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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rlock] 코드 - 셜록 │ Codewords 본문

Sherlock_단편

[Sherlock] 코드 - 셜록 │ Codewords

topsecretum 기밀선녀 2014.10.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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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업무 중 이메일을 통해 이 메시지를 받게 되었을 때,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 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 그들의 보스는,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보스의 부하의 부하직원이라 해야 할까, 이메일을 통해 전언을 보내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들이 몸담고 있는 직장은 함부로 바깥에 누설하기엔 퍽 위험한 곳이라 쉽게 추적당할 수 있는 이메일은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메시지에는 다음의 안내문과 함께 코드워드의 목록이 나열되어 있었다.



이하의 목록은 앞으로 사용될 암호와 그에 따르는 예시를 기술했습니다. 암호의 상황에 해당하거나 관련되는 경우, 즉시 지휘자에게 암호 용어를 통해 통보하십시오. 상기된 인물은 여러분이 앞으로 주목할 목표로서, 목표의 이름을 지칭하거나 신원을 검색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됩니다. 추후 모든 직원들은 CCTV로 목표를 감시하게 될 것입니다.


  • 코드 S 블루 ― 목표가 납치됨. 국내에 억류중. 세부사항과 위치 요구.

  • 코드 S 오렌지 ― 목표가 해외로 이동 혹은 도주 시도.

  • 코드 S 블랙 ― 목표에게서 불법 마약류 목격, 동행자에게 영향을 미친 경우.

  • 코드 S 브라운 ― 목표가 불법 총기류를 획득, 현재 소지중.

  • 코드 S 그린 ― 목표가 거주지로의 귀환에 실패, 현재 체류 상황에 대한 정보 불명.

  • 코드 S 레드 ― 목표가 특정 고위층 신원증명서 이용(이하의 세부사항 참고), 접근 제한 구역/정보에 접근.

  • 코드 S 크림슨 ― 목표가 개인 혹은 집단의 사망을 초래, 세부사항 요구.

  • 코드 S 옐로우 ― 목표가 부상, 의료기관으로 이송. 구체적 정보 포함.

  • 코드 S 바이올렛 ― 목표가 가족 구성원과 접촉, 특히 어머니 요주의.

  • 코드 S 네이비 ― 목표가 스코틀랜드 야드 구치소에 감금중.

  • 코드 S 마젠타 ― 목표가 상대와 플라토닉 이상의 관계에 돌입. 상대방의 신원 파악 요구.

  • 코드 S 화이트 ― 목표가 사망.



그래서 그때부터, 영국 정부에서 일하는 다섯의 그룹은 고용주인 마이크로프트의 지시에 따라 ‘셜록 특별 대책 본부’로 명명되고 새 출발을 시작했다. 셜록 대책 본부의 팀원들은 시간이 흐르며 자신도 모르게 그들의 목표에게 표현 못할 애착을 품게 되었는데, 아이러닉한 점은 다들 목표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탐정과 그의 닥터가 찍힌 사진이 신문 1면에 대문짝만하게 실려 쏟아지기 시작한 후에도, 마이크로프트가 그들의 귀에 관련 소식이 닿지 않도록 힘을 썼다는 건 다들 모르는 비밀이다.


코드 S 블루가 처음 발령되었을 때 팀원들은 불안함에 잠도 제대로 못 자며 날밤을 세워야 했다. 손톱을 물어뜯으며 초조한 시간을 보낸 지 며칠 후에야, 목표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소식에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누구도 그런 긴장되는 경험을 원하지 않았지만, 그건 위험을 꼬리처럼 달고 다니는 목표에게 바라기엔 너무 큰 소망이다. 그러니 할 수 있는 최선의 상황만을 바라볼 뿐.


코드 S 레드는 그나마 쉬운 경우다. 그때마다 팀원들은 이 만나본 적 없는 남자에게 투정을 부리거나 웃어넘기는 정도로 반응했다.


코드 S 크림슨은 지금껏 발령된 적 없었고, 팀원들은 모두 한 마음으로 앞으로도 그렇게 되기를 빌었다.


코드 S 옐로우는 특별히 한 팀원에게는 더욱 힘든 시기였다. 한 여성 팀원은 총상을 입은 목표를 너무나 걱정해서 개인적으로 직접 상태를 확인해보려고 하는 것을 다른 팀원들이 가까스로 말렸다. 대책 본부의 가장 큰 규칙, “무슨 일이 있든 목표와의 직접적인 접촉은 금지된다.”


코드 S 블랙이 발령되었을 때, 목표의 형님 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죽을 만큼 걱정하며 마약 소굴에서 목표의 자취를 추적했다. 이럴 땐 코드 S 블랙만으로 끝나길 바라야 할 때다. 팀원들은 목표가 무슨 일을 더 저지르기 전에 얼른 붙잡히기만을 바랐다. 물론 목표는 금방 잡혔다. 그러나 무척이나 공허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팀원들은 임무를 마치고 난 후에도 쉽게 우울함을 거둘 수가 없었다.


암호 중 ‘코드 S 화이트’라는 말은 대책 본부 사람들 내에서 금기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그 코드를 사용해야 할 위기에 처했을 때도, 대부분의 팀원들은 아예 그런 코드가 없는 것처럼 생각하기로 했다.


코드 S 마젠타를 마침내 사용하게 된 날, 대책 본부는 축제가 벌어진 것 같이 흥겨운 분위기였다. 많은 팀원들이 이 날을 기다려왔던 탓일까. 그 날은 모두 모여 목표와 새 파트너의 행복을 기원하며 축배를 한 잔씩 (혹은 한 잔 더, 어떤 사람은 또 한 잔 더) 들었다. 예상대로, 다음 날 본부 사람들은 목표의 새 파트너에게 지정된 추가 코드를 발급받았다.


어떤 팀원들은 때때로 이런 궁금증이 들 때가 있다. 목표가 자신에게 지정된 대책 본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만나본 적도 없고 늘 ‘목표’라고만 지칭하는 남자를 향해 스스로도 모를 애정을 갖고 있는 이 말도 안 되는 집단이라니, 누구라도 황당하게 생각할 거다. 그래도, 목표가 이것만은 알아준다면 아마도 조금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 팀원들은 생각한다. 자신이 겉보기엔 늘 외로워 보여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를 대단하고 환상적인 인물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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