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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SH] 사건을 위한 키스 │ Just A Kiss - 4 본문

Sherlock_중편/시리즈

[JW/SH] 사건을 위한 키스 │ Just A Kiss - 4

topsecretum 기밀선녀 2014.11.2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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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완연한 봄날이었다. 어느 목요일 오후 존은 여느 때처럼 221B호로 올라가는 계단 열 일곱 개를 오르고 있었다. 그는 습관적으로 소리가 크게 나는 한 계단은 넘겨뛰어 지나갔다. 어차피 소리를 죽이려는 건 의미없는 일이다, 셜록은 이미 듣고도 남았을 테니까. 문을 여니 녀석은 소파에서 예의 그 자세로 누워 천장을 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존이 아침에 외출했을 때의 바로 그 모습 그대로라는 말이다. 혼자만의 세상에로 가 있기라도 한 거겠지. 외출해 있던 동안 존이 문자를 일곱 개 받았다는 사실만 아니라면, 그럴 듯한 얘기다.


“안치소에서 재밌는 거라도 발견했어?”


흠 하고 대답하는 걸 보니 그렇다는 뜻이겠다. 아니었으면 물어봤자 들은 척도 안 했을 테니까.


존은 코트를 벗어 걸고 주방으로 가 주전자를 올렸다. 얼마 후 따뜻한 컵을 들고 그의 의자로 가 앉을 때까지도, 셜록은 천장을 보고 있는 채였다. 다만 발가락만은, 그가 불안해 있을 때면 으레 그러하듯 팔걸이에 대고 꼼지락거리는 중이었다. 이유라면, 그것 한 가지 뿐일 거다 ― 뭐 말하자면 세 가지 정도 있지만, 셜록이 불안해 할 만한 거라면 앞선 하나가 가장 유력한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2분 더 침묵 속에 있다가 마침내 존이 입을 열었다. “물어보지 않을 거야?”


셜록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떠올랐다. “글쎄. 어차피 네가 얘기해줄 텐데 뭘.”


“적어도 네가 궁금해는 할 줄 알았지.” 셜록은 지금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라는 걸, 녀석의 발가락이 움찔거리고 있는 것만 봐도 존은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세부 사항은 민간인이 알면 안 되는 거잖아?”


“원한다면 네게 얘기해도 좋다고 네 형이 허락했어. 일단은.”


“나한테 얘기하고 싶은 거라도 있어?” 철저하게 무관심한 목소리를 한다지만 존 앞에서는 부질없는 짓이다.


“흠, 반응 한 번 열렬하네. 이렇게 나오면 나도 얘기하기 싫어지는걸.”


드디어 이 쪽을 향한 셜록의 얼굴은 미간이 한껏 찌푸려져 있어서, 존은 숨기지 못하고 웃어버렸다. 셜록은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휙 굴렸다. “말하고 싶어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 어차피 얘기할 사람도 없을 테니, 난 느긋하게 기다리기만 하면 되겠군.”


존은 소리내 웃었고, “그거 재밌겠네.”


결국 30초 뒤 셜록은 버티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앉았다. “좋아. 알았다고. 얘기해봐.”


셜록을 더 놀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녀석의 말이 맞았다. 말하고 싶어 죽을 것 같았으니까. 그는 찻잔을 옆으로 밀어놓고 미소띤 얼굴로 대답했다. “다음 주부터 시작하기로 했어. 당장은 훈련 기간이고, 특수부대에서 간단한 것부터 배우기로 했지. 그래도 재미있을 것 같아. 요즘엔 계속 그 생각 뿐이야.”


셜록의 눈이 가늘어졌다. “형은 뭔가 꿍꿍이가 있어서 널 섭외한 거야. 마음에 안 들어.”


존의 미소도 조금 흩어졌다. “알아, 그래도―”


“현장에 다니면서 블로거로서 내 옆에 있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시선을 무릎으로 떨궜다.


