으로 봤던 모습에서 더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며칠째 면도를 하지 않았는지 얼굴에 수염도 나 있었다. 그의 딱딱하고 무표정한 얼굴까지도 ― 셜록은 전부 머릿속에 꼼꼼히 새겼다.


“뒤돌아.” 존이 말했고, 손목의 플라스틱 타이가 당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빌어먹을. 월린스, 이 자식 나중에 손이 바빠지겠는데.”


“왜, 한 발 빼달라고 하게?”


주변에서 낄낄대는 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손목에 닿는 존의 손가락이 느껴졌다. 존은 확실히 하려고 그런 거겠지만, 불필요한 접촉이다. 셜록은 침을 꿀꺽 삼켰다. 애초에 이 일에 동의하지 말았어야 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온통 분위기만 흩뜨려놓고 있었으니까. 아니, 이미 방해가 되어버린 것 같다… 두 사람은 지금껏 이런 일은 하지 않았고, 이건 그에게 새로운 영역이었다.


“그러려고 했지. 움직여.” 존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꾸하며 셜록을 문가로 떠밀었다. 그동안 월린스는 어딘가에서 총을 가져왔다. 쥐고 있기는 해도 그저 위협하려는 목적일 것이다. 어차피 이쪽에서도 소란 피우지 않고 가만히 있을 생각이었다. 그게 플랜 B니까. 그는 월린스를 따라 바깥으로 나와, 그의 넓은 등에 초점을 맞추고 복도를 걸었다. 뒤에서 존의 익숙한 발걸음이 따라왔다.


그들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눅눅한 내음이 풍기는 복도를 따라 어두운 곳으로 들어갔다. 조명이 드문드문 있었고, 그나마도 구식 백열등 정도였다. 덕분에 음산한 지하감옥에 들어온 분위기였다.


곧 월린스는 그래피티가 그려진 녹색 철문 앞에 멈춰서, 걸쇠를 풀고 문을 열었다. 그 때 등 뒤를 누르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존이 엄지손가락으로 척추 위를 덧그리듯 작게 원을 그렸고, 이내 셜록을 세게 밀어 안으로 몰았다. 셜록은 눈치채고 넘어질 듯 휘청거리며 방으로 들어섰다.


“수색해.” 문 앞의 전구를 켜며 월린스가 입을 열었다. 불빛이 기분 나쁘게 깜박이며 복도를 비췄다.


“좋고말고.” 존이 다가서서 셜록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말이 좋아 수색이지 그냥 건성으로 몸을 토닥이는 수준이었다. 주머니에 휴대폰이 있었는데도 모르는 척 무시하고 지나갔고 말이다. 어쨌든 애초에 무장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맨몸이야.”


“들리는 소문 치고는 그렇게 똑똑한 놈은 아니구만? 무기도 없이 제 발로 여기에 걸어들어오다니 말이야. 멋대로 들어와서 원하는 걸 얻고 나면, 우리가 인사라도 하면서 보내줄 거라고 생각했나?” 월린스가 조롱하는 투로 도발했다.


셜록은 단조로운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게 내 계획이었지. 내 계획을 꿰뚫어봤군. 대단한걸.”


“뭐, 계획이란 늘 바뀌기 마련이니까. 안 그래?” 월린스는 위협적으로 두둑 소리가 나게 주먹을 쥐었다. “이 부분이 제일 즐겁단 말이야.”


“나한테 넘겨.” 존이 한 발자국 나서며 끼어들었다. 그의 얼굴은 무표정했지만 눈에서 불꽃이 튀기고 있었다.


“알았다고.” 그 다음을 대비해 셜록은 몸을 다잡았다. 그는 불안한 척 두 남자를 번갈아 쳐다봤다. “이럴 필요는 없잖아. 내가 딱히 당신네들을―”


존은 주먹을 살며시 쥐어 경고를 먼저 보낸 다음, 불시에 얼굴을 쳤다. 힘이 전부 담겨있지 않았고, 실제로 가해지는 힘보다 훨씬 가혹해 보이도록 몸을 움직인 것이다. 셜록은 신음을 내뱉으며 옆으로 비틀거렸다. 존이 다시 앞으로 다가서며 이번엔 배를 향해 눈짓했다. 셜록은 그의 주먹이 꽂히는 대로 몸을 접고, 밀어내는 손에 뒤로 비틀거리며 조금씩 월린스에게서 멀어졌다. 그 다음엔 한 번 더 배에 공격이 들어오자 풀썩 무릎을 꿇었고, 존이 살짝 고개를 끄덕인 것을 신호로 괴로운 듯 옆으로 쓰러졌다. 존이 힘을 빼고 배를 차자 셜록은 신음을 흘리며 몸을 굴려 월린스에게서 등을 돌렸다.