존은 잠시 망설였다. 다른 사람이 저런 말을 했더라면, 상처받았다는 생각부터 들었을 거다. 어쩌면 일부러 죄책감을 자극하는 걸지도 모른다며 의심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앞에 있는 사람은 셜록이다. 셜록은 그런 식의 감정적인 공격은 하지 않는다 ― 적어도, 존에게는. 존은 길게 한숨을 짓고는, 셜록에게로 시선을 고정했다. “당연히 좋아하지. 그래도 마이크로프트가 큰 보수를 해주니까. 우리도 먹고는 살아야지.”


“우린 지금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어. 네가 따로 일을 더 하지 않아도.”


자신을 도와주지도 못하는 데로 멀리 떠나버리는 일, 이라는 말이겠지.


“어차피 넌 내가 없어도 잘 모르잖아.” 고개를 든 셜록의 표정에 날이 서 있었다. 존은 한숨을 지었다. “지금은 그냥 훈련만 하는 거야. 보수도 좋게 받을 거고. 아니다 싶으면 나중에라도 그만 두면 되니까.”


셜록은 대답하지 않았고, 둘 사이의 바닥만 내려다봤다. 존은 입을 다물고 말았다. 언제라도 그만 둘 수 있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웃기는 소리다. 마이크로프트에게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거기에서 물론 셜록은 제외되지만 말이다.


“그리고 너와 일을 그만두겠다는 말이 아니야. 내가 얼마나 그걸 좋아하는지 알잖아. 그저 난… 내 힘만으로 할 수 있는 게 필요한 것 뿐이야. 이해하겠어?”


“아니.”


존은 얼굴을 피해 의자 안에서 불편하게 자세를 바꿨다. “경관 살해 사건에 전진이라도 있어?”


“그래, 맞아. 네가 도와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 갑자기 화제가 바뀌었는데도 셜록은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이었다.


“물론 도와야지.” 존은 눈으로 몸을 쭉 뻗고 일어나는 셜록을 따라가며 대답했다. “뭘 하면 될까?”


“일어나.” 셜록이 다가간 쪽의 벽에는 시신의 몸에 난 멍을 찍은 사진이 여러 장 붙어 있었다. “일어나서 신발 벗어.”


“알았어.” 존은 시키는 대로 신발을 벗어 한 쪽에 나란히 치웠다.


“그리고 셔츠도.”


“셔츠? 셔츠는 왜?” 어차피 대답을 바라고 한 물음은 아니었고, 예상대로 녀석은 말이 없었다. 존이 보는 동안 셜록은 벽에서 사진 몇 장을 떼어냈다. 어찌됐건 옷을 벗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셜록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건 이젠 습관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셜록은 그에게 사진을 건네주고 가구를 벽 쪽으로 밀어 거실에 공간을 냈다. 의아했지만, 존은 묻지 않았다. 결국엔 알게 될 일이다. 대신 그는 사진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피해자는 마리아 해밀턴이라는 경관으로, 그는 잘 모르는 사람이다. 몇 년 그렉과 파트너로 일했던 사람이라고 한다.


“성폭행을 당했고, 심하게 맞았어. 그리곤 칼에 찔린 다음 그대로 골목길에 내버려졌군. 그것도 경찰 제복을 입은 모습채로.” 그는 셜록에게 다시 사진을 돌려줬다. “네가 관심을 가질만한 사건은 아닌걸. 그렇게 지루했어? 아니면, 이 사건에 뭔가 더 있는 건가?”


“레스트레이드의 개인적인 부탁이야.” 그렇게 말하며 코를 찡그리는 걸 보니 스스로 말해놓고도 불쾌한 모양이었다.


“그렉에게 뭘 얼마나 신세를 졌길래?”


“원래 거절하려고 했어 ― 단순히 무차별 폭행으로 인한 사건으로 보였으니까. 그런데 검시 결과를 보니, 시신의 몸에 난 멍은 칼에 찔리기 다섯 시간도 전에 생긴 것으로 보인다는 거야. 피해자가 입었던 제복도 확인해 봤어. 물론 어느 정도 협상이 필요했던 부분이지만… 어쨌든, 옷 자체는 멀쩡하더군. 뭐… 칼에 찔린 부분만 제외한다면.”


“그래서?”