“버틸 만 하지?” 존이 물었다.


“엿먹어.”


“어이, 적당히 해, 맥.” 날이 선 월린스의 목소리에, 셜록은 순간 연기가 들킨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존이 욕지거리를 삼키며 물러났다. 계속 때리려고 했던 모양이었다. “보스가 잘 모시라고 했다고. 손님이 쓰러져 버리면 안 되지. 가자.”


발소리가 물러가고 문이 닫혔다. 그리곤 1분도 안 되어 사방이 조용해졌다. 셜록은 끄응 하고 일어나 앉았다. 존이 많이 사정을 봐줬지만 그래도 나중에 멍이 생길 것이다. 묶인 손목을 당겨봤다. 부상을 입지 않고 혼자 손을 풀 방법은 없는 것 같았다. 지금 상황에서는 존이 돌아오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리라. 이제 인내심만 가지면 되는 일이었다.


셜록은 일어나서 방을 살펴봤다. 작고 후미진 방 안은 창문이 없이 깜깜했고, 벽이 갈라지고 벗겨졌으며 시멘트 바닥은 뭔지 모를 이상한 자국들로 뒤덮여 있었다. 아, 이제 알겠다. 오줌이었다. 적어도 6년은 더 된 것이다. 한쪽에 빈 책장과 낡은 나무 의자, 그리고 부실해 보이는 간이침대가 벽에 붙어있는 것을 제외하면 방은 황량했다. 쓸 만한 건 없다. 단지 여기서 홀로 탈출하는 것은 계획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꽤나 좌절스러운 상황일 테다. 그는 존이 돌아오길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그러는 동안 다시 생각해 보건대 이런 건 확실히 권태롭기 짝이 없는 짓이었다. 이따금씩 하수관에서 물이 흘러가는 소리만 제외하면 고요했고, 창밖을 보지도, 휴대폰을 꺼내지도 못하는 채로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지루함만 죽이고 있어야 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마침내 문이 열리며 녹슨 비명을 질렀다. 벌떡 일어난 셜록은 입술을 비집고 나오려는 웃음을 꾹 눌러야 했다. 존이 등 뒤로 문을 닫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천장을 향해 눈짓하자 존은 고개를 저었다.


“여기는 감시하는 놈이 없어. 최근에 사람을 가둘 일이 없어서 쓰인 적이 없거든. 그냥 창고야.” 그는 한쪽에 놓인 간이침대를 향해 고갯짓을 했다. “가끔 매춘부들이 들르면 여기도 활기가 돌긴 하지. 뭐, 접대용 방이라는 거 아니겠어. 어때, 다친 데 없어?”


“괜찮아. 손목이 좀 조이긴 하지만.”


존이 그에게로 다가와, 약간은 어색하게 그를 품에 끌어안았다. 셜록은 눈을 감았다. 존의 웃는 얼굴이 어땠는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 생각에 뱃속이 이상하게 꼬이는 기분이었다. 존의 어깨에 고개를 묻자 그가 웃었다.


“미안, 그게… 얼굴 보니까 좋다. 어디, 손 내밀어 봐. 풀어줄게.” 존은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뒤로 돈 셜록의 손목에서 플라스틱 타이를 잘라냈다.


“아아, 고마워.” 셜록은 쓰린 손목을 문질렀다.


“돌아오는 데 좀 시간이 걸렸지, 미안해. 챙겨올 게 있었어.” 존이 주머니에서 USB 메모리 스틱을 꺼내보였다. “원래는 정보를 모두 옮길 수 있을 때까지 꾸물거릴 시간이 없었어. 사무실 안에 오래 있으면 안 되거든. 그런데 네가 나타나서 꽤나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덕에 30분 동안 데이터를 빼올 틈이 생겼지. 놈들은 자신들이 모르는 대상에게 추적당할까봐 늘 날이 서있거든. 이거면 놈들을 테러로 체포할 만한 좋은 증거가 될 거야.”


“내가 할 몫을 벌써 반이나 덜어줬군. 빚을 졌어.” 셜록은 씩 웃으며 USB를 건네받았다. “그렇다면 오늘 잠복수사가 끝난다는 뜻이겠지?”


“빌어먹을, 말이라고 해. 나갈 준비 됐어?”


“빠져나갈 계획은 세워 놨겠지?”


“그래. 일단―”


셜록은 손을 들어 말을 잘랐다. 복도에서 발소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제길.” 존이 어깨 너머를 확인하며 숨을 죽였다. “어서, 손 숨겨.”


셜록은 얼른 등 뒤로 손을 넘겨 묶여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존은 그에게 눈을 고정한 채 집중해서 소리를 들었다. 문 바로 바깥에서 발소리가 멈췄다.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당장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네 가지, 그 중 두 가지만이 그럴듯한 가능성이 있었고, 두 사람이 부상 없이 빠져나가기 위해선 한 단 가지의 선택지밖에 남지 않았다.


존은 완전히 당황해 멍한 표정이었다가, 이내 눈에 초점이 돌아오더니 훌쩍 셜록의 앞으로 다가와 두 손으로 얼굴을 붙들었다. 문의 힌지가 끼익거리는 소리와 함께 존이 그의 입술을 집어삼켰다.


히죽, 웃음이 나올 뻔 했다. 왠지 이렇게 되는 게 둘 사이에서 하나의 절차가 된 것 같았다. 그는 저항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입 안을 훑는 혀의 느낌 때문에 즐거운 티를 내지 않기가 조금 힘들긴 했지만) 몸을 뒤틀면서, 월린스가 서 있는 문가로 눈을 던졌다.


“워우, 맥. 농담으로 한 말이었는데 진짜였냐.”


존은 간단히 꺼지라고 외치고는 계속 격렬하게 키스했다. 맙소사 ― 얼굴에 닿는 저 수염들이 이다지도 자극적으로 느껴지리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


“얼른 끝내는 게 좋을걸. 보스가 손님과 얘기하고 싶다는데.”


얼굴을 뗀 존은 거칠게 셜록을 밀어 바닥에 꿇어앉혔다. “끝나면 데리고 올라가지.”


월린스가 흥 코웃음을 쳤다. “오래는 안 걸릴 것 같은데.”


“이 입이 보이는 만큼 제값을 하면 그렇겠지.” 존은 앞섶을 풀고 바지를 조금 내리며, 자연스럽게 자세를 틀어 월린스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리곤 셜록의 머리칼을 한 움큼 쥐고 머리를 뒤로 당겼다. “성의껏 봉사한다고 생각해. 이 조심하지 않으면 재미 없을 거야.” 사나운 목소리와는 다르게 얼굴만큼은 미안해 죽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셜록은 눈썹을 치켜올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존은 물러도 한참 무르다니까. 어쩔 수 없는 상황인데 그걸로 괘념할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존은 눈을 휙 굴리고는 도로 역할로 돌아갔다. 그는 셜록의 머리칼을 잡은 손에 힘을 주고 드러난 속옷 위로 머리를 눌렀다.


월린스가 킥킥대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구경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존의 사타구니에 얼굴이 닿자 심장이 마구 방망이질치기 시작했다. 최대한 진짜처럼 보여야 했다. 입으로 이 짓을 한지도 정말 오래됐다. 하지만 어쨌든 기본 원리는 간단하니까, 괜찮을 거다. 존이 머리를 사타구니로 당기면서 머리카락을 단단히 쥐고 있어 힘들긴 했지만, 그는 고개를 조금 돌리고 입에 페니스를 물고 있느라 숨쉬기가 힘든 것처럼 움직였다. 실제로도 머리를 붙든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가 있는 탓에 호흡하기가 곤란했고, 숨을 고르려고 고개를 튼 순간 코가 무언가에 닿았다. 보이지 않아도 분명 존의 페니스일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온 몸에 전율이 흐르며 순간 털이 바짝 섰다. 눈을 감은 그는 읍, 읍 하는 소리를 냈다. 아니, ‘나왔다’고 하는 표현도 맞을 거다. 머리 위에서 들리는 존의 밭은 숨소리에 눈을 들자, 달아오른 존의 얼굴이 보였다. 내려다보는 존의 표정은 이상하기만 했다. 처음 보는 표정에 민망함이 가득 섞여 있다고 하면 제대로 본 걸까. 셜록의 머리카락을 잡은 손이 조금 느슨해졌다.