“범인은 한낮에 피해자를 겁탈하고 때렸어. 덧붙이자면 값싼 침구 위에서야. 시신의 몸에 섬유 흔적이 남아 있더군. 그러고는 도로 옷을 입히고, 포박하거나 약으로 피해자가 저항하지 못하게 만든 다음 해가 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골목으로 끌고 나와 칼로 찔러 죽인 거지.”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범행이네.”


“그래서 직접 알아보기로 한 거야. 누워.”


존은 살짝 당황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바닥에?”


셜록이, 완전히 한심한 얼간이를 볼 때면 으레 짓는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존은 한숨을 푹 내쉬며 바닥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바닥은 늘 생각했던 것보다 어쩐지 더 차갑고 딱딱했으며 먼지도 더 많아 보였다. 기분 탓인지도 모르겠지만서도.


“내가 피해자가 되는 거겠지?”


“그래. 피해자의 등쪽에 경미한 찰과상이 있었어. 그러니 피해자와 가해자가 대략 이런 자세로 있있다고 예상해 볼 수 있는 거지.” 셜록은 그의 몸 위로 올라오더니 허벅지에 걸터앉았다.


윽. “어디까지 재현해낼 셈인거야?”


질문은 무시한 채, 셜록은 팔을 뻗어 존의 몸 곳곳에 손을 가져갔다. “시신의 몸에 멍이 들어 있었어. 여기, 여기, 그리고―” 그의 손이 가볍게 존의 팔로, 벗은 가슴 위로, 그리고 허리로 내려갔다. “―여기에.”


“그러니까 범인이 피해자를 이렇게 잡아누르고… 때렸다는 건가?” 만약에 녀석이 실험이랍시고 자신을 여기다 눕혀놓고 주먹질을 할 생각이라면, 존은 한참 잘못 생각했다는 걸 가르쳐줄 요량이었다.


셜록은 몸을 기울여 존의 양 어깨에 손을 받쳤다. “날 때려봐.”


“듣던 중 반가운 소리.” 존은 이번에도, 셜록의 소원대로 해주려고 했다. 그러나 적지 않은 무게로 어깨가 눌려 있어 팔을 어느 이상 들어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어서. 쳐. 내가 다칠까봐 걱정하지 말고.”


“그건 내가 걱정하는 게 아니거든.” 존은 두 손으로 셜록의 상체를 밀어냈다. 하지만 그건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고, 그 사실이 이상하게도 좌절스럽다기보다 부끄러워졌다. 그는 셜록의 팔을 세게 붙잡아 끌어낸 다음, 한 쪽 다리로 허리를 감아 옆으로 몸을 넘겼다. 마침내 위치가 뒤바뀌며 셜록이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세게 부딪혔다.


놓아주자 셜록은 끙 하고 일어났다. “피해자가 이렇게 할 만한 능력이 있었을까?”


“이렇겐 아니더라도 비슷하게는 가능했겠지. 호신술을 기본적으로 배웠을 테니까.”


“다시 해보자.”


등을 대고 누운 존의 위로 셜록이 다시 자리를 잡았다. 이번엔 허리 위에 걸터앉은 자세였다. 제길, 여기까지 와서 수줍어 할 건 또 뭐란 말인가. 셜록의 끄덕임을 신호로 존은 다시 힘을 줘 그를 밀어냈다. 무게가 실려서 더 힘들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할만했다.


“기다려. 잠깐 멈춰봐.” 중간에 셜록이 물러나서 그를 내려다봤다. “팔 머리 위로 올려.”


시키는 대로 하자 셜록은 바닥에 둔 사진 중 하나를 가져와 확인했다. 사진을 다시 내려놓고, 셜록은 몸을 숙여 존의 팔을 머리 위로 가져와 양 손목을 붙들었다. 그러더니, 한쪽 무릎으로 존의 다리를 벌려놓고 그의 위로 더 가까이 몸을 낮췄다.


“이제 해봐.”


이런 야한 자세라니. 서로 허리가 닿아 있었고, 존은 다리가 벌어져 있었기에 ― 마음만 먹으면 셜록의 허리를 감을 수도 있었다 ― 잠깐, 무슨 생각하는 거야, 나.


“존?”


그제야 존은 자신이 바보처럼 셜록을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지, 맞아. 싸워야지. 미안.”