그제야 셜록은 존이 섰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코에 눌리는 그것은 의심할 여지없는 거였다. 몇 달 전, 거실 바닥에서 그 일이 있었을 때는 몇 겹의 옷 너머로 느껴진 간접적인 경험이었고, 오늘은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눈앞에서 볼 수도 있었다. 한 겹의 속옷 너머로 단단하게 부풀어오른 그것은 허리고무줄 바로 아래까지 솟아오른 끝 부분이 젖어 있었다. 셜록은 침을 꿀꺽 삼켰다. 진짜로 해야 할 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그다지 싫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꺼져. 가서 포르노나 쳐 보라고, 월린스.” 거칠게 일갈하는 목소리만큼은 거짓 하나 없는 진짜였다. 그 중에도 허리는 계속 셜록의 얼굴 위로 놀리고 있는 채였다. “나가.”


“꽉 막힌 새끼. 5분 내로 끝내.” 그리고 이내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월린스의 발소리가 잦아들자마자, 존은 셜록을 밀어내고 빨갛게 익은 얼굴을 하고는 얼른 바지 지퍼를 올렸다. “미안, 정말 미안해. 하필이면 이런 생각을 하다니,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정말―”


“됐으니까 걱정하지 마.” 셜록은 일어나서 머리를 쓸어넘겼다. 자신도 반쯤은 흥분해 있다는 사실을 존이 알아채지 못했기만을 바랐다. “어쨌든 먹혀들었잖아. 당장은 빠져나갈 방법만 생각하자고.”


“그래, 그래야지.” 존은 시선을 피하며 찡그린 얼굴로 앞섶을 불편하게 당겼다. “비상구 쪽에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이 있어. 조심해야지만, 보통 거긴 감시의 눈이 없는 곳이야.” 그는 안주머니에서 총을 꺼내 탄창을 확인하고, 안전장치를 풀었다. “준비 됐어?”


셜록은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하지만 존은 세 걸음도 채 못 가 다시 주춤거리며 바지 앞으로 손을 내렸다. “빌어먹을.”


그 모습에 절로 웃음이 흘러나왔다. “잠깐 쉬었다 갈까?”


“여기서 나가기나 하자. 나중에 제대로 갚아.” 존은 눈을 굴리며 쏘아붙였다가, 셜록이 입을 딱 벌리고 쳐다보자 얼굴을 찌푸리며 무마했다. “아― 그게, 그러니까, 그건 농담이고― 내 말은… 젠장.” 그는 고개를 휘휘 저으며 총을 든 손으로 어서 가자고 손짓했다. “뒤로 손 숨기고 내 앞에서 걸어. 고개 돌리지 말고.”


호주머니 안의 USB를 한 번 확인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빠르게 빠져나가는 일만 남았다. 이것 역시 익숙하다. 모두 두 사람이 함께 경험해본 것들이니까. 쫓기다가 궁지에 몰려서 총격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긴박한 시간이 지나면 두 사람은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갈 거다. 숨 벅차도록 즐거운 순간이다. 이제 마이크로프트의 계략에 의해 떨어져 있어야 했던 시간은 끝나고, 한 달 만에 재회한 두 사람은 다시 사건을 맡아 탐험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모두 끝이다. 존이 집으로 돌아온다. 셜록은 히죽 웃었다.


“왜?”


“아무것도 아냐.” 바보같은 웃음을 지우지 못한 채 셜록은 대답했다. 하긴, 앞으로의 연기를 위해서는 눌러야 할 감정들이다. 그래서 지금 마음껏 만끽하기로 했다. 흥분, 기대감, 뺨에 닿았던 존의 딱딱한 그것의 느낌을… 안 되지. 지금 당장은 위험하니까 그 생각은 넣어두기로 하자. 그는 등 뒤로 손을 모으고 어깨를 늘어뜨렸다. 다시 포로로 돌아갈 시간이다.


“시작해볼까.” 존이 말했다.


셜록은 문을 나서 걸어갔다. 무엇이든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여섯 번째, 그리고 다시… →



  1. 영국의 커피 체인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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