누운 채로 압박받는 상황에서 싸우는 건 생각보다 힘들었다. 팔이 깔끔하게 붙잡혀 있는데다, 짓누르는 셜록의 무게때문에 움직이는 게 어려워졌기 때문에 조심하지 않았다간 피해자처럼 똑같이 온 몸이 멍 투성이가 될 판이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나쁜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확실히 머리가 맛이 가는 것만 같군. 그 때 셜록이 그의 위에서 자세를 틀었고, 몸이 스치면서 사람들은 보통 이런 자세로 뭘 하는지 다시금 또렷이 기억났다. 이런, 점점 사타구니에 피가 몰리는 것 같았다. 그 느낌에 존이 거세게 저항하자 더불어 셜록도 더욱 세게 팔을 부여잡고 내리눌렀다.


“그래, 이거야.”라며, 밭은 숨 사이로 내뱉는 셜록의 목소리는 포르노에 나올 것만 같이 야했다. “피해자에게도 바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거야. 한 가지 더 해보자.”


그리고는 셜록의 입술이 떨어졌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닫기까지는, 한참이 걸려야 했다. 이건 현실이다. 그가 몸을 숙여 존에게 키스하면서 힘을 실어 팔을 붙잡고 있던 손이 조금 풀어졌기 때문에, 존은 마음만 먹는다면 쉽게 그를 밀어낼 수도 있었다.


“바로 그거야. 팔 이렇게 해봐. 이제 다시 해봐.” 셜록이 크게 웃었다. 존은 녀석이 하는 대로 인형처럼 몸을 맡겼고, 이번에는 머리 위로 손목을 교차한 채였다. 셜록은 그를 내리누르며 다시 키스했다. 키스를 하는 건, 단지 시나리오대로 모의 실험을 하려는 목적 뿐이겠지만 ―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닿은 입과 위에서 따뜻하게 압박해오는 무게감만 해도 견디기 힘들었는데, 거기다 셜록은 알아채지 못한 사이에 뭉근하게 다리 사이를 비비며 자극하고 있었다.


버틸 수가 없었다. 사타구니가 저릿하게 울리는 감각에 존은 얼굴을 피하며 마구 셜록을 밀어냈다. “그만, 그만해. 셜록… 그만하라고!”


셜록이 물러나자마자 존은 다리 사이의 상태를 들키기 전에 얼른 몸을 뒤집어 배를 깔고 누웠다.


“괜찮아? 어디 다쳤어?” 그렇게 묻는 셜록의 목소리가 어딘지 낯설었다. 왠지 이상하게도… 걱정하는 것처럼 들렸다. 가식이라면 주먹이라도 먹여줬겠지만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았고.


“괜찮아. 그냥 잠깐… 잠깐 숨 좀 돌리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셜록이, 바닥에 날 깔아뭉개면서, 마치… 맙소사. 진짜 맙소사다.


다행히 셜록에게서는 별 말이 없었다. 그는 생각에 잠긴 듯 바닥에 앉은 채 조용하기만 했다.


“그래서,” 존은 마침내 일어나 앉을 수 있을 만큼 흥분을 가라앉힌 후, 먼저 입을 열었다. “이걸로 정확히 뭘 알고 싶은 거야?” 이걸로 한 가지 명확하게 드러난 사실이라면, 존은 단지 이성에게만 홀리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겠다. 셜록의 얼굴이 희미하게 달아올라 있었기 때문에 존은 시선을 피하지 않기 위해 퍽 애를 먹어야 했다. 왜 존이 그만 하라고 격렬하게 반응한 건지 셜록이 모를 리가 없었던 거다.


“겁탈당한 게 아니야.” 잠시 후 셜록이 그에게로 시선을 맞추며 대답했다.


“그럼 검시 결과는?”


“질 내부의 찰과상만으로는 그게 폭행이었는지, 아니면 섹스에 열렬했던 것 뿐인 건지 구분하기가 거의 불가능해. 대게는 90퍼센트가 비슷한 징후를 보이니까.”


“그럼 네 말은 그게…?”


“그저 거칠게 섹스를 한 것 뿐이라는 거지. 생각해봐. 피해자의 몸에 난 멍은 특징이 아주 뚜렷해. 아마 내일이면 네게도 비슷한 게 생기겠지.” 존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지만 셜록은 계속 말을 이었다. ”흉터에는 패턴이 있었어. 일부분에만 한해, 옷을 입으면 가려지는 곳에만 있지. 만약에 피해자가 공격을 당한 거라면 그보다는 훨씬 무작위로 흉터가 남았을 거야. 이 멍 자국에서는―” 그는 사진을 가리켰다. “―실제로 몸싸움을 벌이면서 생긴 거라고 할 만한 증거가 보이지 않아. 피해자의 체내에는 약 성분이 나오지 않았으니, 약으로 제압당한 것도 아니라는 거지.”


“하지만 피해자가 섹스를 허락했다고는 할 수는 없잖아. 피해자가 제대로 저항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강간이 아니었다고 단정지을 순 없지.”


셜록도 동의했다. “하지만 내가 말하려는 건 성행위와 살해당한 일이 별개의 두 사건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야. 각각 다른 인물이 개입됐겠지. 경찰이 피해자의 애인에 초점을 맞춘다면, 진짜 범인은 이대로 들키지 않고 빠져나갈 수도 있어. 수사 현황을 보아하니 실제로도 그렇게 되고 있는 모양이야.”


“애인? 결혼했다지 않았던가?”


“그래, 결혼했지.” 셜록은 사진을 모아 하나씩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 “레스트레이드가 사건파일을 보여줬어. 가족과 친구에게서의 인터뷰, 근무 실태, 사진, 소지품 등을 살펴봤지. 피해자는 약 네 달 전부터 이상한 시간에 근무 교대를 요청했고, 규정 시간 이상으로 점심 시간을 할애해서 열 번 이상은 경고를 받았더군. 가족들은 최근에 피해자를 자주 보지 못했고 소식도 없었다고 했어. 추가 근무로 매우 바빴다고만 알고 있더군. 근무 기록에는 그런 얘기가 전혀 없었지만 말이야. 피해자의 남편은 자기 아내가 실제 기록된 것보다 주당 15시간은 더 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그리고 덧붙여서, 피해자는 사무실의 책상 서랍 안에 콘돔과 젤을 두고 있었지. 피해자의 질 안과 손가락에서도 바로 그 젤 성분이 나왔고.”


“그래, 일리 있네. 그런데 피해자의 애인이 범인이 아니라는 건 어떻게 아는 거야? 어쩌면 사고일 수도 있잖아?”


“우선적으로, 멍이 생긴 시각과 칼에 찔린 시각이 달라. 약 일주일 간격으로 몇 번이고 비슷한 패턴의 멍 자국이 생겼던 흔적이 있었어. 거친 섹스를 나눈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거지."


믿기지가 않아 존은 고개를 저었다. “최근까지는 사람들이 키스하면서 혀를 쓴다는 것도 몰랐으면서, 거친 섹스는 안다는 거야?”


셜록은 분한 얼굴을 했다. “키스할 때 혀 쓰는 건 나도 알아.”


“이제야 안 거겠지.”


되받아치자 셜록은 고개를 돌려버렸다. “전에도 알았어. 그저… 지워버린 것뿐이야. 중요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서.”


“뭐야, 네가 틀렸다고 인정하는 거야?” 흘러나간 비웃음에, 셜록은 팍 인상을 썼다.


“난 틀린 게 아니야. 단지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었을 뿐이지. 어쨌든 지금은 수정했어. 덕분에.”


수정이라, 녀석다운 표현이다. “별 말씀을.”


“중요한 건 사람들은 대게 바람을 피우고 있는 중에 상대를 죽이지는 않는단 말이지. 그런 식의 전례는 단 한 번도 못 봤어. 관계중에 그렇게 충동적인 상태가 되려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정욕에 휘말렸다고 할 수 있을 거야.”


“안 놀라네, 너.”


입을 삐죽 내밀며 존이 한 마디 거들자 셜록의 눈이 가늘어졌다. “난 성에 무지하지 않아, 존. 형도 그렇고 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인간이라는 동물의 행동 양식에 가장 원초적인 동기가 되니까, 당연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중요한 사항이지.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사람들은 큰 위험 부담을 안고 있고, 감정적으로 고조되어 있어. 그런 사람들이 자주 홧김에 범죄를 저지른다는 건 놀라운 사실도 아니지, 안 그래?”


그럼, 섹스해 본 적 있어? 존은 그렇게 묻고 싶어 좀이 쑤셨지만, 그랬다간 판도라의 상자를 열듯이 지금껏 셜록을 상대로 회피해왔던 생각들이 전부 물거품이 되고 말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그간 ‘수사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둘이 나눴던 키스는 말할 것도 없고, 방금은 거실 바닥에서 거의 전희나 다름없는 행위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더 버티라는 걸까? 예전의 존이었다면, 셜록이 일부러 이런 일을 벌인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녀석은 나를 찔러보며 추파를 던지는 거고, 이건 셜록만의 뒤틀린 방식인 거라고 말이다.


그래서 대신에, 이렇게 물었다.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거 아니야?”


녀석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이 하도 험악해서 주제를 바꾸기로 했다.


“그럼 누가 경관을 죽인 걸까?”


“남편이 일단 유력하고, 아니면 진짜로 무작위로 누구라도 될 수 있어. 일단 확실히 하기 위해 피해자 남편과 얘기해봐야겠어. 만나서 확인해봐야지. 훑어보기만 해도 알 수 있을테지. 어쨌든 당연하다고 해야 할까, 이미 경찰정에서는 그 여자가 강간당한 뒤 살해됐다고 이야기를 다 완성해 놨더군. 아마도 피해자의 불륜 상대가 경찰청 안에 있을 가능성이 높겠지. 같은 근무조에서 일하고, 자주 보니 경찰 제복에 멍이 가려질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거야. 당장 나서서 손을 쓰지 않았다간 자신이 유력한 용의자로 몰릴 수 있다고 생각했을 테고. 그 남자가 입을 다물고 있는 한 범인은 밝혀지기 힘들겠지.”


“그렇군, 그럼…” 존은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을 이었다. “여기까지 알아냈는데, 왜 나한테… 설명, 해주길 바랐던 거야?”


셜록의 얼굴에 얼핏 당혹스러운 표정이 비쳤다. “이건 내 전문 분야가 아니야. 합의상의 관계에서도 그런 멍 자국이 남는 건지 확실히 알아낼 필요가 있었어.”


“하긴, 확실하긴 해졌네. 그래서, 그렉에겐 뭐라고 얘기할 생각이야?”


“방금 네게 말한 그대로 얘기해야지. …물론, 방금 그 일은…” 그는 두 사람 사이를 가리키며 말을 흐렸다.


“그래, 고마워.”


“그리고 아무래도―”


“블로그에 올리지 않는 게 좋겠지.”


“그래.”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음, 뭐 먹을까?”


셜록은 무심코, 배고프지 않다고 말하려던 참이었던 것 같았다. “밥 먹으러 갈 거면 같이는 가 줄게.”


“중국음식으로 낙점.” 존은 일어서서 팔을 내밀었고, 손을 잡은 셜록을 일으켜 세웠다. “오늘은 내가 살게.”


“형이 꽤나 후하게 보수를 치뤄주나봐?”


“잘 아네.”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건 정말 싫지만, 지금은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다. 대신 존은 웃었다. 한동안 두 사람은 서로를 빤히 바라봤다. 결국 먼저 시선을 피한 사람은 셜록이었다. 그의 시선은 맞잡은 두 사람의 손으로 내려갔다. 이런, 계속 이렇게 서서 손을 잡고 있었다니. 이러다 몸 달아서 청혼이라도 할 기세로군.


존은 뒤로 물러나 바닥에서 셔츠를 집었다. “일단은 옷 좀 입고.”


“나중에 멍 자국을 확인해야 돼. 일단 오늘 자기 전에 보고, 아침에도.” 셜록이 존의 팔에 눈을 고정한 채 말했다.


“비교할 사진을 찍어야 하니까, 말이지.” 존은 흐흥 하고 웃으며 대꾸했다가, 셜록이 환하게 웃는 모습에 윽 하고 움츠러들었다.


절대 이번 일은 블로그에 올리면 안 될 거다.





다섯 번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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